채영석 | 메르세데스 벤츠 GLC 220d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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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의 컴팩트 SUV GLC를 시승했다. 2008년 데뷔 당시 GLK였으나 풀 체인지와 함께 새로운 네이밍 체제하에 C클래스의 SUV라는 의미의 GLC로 바뀌었다. 크로스오버가 강세인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도심형 SUV로서의 성격과 쾌적성을 강조한 것이 포인트다. 메르세데스 벤츠 GLC 220d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2015년 중국시장에서 GM 이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유는 디젤게이트로 인한 영향이 아니다. 두 브랜드의 전략과 라인업의 차이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중국에 연구개발센터가 없지만 GM은 중국시장을 위한 R&D센터가 별도로 있다. 두 번째로 폭스바겐은 SUV가 티구안과 투아렉 뿐이지만 GM은 다양한 SUV를 라인업하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만 해도 6개의 SUV가 있다. 거기에 뷰익과 캐딜락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2015년 중국시장은 소형 크로스오버와 SUV를 포함한 판매가 52% 증가한622만대에 달했다. 중국시장에서 판매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크로스오버와 SUV 라인업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내용이다. SUV라인업이 풍부한 GM과 포드 등이 강세를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목적차도 10% 증가한 211만대가 판매됐다. 반면 세단 판매는 5.3% 감소한 1,172만대였다.
유럽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에서는 2014년 SUV 판매가 52만 8,944대로 2013년 대비 14%나 증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SUV의 판매 증가율도 2015년 상반기 31.9%에 달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그런 시장의 변화를 감안해 SUV 라인업을 새로운 네이밍을 도입하며 재정비했다.GLC, GLE, GLS라는 차명 중 맨 뒷 글자 C, E, S가 각각 등급을 표현한다. X1부터 X7까지 포진하고 있는 BMW에 비해 당장에는 라인업이 많지 않다. 하지만 2015프랑크푸르트오토쇼에서 다임러 AG 디터 제체 회장은 좀 더 촘촘한 세그먼트 구성을 통해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차명만으로 라인업을 단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E클래스에만 세단과 쿠페, 왜건을 기본으로 90여개의 트림이 포진되어 있다. SUV 모델도 세단과 똑 같지는 않겠지만 양산 브랜드들이 할 수 없는 다양한 베리에이션과 트림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갈수록 세분화되어가는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런 라인업 전략에 힘입어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승세는 무섭다. 메르세데스는 2015년 판매대수가 2014년보다3.6% 증가한 187만 1,511대를 판매해 마찬가지로 3.6% 증가한 180만 3,250대를 판매한 아우디를 따돌렸다. 중국시장에서의 판매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중국시장에서 33%나 증가한 37만 3,459대를 판매했다. 아우디의 중국 판매는 1.4% 감소한 57만 899대였다. 미국시장에서도 37만 2,977대를 판매해 34만 6,023대의 BMW와 34만 4,601대의 렉서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미국시장 데이터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상승세가 가장 거센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판매가 급증하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생산용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판매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공장과 합작회사, 그리고 위탁생산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생산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공장 건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GLC의 생산을 핀란드 발메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에서 2017년부터 시작한다. 발메오토모티브는 2013년부터 A클래스를 생산하고 있다.
GLC 현행 모델은 독일 브레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현재 3교대로 풀 가동하고 있다. 오른쪽 핸들 사양의 추가 등으로 인해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되어 생산 용량 증대가 불가피해졌다. GLC의 선대 모델인 GLK는 2008년 등장한 이래 7년간 65만대나 팔렸다.
메르세데스는 R클래스의 생산을 미국의 AM제너럴에게 위탁생산에 합의했다. 다임러 AG는 러시아 공장 건설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러시아 트럭 메이커 카마즈(Kamaz)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GAZ그룹과 합작사에서는 스프린터 밴을 생산하고 있다.
익스테리어는 GLK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이다.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 GLA와 패밀리 룩을 이루고 있다. 극단적인 사각형의 모델이 부드러워졌다. 이는 기존 GLK의 독창성을 선호하던 사용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가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통해야 한다는 점으로 인한 선택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익스테리어에는 보다 부드러운 선이 도입됐다. 구형은 직선이 주류를 이뤘지만 GLC는 곡선을 가미해 보다 우아한 쪽으로 이동했다. 우아함이라는 진부한 표현보다는 풍성함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GLK의 강한 선으로 인한 거부감보다는 이쪽이 더 많은 수요를 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앞 얼굴은 3꼭지 별 때문에 어떤 형태로 하든지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두 개의 커다란 그릴 바와 그 가운데 들어 선 3꼭지별은 이 차의 성격이 스포티 라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릴과 분리된 헤드램프와 범퍼 아래쪽의 분리형 에어 인테이크는 와이드함과 동시에 억양을 강조하고 있다. 선 굵은 그래픽으로 강한 인상을 추구하고 있다. 헤드램프에는 LED를 옵션으로 설정하고 있다.
