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일상에서 즐기는 144마력,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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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X-S1000은 직렬 4기통 엔진을 실은 명실공히 스포츠 바이크다. 심장은 트랙용 슈퍼스포츠 GSX-R1000과 같다. 파워는 144마력으로 GSX-R보다 낮긴 하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파워는 그대로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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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룸은 실린더 4개로 넓고 풍성하다. 검은색 무거운 느낌의 메인 프레임은 흡사 공룡 뼈대와 같이 육중하다. 실제로는 알루미늄 프레임과 스윙암의 조합으로 무척 경량화되어 있다. 하지만 존재감이 큰 건 사실이다. 짧은 테일카울 덕분에 180mm 폭의 타이어는 분위기만으로도 압도된다. 시동을 켜면 묵직한 저음의 엔진음이 귓가를 가득 메운다. 엔진을 돌려보면 맹수같이 포효하는 소리에 주눅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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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X-S1000의 강점은 그런 중압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선상에 있다. 막상 시트에 앉으면 일단 발이 노면에 잘 닿는다. 키가 170cm만 넘어도 아주 여유 있게 양발이 닿는다. 여기서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다. 아쉽게도 스포츠성이 높은 바이크치고 발 착지성이 이렇게 훌륭한 모델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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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을 넣고 클러치를 슬쩍 붙여보면 백이면 백 더 놀란다. 4기통 특유의 부드러운 토크가 스로틀링 필요없이 스르륵 가속할 만큼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그대로 스로틀을 조작하지 않고도 불편 없이 2단, 3단 넣으며 전진할 수도 있다. 스로틀은 슬쩍 당기면 부드럽게, 강하게 쥐고 흔들면 다소 폭력적으로 바뀐다. 양면성이 이 모델의 진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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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이크를 출퇴근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큰 기쁨이다. 리터급 바이크를 아무 거리낌없이 도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부터 놀랍다. 그만큼 낮은 속도에서 다루기가 간편하다. 언뜻 엔진 폭이 넓어 이 비대한 몸을 저속에서 어떻게 컨트롤하나 싶겠지만, 핸들링이 무척 가볍고 언제든 발을 노면에 내릴 수 있다는 안심감이 더해지면 부담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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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가 얼마나 부드럽고 두텁냐하면 5단, 심지어는 톱 기어인 6단으로도 시내에서 슬슬 교통흐름에 맞춰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다. 출퇴근으로 4기통 리터급 스포츠 바이크를 즐긴다니, 옛날 같으면 꿈같은 일이다. 거칠고 둔탁하고 사나운 바이크가 주목받던 시절과는 또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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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스로틀은 내 맘대로다. 스로틀을 확 감아 제끼면 숨긴 본능을 발휘한다. 야수같이 가속하면서 비로소 '리터급 바이크였지'라며 시트에 오르기 전의 압도감이 또렷해진다. 브레이크 성능도 과도하게 민감한 타입이 아니라 시내에서는 오히려 늘 타던 바이크같이 편안하게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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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슬슬 뒷동산에 올라 라이딩을 즐기기도 참 좋다. 급한 코너가 연속된 코스일수록 오히려 재미있다. 덩치에 비해 몸놀림이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다. 시야는 넓고 컨트롤하기 좋은 두터운 알루미늄 팻 바가 듬직하게 느껴진다. 달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계를 시험하고 싶을 정도로 움직임에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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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네 도로에서 즐기기에는 트랙션 컨트롤 기능도 위안이 된다. 가장 강력한 3단계에 맞춰도 출력에는 영향이 없다. 단지 라이더가 실력보다 조금 오버하거나 안 좋은 노면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스로틀을 감았을 때 훈계하는 교감선생님처럼 일찍 호통 칠 뿐이다. 2단계, 1단계로 숫자가 줄어들수록 제어에서 자유로워지지만, 이 바이크를 10개월 가깝게 타 본 사람으로써 말하자면 굳이 안전장치를 풀어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박사님들이 어련히 고민해서 만들어 놓은 장치를 굳이 끌 이유도 모르겠다. 적어도 동네 라이딩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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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4기통 엔진으로 고회전 고출력을 자랑하다보니 시내에서 정체되는 구간에 끼어들면 엔진 열이 보통이 아니다. 그나마 GSX-R같은 풀 카울링 바이크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덥긴 하다. 여름이 되고 장마철 습기가 더해지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자칫하면 쿨링 팬이 돌고 무심한 붉은색 신호를 처연히 바라보게 된다. 나란히 선 스쿠터 입장에서 보면 '웬 사서 고생'일지 모르지만 글쎄, 녹색 신호가 켜지면 이 바이크는 다시 144마력 스포츠 머신이 되는데 비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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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지 않은 출퇴근용 리터급 바이크, 그리고 살랑살랑 나들이 갈 때조차 조종하는 기쁨을 주는 바이크. 이런 것들이 GSX-S1000의 친근함을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선택에 있어서 이유는 있다.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퍼스트 머신으로 대형 바이크를, 세컨드 머신으로는 반드시 출퇴근용 스쿠터를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반론할 생각은 없다. 기자 역시 세컨드 스쿠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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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GSX-S1000을 타면서부터 스쿠터를 탈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바이크 한 대로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과 레저의 커버리지를 크게 감싸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단기통 125cc의 고연비를 논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GSX-S1000을 한 번 타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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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페어링을 덮은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 GSX-S1000F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지만 이제껏 이야기한 가벼움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탁 트인 시야로 인한 개방감도 다르다. 이 정도의 홀가분함이라면, 옛날 순박하게 생긴 빅 네이키드 바이크가 갖던 자유로움을 슬쩍 추억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바이크를 직접 접하고, 일상속의 라이딩을 좀 더 진심으로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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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기자 jin@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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