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소형 SUV라 불러다오 : 시트로엥 DS4 크로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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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바꾼 신형 DS4 크로스백은 일반 DS4보다 높이가 30mm 높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예전 DS4는 SUV 성격을 가미한 크로스오버였지만 형태와 성격이 조금 애매했다. 그러나 DS4 크로스백은 요즘 핫한 소형 SUV의 느낌이 확 살아난다. 30mm의 마법이 제대로 통했다.
한때 두 장르의 장점을 모은 크로스오버 모델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때가 있었다. 승용차에서는 주로 세단(혹은 해치백)과 SUV를 접목한 크로스오버들이 많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주장하는 게 있었으니, SUV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생김새와 실내 구성에서 SUV의 특성을 가미했지만 한사코 ‘크로스오버’를 강조하며 SUV이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SUV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애매한 성격의 크로스오버들은 오히려 SUV 시장에 편승되고자 하는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소형 클래스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콤팩트 SUV가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차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트로엥, 아니 이젠 DS 브랜드의 개성적인 소형 크로스오버인 DS4가 신형으로 거듭났다. 2010년 말 베일을 벗은 DS4는 2011년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크로스오버 모델. DS3가 시트로엥 C3의 3도어 버전이듯이 DS4는 애초 C4의 3도어 버전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시트로엥은 DS4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쿠페의 실루엣과 지상고를 살짝 높인 크로스오버 성격을 가미한 것. 그러면서도 뒤쪽에 스타일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별도의 도어를 더해 5도어가 되었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나름의 실용성을 챙긴 DS4는 곧바로 유럽의 많은 디자인 관련 상들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30mm 높이 차이가 만들어낸 변화
DS4가 국내에 들어온 건 2012년 7월의 일로, 시트로엥 브랜드로는 몇 개월 앞서 처음 데뷔한 DS3에 이은 두 번째 모델이었다. 2013년 초에는 DS5가 투입되었고, 같은 해 11월에는 DS4 2.0이 라인업에 더해졌다. 이후 시트로엥은 글로벌 시장에서 DS를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리 독립시켰고, 한국에서도 올해 얼굴이 바뀐 DS5와 DS3를 DS 브랜드로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6월 중순 DS4 역시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페이스리프트한 신형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DS4에는 이름이 하나 더 붙는다. 크로스백(Crossback)이 그것이다. 시트로엥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페이스리프트된 DS4를 선보이면서 두 가지 버전을 내놓았다. 하나는 이전과 같은 일반 DS4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고를 30mm 높여 조금 더 아웃도어 분위기를 낸 크로스백이다. 국내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DS4는 이참에 DS4 크로스백 한 가지로만 수입되며, 엔진 라인업도 1.6L 디젤로 통일했다. 30mm의 작은 변화이지만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다소 애매하게 보였던 DS4가 이젠 확실히 뜨고 있는 소형 SUV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DS4는 DS5와 함께 DS 라인업에서 매우 독특한 성격을 지닌 차다. DS3는 3도어 해치백의 전형을 따르지만 DS4와 DS5는 마땅히 경쟁차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개성적이다. DS4의 크기는 유럽 기준으로 C세그먼트에 속한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현대 아반떼나 i30 등이 속한 준중형 모델. 그런데 평범함을 거부한 시트로엥은 DS4를 전형적인 3도어 해치백 대신 3도어처럼 보이는 5도어에 SUV 성격을 가미했다. 요즘 모든 차들이 그렇듯 DS4 역시 쿠페 실루엣을 접목했는데, 실제로 보면 쿠페보다는 오히려 해치백이 연상됐다. 그러나 지상고를 조금 높이면서 이젠 제법 소형 SUV 같은 차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신형 DS4는 DS5, DS3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눈매가 좀 더 선명해지고 그릴도 최신 DS 모델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구형의 마스크도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의 업그레이드도 꽤 근사하다. 구형보다 강한 눈매와 그릴이 둥그스레한 보디와 썩 잘 어울린다. 이는 DS5도 마찬가지로, 마치 원래부터 디자인한 것 마냥 자연스러우면서도 DS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약간 어색해 보이는 DS3는 별개로 두자). 새로운 얼굴과 30mm 높인 키, 지붕에 덧댄 루프랙 외에는 구형과 큰 차이가 없다. 크로스백의 이름을 달면서 검정색으로 도색한 휠과 사이드미러 커버, 뒤쪽의 검정색 CROSSBACK 배지 외에는 플라스틱 가드를 덧댄다든지 하는 과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그들도 매끈한 차에 덕지덕지 뭔가를 덧대고 싶지는 않았을 듯. SUV적인 느낌이 좀 더 강해졌지만 스타일은 여전히 독특하고 미려하다.
