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서킷용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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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가 서킷용 레이스카로 진화했다. 우선 순정 스파크의 제원부터 살펴보자. 999cc 가솔린엔진을 품고 최고출력 74마력, 최대토크 9.7kg·m를 낸다. 10.0kg·m도 안 되는 최대토크로 서킷에서 레이스라니. 상상이 되는가? 하지만 상상은 현실이 됐다. 최근 열린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 1전을, 기대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훌륭하게 치러낸 것이다.

100미터 전방에 스파크 레이스카가 등장했다. 디자인은 눈에 익은 그대로다. 작고 야무지게 생긴 해치백의 커다란 그릴 앞에 십자군 원정대 같은 노란 엠블럼을 품은 국민경차다. 하지만 레이스카 특유의 화려한 데칼로 치장한 덕에 전방 1킬로미터 밖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비범한 녀석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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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고추는 엄연히 FIA가 인정한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는 레이스카다. 기존에도 1천cc 이하 클래스의 경차를 대상으로 한 대회는 있었다. 모델 구분 없이 배기량만 맞으면 어떤 모델이든 참가가 가능한 ‘잡탕’ 클래스였다. 배기량은 비슷해도 모델마다 섀시와 파워트레인이 제각각이라 드라이버의 기량만으로 진검승부를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박진감이 떨어져 보는 재미도 덜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올 시즌부터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가 열렸다. 이 클래스는 수퍼레이스가 주관하고 금호타이어가 후원하는 아마추어 레이스 엑스타 수퍼챌린지 클래스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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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데칼과 낮은 차체, 애프터마켓용 튜닝휠로 무장한 스파크 레이스카는 겉모습이 상당히 매콤하다. 경기에 참가하는 만큼 안전기준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앞범퍼에 견인고리를 달고 추돌 시 파편조각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검정 스티커로 엑스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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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볼스터가 산처럼 높이 치솟은 버킷시트를 등산하듯 타고 넘어 운전석에 올랐다. 레이스카의 토대는 현재 판매 중인 더 넥스트 스파크 최하위 모델인 수동 트림. 간만에 마주하는 5단 수동변속기 기어노브가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보조석은 양산형 모델 그대로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때에는 우리집 차로도 탈 수 있는 실용적인 배려인가 싶다. 하지만 뒷좌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스카의 기본조건은 경량화. 뒷시트를 덜어내고 전복 시 안전을 위해 롤케이지를 이식했다. 한 마디로 서킷용 2인승 레이스카인 셈이다.

몸을 옥죄어 오는 버킷시트에 앉는 것만으로도 레이스카를 타는 맛이 났다. 제법 굵고 카랑카랑한 배기사운드가 주변을 감싼다. 엔드 머플러만 바꿔 달아 배기음을 조율한 감성튜닝이다. 기어노브를 1단에 두고 가속페달에 무게를 실었다. 순정 파워트레인인 덕분에 모는 게 피곤하거나 불편함은 없다. 가속페달을 즈려밟으며 속도를 높일수록 배기음은 더 커지고 카랑카랑해져 실제보다 더 잘 달리는 듯 박진감이 넘친다. 마음 달뜨는 감성튜닝이 레이스카에서 빠지면 당연히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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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체에 900킬로그램이 조금 넘는 비교적 가벼운 무게지만 1.0리터 배기량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차는 스파크 레이스카 아닌가?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십분 살려 제법 높은 엔진회전수를 활용하니 작은 차체는 제법 알싸하게 속도를 냈다. 로워링 스프링으로 무게중심을 낮추고 하체를 단단히 조인 덕에 모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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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기가 귀해진 탓에 오랫동안 시도할 수 없었던 힐앤토를 구사했다. 고속화도로 진입램프의 굽이진 도로에 들어서서 5단에서 3단으로 변속하며 브레이킹과 동시에 가속페달을 툭 밟아 레브매치를 시도했다. 수동변속기가 귀해진 탓에 얼마 만에 구사해보는 힐앤토인가! 한두 번 버벅거렸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머리가 아닌 몸의 기억이고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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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타고 내리기 힘들고 불편하지만 앉기만 하면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다부지게 지탱해주는 버킷시트 위에서 완벽히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벼운 차체에서 뒷시트까지 덜어내 체중을 줄인 스파크 레이스카. 파워트레인은 비루한 경차지만 버킷시트 위에서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 페달 조작으로 차와 물아일체 돼 즐기는 레이스의 맛은 어지간한 수퍼카 그 이상이다. 레드존까지 엔진을 돌려대도 부담스럽지 않은 출력을 재료 삼아 맛깔스런 음식을 요리하듯 차를 컨트롤하는 재미는 스파크 레이스카라서 가능하리라.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호시탐탐 빈틈을 노릴 만큼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 김동하 드라이버

“한 자리 순위 기대해주세요”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드라이버다. 차에 대한 열정에 비하면 운전실력은 미약하다고 하지만, 그의 겸손한 레이스가 순위를 뒤집는다.

