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세라티 기블리 S Q4 그란 스포츠…"극단적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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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만난 기블리는, 한여름의 태양처럼 뜨거웠다. 430마력에 달하는 3.0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은 화끈하게 기블리를 이끌었다. 우리가 흔히 희망하는 ‘드림’을 맛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가슴을 울리는 마세라티의 음색도 그대로였다. 유독 촉감이 부드러운 가죽을 비롯해, 여러 고급 소재로 감싼 부분들은 ‘이탈리안 럭셔리’를 제대로 경험하게 해줬다.
특징으로 내세울 부분은 명확하게 도드라졌다. 하지만 반대로, 그 외의 부분은 전혀 감동이지 않았다. 눈에 잘보이지 않는 부분의 플라스틱은 정신이 번쩍들 정도로 날카롭기도 했고, 이음새도 아귀가 잘 맞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았다. 승차감도 필요 이상으로 푹신했고, 코너에서는 르반떼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했다.
마세라티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특히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가 여러 부분의 평균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부분에 대한 능력치만 치솟아 있는 것 같았다. 1억원이 넘는 럭셔리 세단이지만 ‘손 봐야할 곳’이 많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기블리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수십년만에 부활함과 동시에 전세계 시장에서 마세라티의 놀라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만큼 기블리가 갖고 있는 매력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기블리는 사람이 사물을 살필 때 주로 사용하는 시각과 청각, 촉각에 대한 대응이 굉장히 잘 돼있다. 여기서 마음을 확 사로 잡아버린다. 시승한 ‘기블리 S Q4 그란 스포츠’는 강렬한 외관 디자인과 주행 만족도를 위한 여러 꾸밈이 더해졌다. 마세라티는 차량의 캐릭터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듀얼 트림’ 전략을 쓰고 있다. ‘그란 루쏘’의 경우엔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이 강조됐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소재로 실내 꾸며진 것도 특징이다.
그란 스포츠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카본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이 많이 보였다. 프론트 립 스포일러와 리어 스포일러, 아웃 사이드 미러 등을 카본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으로 꾸며놓은 것은 여느 고성능 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기블리 그란 스포츠는 한술 더 떠서, 도어 핸들과 B필러, C필러 등에도 카본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을 덧댔다.
실내에도 카본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의 향연은 계속됐고, 그란 스포츠의 경우엔 스포츠 스티어링휠과 금속으로 제작된 페달, 12방향 조절이 가능한 스포츠 시트 등이 적용됐다. 그란 루쏘가 고급스러움엔 더 특화됐다고 하지만, 그란 스포츠의 실내 분위기도 결코 평범하진 않았다.
이런 마세라티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도로 위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마세라티가 설계하고, 페라리 공장에서 제작되는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과 ZF의 8단 변속기는 어떤 영역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길고 무거운 기블리는 아주 쉽게 속도를 높였다. 특히 주행모드 변경이나, 엔진회전수에 따라 반응이나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점도 기블리의 다양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평소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특히 승차감과 효율이 강조된 ‘I.C.E(Increased Control & Efficiency)’ 모드에서는 오래전 국산 대형차를 타는 느낌도 들었다. 최근엔 대형 세단도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만드는게 요즘 추세인데, 마세라티는 고집을 부렸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니, 비로소 이질감이 사라졌다. 조금 더 꽉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시승 내내 있었고, 속도를 높이며 산길을 오르고 내릴 때는 그것이 더욱 간절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지는데,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음색의 변화였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거대한 베이스 앰프를 켠 것처럼 웅웅 울리기 시작했다. 굳이 달리지 않아도 데시벨의 차이는 확연했다. 천천히 달릴 땐, 낮게 깔리는 중저음이 차체를 감쌌고,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 날카로운 음색이 실내로 파고 들었다. 마세라티 사운드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나 높지만, 마세라티는 늘 기대치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자연흡기 엔진이 터보 엔진으로 바꼈음에도 마세라티에게는 문제될게 없었다.
2018년형 기블리는 새로운 안전장비까지 두루 갖췄다. 오히려 ‘럭셔리 브랜드’가 이런 첨단 시스템에 앞장을 서야하는데, 그동안 많은 브랜드가 안전장비에 인색했다. 2018년형 기블리에는 보쉬가 제작한 최신 차체 자제 제어 시스템 ‘IVC(Integrated Vehicle Control)’이 적용됐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KA),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ABSA) 등의 안전장비가 탑재됐다.
마세라티에게 올해는 굉장히 중요하다. 내놓을 신차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모델의 내실을 다지는 시기기 때문이다. ‘듀얼 트림’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며, 안전장비를 추가한 것과 같이 상품성을 높이는 시도 또한 그렇다. 매력적이고, 좋은 제품을 준비했으니, 이젠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강화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만 남았다. 그리고 여러 제반 시설까지 충분히 갖춘다면 더욱 성장할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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