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치밀한 크로스오버, 메르세데스 G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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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불러야 할까? SUV라고 부르기에는 차체가 너무 낮은 것 같지만 최저지상고가 일반 승용차보다는 약간 높으니 평범한 해치백은 아니다. MPV라고 부르기에는 뒤에 있는 화물 적재공간이 좀 작은 것 같다. 이리저리 돌려봐도 무엇이라고 딱히 정의할 수 없다. 이 차를 만든 제조사에서 SUV라고 부르고 있으니 그렇게 불러주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가 섞여 있으니 그야말로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렇게 혼란을 주는 자동차는 메르세데스의 소형 SUV인 GLA이다. 메르세데스 SUV 라인업의 막내이자 소형차 라인업의 한 축을 구성하는 모델로, 작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젊은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젊은 디자인과 가벼운 페이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메르세데스다운 고급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필요한 기능과 약간의 성능으로 가벼운 몸놀림과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2013년에 출시된 GLA는 A 클래스, CLA와 함께 메르세데스 소형 라인업의 판매를 이끄는 모델이며 미국, 독일, 중국 및 영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차체와 엔진을 탑재하는 인피니티 QX30을 포함하면 그 판매량은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언뜻 보면 해치백인 A 클래스와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의 차별화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SUV라고 주장하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변경된 점이 없기 때문에 언뜻 보면 이 모델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모델이라고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야말로 ‘숨은 그림 찾기’ 수준이지만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헤드램프만 보고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구형의 경우 LED DRL과 방향지시등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신형은 LED DRL과 방향지시등이 통합된 LED 헤드램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프론트 범퍼의 형상도 구형과는 달라졌다. 에어 인테이크 형상이 달라진데다가 하단 가니시에 3개의 에어홀이 추가되어 좀 더 남성적인, SUV다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으며 프론트 그릴의 가로 바에도 홀을 추가해 그런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리어 범퍼에 적용된 가니시도 형상을 변경했으며, 머플러를 좀 더 강조하는 형태로 다듬어져 있다. 자세히 보면 테일램프의 그래픽도 조금 더 시인성이 좋은 형태로 바뀌어 있다.
범퍼 하단과 사이드스커트, 휠하우스에 적용된 무광검정 플라스틱 가드는 GLA가 SUV임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A 클래스보다는 최저지상고가 30mm 높은데, 이 절묘한 차이가 임도 주행 또는 도심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도로를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GLA의 매력이다. 시승차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대표 색상인 캐니언 베이지(canyon beige)를 적용해 SUV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외형도 자세히 봐야만 차이를 알 수 있었는데, 실내에서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그나마 좀 더 나은 점은 스티어링 휠의 버튼 디자인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운전석에서 조금 더 알아보기 쉽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각형 형태의 버튼 배치를 생각하면, 확실히 현재의 버튼 배치가 좀 더 조작하기가 쉽고 직관적이다. A 클래스와 동일한 형태의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싸여 있고, 5개의 원형 송풍구가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원형 아날로그 속도계와 회전계를 품고 있는 계기반은 내부 그래픽이 이전 모델과 달라졌고, 이로 인해 시인성이 좀 더 향상되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8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조작의 용이성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이것은 GLA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의 모든 모델이 터치에 인색하기 때문인데, 애프터마켓에서 터치가 가능하도록 튜닝을 가하는 운전자들이 있다는 것을 메르세데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시트는 부드러운 착좌감과 함께 직절한 지지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승차감과 역동적인 주행을 거의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앉은키가 상당히 큰 편인 기자도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댈 수 있을 정도이니, 일반적인 크기의 성인이라면 몸을 시트에 거의 딱 맞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2열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며 컵홀더가 내장된 암레스트도 마련되어 있다. 트렁크 용량은 421L이며, 2열 등받이를 접어서 1,235L로 용량을 늘릴 수 있다.
GLA는 배기량과 연료, 출력에 따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이번에 시승하는 모델은 220모델로 C200 또는 E200에도 탑재되어 있는 2.0L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5,500rpm에서 최고출력 184마력, 1,200~4,000rpm에서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7단 DCT가 조합되어 앞바퀴를 구동한다.
발진 감각은 메르세데스의 그것으로, 경쾌한 가속보다는 여유로움을 중시하는 형태다. 일전에 디젤 엔진을 탑재한 A 클래스에 탑승한 뒤 해치백다운 경쾌함이 없다고 느꼈던 적이 있는데, GLA도 큰 틀에서는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서 그런지 디젤 엔진보다는 그 감각이 조금 더 경쾌하게 느껴진다. 이 정도의 움직임이라면 메르세데스로써도, 해치백으로써도 납득이 가능하다고 할까, 이 오묘한 감각은 글로 표현하기가 약간 힘들다. 어쩌면 GLA가 크로스오버라고 느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레드존은 6,200rpm부터 시작되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6,000rpm 부근에서 자동으로 기어 단수를 넘긴다. 40km/h에서 2단, 70km/h에서 3단, 110km/h에서 4단으로 넘어가는데 일반적으로 110km/h를 3단으로 클리어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연비 위주의 기어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가솔린 엔진이기에 회전을 쉽게 올릴 수 있어 납득할 만한 가속 감각이 나오는 것 같다.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1,650rpm으로 소형 SUV임을 고려하면 회전이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컴포트 모드로 주행할 것이기 때문에 여유로움이 우선이 되지만,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rpm을 조금 더 높게 유지하면서 변속을 약간 늦추기 때문에 경쾌함이 더해진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없기 때문에 인디비주얼에서 세팅을 진행해야 한다. 완전히 조용하지는 않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시끄럽지 않고 음악 감상 또는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상당히 차단되어 있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유연하면서도 코너에서는 탄탄하게 하체를 잡아준다. 자연스럽게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운전자에게는 충격을 전달하지 않는다. 최저지상고가 약간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코너링 반응은 일반 해치백과 동일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물론 지상고의 차이로 인해 고속 코너링에서는 약간 반응이 달라지겠지만, 땅이 얼어붙은 겨울에는 아무래도 그런 테스트가 불가능해서 아쉽다.
GLA가 SUV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약간 거친 임도를 주행할 때인데, 일반적인 세단으로는 하체의 손상을 걱정해야 하는 도로도 여유 있게 주행할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도로와 인도의 경계석 정도는 손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 정도면 웬만한 높이의 장애물은 신경쓰지 않고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주행을 돕는 전자장비도 내재되어 있어 눈길에서도 원만한 주행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메르세데스 GLA는 단순히 A 클래스에서 최저지상고만 높인 자동차가 아니다. 지상고가 높아지면서 그 안에서 주행 성능을 따로 맞추고 균형을 잡은, SUV로만 한정할 수 없는 만능의 크로스오버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겨울의 얼어붙은 도로 위에서 다소 거칠게 주행해도 유연하게 컨트롤을 받아내는 움직임을 느끼면서, 그 균형 감각과 안전성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에 대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한 안전성이 GLA를 기반으로 한 AMG 모델을 등장시킬 수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
GLA는 확실히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과 감각의 자동차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저 SUV 또는 크로스오버의 실용성에 주목하고 싶은 모든 연령대의 운전자에게 어울리는 차인지도 모른다. 준중형 이상의 프리미엄을 넘어 이제는 소형차도 잘 만드는 메르세데스의 저력에 어느새 감탄해 버리고 마는, GLA의 마력에 끌려버리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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