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XT5 3.6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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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SUV가 인기’라는 말이 지겹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JATO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체 차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22.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34%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2017년 기준 전 세계 SUV 판매량은 9천만 대에 달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XT5는 SUV 시장 도전을 위한 캐딜락의 카드다. 여기서 잠시 XT5가 캐딜락에서 얼마나 중요한 모델인지 알아보자.
2017년 한 해 동안 캐딜락은 전 세계 시장에서 35만 6467대의 차를 팔았다. 이는 115년 역사상 2번째로 높은 판매량이다. 그리고 XT5가 14만 3905대가량 팔렸다. 캐딜락 전체 판매량 중 약 40%에 달하는 비율이다.
캐딜락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지만 SUV 장르에서만큼은 고급스러운 부류에 속한다. 에스컬레이드 덕분이다.
미국에서 10만 달러(약 1억 1340만 원) 이상의 가격표를 갖는 모델들이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기엔 상징성이 부여된다. 그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럭셔리 & 슈퍼카 브랜드 제외)
10만 달러라는 가격은 아무나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세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정도만 이 그룹에 속한다. 렉서스도 LS로 10만 달러의 벽을 넘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SUV 중에서 이런 그룹에 속하는 차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 정도가 꼽힌다. 이들은 SUV 시장에서도 정점에 있다. S-클래스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더 크고 편하고, 남들과는 다른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이 모델들을 선택한다. 또한 각각의 모델들이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환상도 크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하위 모델들에 전달돼 판매량을 높여주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그런 이미지를 물려받은 모델이 XT5다.
XT5는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렉서스 RX 등과 경쟁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향후 등장할 XT6가 진정한 중형급 프리미엄 SUV들과 경쟁하게 되지만 현재는 XT5가 중형급 시장까지 겸해야 한다. 즉, 지금의 XT5는 벤츠 GLC와 GLE, 아우디 Q5와 Q7, 렉서스 NX와 RX 모두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중형급 모델 중에서도 Q7은 체격이 유난히 큰 편이라 XT5가 직접 맞서는 데 한계가 따른다. 때문에 우리 팀은 아우디 라인업에서는 Q5 정도가 직접 경쟁 구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XT6가 나온다면 확실하게 서열이 정리될 것이다.
참고로 XT5라는 모델명에서 XT라는 것은 크로스오버 투어링(Crossover Touring)를 뜻한다.
서론이 길었던 것은 캐딜락이 만든 SUV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XT5를 살펴보자. 우선 존재감이 상당하다. 모든 캐딜락이 그렇지만 직선을 통한 개성 표출은 강한 느낌을 주는데 도움이 된다. 20인치 휠도 존재감을 이끈다. 리어램프도 전면처럼 세로 형태의 라이트로 개성을 살렸다.
2016 캐딜락 SRX
XT5는 과거 크로스오버였던 SRX의 후속 모델이다. 하지만 차체를 키우고 무게를 126kg 가량 줄였다. 동급 파워트레인을 갖춘 아우디 Q5와 비교하면 45kg,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비교하자면 295kg 가량 가벼운 무게다.
실내에서도 캐딜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우리 팀은 GM과 캐딜락의 인테리어에 대해 항상 질책해 왔다. 하지만 XT5 인테리어만큼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고급 가죽으로 실내 대부분을 감싼 것이 눈에 띈다. 심지어 헤드라이너에도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MG나 마이바흐 급으로 올라가야 적용되는 내용이다. 각종 금속 장식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센터페시아에는 간결한 형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한다. 하단에는 터치식 볼륨 조절 패드와 홈버튼이 자리하는데, 내비게이션을 불러오려면 홈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 아직은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빠른 시일 내에 적용될 예정이란다. 제대로 된 내비게이션이 탑재되면 홈버튼을 길게 눌러줄 필요 없이 메뉴 상에 내비게이션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또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바로 비상등 스위치다. 정확히 말하면 비상등 터치 센서다. 우선 위치가 대시보드의 오른쪽에 쏠려 있다. 비상등은 운전자가 조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팔을 많이 뻗어야 닿는 위치에 있다. 우 핸들 차량이라면 모르지만 좌 핸들 환경에서 불편하다. 터치 방식이다 보니 제대로 작동시켰는지 감도 떨어진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어 레버는 전자식으로 변경됐다. 캐딜락 최초의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미 쉐보레 볼트에 적용됐던 것과 동일하기 때문. 캐딜락만의 차별화된 느낌을 보여주면 좋겠다.
