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짜릿한 한방, 쉐보레 말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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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가 사전계약 6,000대를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산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판을 흔들 것입니다" 말리부 시승행사에서 쉐보레 담당자가 외친 첫 마디였다. 그의 당당한 자신감이 이해가 갔다. 출시 첫날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하루가 안 돼 2,000대 계약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정도 까지 관심이 높았던 차도 드물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산 중형차 위기설이 돌면서 침체됐던 세그먼트였는데 하루아침에 반응이 달라졌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말리부에 열광하는 걸까? 다른 차에는 없는 무언가의 한방이 있지 않을까? 더욱 궁금증이 커졌다. 그리고 서울 W호텔에서 중미산천문대까지 이어진 왕복 약 120km 구간을 시승하며 이런 의문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날렵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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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의 첫 인상은 일단 잘생겼다. 그리고 강인하면서도 아름답다. 길고 차분한 헤드램프와 볼륨감을 강조한 듀얼포트 그릴, 각을 살려 날렵해진 범퍼와 LED 주간운행등이 대표적이다. 세련된 뒷모습도 마음에 든다. 범퍼 끝을 살짝 올리고 트렁크를 곡선으로 처리해 자칫 좁아 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감각적인 테일램프 구성과 단정한 배기구에 시선을 빼앗겨 이미 잊혀 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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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은 말리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다. 위아래로 깊게 그려 넣은 캐릭터 라인과 완만하게 내려앉은 지붕선은 마치 쿠페형 세단을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커다란 19인치 휠과 세련된 말리부 레터링, 뒷 유리창 뒤에 추가로 넣은 쿼터 글라스가 차를 한층 길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실제 말리부는 경쟁차종 중 가장 긴 4,925mm의 길이를 갖고 있어 크기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늘씬한 차체에 부드럽게 그려 넣은 디자인이 만나 존재감을 뚜렷이 보여주는 외관이다.

젊어진 실내, 넓어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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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드했던 실내는 어디에도 볼 수 없다. 가로로 넓게 뻗은 수평형 대시보드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공조장치 버튼, 시인성 좋은 계기반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모리 기능이 포함된 통풍시트를 비롯해 연동이 쉬운 애플 카플레이와 커다란 스마트폰도 무리 없이 들어가는 세로형 무선충전기, 4개의 USB포트 등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편의장치도 빠짐없이 챙겼다. 다만, 인터페이스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경쟁차종대비 월등히 뛰어난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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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중형세단 중 가장 긴 휠베이스(2,830mm)를 갖고 있는 만큼 뒷좌석 공간에도 부족함이 없다. 기존모델 대비 33mm 늘어난 무릎공간과 주먹 하나 충분히 들어가고 남는 여유로운 머리 윗공간도 만족스럽다. 여기에 낮은 중앙 턱과 군더더기 없이 넓은 뒷좌석 시트는 답답하거나 좁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열선시트의 부재 등 인색한 뒷좌석 편의장치는 개선점이 필요해 보인다.

말리부 실내의 또 다른 특징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심한 마감이다. 예전 모델의 저렴한 플라스틱과 허술한 단차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센터페시아 양쪽 끝과 문짝을 덮은 두툼한 가죽,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스티어링 휠, 곳곳에 금속 소재와 나무를 적절히 매칭해 넣은 마감 등은 중형차 그 윗급을 보는 것 같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돌아온 말리부의 실내는 외관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무난했던 주행감각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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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4기통 2.0리터 터보모델이 준비됐다.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kg.m를 발휘하며, 캐딜락 CTS와 ATS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엔진이다. 전체적인 가속감은 안정적이고 부드럽다. 터보차저를 넣었다고 해서 차를 몰아붙이거나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 이런 느낌은 실용구간 및 고속영역에서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계기반 속 숫자는 생각보다 높은데 그 과정이 매우 침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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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랙(터보 엔진 특유의 반 박자 느린 반응)은 조금 민감하게 느껴진다. 중속이나 재가속에 들어갈 때 깊은 숨을 몰아 쉬는데 그리 달갑지않다. 하지만 한번 숨고르기가 끝나면 거침없이 속도를 올린다. 막힘 없이 뿜어내는 힘이 마치 자연흡기 차를 모는 것 같다.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도 거의 느낄 수 없고, 바닥소음도 철저히 잡아 '소리 없이 강하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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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부분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북미형 버전에는 8속 변속기가 탑재됐는데 국내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주행 느낌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실용구간으로 촘촘히 당긴 변속 시점은 답답함이 없고, 고속에서도 여유롭게 엔진을 받쳐준다. 정속 주행 시에는 낮은 회전수로 연비도 살뜰히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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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미형 8속 변속기에 비해 2단이 줄어든 만큼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내 주행환경을 고려했을 때 실생활에 치명적인 단점이 되거나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 같다. 쉐보레는 "변속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잊어달라"며, "엔진과 최적화된 세팅으로 하중을 줄였고,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뷰익 리갈과 같은 다른 글로벌 GM차종에서도 다양하게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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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차들의 특징인 단단한 골격은 고속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시승 당일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말리부는 바람 부는 고속도로 교각 위를 매우 안정적이며 빠르게 달렸다.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지도 않았고, 붕 뜨거나 가벼운 느낌은 더더욱 받을 수 없었다. 여기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17개의 카메라와 센서 및 레이더, 전방 거리감지 및 충돌감지 시스템,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등은 든든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안전하게 이동하고 있는 것 같은 강한 믿음도 준다.

잘 쳐낸 한방, 꾸준한 안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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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는 경쟁차종이 갖추고 있는 각종 옵션이나 감성적인 부분을 내세워 차를 만들진 않았다. 대신 쉐보레가 잘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차를 다듬었고, 이는 곧 국산 중형차에서 볼 수 없었던 짜릿한 한방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터보 엔진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성능이 될 수 있고, 긴 차체와 넓은 실내가 될 수도 있다. 또, 화려한 굴곡을 넣어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플래그십 모델에만 있을법한 첨단 안전장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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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리부의 야심찬 한방이 꽤 잘 먹힌 것 같다.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는 완성도 높아진 차체 및 감각적인 디자인, 폭발적인 사전계약 인기 등을 가늠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방으로 모든 게 끝나진 않는다. 시작을 잘 끊은 만큼 지금의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대기일수가 길어져 다른 차종으로 넘어가는 임팔라 같은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쉐보레 관계자는 "현재 휴일도 반납한 체 공장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며, 말리부 공급에는 전혀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말리부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차라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다. 또, 이런 의지와 노력은 차를 살펴보고 만져보고 운전해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향후 말리부가 국산 중형차 시장에 어떻게 판을 흔들어 놓을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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