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는 이제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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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 중형차시장의 최대화두는 단연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의 등장이다. 쏘나타가 지난 반세기 동안 군림해온 시장이다. 몇 번의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지만, 어째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SM6의 등장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르노 탈리스만의 한국버전 SM6는 출시 전부터 분위기를 이끌더니 발표와 함께 소비자들의 화끈한 환대를 받았다. 이는 사전계약으로 증명됐다. 영업일 기준 17일 동안 1만 대가 넘는 계약건수를 올리며 쏘나타를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갔다. 그리고 마지막 펀치는 쉐보레 말리부가 날렸다.
▲ 듀얼 포트 그릴을 가려버린 번호판이 얄밉다
국내에는 8세대 말리부가 소개되면서 쏘나타 대항마로 등장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하지만, 9세대 말리부에 소비자들은 또 한번 열광했다. 사전계약? SM6보다 빠르게 1만 대를 넘겼다. 이대로라면 중형차 1위도 시간문제다. 사실 내 마음도 그랬다. SM6로 차를 바꿀까 고민하면서 말리부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 르노삼성 매장에서 계약서를 쓸지, 건너마을 쉐보레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여기에, 지금까지 현대차를 타고 있었으니 외도 한번 심하게 해보자는 남자만의 일탈정신도 한 몫 거든다.
▲ 출력이 아쉽지만 7단 DCT와의 궁합은 좋다
▲ 엔진커버를 좀더 키워 다 가려주면 좋겠다
SM6는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2.0리터 가솔린엔진을 시작으로 디젤엔진까지 준비된다. LPG 모델도 있지만, 일반인은 구입 불가. 개인적으로는 2.0리터 가솔린엔진을 점 찍어 두고 있던 터. 말리부 라인업에는 자연흡기엔진이 없다. 1.5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만 고를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시승차는 2.0리터 터보엔진. 실제 사전계약도 2.0리터 터보엔진 비율이 더 높다.
▲ SM6의 데이타임 라이트는 존재감을 뽐낸다
SM6는 외관 디자인이 참 멋있다. 르노의사다리꼴로고대신르노삼성의 ‘태풍의 눈’ 형상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멋지다. ‘ㄷ’ 자형 데이타임 라이트는 헤드램프 상단 중간부터 시작되면서 범퍼라인까지 이어진다. 멀리서도 확연히 존재감을 뽐낸다.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시각적으로 넓고, 낮은 느낌을 주기에 스포티하면서도 안정적이다.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머플러. 전기차도 아닌 데 왜 그렇게 꽁꽁 숨겨놨을까?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은 매립형 머플러 팁을 달아 나름 고성능을 암시한다. 굳이 두 가지 범퍼를 만든 이유가 뭘까? 같이 써도 될 듯한데. 은근히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돋보이게 하려고?
말리부는 점잖은 이미지다. 듀얼 포트 그릴이 말리부 외관의 핵심이지만, 번호판에 크게 가려졌다. 아쉽다. 하지만 헤드램프와의 조화는 괜찮은 편. 헤드램프에는 블랙베젤이 들어가 점잖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낸다. 데이타임 라이트는 SM6와 마찬가지로 ‘ㄷ’자를 형상화했지만,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아래쪽을 크롬으로 마무리했다. 뒷모습은 SM6와는 전혀 다른 느낌. 테일램프가 간결하기는 하지만 덩치에 비해 좀 작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SM6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머플러가 당당하게 양쪽에서 쭉 뻗어 나와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멋있지.
▲ 어릴 적 누네띠네를 참 좋아했다
인테리어는 외부 디자인과 맥락을 같이 한다. SM6는 중앙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세로로 설계하고, 그 안에 대부분의 기능을 모두 담았다. IT쪽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쓰기 편한 기기로 다가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복잡한’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겠다. 모니터를 세로로 집어넣는 브랜드는 테슬라와 볼보다. 르노삼성의 경우 SM6를 시작으로 QM6까지 세로 형태의 모니터를 집어 넣는다.
가장 큰 장점은 내비게이션. 전방 도로상황을 쉽게 멀리 볼 수 있다. SM6의 자랑인 멀티센스를 비롯해 실내공조기 컨트롤, 멀티미디어, 마사지 시트, 사용자 프로필, 엠비언트 라이트 컨트롤 등 제법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시승 내내 만지고 누르지만 완벽하게 마스터하기가 어려웠을 정도. 익숙해 지려면 시간 깨나 걸리겠다.
멀티센스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퍼스널, 뉴트럴 등 다섯 가지 모드를 담고 있다. 각각의 모드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포츠세단이 아니기에 기교를 부리는 수준. 엠비언트 라이트 색상이 바뀌고, 계기반 스타일이 약간 변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사운드가 변하긴 하지만, “엥?” 소리가 입에서 나올 정도. 듣기 좋게 변하는 것도 아니니 큰 기대는 말자.