리어뷰 미러는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CT6를 통해 적용됐던 기능이다. 후방 시야가 거울 대비 300%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한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래도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는 장점만은 분명하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레그룸도 과거 SRX와 비교해 8cm 이상 늘어나 있다. 다만 키 큰 성인이 탑승하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경우가 있다. 머리 공간을 키워주면 좋겠다. 시트는 전후 슬라이딩과 시트백 각도 조절까지 지원한다. 시트가 완전히 평평하게 접힌다는 점도 강점이다. 덕분에 트렁크 활용성이 크게 향상됐다. 활용성을 강조한 SUV로는 좋은 구성이다.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잘 갖췄다. GM의 SUV로는 최초로 적용된 앞 좌석 안전벨트 자동 조임 시스템, 전동식 리프트게이트,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사각 경고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도 경쟁력을 키운다.
자동으로 주차를 돕는 기능, 차선을 넘어가지 않게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도 있다. 위험이 감지되면 시트에서 진동을 만들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과거 ATS를 시작으로 채용된 ‘햅틱 시트’는 의외로 다양한 환경에서 도움을 준다. 여기에 8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화려함도 XT5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설 차례다. 차에 탑승할 때 올라탄다는 느낌이 크다. 덕분에 시트 포지션이 높다. 최근 일부 SUV들은 시트를 낮게 배치하기도 하는데 XT5는 보다 SUV 다운 느낌을 주고자 했다.
XT5에는 3.6리터의 배기량을 갖는 6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쓰인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5kg.m의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면 부드러운 6기통 가솔린 엔진이 도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확실히 가솔린 6기통 엔진은 부드러운 회전이 일품이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37.0 dBA로 확인됐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CT6 3.6과 동일한 정숙성이다. 정숙성에서 우위에 서는 제네시스의 최상급 EQ900이 36.0 dBA 수준을 보였으니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도 XT5의 정숙성에는 만족할 것이다. 시속 80km 주행 환경에서는 58.0 dBA를 기록해 고급 세단과 동일한 수준의 주행 정숙성을 보였다.
넉넉한 배기량의 엔진이 장착된 만큼 차량의 거동에서도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디젤차처럼 소음이나 진동도 없으며,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한 박자 느린 반응도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인 힘이 느껴지는데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원하는 가속이 가능하다. 편안한 운전, 여기에서 고급스럽다는 감각을 느끼는데도 문제가 없다. 사실 대배기량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빠른 가속력 보다 낮은 RPM에서의 편안한 가속감 때문이다.
일상을 달릴 때 SUV 특유의 특성이 묻어난다. 캐딜락의 세단들은 확실히 동급 경쟁 모델보다 단단한 승차감을 내세운다. 주행성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XT5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고 있다. 이는 SUV라는 성격에 부합한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탑재.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차량이 가속하는 과정이나 운전자에게 전하는 감각도 꽤나 좋다.
XT5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약 1955kg로 확인됐다. 사람 1명만 탑승해도 2톤이 되는 무게다. 그럼에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계측장비를 활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7.17초였다. 참고로 CT6 3.6 AWD 모델이 7.28초를 기록한 바 있다. SUV임에도 세단 못지않은 가속 실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결과는 일반 휘발유 주입 환경에서 나왔다. 통상 캐딜락은 고급 휘발유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적용하면 조금 더 나은 성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솔린 SUV의 강점은 장거리 이동 때 나타난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탑승자에게 편안한 감각을 전달하려 한다. 스트레스가 없으니 피로도 역시 낮은 편이다. 확실히 미국 SUV들은 장거리 주행에 강하다.
