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롱텀, 쏘울 EV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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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쏘울 EV를 타면서 필자는 구입 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유지비용까지 저렴한 전기차의 경제성에 늘 감탄하며 지냈다. 특히 엔진 소음이 없어 정숙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쏘울 EV의 경우 외부소음 방음처리도 만족스러웠다. 또한 전기모터의 특성으로 인해 가속성능이 좋고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에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링 성능도 수준급이었다.
쏘울 EV와 일 년을 보냈다. 새 차를 사고 1년이 지나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자동차보험 갱신이다. 최근 보험 갱신을 마쳤는데 1년 된 중고차가 되니 보험가액이 줄고 보험료도 많이 내렸다. 보험료가 내리니 잠시 동안 좋기도 했지만, 그만큼 중고차가 되었나 싶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전기자동차를 탄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보통의 차를 탈 때와는 전혀 다른 카라이프를 즐긴 것 같다. 자동차생활 장기시승기 연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중 하나다. 내 차가 언론에 많이 노출된, 자동차 스타의 오너로서 누리는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TV에 출연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전기차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분들에게 시승 기회도 많이 제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쏘울 EV의 요모조모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유쾌한 일이었다.
뛰어난 경제성과 만족스러운 성능
1년 동안의 쏘울 EV에 대한 필자의 경험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흔히 탈 수 있는 차가 아니기에 원하는 이에게 맘껏 시승 기회를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둘째 전기자동차의 경제성에 늘 감탄했다(구입 보조금뿐 아니라 유지비용까지). 셋째 무소음과 저소음에 반했다(전기자동차 중에서도 외부소음 방음처리가 우수한 편). 넷째 강력한 주행성능에 엄지 척!(높은 초반 토크, 가끔 휠스핀도 일으킨다)
타면서 이렇게 만족스러운 쏘울 EV를 독자들에게는 지면을 통해 간접경험만 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더 많은 이들이 쏘울 EV를 타고 도로를 돌아다니면 좋으련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 보조금에 의한 전기자동차 보급 수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쏘울은 EV뿐 아니라 가솔린과 디젤의 판매량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1세대 쏘울이 출시될 때에는 가수 이효리 씨의 애마로 닛산 큐브가 입에 오르내리면서 박스카의 인기가 매우 높았으나, 지금은 시들해진 상태. 이에 따라 과거 현대 라비타가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의 판매는 미미하고 오히려 해외에서 환영받는 모습이다.
한편 쏘울 EV와 관련해 몇 가지 좋은 뉴스가 있다. 글로벌 판매 5,000대를 돌파했다는 것과 독일에서 전기차 부문 월간 판매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하나의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서 5,000대 팔았다는 것은 일반 차량으로 따지면 그리 대단한 수가 아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배터리와 비교하는 시각에서 보면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최신 스마트폰 1,824만 대 분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쏘울 EV를 통해 세상에 뿌려진 것.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1년에 2억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의 1/10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쏘울 EV를 비롯한 전기자동차들의 선전 덕분에 이미 2차전지 시장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진 지 오래다.
전기자동차를 타면서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경제성이다. 운행비용이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월 평균 2,290km 가량을 운전하면서 전기요금으로 부가세와 전력기금을 포함해 월 평균 6만원을 지출했다. 이 정도 거리를 가솔린차로 달렸다면 27만원, 디젤차라도 19만원 정도가 들었을 것이다. 혹자는 요즘의 유가 하락으로 전기자동차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려면 유류세가 완전히 면제되어 지금보다 기름값이 75% 정도 낮아져야 일반 자동차가 전기차와 비슷한 경제성을 낼 수 있다.
1년 동안 쏘울 EV를 운행하면서 전기요금 외에 지출한 부가적인 비용은 에어컨 필터 교환과 워셔액 구입, 한 번의 펑크 수리비가 전부였다. 나아가 엔진오일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연간 자동차세도 교육세를 포함해 13만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경제성에서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 자동차와 비교 불가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이라면 무소음과 저소음이다. 정차된 상태에서 공조장치와 오디오마저 꺼져 있다면, 차에서 나는 소음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순간에는 롤스로이스와 비교해도 자신 있을 정도다. 다만 방음 측면에서는 당연히 고급차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는데, 이는 차는 조용하지만 바깥에서 나는 외부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쏘울 EV는 필자가 경험한 여타의 전기자동차보다는 방음처리가 좋은 편이다.
그 밖에 강력한 주행성능도 쏘울 EV의 자랑거리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과 달리 공회전을 유지할 필요 없이 전자기력으로 즉시 강력한 회전력을 만들어낸다. 이런 원리 때문에 전기모터는 회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최대토크를 내다가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효율과 토크가 서서히 떨어진다. 결국 전기자동차는 출발 가속이 좋을 수밖에 없는 구조. 쏘울 EV를 타고 맨 앞줄에서 교통신호를 받게 되면 가벼운 가속으로 가장 앞서 치고 나간다. 좋은 가속력은 골목길에서 큰 길로 진입할 때 순식간에 본선에 합류할 수 있게 하는 등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배터리가 차 바닥에 배치되어 앞바퀴굴림 차로는 경이적인 58:52의 무게배분을 지닌 덕분에 코너링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엔진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쪽에 무게가 많이 배분되지 않아서인지 간혹 휠스핀도 일어날 정도이다.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 전기택시
요즘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하늘색 전기택시(르노삼성 SM3 Z.E.)가 많이 보인다. 쏘울 EV가 전기택시로 선택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전기자동차를 경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하다. 독자 여러분들도 짙은 하늘색의 SM3 Z.E. 택시를 많이 이용해보기 바란다. 전기택시 기사들은 정숙성과 강력한 주행성능, 뛰어난 경제성 등으로 전기택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만간 전기택시의 경제성이 지금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급속충전기 충전요금이 내년부터 유료화되기 때문. 주된 사용자인 자가용 전기차 위주로 충전요금을 설계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전기택시가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급속충전기는 설치비용이 비싼 데다 전기요금 기본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충전요금이 완속충전기나 모바일 충전기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전기 승용차야 출퇴근 후 회사나 집에서 완속충전을 주로 하고 가끔씩 필요할 때만 급속충전을 해도 되지만 전기택시는 운행 특성상 하루 300km를 주행하려면 1~2회의 급속충전이 필수이다. LPG 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좋은 경제성을 부여하려면 영업용 차에 지급되는 유류세 환급과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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