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토요타 아발론 시승기, 이상향을 그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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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을 때는 수많은 고민이 담긴다. 토요타가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형 세단을 제작했을 때 선택한 이름은 아발론. 아서 왕이 3명의 여성과 함께 떠났다고 하는 이상향으로 요정과 마법사들이 살고 있으며 농사를 짓지 않아도 과일과 곡식이 풍족해 먹거리 걱정이 없는 곳이다. 그 차에 탑승했을 때만큼은 그런 이상향이 부럽지 않은 편안함을 누릴 것을 기원하며 지었을 것이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 이름대로 아발론은 편안한 세단이다. 미국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얻었었고 국내에서도 토요타 코리아가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 수입한 모델들이 있었다. 취업이나 유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미국에서 아발론을 사용했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소유하기 시작하면 토요타 특유의 내구성으로 인해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자동차로 각광받았었던 적도 있었다. 일반적인 패밀리카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최적의 자동차였던 것이다.
1세대 모델이 등장한 지도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사람들의 이상향은 과거와는 달라졌고 자동차도 달라지고 있다. 급격히 변하는 시대 속에서 자동차는 과거처럼 일반적인 패밀리카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과거 토요타 아발론의 특징이었던 무색무취, 개성이 없지만 그렇다고 모난 곳도 없는 그러한 평범함은 이제 젊은이들의 자동차 선택 기준이 되지 못한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제 자동차에 혼을 넣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한 절박함을 담은 아발론의 변화는 4세대 모델부터 서서히 진행됐다. 당시 캠리로부터 이어지는 ‘킨 룩’을 적용했고 실내도 날렵한 형상으로 바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제 5세대로 진화한 아발론은 좀 더 과감해졌다. 역시 신형 캠리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디자인은 좀 더 각을 살리면서 다이내믹을 강조하는 형태가 되었고, 그저 편하기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다이내믹의 맛을 살린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은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만을 판매한다는 것. 적어도 국내에서의 토요타는 일본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고자 하는 중이다. 라인업의 다양함에 있어서는 약간 떨어질 수 있어도 핵심 모델마다 하이브리드를 주로 내세우거나 PHEV를 포함해 하이브리드만을 준비하면서 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연비를 중시하는 것과 동시에 배출가스 감축을 강조한다.
국내에서 아발론의 입지는 과거보다는 좋지 않다. 토요타는 렉서스와 달리 고급 브랜드가 아니고 아발론은 캠리보다 비싸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과 경쟁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젖히고 아발론을 구매할 이유를 줄 정도로 아발론이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지금부터 알아봐야 한다. 과연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 형제 모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이 가장 큰 숙제다.
‘테크니컬 뷰티(Technical Beauty)’를 앞세운 아발론의 인상은 강렬하다. 그나마 전면에서 그릴과 헤드램프의 형상으로 약간의 곡선을 품고 있는 캠리와는 다르게 아발론은 전면에서부터 각을 세웠다. 그 형상이 마치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 중앙을 가른 뒤, 윗부분은 극단적으로 줄이고 아랫부분을 극단적으로 넓힌 후 다시 이어붙인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릴 아랫부분이 프론트 범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슬림하면서도 공격적인 형상이다.
측면에서도 그릴 아랫부분과 범퍼 양 끝단의 에어 인테이크가 보이기 때문에 전면의 존재감은 상당히 크다. 그 뒤로는 1열 도어에서 특히 강조되는 사이드라인이 있다. 루프는 언뜻 보면 부드러운 곡선인 것 같지만, C 필러가 시작되는 부분을 절묘하게 처리해 2열 헤드룸을 확보하고 있다. 루프가 떨어지는 각도로 인해 패스트백과 비슷한 디자인이 보이지만, 트렁크 부분을 확실히 하고 있어 세단임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면 그린하우스 면적이 상당히 넓고 필러가 얇다. 특히 C 필러는 기존 모델보다도 얇으며 이를 통해 사각지대도 줄이고 있다. 후면에는 ‘애프터버너’를 적용했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지 브레이크 램프와 방향지시등이 끝단에서 곡선으로 꺾인 형태로 점등한다. 테일램프의 면적을 고려하면 점등하는 면적은 의외로 적은데, 보조제동등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어 범퍼 하단에는 공기를 흘리는 형상의 디퓨저가 있고 머플러는 보이지 않게 숨겨졌다.