측면의 실루엣은 대부분의 크로스오버들이 그렇듯이 쿠페를 연상시킨다. C필러의 각이 그런 이미지를 만든다. 프로포션에서의 차이도 크다. 휠 베이스를 118mm 늘린 효과로 인해 오버행이 짧아졌다. 민첩성을 살리기 위한 수법이다. 물론 그만큼 실내 공간도 넓어진다. 최대 20인치까지 선택이 가능한 알로이 휠은 차체의 자세를 결정짓는데 기여한다. 앞쪽에서보다 투 톤 처리가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이지만 그로 인해 터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워낙에 많은 SUV 들이 등장하면서 측면의 실루엣으로 독창성을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뒤쪽에서도 예의 신세대 메르세데스의 선이 주를 이룬다.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가 중심을 잡고 있다. 범퍼 아래 스키드 플레이트는 이 차의 성격을 표현하는 소구이다. 앞쪽과 마찬가지로 크롬 패키지를 적용해 두 개의 테일 파이프를 강조하고 있다. 역시 스포티함을 위한 소구이다.
전체적으로는 도심형을 추구하는 크로스오버의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그러면서 메르세데스 벤츠만의 선과 면이 보인다. 그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그로 인한 호불호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한 가지 그래픽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660×1,890×1,640, 휠 베이스 2,873mm 로 차체가 약간 커졌다. GLK에 비해 전장이 120mm 길고 폭은 50mm 넓으며 높이는 30mm 낮다. 차고가 높은 SUV는 기본적으로 불리한 CD치도 0.34에서 0.31로 개량됐다. 알루미늄 부재를 늘리는 등 평균 80kg의 경량화를 달성해 연비 성능도 개선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신세대 메르세데스 벤츠의 엘레강스를 주제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GLE와 공통이라고 하는데 C클래스 에스테이트를 옮겨놨다. 다섯 개의 원형 에어벤트가 대시보드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가운데 돌출형(플로팅 마운트라고 표현한다.) 7인치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모니터도 신세대 메르세데스 크로스오버의 공통 요소다.
언제나 그렇듯이 메르세데스 벤츠는 모델체인지마다 호화로움을 강조한다. 절묘한 곡면을 이루는 센터페시아에는 부메스터® (Burmester®)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으로 고급성을 주장하고 있다. 590w의 13개 고성능 스피커와 9개 채널 DSP 앰프로 구성되어 있다. 에어벤트 아래 컨트롤 패널은 좀 더 간결해 졌다.
COMAND 온라인이 기본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제는 거의 모든 모델에 적용되는 추세다.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블루투스 전화, 오디오, 비디오, 그리고 휴대폰 테더링을 통해 날씨, 뉴스 등 MB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웹브라우징이 가능한 인터넷 기능도 있지만 접속 속도가 빠르지 않아 아직은 스마트폰을 대신할 수준은 아니다.
향수 분무, 이오나이저, 공기 필터 세 가지 기능의 에어-밸런스 패키지(AIR-BALANCE package)도 눈길을 끈다. 액티브 퍼퓨밍 시스템(Active Perfuming System)은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네 가지의 향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이 가장 먼저 채용했었는데 한국 사용자들은 그에 대한 수요가 강하지는 않는 듯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가운데 두툼한 패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전형적인 메르세데스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가운데 디스플레이 창이 상하로 길게 설계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상의 버튼으로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대부분 볼 수 있다. 표시하는 방법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다. 자주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바이 와이어의 실렉터 레버는 칼럼식. 터치 패드 방식의 커맨드 컨트롤러 주변의 버튼을 정리하는 것도 사고의 차이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주행 제어 버튼을 배열하는 경우와 시트 히팅 등 편의 장비를 설계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시트는 5인승. 퀼팅 스티치의 매시레저 시트가 고급스럽다. GLK보다 더 넓어졌다. 그렇다고 뒷좌석 공간이 여유있다고는 할 수 없다. 파노라마 슬라이딩 선루프로 개방감을 살리고 있다. 세 가지 컬러로 선택 가능한 엠비언트 라이트(Ambient Light)도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현대적인 방식이다. 갈수록 실내의 컬러 조합과 배열에 비중을 두는 추세다. 발 공간은 GLK보다 57mm확대됐다. 리어 시트는 20 : 40 : 20 3분할 방식. 시트백 좌우의 조그만 버튼을 누르면 가볍게 접어진다. 이 역시 C클래스 에스테이트에서 봤던 것이다. 트렁크 용량은 580~1,600리터로 50리터가 커졌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은 GLC250에 2리터 직렬 4기통 터보차저 211ps 350Nm 4매틱 사양이 있고 디젤 엔진은 2,143cc 직렬 4기통 터보로 220d와 250d가 있다. GLC350e 4매틱 PHEV도 있다. 시승차는 220d로 최고 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 토크 40.8kg.m/1,400rpm을 발휘한다. C220d 에스테이트를 통해 경험했던 것이다. 유로6를 클리어하기 위해 SCR을 개량했다.