고속 안정성도 수준급이다. 실제 주행 속도보다 속도감이 낮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으로, 시선이 높은 SUV의 특징을 갖췄음에도 불안감이 크지 않다. 물론 고속에서의 움직임, 긴급 대처 부분에서도 충분한 안정감을 보였다.
푹신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SUV. 하지만 와인딩 로드에서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캐딜락 특유의 주행성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 푹신거리는 승차감을 갖춘 만큼 서스펜션도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연속된 코너를 돌아나갈 때면 섀시가 차체를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캐딜락의 세단들보다 여유롭다. 하지만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좋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량을 다루는 것도 재미있다. 그저 나긋나긋할 줄 알았는데 스티어링 조작에 날카롭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어쭈 그래도 캐딜락이라 이거냐?’라는 말이 입가를 맴돈다. 확실히 최근 캐딜락 모델들은 감각적인 면에서 앞선 모습을 갖췄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리미어 LTX(Premier LTX)가 장착된다. 이 타이어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타이어가 마모돼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성능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최근 미쉐린은 성능 보다 내구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노선을 걷고 있는데 그 대표작이 프리미어 LTX 시리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타이어의 접지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것. 이는 제동 테스트 부분에서 부각됐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1.83m였다. 페달을 통해 조작하는 감각은 여느 캐딜락 모델들과 다르지 않다. 페달을 밟는 만큼 정직하고 큰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가 생각보다 쉽게 미끄러진다. 프리미어 LTX는 XT5의 캘리퍼가 조여주는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코너링 때도 접지 한계가 낮다는 것을 쉽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접지력이 한 번에 상실되지 않고 운전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접지력 파악이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의 주행 성능과 감각이 좋다 보니 타이어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XT5의 4륜 구동 시스템은 엔진 동력을 100% 앞바퀴로, 100% 뒷바퀴로 전달할 수 있다. 구동력 배분이 매우 탄력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수시로 100%의 구동력이 앞뒤로 오가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XT5의 시스템은 평상시 100%의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낸다. 연비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중간 가속을 할 때, 바퀴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는 뒷바퀴로 구동력을 보낸다. 이러한 특징은 실제 코너를 달릴 때 느낄 수 있는데, 후륜에 힘이 실리면서 코너를 보다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준다.
다만 SUV 특성상 자세제어 장치의 개입은 빠른 편이다. 차량이 뒤집어질 수 있는 전복 사고 발생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보수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다. 또한 XT5의 제어장치는 해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ESC를 해제해도 시속 60km/h 이상이 되면 다시금 개입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2톤에 가까운 무게,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4륜 구동 시스템, 그리고 자동변속기의 조합. 아무래도 연료 소모에는 조금 불리한 구성이다.,
그래도 연료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가변 실린더 기술도 갖췄다. 큰 힘이 필요치 않다면 엔진의 6개 기통 중 4개만 사용하는 기술이다. 정차 때 엔진을 잠시 꺼두는 오토 스탑 기능도 있다.
XT5는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약 12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이후 확인된 연비는 8km/L 대였다. 이는 공인 복합연비인 8.9km/L와 비슷한 결과다. 와인딩 로드 등 가혹한 조건이 일부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연비가 복합연비 보다 조금 더 나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최근의 캐딜락은 과거와 다르다. 디자인? 그런 것들이 아닌 주행 부분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BMW에 실망했다면 캐딜락을 경험해보라’고 말할 정도로 세련된 달리기 성능이 돋보인다. 캐딜락은 주행성능을 비롯한 감각적인 부분에서 과거 독일차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하나둘씩 캐딜락의 주행 성능에 감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차를 운영하다 캐딜락으로 전향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단순 눈에 비치는 브랜드 밸류만 추구한다면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서두에서 XT5가 캐딜락 전체 판매량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서술했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 잡힌 성격으로 누구나 좋아할 구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ATS나 CT6가 주행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했다면 XT5는 다수의 소비자를 반길 채비를 하고 있다.