전체적으로는 와이드 & 로우 형상을 지향한다. 루프는 물론 보닛과 트렁크도 낮아졌고, 길이와 폭이 넓어졌다. 앞 뒤 오버행을 줄이면서 휠베이스를 그만큼 더 확보했다. 그래서 차량 크기에 비해 둔해 보인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18인치 휠은 연비와 자세를 고려한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선으로 다듬어 시야를 확보한 대시보드와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플로팅 센터 스택이다.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이 이어지면서 대시보드에서 따로 떨어졌다는 느낌으로, 그 상단을 차지하는 9인치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가 존재감을 발한다. 계기반에서 눈을 오른쪽으로 옮기기만 하면 바로 네비게이션이 눈에 들어오므로 시인성도 좋고 무엇보다 터치를 지원하므로 조작도 쉽다. 단, 미국 버전과는 달리 애플 카플레이 등 스마트폰 연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계기반은 상당히 크다. 커다란 원형 아날로그 게이지 두 개가 있고 그 중앙을 7인치 화면이 차지하는데, 이곳에서는 차량과 관련된 트립미터와 다양한 기능이 애니메이션으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나온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잡기 편하면서 운전이 좀 더 즐거워질 수 있도록 림이 굵어졌다. 센터터널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는데, 기어노브 앞쪽 서랍함을 열면 휴대폰 무선충전 기능이 있고 컵홀더에는 스마트폰을 좀 더 안정적으로 넣을 수 있다. USB 포트 3개가 있는 센터콘솔도 큰 용량을 구가한다.
시트는 5인승으로 1열은 편안함과 신체 홀딩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푹신하지는 않지만 신체에 피로를 주지 않으므로 장거리 주행에서도 잘 사용할 수 있다. 운전석은 시트 포지션이 그리 많이 낮아지지 않으며, 다 낮춘 상태에서도 보닛 끝을 보는 데 있어 지장이 없다. 2열은 엉덩이 부분을 조금 더 파내고 헤드룸을 확보해 앉은키가 상당히 큰 기자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화물 적재 시 필요하면 2열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데, 트렁크에서만 조작이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은 456L.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캠리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2.5L 4기통 가솔린 엔진에 기반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그리고 e-CVT를 탑재한다. 단, 세팅은 조금 다르며 시스템 총 출력 218마력으로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조금 더 높다. 최고출력 301마력의 3.5L V6 가솔린 엔진이 더 궁금하지만, 이 엔진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큰 차체에 비해 218마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주행을 진행하면서 출력 부족을 고민한 적은 거의 없었다. 출발 시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인 모터의 강력한 토크를 지원받고, 고속에서는 엔진이 차체를 끌어당기고 있으니 가속에 대한 답답함은 적어도 시내에서는 없으며 고속도로에서도 느끼기 힘들다. 일전에 렉서스 ES를 시승했던 경험을 끌고 와 보면 사실 처음부터 이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고속에서 완만한 코너 등을 만나면서 스티어링을 조금씩 틀어보면 맨 처음 느껴지는 것이 차체의 강성과 무게다. 견고함과 묵직함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기존의 다소 가벼운 형상이었던 토요타, 특히 아발론의 주행 질감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변화이다. 그래서 차량의 안정성을 믿고 좀 더 과감하게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을 즐기거나 완만한 코너링에서의 단단함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아발론 특유의 승차감은 상당히 유지하고 있다. 승차감이라는 것은 곧 부드러움인데, 이것은 차체가 받는 힘을 유연하게 흘려야만 가능한 것이고 과거 아발론 등 미국차들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적용했던 계기이기도 하다. 아발론이 절묘한 것은 분명히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 범위는 길지만, 그 범위가 짧은 것처럼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차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