변속기는 9단 AT 인 9G트로닉. 뒷바퀴굴림용으로 개발된 첫 9단 자동변속기이다. 252마력의 E 350 블루텍에 가장 먼저 탑재되어 2015년 국내에 소개됐다. 9G-트로닉에는 에코와 스포트, 매뉴얼 3가지 모드가 있다. 뒷바퀴굴림을 기본으로4매틱과 HEV, PHEV 전동화차에도 대응한다. 4기통부터 12기통 엔진까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대 대응 토크는 101.8kg.m. 엔진 회전수와 가속 페달 포지션, 스티어링 앵글, 측면 가속도는 물론 ABS, BAS 플러스, 디스트로닉 같은 정보도 긴밀하게 통신된다. 그만큼 주행품질이 좋아졌다. 스톱&스타트 기능이 있다.
GLC에는 에코와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인디비주얼까지 5가지 드라이브 프로그램이 내장된다. 운전자는 상황에 맞게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험로 주행을 위한 오프로 엔지니어링 패키지도 고를 수 있다. 4매틱의 기본 토크 배분은 45:55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300rpm 조금 못 미친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현존하는 2.2리터급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레드존은 5,000 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6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0km/h에서 2단, 50km/h에서 3단, 80km/h에서 4단, 115km/h에서 5단, 160km/h에서 6단으로 변속이 이루어진다. 기어폭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변속 포인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변속 품질이 좋아졌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발진 감각도 그만큼 매끄럽다. 세련된 주행성의 시작은 발진부터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변속기의 발전은 다단화와 함께 평가할만하다. 효율성을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주행질감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80km/h 정도에서 8단으로 변속이 된다. 굴곡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지긋이 가속해가면 110km/h가 넘어야 9단으로 시프트 업이 된다. 그 전에는 패들 시프트로 올리면 올라가는데 토크가 요구되는 상황에는 예민하게 8단으로 시프트 다운된다. 풀 가속을 위해 킥다운을 하면 5단까지 내려간다.
고속역에서는 생각보다 토크감이 강하지는 않다. 6단으로 변속되는 것은 부드러운데 그 이후로는 뜸을 들인다. 좀 더 밟으면 차체 진동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메르세데스 차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이다. 시승차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 듯하다. 아니면 마치 레이싱카처럼 극단적인 주행을 하는 시승자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서스펜션은 앞 4링크, 뒤 5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독일차로서는 길다. 상대적으로 BMW에 비해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무게 중심고가 높은 차라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오버 스티어. 4매틱 사양인데도 코너링에서 약간 안쪽으로 말린다. 일반적으로 앞바퀴 굴림방식 승용차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바깥쪽으로 밀리는 타입이 다루기 쉽다. 주행성과 쾌적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의 결과로 보인다. 오늘날의 크로스오버가 극단적인 주행성 위주라기 보다는 정숙성과 쾌적성을 중시하는 경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옵션으로 채용하고 있는 이 등급에서 처음인 에어보디컨트롤도 새롭다. 다이나믹 실렉트의 프로그램에 오프로드 패키지를 추가한 시스템으로 노면 상황에 관계없이 드라이빙 컴포트와 스포티하고 민첩한 다이나믹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것이다.
안전장비는 ADAS를 표준 장비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적극적 안전장비 기술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술력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레이크로 충돌을 회피하는 콜리션 프리벤션 어시스트, 횡풍으로 차체가 흔들리는 것을 저감해주는 사이드 윈드 어시스트, 운전자의 피로를 주의하는 어텐션 어시스트, 대향차의 방해를 방지하고 동시에 똑 바로 전방을 조사하는 하이빔 어시스트, 그리고 코너에서의 안정성을 높이는 코너링 다이나믹 어시스트 등이 끝이 없다.
브랜드의 힘은 갈수록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랜 세월 축적해온 기술력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데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아젠다를 제시하는 힘이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있다. 그것이 당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힘이다. 트렌드 세터로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중국화가 되면서 그 위력은 더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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