‘진부한 미국차.’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이번에 테스트한 XT5는 SUV 시장 도전을 위한 캐딜락의 카드다. 여기서 잠시 XT5가 캐딜락에서 얼마나 중요한 모델인지 알아보자.
2017년 한 해 동안 캐딜락은 전 세계 시장에서 35만 6467대의 차를 팔았다. 이는 115년 역사상 2번째로 높은 판매량이다. 그리고 XT5가 14만 3905대가량 팔렸다. 캐딜락 전체 판매량 중 약 40%에 달하는 비율이다.
캐딜락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지만 SUV 장르에서만큼은 고급스러운 부류에 속한다. 에스컬레이드 덕분이다.
미국에서 10만 달러(약 1억 1340만 원) 이상의 가격표를 갖는 모델들이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기엔 상징성이 부여된다. 그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럭셔리 & 슈퍼카 브랜드 제외)
10만 달러라는 가격은 아무나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세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정도만 이 그룹에 속한다. 렉서스도 LS로 10만 달러의 벽을 넘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SUV 중에서 이런 그룹에 속하는 차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 정도가 꼽힌다. 이들은 SUV 시장에서도 정점에 있다. S-클래스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더 크고 편하고, 남들과는 다른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이 모델들을 선택한다. 또한 각각의 모델들이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환상도 크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하위 모델들에 전달돼 판매량을 높여주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그런 이미지를 물려받은 모델이 XT5다.
XT5는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렉서스 RX 등과 경쟁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향후 등장할 XT6가 진정한 중형급 프리미엄 SUV들과 경쟁하게 되지만 현재는 XT5가 중형급 시장까지 겸해야 한다. 즉, 지금의 XT5는 벤츠 GLC와 GLE, 아우디 Q5와 Q7, 렉서스 NX와 RX 모두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중형급 모델 중에서도 Q7은 체격이 유난히 큰 편이라 XT5가 직접 맞서는 데 한계가 따른다. 때문에 우리 팀은 아우디 라인업에서는 Q5 정도가 직접 경쟁 구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XT6가 나온다면 확실하게 서열이 정리될 것이다.
참고로 XT5라는 모델명에서 XT라는 것은 크로스오버 투어링(Crossover Touring)를 뜻한다.
서론이 길었던 것은 캐딜락이 만든 SUV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XT5를 살펴보자. 우선 존재감이 상당하다. 모든 캐딜락이 그렇지만 직선을 통한 개성 표출은 강한 느낌을 주는데 도움이 된다. 20인치 휠도 존재감을 이끈다. 리어램프도 전면처럼 세로 형태의 라이트로 개성을 살렸다.
XT5는 과거 크로스오버였던 SRX의 후속 모델이다. 하지만 차체를 키우고 무게를 126kg 가량 줄였다. 동급 파워트레인을 갖춘 아우디 Q5와 비교하면 45kg,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비교하자면 295kg 가량 가벼운 무게다.
실내에서도 캐딜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우리 팀은 GM과 캐딜락의 인테리어에 대해 항상 질책해 왔다. 하지만 XT5 인테리어만큼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고급 가죽으로 실내 대부분을 감싼 것이 눈에 띈다. 심지어 헤드라이너에도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MG나 마이바흐 급으로 올라가야 적용되는 내용이다. 각종 금속 장식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센터페시아에는 간결한 형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한다. 하단에는 터치식 볼륨 조절 패드와 홈버튼이 자리하는데, 내비게이션을 불러오려면 홈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 아직은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빠른 시일 내에 적용될 예정이란다. 제대로 된 내비게이션이 탑재되면 홈버튼을 길게 눌러줄 필요 없이 메뉴 상에 내비게이션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또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바로 비상등 스위치다. 정확히 말하면 비상등 터치 센서다. 우선 위치가 대시보드의 오른쪽에 쏠려 있다. 비상등은 운전자가 조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팔을 많이 뻗어야 닿는 위치에 있다. 우 핸들 차량이라면 모르지만 좌 핸들 환경에서 불편하다. 터치 방식이다 보니 제대로 작동시켰는지 감도 떨어진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어 레버는 전자식으로 변경됐다. 캐딜락 최초의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미 쉐보레 볼트에 적용됐던 것과 동일하기 때문. 캐딜락만의 차별화된 느낌을 보여주면 좋겠다.