차체나 서스펜션이 너무 힘을 흘리기만 하면 주행 속도가 빠르지 않음에도 빠른 것처럼 느끼거나 엔진의 출력을 온전히 바퀴로 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스티어링과 시트로 전해지는 느낌까지도 흐려진다. 그 점에서 아발론은 느낌은 제대로 전달하면서도 힘은 흘려내고 있는데, 그래서 좀 더 차량을 믿고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카처럼 운전할 수는 없지만, 소소한 컨트롤의 재미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더블위시본 방식. 기존의 멀티링크 대신 더블위시본을 적용했는데, 차체가 회전할 때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서스펜션에 대한 안정성이 좀 더 좋다는 측면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프론트는 부드럽게 리어는 단단하게 세팅한 것도 회전의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차체에 비해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보니 코너를 한계까지 공략하거나 할 때 살짝 하체가 흐트러지는 감이 있는데, 아마도 일반적인 운전자들은 잘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그러면서도 조용하다. 하이브리드라서 조용한 것도 있지만, 2.5L 엔진은 작동할 때는 제법 시끄러운 편인데도 실내에서는 그 소음이 크게 들리지 않는다. 보닛과 도어 패널이 흡음재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 4점식 엔진 마운트를 적용하고 진동 댐핑 코팅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그 효과를 상당히 보는 것 같다. 아쉽게도 불어오는 바람이 세서 풍절음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1열과 2열에서 느껴지는 바람 소리는 거의 비슷했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는 제법 잘 작동한다. 다이나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앞 차와의 거리가 조금 많이 벌어져 다른 차들이 끼여들 여지가 많다는 것을 빼고는 유연하게 잘 작동한다. 차선 유지 기능의 경우 설정에서 별도로 켜 주어야 작동하는데, 주행속력이 50km/h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유지보다는 차선을 밟기 거의 직전에 돌려주는 정도인데, 이것은 후에 감도 조절을 다시 진행하면서 테스트 해 볼 예정이다.
아발론은 강렬함을 내세우며 이상향을 바꾸고 있다. 여전히 실내가 넓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미국적인 세단이지만, 움직임은 기존의 토요타가 아닌 신 토요타를 추구한다. 도요다 아키오가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 ‘운전의 즐거움’이 일본을 넘어 미국의 엔지니어까지 감흥시키고, 미국적인 세단까지도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발론에서 합리적인 타협책이 도출된 것 같다.
잠시 아발론을 거칠게 운전하며 운전의 즐거움을 조금씩 발견할 때 즈음, 이전에 운전했던 렉서스 ES가 생각났다. 만약 오모테나시까지 필요 없다면, 그저 캠리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과 약간의 고급스러움만이 필요하다면, 그 때의 답은 아발론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보면 아발론은 어쩌면 ES의 등을 노리는 비수를 갖고 있는 무서운 세단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만든 새로운 이상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주요제원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75x1,850x1,435mm
휠 베이스 : 2,870mm
윤거 앞/뒤 : 1,590 / 1,600
공차 중량 : 1,660kg
트렁크 용량 : 456리터
엔진
형식 : 2,487cc 직렬4기통 가솔린 엔진
압축비 : 14:1
최고출력 : 178ps/5,700rpm
최대토크 : 22.5kgm/3,600~5,200rpm
연료탱크 용량 : --리터
전기 모터
형식 : 영구 자석식
최고출력 : 120ps
시스템 총출력 : 218ps
변속기
형식 : 무단 변속기 (e-CV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 솔리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 / 55R18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방식
성능
복합연비 : 16.6km/L (도심 16.7 / 고속도로 16.4)
이산화탄소 배출량 : 96g/km
시판가격
4,660만원
(작성 일자 : 2018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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