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효율적인 야수, 뉴 푸조 308 G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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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사람들을 괴롭게 했던 한파도 어느 새 물러나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진다. 겨우내 도로를 점령하며 자동차들을 괴롭게 했던 염화칼슘도 어느새 내리는 봄비와 함께 씻겨가는 어느 날, 뉴 푸조 308 GT를 만났다. 약 2년 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름다우면서 전위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어 바뀐 곳이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곳이 또 바뀌어 있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바로 그 해치백이다.
308이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발표한 것은 작년 5월 즈음으로, 이번에 시승하는 308 GT 모델도 페이스리프트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독일 출신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을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지금, 308 GT는 ‘디젤 핫해치’ 영역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규정으로 인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쉽지만, 스티어링을 잡고 운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엔진과 연료는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지만, 푸조 역시 디젤 핫해치를 잘 만드는 회사들 중 하나다. 본래 푸조가 디젤 엔진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데다가 308의 조상인 306 시절부터 D 터보를 출시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최초의 디젤 핫해치’라는 기록을 세운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을 탑재해 고성능을 노리면서도 후처리 장치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대기 오염을 줄이고 있고, DPF의 작동 온도를 낮추고 SCR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곁들이고 있다.
만약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308 GT에 한 번이라도 탑승해 본다면, 디젤 엔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함부로 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푸조가 속해 있는 PSA 그룹은 RDE 방식으로 측정한 디젤 엔진 배출가스 기준을 시행 년도보다 3년 앞서 달성하는 위업을 보여주고 있다. 해치백 특유의 아름다움, 디젤 엔진의 성능과 경제성, 운전의 즐거움 그 모든 것이 녹아있는 자동차가 바로 308 GT인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로 인한 디자인의 변화는 앞모습에 집중되어 있다. 과거 보닛에 올라가 있던 사자 엠블럼은 이제 프론트 그릴로 위치를 옮겼고, 그 주변에는 작은 직사각형 크롬 장식을 촘촘히 배열해 고성능의 이미지를 새기고 있다. 헤드램프의 LED DRL은 더 촘촘하게 배열되었고, 프론트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는 이전보다 좀 더 과감한 형상으로 다듬어졌다. 안개등은 사각형으로 바뀌었고 부드럽게 흐르는 형태로 빛나는 방향지시등은 크롬으로 감싸였다.
측면과 후면의 변화는 없다. 308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한데, 프론트 펜더부터 시작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캐릭터라인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측면 디자인에 포인트를 준다. C 필러를 수직으로 처리해 2열에 넓은 창문 개방공간을 마련한 점도 실용적인 해치백으로써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돌출된 사이드스커트와 5 스포크 18인치 휠, 리어 디퓨저와 두 개의 사각형 머플러가 멋을 더한다.
푸조의 디자인 언어인 ‘아이콕핏’이 그대로 구현된 실내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름이 작아서 재빠르게 다루기 쉬운 스티어링 휠도,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회전계를 갖춘 계기반도, 물리버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터치만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하는 센터페시아의 화면도 그대로다. 다시 한 번 탑승해 보면서 독특한 회전계의 의미를 짐작하게 되었는데, 스티어링 림에 계기가 가려지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바늘 두 개가 하나로 모이는 듯한 감각으로 희열을 느끼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면 크기나 조작의 변화는 없지만, UI가 최신형으로 변경되고 반응이 기존 모델보다 훨씬 빨라졌다. 상위 모델이라서 그런지 ‘맵진 아어바이 티맵’ 네비게이션을 내장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테더링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경로 검색을 진행할 수 있어 유용하다. 적어도 내비게이션에 대해서는 조작의 불평은 나오지 않을 듯하고, 다른 프로그램과의 충돌도 없다.
시승차는 GT 모델이기 때문에 가죽과 알칸타라를 혼합한 시트를 적용하고 있다. 1열은 버킷 형태로 제작되어 다소 거친 코너에서도 상체를 잘 잡아준다. 등받이는 다이얼로 조절하는데, 각도를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만약 두 사람이 교대로 운전하는 가정이라면 조작에서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해치백의 특성 상 2열 헤드룸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레그룸에도 약간의 여유가 있다. 트렁크는 기본 470L이며 2열을 접으면 1,309L까지 확장된다.
308 GT는 본래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라인업을 모두 마련하고 있지만 규정문제로 인해 2.0L 디젤 엔진만 국내에 수입된다. 아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고출력이 180마력에 달하고 최대토크가 40.82kg-m으로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발진과 가속에서의 부족함은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경쾌하게 회전하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는 맛도 느낄 수 있다.
