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기아 K3 GT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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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 GT를 시승했다. K3를 베이스로 한 5도어 해치백 스포츠 버전이다(세단 버전도 있다). 1,591cc 직렬 4기통 감마 T-GDi 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이 포인트다. GT는 주행성에 비중을 둔 모델이라는 의미의 서브 네임이다. 유럽시장 중심으로 라인업했으나 K3 GT는 미국시장에도 출시된다. 기아 K3 GT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의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중심이다. 아니 그동안 그래 왔다. 그것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시대다. 적어도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하드웨어는 상향 평준화됐다. 개발하고 생산하는 주체가 속한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특징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하드웨어는 세계화됐다.
3점식 안전벨트를 최초로 적용한 볼보는 안전성이라는 경영전략을 전면에 내 세워 독창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4WD 시스템을 세단에 최초로 적용한 아우디는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볼보와 아우디는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안전성을 위한 장비와 4WD시스템 등을 채용하고 있다. 엔진의 BMW는 품위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경쟁을 통해 비슷해졌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엔진의 설계와 기본 사상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고 변속기를 조합하는 자세도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주행성과 연비성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같아졌다.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제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한 시대다. 그 이야기는 새로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결합했고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운전자가 차아 일체가 되어 달리는 즐거움에 매달려왔다. 이제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음악과 영상을 즐기며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달릴 수 있게 됐다.
K9 2세대 모델을 시승할 때도 그랬지만 현대기아차는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 디스플레이와의 협업에 의한 것이다. 기아 K9은 커넥티드 기술에서 또 다른 시각의 진보를 보여 주었고 제네시스 G70는 3D 계기판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제는 상징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아자동차는 1945년에 창업됐다. 짧지 않은 역사다. 그런데 아직까지 기아를 상징할만한 스토리가 없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30여년 시승기를 써 온 입장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기아자동차는 그것을 자신들의 경영전략과 매치해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혹자는 품질 문제를 얘기하는데 토요타도 GM도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는 시대다. 부품 공급의 글로벌 소싱으로 인해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겪는 일이다. 품질문제를 지적받는 것은 소비자와의 진정한 소통 부재가 낳은 결과다.
지금은 ‘세계 최고’를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해 처음 내 건 슬로건이 ‘Think Different’였다.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기아는 K9으로 럭셔리카로서의 존재감을 주장하고 스팅어로 스포츠 세단의 입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K9과 스팅어만을 놓고 보면 그런 의도에 충실한 차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이다. 초 연결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되는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 TV나 신문 매체가 의제 설정력을 잃고 인터넷과 SNS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시대다. 그것은 개인이 정보의 수용자이자 발신자가 됐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이해 관계로 얽힌 매스 미디어의 편집된 정보보다는 개개인이 정보를 스스로 취합하고 분석하고 판단한다. 그런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대다.
하버드대학의 문영미 교수는 Different(2010년 살림Biz 刊)를 통해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기아자동차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우선은 현대와 다른 점을 제시해야 하고 세계 시장에서 독창성을 내 세울 수 있어야 한다. 패스트 팔로워로 따라잡기에 성공한 현대기아에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이해하고 수용하고 충성도를 보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terior & Interior |
GT라는 서브 네임은 흔히 그랜드투어러로 이해된다. 하지만 자동차회사의 라인업에서는 주행성을 강조하는 모델로 자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GT라고 해도 나라에 따라, 메이커에 따라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폭스바겐 골프 GTi와 BMW 5 GT, 닛산 GT-R, 포드의 머스탱 GT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스타일링 디자인은 물론이고 추구하는 주행성도 딴판이다. 다른 점이라면 골프 GTi는 더 많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는데 반해 GT-R과 머스탱 GT는 자국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유럽시장에서는 프로씨드 GT와 씨드 GT, 옵티마 SW GT를 판매하고 있다. K5 GT도 있었으나 스팅어와의 관계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오늘 시승하는 K3 GT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모델이다. 기아 K3는 세도나, 쏘울과 함께 미국시장에서 존재감이 강한 모델이다.
4도어 모델의 GT도 있지만 5도어 모델을 놓고 이야기하면, 유럽에서 슈팅 브레이크라는 장르로도 분류할 수 있는 프로포션을 하고 있다. 슈팅 브레이크란 왜건과 해치백, 그리고 쿠페라이크한 루프라인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모델을 일컫는다. 앞 얼굴에서는 GT엠블럼과 그릴 안쪽에 레드 칼라 포인트를 더한 강인한 인상의 다크 크롬 레드 포인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측면에서는 예의 루프라인이 실루엣을 주도하고 있다. 주행성을 강조한 모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선이 도드라져 있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해치백과는 다른 비율이 눈길을 끈다. 뒤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히프가 포인트다. 여기에서 해치백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보인다. 그렇다고 적재공간을 우선하는 왜건도 아니다. 차체 크기는 K3 세단보다 전장은 30mm 짧고 전고는 5mm 높다.
