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BMW 3 시리즈, 즐거운 윈터 드라이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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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급작스럽게 내린 눈으로 미끄럽게 변한 길을 주행하는 것은 숙련된 운전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전문적인 운전 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 운전자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다양한 자세 제어장치와 안전과 관련된 전자장비로 인해 눈길에서도 일정 이상의 안전성을 보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겨울에 대한 준비와 겨울에 알맞은 운전 기술을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몇 년 사이 윈터타이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겨울에만 윈터타이어를 장착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지닌 자동차라고 해도 지면과 맞닿아 있는 것은 종이 4장 면적의 타이어뿐이기 때문에 타이어의 중요성은 몇 번이나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구동방식의 차이로 인해 FR보다는 FF가, 그보다는 4륜구동이 겨울에 더 좋다고 인식되고 있지만, 그 역시 타이어가 받쳐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드라이빙 스킬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미끄러운 도로에서 자신이 직접 자동차를 조작해보면서 미끄러지는 느낌을 익히고 당황하지 않고 제어할 수 있도록 익숙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없는데다가 설령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동차를 그렇게 다루지 않지만, 환경과 상황 상관없이 마음껏 자동차를 미끄러트리고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전에 관심이 많은 운전자들을 환영하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겨울 동안 안전한 운전을 즐기기 위한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을 열었다. 준비된 자동차들은 BMW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3시리즈 세단. 총 2시간 동안 겨울의 자동차 미끄러짐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직접 드리프트와 슬라이드를 즐기다 보면, 겨울 운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 이수를 위해 준비된 자동차는 BMW 330i. 겨울 움직임을 익히기 위한 무대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눈이 잔뜩 깔렸다. 겨울 주행을 원활하게 돕기 위한 윈터타이어가 장착되어 있긴 하지만, 아스팔트 위에서처럼 원활하게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다양한 전자제어 장비가 적용되어 있어 매끄럽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돕지만, 전자제어 장비를 100% 의지할 수는 없다.
BMW 3 시리즈에는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한 자세 제어장치인 DSC가 적용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DSC가 켜진 상태로 주행하는데, 이 경우에는 윈터타이어만 적용되어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눈길에서도 출발이 가능하다. 정지거리 역시 일반적인 아스팔트보다는 늘어나지만,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수준. 그 다음은 DSC의 기능을 약간 제한하는 다이나믹 모드. 방금 전보다는 출발이 약간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출발할 수 있는 상태이다.
자세 제어장치가 없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DSC를 완전히 꺼 버리면 출발조차 힘들어진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운전자의 드라이빙 능력으로, 출발은 가속 페달을 살살 달래면서 부드럽게 진행하고 출발 후 바퀴의 미끄러짐을 느끼면서 가속 페달을 적절히 밟아야 한다. 주의할 것은 항상 스티어링을 붙잡고 차체의 직진성에 유의하는 것으로, 만약 차체가 좌우로 흔들릴 것 같으면 즉시 카운터 스티어를 통해 자세를 잡아나가야 한다. 차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빠르게 그리고 최소한으로 스티어링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의 윈터타이어는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윈터타이어가 적용된 3 시리즈 대신 일반 UHP타이어가 적용된 4 시리즈를 탑승하고 눈 위에 오르자 그 차이는 금새 확연히 드러났다. DSC가 있어도 출발하는 것조차 힘들고, 설령 출발했다 해도 금새 좌우로 흔들리는 차체에 자세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이 일반도로가 아닌 프로그램을 위한 인공 서킷이라는 것이고, 미끄러져도 사고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윈터타이어로도 힘들었던 짐카나 경기는 UHP타이어로 바뀌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고, 급기야 선두에 섰던 한 차량이 눈 속에 파묻히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걸로 끝났다. 또 다른 한 대는 눈길 위에서 멈추었다가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윈터타이어와 4륜구동으로 무장한 고성능 구난차량이 등장하고 난 후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자동차마다 견인고리가 적용되어 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보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운전을 잘하는 주인공의 경우 눈길에서도 드리프트를 이용해 고속으로 통과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만약 자신이 운전을 좀 할 줄 안다고 자부한다면, 그래서 눈길에서도 드리프트로 모든 코스를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다음 코스인 원선회 코스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곳에서는 자세 제어장치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세워져 있는 고깔을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 드리프트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한다. 아예 고깔을 중심으로 원선회를 하도록 만든 구간도 있다.
간격을 넉넉하게 두고 출발하는데다가 드리프트를 허용한다고 하니 모두들 첫 번째 고깔 진입 전까지는 호쾌하게 주행한다. 그러나 고깔을 드리프트로 통과하는 것 자체가 일반 운전자는 물론 어느 정도 숙련되었다고 여겨지는 운전자들에게도 어렵다. 앞바퀴가 잘 돌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급격하게 뒷바퀴가 바깥으로 흘러나가 버린다. 그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경험이 적다 보니 여기저기서 스핀하는 자동차들이 생긴다.
운전이 꽤 익숙해졌다고 자부했던 기자에게도 그냥 어려운 코스다. 뒷바퀴를 제어하기 위해 카운터 스티어를 써 봐도 잠시 뿐, 또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결국 좌우로 출렁거리던 차체는 그대로 스핀. 다시 자세를 잡고 원선회 구간에서 멋진 눈길 드리프트를 구사하려 했지만, 자세를 제어하지 못하고 여지없이 미끄러진다. 마음은 ‘후지와라 타쿠미’이지만 현실은 ‘타케우치 이츠키’ 수준이다. 저절로 눈길 앞에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나니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어느 정도는 눈길 주행 요령을 알게 되었다는 것과 아무리 전자장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윈터타이어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도 말이다. 이날 교육 중 눈길 위에서 윈터타이어와 UHP타이어의 차이를 극명하게 경험하면서 겨울에는 반드시 윈터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자동차에서 타이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의 이수 비용은 12만원. 언뜻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시간 동안 전문 인스트럭터의 집중 강의를 받을 수 있는데다가 자동차 사용비, 타이어와 연료 등의 소모비용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에는 잘 느낄 수 없는 ABS의 작동 감각, 앞 또는 뒤가 생각만큼 돌지 않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침착함을 기를 수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거칠게 몰아도 사고 위험이 없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겨울을 지배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들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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