최대토크가 2,000rpm에서 발휘되기 때문에 도심에서도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라인업에 8단 자동변속기가 추가되었는데, 이 모델은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 6단 자동변속기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변속기이긴 하지만 기어가 토크를 받쳐줄 만큼 촘촘하게 되어 있으며 40km/h에서 2단, 75km/h에서 3단, 115km/h에서 4단으로 가속한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맞추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엔진 회전을 4,500rpm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시점에서의 엔진 회전음이 오른발을 또 다시 자극한다. 평상시에는 낮은 회전에서 변속이 진행되지만, 변속기 아래쪽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이 붉은색으로 물들고 좀 더 회전을 높게 잡아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시점에서 엔진음도 변하는데,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소리이긴 하지만 주행 감각을 고취시키는 데는 충분하다.
작은 차체이지만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계기반을 확인하지 않으면 속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EMP2 플랫폼은 범퍼 레일과 서스펜션 등 하체의 운동 성능을 책임지는 부분에 알루미늄을, 차체 바닥의 충격을 흡수하는 주요 부분에 핫 스템핑 공법을 적용한 강철을 사용했으며 하부에는 레이저 웰딩을 적용해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높이고 있는데, 고속은 물론 코너링에서도 그 안정적인 능력이 충분히 발휘된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토션빔 타입. 푸조는 본래 서스펜션에 있어 특기를 보이는 회사이고 WRC 등 다양한 레이스를 통해 코너링의 재미를 살리는 세팅을 갖추는 데 장기를 보이고 있다. 유연하면서도 코너에서 차체의 무게 그리고 관성을 잘 받아내는 서스펜션이 본래 장기이고 기존 308 GT에서도 이를 유지했었는데,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유연함보다는 단단함을 좀 더 강조하는 세팅으로 바뀌었다. 90년대 서스펜션이 단단했던 시절의 독일차에 80% 가량 다가간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도로 포장상태가 좋지 않으면 조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충격이 일정 이상 전해지면 이를 아주 약간만 감소시킨 채 탑승객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 모델이 GT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세팅이 맞을 것이다. 단단하게 조여진 하체로 인해 뉴트럴에 가까운 코너링을 구사할 수 있는데다가 끈질기게 앞바퀴가 코너를 물고갈 수 있도록 운전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허용하는 범위가 기존 모델보다 조금 적어졌지만, 그만큼 익숙해지면 코너를 더 빠르고 재미있게 공략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경제적인 연비다. 308 GT의 공인 복합연비는 13.3km/l 이지만 시승 중 고회전을 자주 이용하고 코너에 거칠게 진입했으며 고속 영역을 넘어 초고속 영역에 진입하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립 컴퓨터 상 15.3km/l를 기록했다. 푸조의 트립 컴퓨터는 실 연비와 0.1~0.2km/l 정도의 차이만을 보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잡아도 15km/l는 달성한다는 것이고, 고성능 디젤 핫해치로써 우수한 연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푸조도 라인업에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70km/h가 넘어가면 작동하며, 비가 오면서 안개가 낀 날씨에도 시인성이 우수해 신뢰감을 준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면 ACC도 추가될 것이다.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과 스마트빔 어시스트,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등 다양한 전자장비를 적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재빠르게 작동하는 주차 어시스트다. GT라인과 GT에만 적용되는 기능으로 주차 시 운전자는 페달과 기어만 조작하면 된다. 주차 공간을 상당히 잘 인식하는 것도 놀라운데, 스티어링을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회전시키는 모습이 그동안 답답함을 유발하던 주차 어시스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정도의 정밀도와 반응 속도라면 주차가 서툰 운전자라도 만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308 GT는 그렇게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능력을 보여줬다. 여전히 운전이 즐겁고 경쾌한 풋워크를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는 개선된 시스템과 편의장비들이 반기고 있다. 앞모습 말고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내실이 좀 더 잘 다져지고 더욱 정밀한 코너링이 가능해진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제는 사자의 엠블럼이, 과감한 형태의 프론트 그릴이 좀 더 잘 어울리는 차로 거듭난 것이다.
만약 경제적이면서도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동차가 필요하다면, 다소 거친 운전을 즐겨도 받아줄 수 있는 자동차가 필요하다면 308 GT는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떠나보내긴 했지만 아직도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사자가 새겨진 매력적인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이 눈에 아른거리는 밤이다.
주요제원 뉴 푸조 308 GT
크기
전장×전폭×전고 : 4,255×1,805×1,470mm
휠베이스 : 2,620mm
트래드 : 1,559/1,553mm
공차 중량 : 1,490kg
엔진
배기량 : 1,997cc 블루 HDi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
최고출력 : 180ps/3,750rpm
최대토크 : 40.82kgm/2,000rpm
연료탱크 용량 : 53리터
변속기
형식 : 6단 자동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토션빔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25/40R18
구동방식 : FWD
성능
0→100km/h 가속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 회전반경 : --
연비 : 13.3km/L(도심 12.6/ 고속 14.3)
이산화탄소 배출량 : 143g/km
적재 용량 : 470/1,309리터
시판가격
GT : 3,99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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