리어뷰 미러는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CT6를 통해 적용됐던 기능이다. 후방 시야가 거울 대비 300%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한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래도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는 장점만은 분명하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레그룸도 과거 SRX와 비교해 8cm 이상 늘어나 있다. 다만 키 큰 성인이 탑승하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경우가 있다. 머리 공간을 키워주면 좋겠다. 시트는 전후 슬라이딩과 시트백 각도 조절까지 지원한다. 시트가 완전히 평평하게 접힌다는 점도 강점이다. 덕분에 트렁크 활용성이 크게 향상됐다. 활용성을 강조한 SUV로는 좋은 구성이다.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잘 갖췄다. GM의 SUV로는 최초로 적용된 앞 좌석 안전벨트 자동 조임 시스템, 전동식 리프트게이트,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사각 경고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도 경쟁력을 키운다.
자동으로 주차를 돕는 기능, 차선을 넘어가지 않게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도 있다. 위험이 감지되면 시트에서 진동을 만들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과거 ATS를 시작으로 채용된 ‘햅틱 시트’는 의외로 다양한 환경에서 도움을 준다. 여기에 8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화려함도 XT5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설 차례다. 차에 탑승할 때 올라탄다는 느낌이 크다. 덕분에 시트 포지션이 높다. 최근 일부 SUV들은 시트를 낮게 배치하기도 하는데 XT5는 보다 SUV 다운 느낌을 주고자 했다.
XT5에는 3.6리터의 배기량을 갖는 6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쓰인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5kg.m의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면 부드러운 6기통 가솔린 엔진이 도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확실히 가솔린 6기통 엔진은 부드러운 회전이 일품이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37.0 dBA로 확인됐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CT6 3.6과 동일한 정숙성이다. 정숙성에서 우위에 서는 제네시스의 최상급 EQ900이 36.0 dBA 수준을 보였으니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도 XT5의 정숙성에는 만족할 것이다. 시속 80km 주행 환경에서는 58.0 dBA를 기록해 고급 세단과 동일한 수준의 주행 정숙성을 보였다.
넉넉한 배기량의 엔진이 장착된 만큼 차량의 거동에서도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디젤차처럼 소음이나 진동도 없으며,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한 박자 느린 반응도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인 힘이 느껴지는데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원하는 가속이 가능하다. 편안한 운전, 여기에서 고급스럽다는 감각을 느끼는데도 문제가 없다. 사실 대배기량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빠른 가속력 보다 낮은 RPM에서의 편안한 가속감 때문이다.
일상을 달릴 때 SUV 특유의 특성이 묻어난다. 캐딜락의 세단들은 확실히 동급 경쟁 모델보다 단단한 승차감을 내세운다. 주행성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XT5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고 있다. 이는 SUV라는 성격에 부합한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탑재.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차량이 가속하는 과정이나 운전자에게 전하는 감각도 꽤나 좋다.
XT5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약 1955kg로 확인됐다. 사람 1명만 탑승해도 2톤이 되는 무게다. 그럼에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계측장비를 활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7.17초였다. 참고로 CT6 3.6 AWD 모델이 7.28초를 기록한 바 있다. SUV임에도 세단 못지않은 가속 실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결과는 일반 휘발유 주입 환경에서 나왔다. 통상 캐딜락은 고급 휘발유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적용하면 조금 더 나은 성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솔린 SUV의 강점은 장거리 이동 때 나타난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탑승자에게 편안한 감각을 전달하려 한다. 스트레스가 없으니 피로도 역시 낮은 편이다. 확실히 미국 SUV들은 장거리 주행에 강하다.