SM6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고르라면 ‘시트’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나파 가죽시트는 고급스럽고, 헤드레스트는 날개를 펼친 듯 못생긴 내 머리까지 포근하게 감싼다. 도어트림 등에도 가죽을 덧대 한결 고급스럽다. 물론 때는 잘 탈 것 같다.
▲ 찜질방 유니폼과 같은 색상. 나라면 블랙 인테리어
말리부의 컨셉트는 심플. 크게 내세울 건 없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보통의 디스플레이 모니터지만, 애플 카 플레이를 받아 들였다. 쉐보레의 경우 경차 스파크에도 만나볼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 사용자라면 매우 반길만한 점이다.
시트는 평범했지만, 포근하게 아담한 내 엉덩이를 받쳐줬다. 계기반은 기교 따위 부리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열 공간은 휠 베이스가 긴 말리부가 조금 더 넓어 보인다. 물론 차도 더 길다. 아이가 크다면 가산점을 얻을 수 있겠다.
달리기성능은 2.0리터 터보엔진인 말리부가 우세할 거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시승 목적이 아닌 내가 정말 구매할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마력과 토크의 힘으로 잘 달리는 건 내 위시리스트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SM6는 150마력의 최고출력에 7단 듀얼클러치를 사용한다. 타이어는 245/40 R19. 말리부도 같은 타이어 사이즈다. SM6는 소음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아이들링 상태뿐만 아니라 주행 중에도 제법 엔진소음이 크게 올라온다. 듀얼클러치를 갖추고 있지만, 흔히 알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 듀얼클러치라 함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톱니를 바꿔 물며 가속을 이어나가지만, SM6는 퍼포먼스보다는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래서 저속에서도 울컥거리는 듀얼클러치 고유의 이질감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빠른 기어변속도 좋지만, 매끄러운 SM6의 설정이 더욱 좋다.
그리고 말도 많았던 AM링크. 르노 탈리스만과 르노삼성 SM6의 큰 차이점은 토션 빔과 AM링크. 평상시 운전스타일이라면 토션 빔이든 AM링크든 아무 상관 없다. 과속하는 일은 괄약근에 힘이 없는 문제로 아주 가끔 할 뿐이고, 코너는 커피나 물이 한 방울도 튀지 않게 살살 돌아나가는 스타일이다. AM링크 때문에 SM6를 거부한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아무 문제 없다. 오히려 똑같은 코너에서 똑같은 속도로 돌아나가도 타이어에서 비명을 먼저 내지르는 건 말리부였다.
하지만 연속되는 굽이를 달리다 보면, SM6가 불안해 보인다. 말리부는 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이지만, 굽이에서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부드럽게 코너를 대한다. 비록 타이어에서 소리를 먼저 내질렀지만, 움직임은 말리부가 더 좋게 느껴졌다.
말리부는 국내에 6단 자동변속기를 올려 출시했다. 참 말이 많았다. 미국에서는 8단 자동변속기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것도 ‘보령 미션’이라 불리는 그 변속기다. 현재는 젠III까지 오면서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한다. 국내 도로사정에는 잦은 변속보다는 6단 자동변속기가 어울릴 거라는 쉐보레의 판단이다. 문제는 6단이냐, 8단이냐가 아니다. 기어레버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고 있는 수동 모드 버튼이다. +,- 문구의 벗겨짐 현상은 10년이 지나도 안 나타나겠다.
사람은 이래서 간사한가 보다. 달리는 데에 별 관심 없지만, 막상 잘 달리는 차에 오르면 좋으니 말이다. 253마력의 최고출력은 시원스럽게 뻗어나가고, 조용하기까지 하다. 말리부를 타고 SM6에 오르니 답답함이 느껴진다. 무려 100마력 이상의 차이가 크긴 큰가 보다. 다만, 말리부의 경우 스포츠 모드 같은 건 없다. 굳이 많이 쓰지도 않을 거 가격만 올리느니 없는 게 나은가 보다.
쉽게 결정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던 말리부와 SM6. 오히려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과속을 하지는 않지만, 제한속도까지 시원스럽게 뻗어가는 말리부에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누르는 재미와 중형차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내 기교, HUD까지 품은 SM6는 연령대가 조금 낮은 이들에게 어울릴 것 같다. 반면, 말리부는 전통적인 세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9세대에 이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미국의 대표 세단 아닌가?
말리부로 마음이 조금 기운다. 어쩌면, 기다림을 정당화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얻으려 하지 말고, 한두 푼 하는 장난감도 아니니 꼭 시승을 통해 느껴보길 권한다. 그래야 후회없다.
[본 기사는 car 매거진에서 GEARBAX와의 제휴로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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