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자동차생활 롱텀, 기아 쏘렌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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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 교환과 도어체커 파손 때문에 서비스 센터를 들락거렸다. 역시 수입차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편리했다. 서비스의 질도 2000년대 중반에 비해 무척이나 좋아졌다. 촘촘하게 깔린 AS망과 빠른 정비시간은 국산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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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서비스센터를 두 번이나 들렀다. 사실 필자는 기아차 서비스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약 9년 전, 기아 직영사업소에 뉴 오피러스를 입고했을 때 정비 직원에게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정비직원은 차의 고질적인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필자를 고압적인 태도로 대했다. 억울한 마음에 조목조목 사실을 따지는 필자에게 그는 소리까지 질렀다. 실랑이가 벌어지자 정비반장이 상황 파악에 나섰고, 결국 필자는 하자 인정을 받아냈다. 필자에게 사과하는 정비반장 옆에서 얼굴이 붉어지던 정비 직원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마 내가 나이 어린 젊은이라고 우습게보았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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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의 질도 나빴지만, 응접 공간 수준도 그에 못지않았다. 군데군데 찢어진 낡은 소파가 놓인 우중충한 대기실은 바닥에 엔진오일이 쏟아져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이후 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를 타며 수준 높은 서비스를 경험했고, 눈높이도 그에 맞게 길들여졌다. 수입차는 값이 비싸니 당연히 서비스 질이 좋아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뉴 오피러스의 값은 이후 구입했던 BMW 3시리즈보다 더 비쌌다(물론 수리비는 수입차가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이번에 기아차 서비스 센터를 들러보고 적잖이 놀랐다. 서비스 질이나 시설이 의외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용적이고 편리한 소비자 중심의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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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은 서비스 센터는 직장 근처의 오토큐였다. 방문 목적은 엔진오일 교환. 누적 주행거리가 3,000km를 조금 넘긴 수준이었지만, 필자는 새 엔진은 쇳가루를 빼기 위해 엔진오일을 조기 교환해야 한다는 다소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오토큐는 직영 사업소가 아니라 개인 사업장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서비스 센터’다. 필자는 예약 없이 평일에 이곳을 방문했고 대기차가 없어서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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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에서 지정하는 순정 오일은 5W-20의 저점도 DPF용 오일로 로얄 더치 쉘이 모비스에 납품하는 제품이다. 지정 오일만 갖추고 있는 직영 사업소와는 달리, 오토큐는 여러 메이커의 오일과 첨가제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는 제조사 제품 신뢰도를 저해할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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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부터 기본 점검, 그리고 오일 교환 등의 모든 서비스는 정확히 25분 만에 끝났다. 항상 대기차로 넘쳐나는 수입차 서비스 센터에서 주차를 하고 접수를 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결제는 레드 멤버스 포인트로 지불했다. 기아차는 그간 새 차에 지급해오던 엔진오일 교환/정기점검 쿠폰을 몇 년 전 부터 레드 멤버스 포인트 지급으로 대신하고 있다. 쏘렌토는 구입시 1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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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에 7,800원인 엔진오일을 총 7L 구입했고, 필터와 공임을 포함하니 총 9만9,000원이 나왔다. 결국 포인트로는 엔진오일을 한 번밖에 교환할 수 없는 셈이다. 야박한 포인트도 포인트이지만, 예전보다 엔진오일 교체비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물론 엔진오일의 질과 서비스 수준이 좋아졌기에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모든 직원은 친절했고 고객 응접 공간도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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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문 이유는 그 다음 주에 의도치 않게 생겼다. 강원도 산 정상에 있는 어느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에 도어가 반대로 꺾이며 도어체커가 부러져 버렸다. 도어체커는 문이 단계적으로 열리도록 도와주고 개방각도를 제한하여 문짝이 설계 이상까지 열리지 않게 돕는 부품이다. 차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강제로 닫으려다 안쪽 철판까지 찍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보험사 견인차를 불렀는데 도어가 고정되지 않으면 견인할 수 없다며 되돌아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왼손으로 문을 잡고 운전해 견인차 기사가 안내한 속초 시내의 오토큐에 차를 입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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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큐 직원은 이곳에선 돌풍으로 인해 이런 일이 잦다며 방금 전 테일게이트가 반대로 꺾여 파손되어 들어온 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또한 견인차 기사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다며 견인을 할 수 없었던 점을 이해해 달라며 대신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도어체커는 자주 소비되는 부품이 아니어서 속초에선 고치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부품 교환은 서울에서 하기로 하고, 임시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부러진 도어체커를 안쪽으로 밀어 넣고 힌지를 망치로 두드려 틀어진 문짝을 교정했다. 다음날 서울에 돌아와 직장 근처 또 다른 오토큐에 부품을 주문한 뒤 이튿날 방문해 수리를 마쳤다. 그곳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부품이 아니라고 했지만, 다행히 바로 다음날 부속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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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비용은 속초에서 공임 1만원과 서울에서의 수리비 4만원을 더해 총 5만원이 들었다. 수입차는 간단한 정비도 최소 나흘 전에는 예약해야 하고 부품 수급으로 최소 한 번 이상은 헛걸음하는 일이 많다. 게다가 개인 수입차 정비 업체는 서비스의 질과 가격의 편차가 크고 수리보증도 해주지 않는다. 오토큐처럼 원하는 시간에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보장하는 협력 수리업체를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것은 국산차의 크나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글, 사진
이인주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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