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전기차의 현실적인 대안, 쉐보레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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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의 ‘전기차’ 라인업 중 하나인 볼트(Volt)가 풀모델 체인지되어 한국에서 시판된다. 표면적으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엔진은 발전용으로만 작동하는 사실상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 모델이다. 한국 환경에서 이 차는 어느 정도의 효용성을 보여줄까? 500km 남짓을 타고 달리며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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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인가요? 아니면 하이브리드인가요?”, “볼트(Volt)는 전기차가 아닙니다. 하이브리드입니다.”

수년 전 모 유럽회사의 전기차 시승행사에서의 일이다. 아직도 전기차를 발매하지는 않은 이 회사는 당시 기술 실증용 모델 몇 가지를 만들어 테스트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 중에는 발전 전용 소형 엔진을 단, 이른바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Range Extender: 이하 REX) 모델도 있었다. 자신들의 차가 현재 유일한 REX라는 그들의 이야기에 별 생각 없이 쉐보레 볼트(Volt)도 있지 않느냐 했더니, 담당 엔지니어가 정색을 하며 한 말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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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REX라고 하기에 저희도 차를 사서 분해해 보았습니다. 엔진 동력이 구동계로 전달되는 구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차는 충전이 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고 불러야 맞습니다. GM 정도 되는 회사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순전히 마케팅 때문이겠죠.”

국내에 시판되지 않은 1세대 볼트는 여러 가지 논란을 남긴 차였다.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라고 우기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엔진 동력이 개입하는 것을 굳이 숨기려 했고, 1갤런으로 98마일을 달릴 수 있다는 연비표시(한국식으로는 41.7km/L)가 사실은 외부전력으로 배터리를 충전한 뒤 측정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욕을 먹기도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등장 당시에는 프리우스의 태풍에 맞설 ‘미국의 무기’로 추켜세워졌지만 5년간의 판매량은 겨우 10만 대를 넘기는 정도에서 그쳤다(같은 기간 프리우스의 판매량은 200만 대에 이른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2세대 볼트에서는 고유의 볼텍(Voltec) 파워트레인에 대한 GM의 고집이 여전히 투영되어 있다. 순수전기차 볼트(Bolt) EV의 발매를 목전에 앞둔 상태에서 신형 볼트(Volt)는 연비절약형 하이브리드 시장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대중화로 가는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 또한 가득 품고 있는 듯하다.

볼트(Volt)? 볼트(B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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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Volt)는 쉐보레가 임팔라와 카마로에 이어 GM에서 세 번째로 수입한 국산차(?)다. 하이브리드이건 REX가 되었건 모터로 달리는 자동차에 붙인 볼트(Volt)라는 이름은 꽤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순수 전기차 볼트(Bolt) EV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렇게 헷갈리는 이름을 비슷한 차에 붙이는 건 무슨 생각일까? 볼트(Volt)는 그냥 볼트라 부르고 볼트(Bolt)는 뒤에 EV를 붙이거나, 약칭으로 V볼트와 B볼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보다는 B볼트가 본격 발매되면 명칭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형 V볼트는 독일 오펠에서 개발한 GM의 신형 글로벌 준중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차다. 내년 선보일 신형 크루즈보다 한발 앞서 만나보는 신형 플랫폼이다. 동일한 준중형 모델인데다가 쉐보레의 새 패밀리룩이 담겨 있지만 실내외에서 부품을 공유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익숙한 준중형차의 비율이 그대로 담겨 있는 와중에도 공력특성을 한껏 다듬고 자잘한 디테일로 친환경차의 힌트를 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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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과 별 차이가 없다. 변속레버도 변속기를 갖춘 일반적인 차와 동일하며, 다만 업/다운 시프트 기능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변속기가 없으니 당연하다). 특이한 장치라면 브레이킹시 발생하는 감속 에너지를 다시 충전에 사용하는 회생제동 장치. 보통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알아서 작동하기 마련이건만, V볼트에는 이것을 스티어링 왼쪽 뒤에 숨어 있는 패드로 수동 조작해야 한다. 감속할 때마다 브레이크 대신 이걸 손으로 누르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늘리려면 쓰긴 해야 하는데, 매번 브레이킹 때마다 조작하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공간의 부족함을 느끼기 못했던 앞좌석과 달리 뒷좌석은 명백하게 좁다. 승차정원은 5명으로 표시되며 인원수에 맞춰 안전벨트도 준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4명만 탈 수 있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센터 스택 때문인데, 이 속에는 볼트를 구동시키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 공력특성을 위해 루프 라인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머리를 편히 놓을 공간마저 마땅치 않다.

