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다시보기] 기아 K5 (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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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디자인의 기아 K5. 국산 중형 세단 1위 자리를 고수하던 쏘나타를 위협한 존재이다. 피터 슈라이어의 기아차 작품 중에서도 으뜸으로 뽑힐 만큼 잘생긴 외모가 K5의 가장 큰 장점. 2세대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미모는 빛을 발하고 있다. 세련된 외관에 부드러운 주행질감, 넉넉한 실내공간 등 모든 부분에서 높은 만족도를 지닌 점이 그 비결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 부문은 전통적으로 가장 치열한 차급이다. 스포츠카들처럼 폭발적인 성능을 지니지도, 적재공간이 SUV만큼 여유로운 것도, 소형차들처럼 알뜰하지도 않지만 국산 중형 세단은 늘 사람들의 구매 리스트에 상단에 올라 있다. 국산 중형차의 대표 격인 현대 쏘나타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차들은 늘 있어왔지만 그 중 가장 위협적이었던 모델은 K5. 기아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으로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제시하며 2010년 로체의 후속으로 등장한 차다.
데뷔 당시 K5는 패밀리카로 주로 쓰이면서 택시 및 렌트카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야 하는 중형차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스포티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쏘나타(YF)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린 데 반해 1세대 K5(TF)는 다이내믹하면서도 세련된 절제미가 돋보여 불호가 거의 없었다. 출시 후 5년이 흐른 지난해 2세대 모델(JF)이 나왔지만 초대 K5는 여전히 매력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초대 K5는 2010년 출시 당시 2.0L 세타Ⅱ MPI(165마력), 2.4L 세타Ⅱ GDI(201마력), 그리고 2.0L 세타 LPI(144마력)로 엔진 라인업을 갖추었다. 이듬해 하이브리드를 추가하고 2.4 모델을 2.0L GDI 터보 엔진(271마력)으로 대체했다. 주력 엔진이었던 2.0L 세타Ⅱ 유닛은 2012년 172마력의 누우 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2013년 얼굴을 한 번 다듬었지만 엔진의 변화는 페이스리프트 시점과 별개로 이루어졌다.
이번 중고차 코너에서 만날 모델은 1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2014년식 더뉴 K5다. 주행거리 5만4,312km의 노블레스 트림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1,630만원에 거래된다. K5는 새차 값이 2,025만~2,785만원이었으나 현재 중고차 시세는 대략 1,000만원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넓은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K5는 중고차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 감가상각이 적은 편이다. 색상은 흰색이 가장 인기 있지만 기자는 개성 있는 어비스 블루 색상의 K5를 만나보았다.
여전히 빛이 바래지 않는 외모
대형기획사 아이돌의 등장만큼 K5의 데뷔는 화려했다.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높게만 느껴졌던 디자인 장벽을 뛰어넘은 듯했다. 실제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여러 디자인상을 휩쓸었으니 공신력을 가진 미남인 셈이다. 그 비결은 야무져 보이면서도 세련미를 품고 있다는 것. ‘기아 엠블럼 대신 외산 브랜드 엠블럼이 달려 있었다면 또 어떤 다른 평가를 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균형이 잘 잡힌 겉모습에 날카로운 눈매를 시작으로 리어램프 쪽으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역동적인 느낌을 선사하고, 안개등 위쪽에 자리했던 주간주행등(상위 트림)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헤드라이트 속으로 들어왔다. 또한 범퍼에 있는 4발의 LED 안개등은 빛을 쏘는 듯한 디자인으로 전투적인 느낌을 주며, A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크롬 몰딩으로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루프라인에 활기를 넣어줬다.
트렁크 라인 역시 예사롭지 않다. 리어 립 스포일러를 달아 놓은 듯한 형상의 트렁크 리드는 라인이 잘록하게 잘 빠졌다. 일반차들보다 면적이 넓은 뒤 범퍼 가장자리에는 반사등을 길게 배치해 밋밋한 느낌을 상쇄하면서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리어램프는 후진등과 방향지시등의 위치가 구형과 비교해 조금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리프트 이전 디자인이 차체 라인과의 일체감이 더 좋은 듯하다.
인테리어에서는 운전자를 향하고 있는 센터페시아가 특징적이며, 실제로 앉았을 때 둘러싸인 느낌이 좋다. 거기에 히팅 기능을 포함한 스티어링 휠과 후측방경보 시스템(BSD), 주차 조향보조 시스템(SPAS), 듀얼 에어컨 등 풍부한 장비를 갖췄다. 게다가 컵홀더가 정말 많아 편리하다. 총 8개의 컵홀더를 갖춰 4명이 2개씩 음료를 들고 타도 걱정이 없을 듯하다. 늘씬하게 뽑은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뒷자리의 레그룸과 헤드룸, 그리고 트렁크 공간도 넉넉해 장거리 여행이나 패밀리카 용도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닛산의 글로벌 통합 세단
꽤나 강력한 퍼포먼스를 뿜어낼 것 같은 외관과 달리 엔진은 얌전하다. 4기통 2.0L 누우 엔진은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0.5kg·m의 힘을 내는데, 이는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보통 수준이다. 그래도 디젤차들이 선전하는 현재 추세에서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은 도리어 이점일 될 수도 있다. 현대파워텍이 만든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동력을 부드럽게 잘 받아준다. 날카로운 엔진회전과 빠른 변속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K5의 파워트레인에서 큰 불만을 느낄 수 없다.
한편 서스펜션은 단단한 것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겐 부드럽게 느껴지고 부드러운 것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겐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준이다. 아울러 세련된 외모에 비해 서스펜션의 댐퍼와 스프링 세팅은 그에 미치지 못한 감이 든다. 탄탄할 것 같지만 적극적인 코너링에서는 쉽게 무너지며 노면의 충격흡수도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고속에서 차체가 노면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은 아쉬움을 남긴다.
손가락 하나로도 쉽게 돌릴 수 있는 전자식 스티어링 휠(MDPS)은 조작시 소음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운전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만km 정도 주행한 차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스티어링 휠과 칼럼 사이에 있는 플렉시블 커플링이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다. 우레탄 재질의 커플링이 마모가 심해지면 뭉그러지면서 소음이 나기 쉽다. 스티어링 휠의 유격이 느껴지며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온다면 플렉시블 커플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보증수리가 끝났을 경우 정비소에서 수리가 가능한데 안전과 밀접한 부품이기에 많이 작업해본 정비소에 맡길 것을 권한다. 2013년 12월 24일부터 생산된 차들은 개선품을 장착했으며 그 이전 생산된 차량(2010년 5월 4일~2013년 12월 23일)은 보증기간에 상관없이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K5는 문제점이 전혀 없는 차는 아니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매력을 지닌 차다. 수트와 후드 모두 잘 어울리는 류승범처럼 K5는 사회초년생은 물론 백화점과 집만 오가는 옆집 아주머니, 나라와 애인을 지키는 군인 아저씨 등 그 어떠한 운전자와도 잘 어울린다. 누구와도 어울리는 외모에 적당한 성능, 그리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은 차다. 연비가 복합 11.9km/L(자동변속기)로 평범하지만 주행거리가 많지 않아 굳이 디젤차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이에게 조용하면서도 무난한 K5 2.0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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