레이스는 어땠나?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가?

제1전에서 11위를 기록했다.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 상설코스를 기준으로 랩타임은 1분 50초대. 경기 중 가벼운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일단 무사히 완주했고, 기록도 나쁘지 않으니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스파크인가?

원래 벽제갈비 레이싱팀에서 토요타 86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3전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솔직히 86 원메이크 레이스는 나에게 벅찼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스파크 클래스. 쉐보레 스파크는 가벼운데다가 앞바퀴굴림이기 때문에 무척 다루기 쉽다. 그런데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오히려 박진감 넘친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누구나 챔피언을 노릴 수 있다.

목표가 궁금하다.

사실 토요타 86 원메이크 레이스에 참가할 때, 목표는 탈꼴찌였다. 그쪽은 레이스카도 빠른데다가 워낙 쟁쟁한 드라이버가 많아서 순위권 밖 나 홀로 레이스도 많았다. 하지만 스파크 클래스는 다르다. 여기서 목표는 한 자릿수 순위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1전에서 11위를 기록했으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기대해달라.

▲ 박현식 대표

“레이스를 그저 즐기면 됩니다!”

왜 모터스포츠는 그들만의 리그일까? 그가 상상하는 레이스는 누구나 쉽게 타고 즐기는 아마추어 경쟁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엑스타 수퍼챌린지의 스프린트 경기. 그 중에서도 스파크 클래스다.

정말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가?

단언컨대 아니다. 엑스타 수퍼챌린지 스파크 클래스는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다. 드라이버는 오직 스파크만 구입하면 된다. 나머지 레이스에 필요한 튜닝과 타이어는 모두 후원사에서 부담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회상금도 괜찮다. 1등 상금은 200만 원. 시즌 챔피언은 1천만 원이다. 어떤가?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그런데 왜 경차인가?

실력 높은 드라이버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에서 치러지는 원메이크 레이스가 제격이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경차를 선택했다. 경차는 초라한 출력에 차체도 약하지만, 수리비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선수들이 조금 더 과감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베스트 랩타임은 모두 결승전 때 나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마추어 레이서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고, 튜너는 기술 축적과 탄탄한 서포터가 된다. 이 모두가 튜닝시장의 저변 확대와 레이싱문화의 대중화를 위함이다. 스파크 클래스 역시 계속된다. 다만 출력을 올린 튜닝버전 스파크 클래스를 기획 중이다.

▲ 이상구 미캐닉

“작은 고추가 매운 법입니다”

‘경차’ 하면 그저 저렴하기 때문에 막 타는 차로 생각하기 십상.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고 안전한 경차를 만든다. 스파크 클래스에 등장한 총 29대의 스파크 모두 우리 손으로 완성했다.

일반 스파크와 뭐가 다른가?

먼저 탄탄한 주행성능을 위한 HSD 로워링 스프링, 15인치 휠과 금호 엑스타 4X 타이어로 무장했다. 아쉽게도 출력을 위한 튜닝은 하지 않는다. 야무진 배기사운드를 연주하는 엔드 머플러가 전부다. 다음은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부분. 메간 레이싱의 버킷시트와 6점식 안전벨트, 견인 고리와 더불어 롤케이지와 소화기를 달았다.

정말 걱정스러워 하는 말인데, 스파크 괜찮을까?

경차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쉐보레 스파크는 다른 경차에 비하면 차체 강성이 뛰어나다. 비록 74마력짜리 엔진은 달리는 내내 혹사당할 테지만, 910킬로그램의 가벼운 몸무게로 경쾌하게 달린다. 물론 스포츠카 성능을 기대하지 말자. 그래 봐야 경차다.

욕심을 내본다면?

현재는 안전을 위한 튜닝을 제외하면 순정상태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출력과 주행성능에 욕심 내본다면, 우선 일체형 서스펜션으로 하체를 다지고, 성능을 위한 ECU 맵핑과 흡기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 더 빨라진 엔진반응과 허용 rpm 변화는 서킷 위에서 차이를 만들게 분명하다.

[본 기사는 car 매거진에서 GEARBAX와의 제휴로 제공한 기사입니다.]

이병진 기자
제공
all about gear 기어박스 (www.gearba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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