고속 안정성도 수준급이다. 실제 주행 속도보다 속도감이 낮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으로, 시선이 높은 SUV의 특징을 갖췄음에도 불안감이 크지 않다. 물론 고속에서의 움직임, 긴급 대처 부분에서도 충분한 안정감을 보였다.
푹신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SUV. 하지만 와인딩 로드에서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캐딜락 특유의 주행성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 푹신거리는 승차감을 갖춘 만큼 서스펜션도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연속된 코너를 돌아나갈 때면 섀시가 차체를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캐딜락의 세단들보다 여유롭다. 하지만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좋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량을 다루는 것도 재미있다. 그저 나긋나긋할 줄 알았는데 스티어링 조작에 날카롭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어쭈 그래도 캐딜락이라 이거냐?’라는 말이 입가를 맴돈다. 확실히 최근 캐딜락 모델들은 감각적인 면에서 앞선 모습을 갖췄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리미어 LTX(Premier LTX)가 장착된다. 이 타이어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타이어가 마모돼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성능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최근 미쉐린은 성능 보다 내구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노선을 걷고 있는데 그 대표작이 프리미어 LTX 시리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타이어의 접지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것. 이는 제동 테스트 부분에서 부각됐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1.83m였다. 페달을 통해 조작하는 감각은 여느 캐딜락 모델들과 다르지 않다. 페달을 밟는 만큼 정직하고 큰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가 생각보다 쉽게 미끄러진다. 프리미어 LTX는 XT5의 캘리퍼가 조여주는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코너링 때도 접지 한계가 낮다는 것을 쉽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접지력이 한 번에 상실되지 않고 운전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접지력 파악이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의 주행 성능과 감각이 좋다 보니 타이어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XT5의 4륜 구동 시스템은 엔진 동력을 100% 앞바퀴로, 100% 뒷바퀴로 전달할 수 있다. 구동력 배분이 매우 탄력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수시로 100%의 구동력이 앞뒤로 오가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XT5의 시스템은 평상시 100%의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낸다. 연비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중간 가속을 할 때, 바퀴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는 뒷바퀴로 구동력을 보낸다. 이러한 특징은 실제 코너를 달릴 때 느낄 수 있는데, 후륜에 힘이 실리면서 코너를 보다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준다.
다만 SUV 특성상 자세제어 장치의 개입은 빠른 편이다. 차량이 뒤집어질 수 있는 전복 사고 발생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보수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다. 또한 XT5의 제어장치는 해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ESC를 해제해도 시속 60km/h 이상이 되면 다시금 개입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2톤에 가까운 무게,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4륜 구동 시스템, 그리고 자동변속기의 조합. 아무래도 연료 소모에는 조금 불리한 구성이다.,
그래도 연료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가변 실린더 기술도 갖췄다. 큰 힘이 필요치 않다면 엔진의 6개 기통 중 4개만 사용하는 기술이다. 정차 때 엔진을 잠시 꺼두는 오토 스탑 기능도 있다.
XT5는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약 12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이후 확인된 연비는 8km/L 대였다. 이는 공인 복합연비인 8.9km/L와 비슷한 결과다. 와인딩 로드 등 가혹한 조건이 일부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연비가 복합연비 보다 조금 더 나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최근의 캐딜락은 과거와 다르다. 디자인? 그런 것들이 아닌 주행 부분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BMW에 실망했다면 캐딜락을 경험해보라’고 말할 정도로 세련된 달리기 성능이 돋보인다. 캐딜락은 주행성능을 비롯한 감각적인 부분에서 과거 독일차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하나둘씩 캐딜락의 주행 성능에 감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차를 운영하다 캐딜락으로 전향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단순 눈에 비치는 브랜드 밸류만 추구한다면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서두에서 XT5가 캐딜락 전체 판매량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서술했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 잡힌 성격으로 누구나 좋아할 구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ATS나 CT6가 주행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했다면 XT5는 다수의 소비자를 반길 채비를 하고 있다.
‘진부한 미국차.’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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