볼트는 확실한 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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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면 다소 SF적인 소리와 함께 차가 ‘켜진다’. 진동과 소리 없는 감각은 자동차가 이미 전자제품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엔진이 돌지 않는 조용한 실내는 다른 전기차와 완전히 동일하다. 배터리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는 에어컨을 돌리거나 라이트를 켜는 등 다소간의 부하를 주어도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린 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이 정도의 부하라면 엔진이 개입해서 동력을 보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실내는 속도에 맞춰 풍절음만 높아질 뿐이다. 40kg·m가 넘는 모터의 토크에만 의존하는 부드러운 가속이 빠르게 이어지며 속도계 바늘은 시속 100km를 넘긴다. 이제 곧 엔진이 켜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치지 않는 가속은 계속 이어져 결국 최고속도에까지 이르렀지만 끝까지 엔진은 묵묵부답. 엔진이 끊임없이 개입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생각했는데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래서야 그냥 전기차나 다름없지 않은가.

다재다능한 볼텍(Voltec)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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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상의 이동수단으로 전기차를 타고 있다보니 전기차에 대한 경험은 꽤 많은 편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빨리 방전시키는 데에는 가감속을 반복하는 것보다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쪽이 훨씬 빠르다. 70km 가량 달렸을까. 배터리 게이지가 슬슬 바닥을 드러내려는 순간 나지막하게 ‘부웅’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엔진이 켜진 것이다.

신형 볼트에 탑재된 4기통 1.5L 엔진은 특별한 기술이 접목된 유닛이 아니다. 고급휘발유만 넣어야 했던 1세대와 달리 이번 2세대 모델은 일반휘발유로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이 엔진의 특징이라면 평소에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을 하는 것은 볼텍 유닛이라고 불리는 변속기 비슷하게 생긴 부품이다. 2개의 모터/제네레이터와 유성기어 세트, 3개의 클러치, 파워 인버터와 종감속 기어 내장 디퍼렌셜이 결합된 이 유닛은 때로는 모터로, 때로는 발전기로 부지런히 역할을 바꾸며 동력을 전달한다. 엔진은 충전된 배터리를 모두 소모한 다음에서야 켜져서 발전을 시작하며 달리지 않을 때는 바로 꺼진다. 회전수가 고정되어 있어 아주 나지막한 소리를 낼 뿐이며, 다른 엔진 차량의 아이들 스톱 기능처럼 요란스럽게 켜지지도 않는다. 슬쩍 켜진 뒤 필요한 만큼만 발전을 하고 꺼지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면 언제 엔진이 켜지고 꺼지는지 알아채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속도에서는 엔진의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지만, 시속 50km가 넘는 속도에서 재가속을 할 때면 엔진의 회전수가 훌쩍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엔진의 동력이 직접 구동륜에 전달되는 시점으로, 이때만큼은 확실히 엔진차의 감각에 가깝다. 다만 회전수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방식이 아니며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만 고정된 회전수로 휙 올라가는 움직임은 CVT의 그것에 가깝다. 시승 기간 중 외부 충전 없이 34L의 연료에만 의존하며 달린 거리는 480km. 배터리에 의존한 70km의 주행거리를 합하면 도합 550km를 달렸다. 출력을 아낌없이 쓰며 달린 거리로는 정말 나쁘지 않은 연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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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kg의 배터리에 엔진까지 탑재한 볼트의 무게는 1.6톤이 넘는다. 준중형 사이즈로는 가벼운 무게가 아니지만, 전기차 고유의 특성 또한 그대로 살아 있어 달리기가 즐겁다. 회전을 시작하면 바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모터가 빠른 가속을 돕고, 배터리로 인해 고르게 퍼진 무게중심이 준수한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늘어난 하중이 만들어내는 유일한 장점인 ‘체급 이상의 승차감’도 특징. 한 가지 흠이라면 타이어 정도다. 미쉐린에서 공급한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는 이름그대로 오직 연비에만 치중한 제품이다. 접지력이 형편없는 데다 조금만 하중을 줘도 바로 비명을 질러댄다. 꼭 미쉐린을 써야 했다면 프라이머시3처럼 접지력이 좋은 에코 타이어를 썼어도 좋았을 것이다.