반면 실내 분위기는 겉모습만큼 독특하진 않다. C4 피카소만 못하지만 앞좌석의 개방감은 좋은 편. 햇빛가리개를 위쪽으로 밀어 앞 유리창의 면적을 넓힐 수 있고 별도의 선루프는 없다. 시트의 앞뒤 슬라이딩과 등받이 기울기를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점이 다소 번거롭긴 해도 앞좌석엔 열선에 안마 기능까지 넣어놓았다. 등받이 기울기를 조절하는 다이얼식 레버는 같은 유럽산 소형 SUV인 르노삼성 QM3만큼 작동하는 데 불편하진 않다.
뒷문은 도어 손잡이를 D필러 부근에 숨기는 등 말끔한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에 약점이 있으니 바로 유리창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보면 넓은 유리창이 작은 도어 아래로 내려갈 공간이 없다. 하마터면 3도어일 뻔한 차에 뒷문을 달아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이젠 창문이 내려가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한다. 유리창을 내리기 위해서는 유리창 면적을 줄이거나 창문에 파티션을 넣어야 했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 같이 깔끔한 스타일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창문이 안 내려가는 것보다는 뒤 도어가 열리는 면적이 넓지 않아 타고 내릴 때 엉덩이 쪽이 슬쩍 걸리고 도어 끝이 뾰족해 찔릴까봐 드는 심리적인 위축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타고 난 뒤에는 뒷좌석 헤드룸이나 레그룸 모두 넉넉하다. 이 급에서는 흔치 않은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도 마련해놓았다.
이제야 퍼즐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
신형 DS4 크로스백은 요즘 푸조와 시트로엥처럼 싱글 클러치(푸조의 MCP, 시트로엥의 ETG) 변속기를 쓰지 않고 EAT6라는 당당한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유행처럼 듀얼 클러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싱글 클러치에서 다시 일반적인 AT로 돌아오는 건 시대를 역행처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MCP, 아니 ETA를 몰아본 이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 오토매틱이지만 반응이 매끄럽고 빠릿빠릿해 듀얼 클러치가 부럽지 않다. 학습 효과도 뛰어나 페달을 조금만 깊숙이 밟아대면 금방 회전수를 높이며 스포티한 주행에 대비한다. AT의 기본에도 충실해 2단 출발이 가능한 윈터 모드와 스포츠 모드까지 갖춰놓았다. 요즘에는 의외로 이들 기능을 생략한 AT들이 많기에 반갑다.
1.6L 디젤 엔진은 아이들링 때나 가속할 때 들리는 소음과 진동이 독일제 프리미엄 디젤의 그것 이상으로 조용하고 부드럽다(사실 독일차가 좀 시끄러운 편). 저회전에서 나오는 풍성한 토크 덕에 별달리 힘 부족을 느낄 수 없다. 액셀 페달을 꾹 밟아 한계치까지 출력을 뽑아 쓰면 금방 120마력과 1.6L의 밑천이 드러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오히려 박력 있는 느낌마저 든다. 차고가 30mm 높아진 것은 운전할 때에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제법 SUV스러운 자세와 시야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몸놀림은 크로스오버를 지향한 일반 DS4와 다를 바 없다.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이 좀 무거운 편이지만 속도를 올리면 이는 안정감의 밑천이 된다. 서스펜션은 여느 시트로엥처럼 탄탄하고 코너링 성능도 납작한 승용 해치백 수준을 뛰어넘는다. 키가 커졌음에도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변함이 없다. 30mm의 변화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아 보인다.
사실 DS4는 자세히 뜯어보면 단점이 많은 차다. 낮은 인지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내 마감재의 품질은 프리미엄 DS 브랜드의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보다 대중차인 시트로엥이라면 문제 삼지 않을 부분도 ‘프리미엄’이라는 잣대 아래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수도 있다. 조잡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스위치를 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DS4는 이 같은 단점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만큼 진한 매력도 지니고 있다. 3,000만원대 후반의 값은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해치백 같은 느낌을 줄 때보단 지금처럼 소형 SUV스러울 때 사람들이 지갑을 더 쉽게 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수많은 소형 SUV 속에서도 DS4 크로스백은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DS4가 크로스백을 통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반갑다. 퍼즐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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