인테리어도 K3를 베이스로 GT만의 엑센트를 가미하고 있다. 우선은 D컷 스티어링 휠로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페달에 알로이 합금을 사용한 것도 주행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법이다. 시트는 붉은색 바늘땀으로 엑센트를 주고 있다. 시트백 좌우 지지대의 크기를 키워 풀 버킷으로 하고 있다. GT로고를 적용한 GT 전용 튜블러 시트다. 글로브박스 윗 부분에 야광 GT로고를 넣은 것도 눈길을 끈다. 리어 시트는 40 : 60 분할 접이식. 트렁크의 플로어 커버를 들어 올리면 정리된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그 아래에도 스페어 타이어 대신 수납공간과 수리공구가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
엔진은 1,591cc 직렬 4기통 DOHC 터보차저 가솔린으로 벨로스터와 같은 감마 엔진이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한다. 최고출력 발생 회전수는 같지만 최대토크는 벨로스터가 1,750~4,500rpm인데 비해 시승차는 1,500~4,500rpm이다.
변속기는 7단 DCT. 패들 시프트가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Comfort-Eco-Smart가 기본이다. 어느 모드에서나 실렉터 레버를 왼쪽으로 젖히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다.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방식.
우선인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2,100rpm. 벨로스터는 2,000rpm 이다. 레드존은 6,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2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0km/h에서 2단, 875km/h에서 3단, 12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컴포트 모드에서의 발진 감각은 무난하다. 풀 가속시 DCT 특유의 버벅거림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위화감을 줄 정도는 아니다. 미세한 터보 래그가 있는 것은 벨로스터와 다르지 않다. 이 엔진은 오버 부스트 기능을 적용해 1,500~4,000rpm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넘어서는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
소음은 평범한 패밀리카 수준이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사운드도 소음도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배기량을 의심할 정도의 사운드가 올라온다. 인위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1.6리터 엔진으로도 으르렁거리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시대다. 당연히 섀시 전체의 반응이 달라지며 운전자를 자극한다. 오른발에 대한 가속 페달의 응답성이 우선 다가온다. 그저 평범하게 달리도록 두지 않는다. 컴포트 모드에서와는 다른 즉답식에 가까운 반응으로 차체를 밀어 부친다. 이 반응은 운전자를 그냥 두지 않는다.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고 부추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짧다. 스팅어가 떠오르는 반응이다. 노면의 요철은 대부분 전달하면서 적절한 감쇄력으로 거동을 제어한다. 그동안 과거에 비해 말랑한 감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던 기아 브랜드의 차들이 스팅어 이후 좀 더 날카롭고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차체에 비해 큰 18인치 휠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록 투 록 2.5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해치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거동이다. 응답성은 상당히 날카롭다. 조타각에 대한 차체의 반응도 직설적이다. 기아 씨드를 처음 탔을 때의 느낌보다 더 진보했다. 과도하게 조작해도 오버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라인을 추종해 준다. 그런 감각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차체 강성이다. 최근 들어 등장하는 현대기아차의 차체 강성은 기대 이상이다. 차체 강성이 확보되어야 서스펜션의 세팅에 자유도가 주어진다.
다만 벨로스터에서도 그랬지만 스포츠 모드에서의 사운드에 비해 하체의 거동은 2% 부족한 느낌이다. 역으로 말하면 사운드가 섀시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한 단계 진화한 것은 분명하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자극적인 맛을 살려내고 있다. GT라는 서브 네임에 충분히 부합하는 주행성이다.
ADAS장비는 지금 등장한 것들은 모두 채용되어 있다. ACC와 차로 이탈 방지장치의 기능도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ACC를 작동시키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5초 후에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그래도 잡지 않으면 약 5초 후에 차로 이탈 방지 기능이 해제된다. 이것이 옳다.
얼마 전에 시승했던 제네시스 G70의 경우 노면이 편평하면 기능이 해제되지 않고 차로를 유지했다. 자율주행이라고 표현하지만 아직은 스티어링 휠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율주행 프로세스인 인지, 분석, 실행 중 아직 인지 단계도 갈 길이 멀다. 그보다는 후측방 경고, 후방교차로 추돌 경고,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등으로 안전성을 더 높인 기술로 받아 들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옳다.
K3 GT 는 분명 하드웨어 측면에서 동급의 같은 장르의 모델들과 비교해 결코 꿀릴 것 없는 차만들기가 보인다. 수십년동안 외쳐댔던 ‘유러피언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주행성을 보여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시대의 화두인 커넥티비티를 중심으로 한 인터페이스와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다.
주요제원 기아 K3 GT 5DR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10×1,800×1,440mm
휠 베이스 2,700mm
트레드 : 1,545 / 1,559
공차중량 : 1,385kg
연료탱크 용량 : 50리터
트렁크 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1,591cc T-GDI
보어 x 스트로크 : -- mm
압축비 : --
최고출력 : 204ps/6,000rpm,
최대토크 27.0kgm/1,500~4,500rpm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방식
트랜스미션
형식 : 7단 DCT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 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 225/40 R18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연비: 12.1km/L(도심 11.3/고속 14.5)
CO2 배출량 : 139g/km
시판 가격
GT 베이직 : 2,224 만원
GT 플러스 : 2,464 만원
(작성 일자 2019년 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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