엔진차+전기차: 2 i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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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는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는 매우 다른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다. 충전할 수 있다면 완전한 전기차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충전할 수 없다면 휘발유를 넣고 달리면 된다. 지금처럼 충전인프라가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순수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성능, 그리고 훌륭한 경제성이 끌리지만 가끔씩 달려야 하는 장거리 운행이 신경 쓰인다면 볼트만 한 차가 없다. 충전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80여km에 이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 출퇴근이 가능한 데다, 충전소의 위치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설사 방전이 되어도 견인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 전기차는 이미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타고 있는 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초기 구입비용이 높은 것은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지급되는 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면 실제 차량의 구입가격을 다소 낮출 수 있다. 최근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입지를 높이고 있는 한국GM이 또다시 볼트를 파격적인 값으로 내놓는다면 지금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게 냉담했던 한국 시장에도 변화가 일지 않을까?

Volt의 충전 - 기름 한방울도 안쓰고 V볼트 타기

1. 충전하기 :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달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충전만 잘 하면 엔진을 전혀 쓰지 않고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볼트는 완충시 86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으므로 출퇴근 거리가 편도 40km가량 된다면 매일 충전으로 휘발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달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충전은 어디서 해야 할까?

충전 인프라 사용하기 국내에 보급된 표준형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볼트의 충전포트는 J1772 5핀 타입1로 국내 대부분의 전기차가 사용하는 충전포트와 동일하다. 볼트의 배터리 용량은 18.4kWh이며, 완속 충전기는 시간당 7kW 충전이 가능하므로 이론상으로는 2시간 반 정도면 배터리를 가득 채울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차량이 15A(암페어) 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220V 기준 충전시 시간당 충전량은 3.3kW로 떨어져 완전 충전에 6시간 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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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볼트 구입 고객에게는 포스코ICT의 충전네트워크 서비스 ChargEV(차지비)를 한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이 주어진다. 전국 이마트와 LG베스트샵 등 200여 곳에 350여 대의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별도의 앱이 충전기 위치 안내를 충실히 제공해준다. 앱에서 충전 명령만 내려도 바로 작동하는 원격제어 기능은 물론 무인 예약까지 가능하다. 단, 급속 충전방식은 지원하지 않으므로 환경부의 급속 충전기는 사용하지 못한다.

가정용 완속 충전기 쉐보레 사이트에는 볼트의 충전 시간을 4.5시간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미국에서 팔리는 240V 전용 충전기를 사용했을 경우다. 국내의 가정용 완속 충전기도 7kWh를 지원하지만 차가 3.3kWh만 지원하는 문제는 여전하며, 무엇보다도 충전기 지원금 400만원은 순수전기차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볼트는 자비로 설치해야 한다. 차라리 이동식 충전기 쪽이 실용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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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충전기 볼트 구매시 제공되는 이동식 충전기는 가정용 전원을 사용하여 충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220V 10A를 지원하므로 최대 2.2kWh로 충전이 가능하며 가정용 전원 사용시 완전 충전에 9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퇴근 후 차를 충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다만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충전에 민감한 곳도 많아지고 있으므로 아파트 등에서 충전할 때는 꼭 관리 주체와 협의하고, 사용하는 전원 소켓이 10A의 전류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허용 전류량이 적거나 이미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선로에 갑자기 10A의 부하가 작동하면 전력 차단기가 내려갈 수도 있다.

2. 기름은 오래 안 쓰면 변질되지 않을까? : 충전만 하고 다닌다면 엔진이 아주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기간이 6주가 넘어갈 경우 윤활기능 유지를 위해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 엔진을 잠시 움직인다. 휘발유의 증발로 인한 품질 변화를 막기 위해 연료통은 압력용기로 만들어졌다. 최대 보관기간은 365일이며 그 이상의 경우에는 새 휘발유를 추가로 넣은 뒤 주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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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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