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롱텀, 기아 쏘렌토 (6): 만족스러운 신차 품질, 하지만 내구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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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합리적인 일본·미국 브랜드까지 성격과 특성이 판이하게 다른 수입차들이 한국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는 여전히 국산차에 비해 유지보수가 어렵고 감각상각도 크다. 1년에 약 4만km씩 주행하는 필자가 수입차에서 다시 국산차로 돌아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국산차의 완성도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신차 품질만큼은 웬만한 수입차보다도 더 우수하다.
지난 6개월간 약 1만8,000Km를 운행하며 기아 올 뉴 쏘렌토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쏘렌토를 구매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선 쏘렌토는 상품성이 굉장히 뛰어나다. 3,000만원대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만큼 여유로운 공간과 다양한 편의장비를 제공하는 차는 흔치 않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확실한 NVH 대책으로 가격 대비 경쟁력에서 수입차는 물론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세단들까지 압도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뚜렷한 주행 질감이다. 지난호에서 이야기했듯, 전자식 페달과 스티어링의 개선으로 주행 성능이 아주 만족스러워졌다. 고속안정감도 기대를 웃도는 수준. 독일제 세단 못지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옵션인 미쉐린 타이어는 한겨울에도 윈터타이어만큼 접지력이 뛰어나고, 소음과 승차감에서도 만족스럽다. 3세대로 거듭나며 한층 더 커진 실내도 많은 짐을 싣고 다니는 필자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장점. 넉넉한 공간,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모두를 지원하는 2열 시트 덕분에 가족들과의 장거리 여행도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
세심한 터치는 여전히 아쉬워
물론 모든 면에서 흡족했던 것은 아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시계, 공조장치 상태 등 기본 정보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 크루즈 컨트롤의 거친 반응도 문제다. 속도조절이 제대로 안 돼 사용성에서 봤을 때 이 부분은 확실히 낙제 수준이다. 처음에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트도 장시간 운행에선 허리가 아프고 코너에선 몸을 제대로 받쳐주질 못한다. 급발진시의 토크스티어 역시 불만 중 하나. 전륜구동 방식의 구조적인 이유라고는 하지만, 토크 밴드가 조금 더 부드러웠더라면 감각이 지금보다는 더 자연스럽지는 않았을까 싶다.
기술에 대한 신뢰성 면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엔진 컨디션이 일정하지 않아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2.2R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환경에 따라 크게 차이난다. 영하 8도 이하에서는 날카로운 소음과 진동이 실내로 파고들지만, 영상 10도 이상에서는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에 타던 BMW 320d(E90)의 N47 엔진은 영하 20도 이하이든 영상 20도 이상이든 항상 비슷한 수준의 소음과 진동을 냈다. 게다가 이런 일정한 반응은 새차일 때부터 누적 주행거리 20만km 이상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영하 24도 이하에서도 빠르게 작동하는 예열 플러그 덕분에 시동 성능도 좋았다.
쏘렌토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증상은 현대·기아의 엔진 기술이 아직 미흡하거나 진동을 상쇄하는 마운트/부싱,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재 등의 소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소음과 진동이 달라지는 건 분명 기술에 대한 신뢰성이나 사용자의 만족감이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와이퍼 모터의 힘이 부족한 것도 불만이다. 지난겨울 앞유리에 눈이 조금 쌓였다고 와이퍼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간 경험했던 다른 차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정상 작동했다. 이게 뭐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다른 부품들도 혹시 성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는 게 문제다. 물론 아직까진 이외의 다른 부품 성능이 딱히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
높은 ‘가성비’와 합리적인 유지보수 비용
이렇듯 쏘렌토에는 분명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잘 만든 차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나다. 물론 수입차 대비 가장 큰 장점은 메인터넌스(유지보수) 부담이 적다는 사실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 부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거점에 빠른 서비스를 갖춘 국산차 브랜드에게는 아직 역부족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필자처럼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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