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유일한 | 제네시스 G70, 서울 서울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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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브랜드의 자동차들을 볼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디자인이 비슷하다든지 주행 감각이 밋밋하다든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를 하나로 합쳐보면 ‘국산 브랜드만이 갖고 있는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또 한 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의외의 결과와 마주치는데, 자동차를 만드는 그 회사 자체가 자동차와 브랜드, 엠블럼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누군가는 유려한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는 역사를 말한다. 그 안에서 수 많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 하나만큼은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이 그 자동차와 브랜드의 철학이다. 예를 들면 볼보가 ‘절대적인 탑승객의 안전’을 철학으로 하고 모든 라인업에서 이를 실현하고 있듯이 말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안전해졌고 이에 따라 안전 자체도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지만, 아직도 안전 하면 볼보를 떠올리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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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번에 스티어링을 쥐고 있는 이 자동차 때문이다. 아마도 브랜드와 자동차의 이름만을 듣고서 선택을 거절하는 운전자도 있겠지만 이 차의 형태와 각 부품의 디자인을 세세하게 훑어봐도, 스티어링과 페달을 다소 거칠게 조작해봐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분명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세단과 비교해봐도 된다. 아니, 자동차 외적인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와 닿는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 차가 기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지 못하겠다. 이 차와 차체 그리고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 스팅어를 탑승했을 때는 이런 느낌은 없었기에 더 그렇다. 스팅어는 ‘막강한 출력으로 도로를 찢을 수 있는 스포츠 GT’라는 그 점 하나를 강조했고 그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차는 ‘스타일도 좋고 달리기도 잘하고 편안하기까지 한 그 무언가’는 알 수 있어도 그 이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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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 차는 제네시스 G70이다. 미국의 자동차 잡지 ‘모터트렌드’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은 물론 2019 NAIAS 무대에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뒤 2017년 9월에 G70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상을 휩쓴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만큼의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확실하다. 그들은 G70에서 ‘좋은 차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짧은 역사를 되짚어 보자. G70이 등장했을 때 개최됐던 런칭 페스티벌이 핵심이 된다. 아마도 그웬 스테파니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지만, 당시 만프레드 피츠제럴드는 ‘서울은 전통과 첨단이 다이내믹하게 섞인 도시’라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G9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했을 때도 ‘제네시스의 뿌리는 대한민국 서울’ 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G70 = 서울’이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다시 한 번 검증해봐야 할 차례다.

 

    Ex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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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차량들은 패밀리룩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대중소의 개념은 아니다. 그래서 G90과 G80이 다르고 G70역시 확실히 다른 디자인으로 어필하고 있다. 전면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제네시스 특유의 크레스트 그릴인데 메시를 적용해 달릴 줄 아는 모델임을 알리고 있다. 헤드램프는 얇게 다듬어졌는데 LED DRL이 갈라진 Y자 형태로 그릴을 향해 배치되어 있어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범퍼는 하단과 양 끝을 완벽하게 감싸는 형태로, 공기역학을 최선으로 했다는 느낌이 온다.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를 자세히 보면 그릴과 이어지는 라인이 있으며 이를 전부 이으면 G90에서 볼 수 있는 오각형의 그릴이 나타난다. 보닛에서는 엠블럼을 강조하는 라인이 강인함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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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는 차량의 특성을 알리는 것 같은 굵은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론트 펜더부터 2열 도어를 지나 휠하우스까지 이어지는 라인과 차체 하단을 파고들어 돌출된 라인이 있으며 펜더에 부메랑 형태의 장식을 넣어 앞으로 전진하는 듯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쿠페 또는 패스트백처럼 리어를 다듬는 것이 유행하고 있지만, G70은 쿠페와 비슷한 루프 라인을 가지면서도 트렁크를 확실히 돌출시켜 세단임을 알리고 있다.

 

굵게 L자를 그리고 있는 테일램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야간 점등시에도 내부에 두 개의 L자가 겹쳐서 빛나기 때문에 G70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트렁크 리드는 공기역학을 고려해 돌출시켰기 때문에 극한의 주행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리어윙이 필요 없을 것이다. 범퍼 아래에 보이는 두 개의 거대한 머플러는 이 차가 갖고 있는 출력을 극단적으로 대변한다. 시승차는 5개의 굵은 스포크를 지닌 휠을 장착하고 그 안에 브렘보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노출되어 역동성이 배가되고 있다.

 

    In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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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라인업의 다른 모델들과는 다르게 G70의 실내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어 ‘오너 드라이브 세단’이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대시보드 자체의 디자인보다는 센터페시아가 운전석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데다가 디자인도 운전석과 조수석이 확실히 분리되는 형태로 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송풍구도, 오디오 스위치도, 에어컨 조작부도 모두 수평으로 구성되었다. 에어컨 조작부 하단의 스위치들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패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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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형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처음으로 3D 디지털 계기반이 도입됐다. 그 동안의 디지털 계기반과는 달리 실제로 바늘과 계기반이 입체감을 갖고 있어 아날로그 계기반을 보는 듯한 느낌도 주고, 주행 모드를 달리하면 역동적인 형태로 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늘 모드 외에는 배경에 도시의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를 통해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다. 밤에 서울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면 더욱 들뜨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실내는 상당히 호화롭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시승차이기에 옵션이 가득 적용되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검은색의 가죽과 대비되도록 붉은색 실을 이용해 다이아몬드 형태로 퀼팅 처리를 한 시트와 도어 트림은 눈과 피부에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거기에 알루미늄의 느낌을 내는 메탈 트림이 가미되니 더 고급스러워진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비를 직접 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니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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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착좌감과 함께 약간의 단단함을 제공한다. 주행 능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버킷 형태를 갖고 있는데, 격렬한 흔들림에서도 상체가 유지된다. 아마도 단독으로 탑승했다면 그대로도 훌륭한 시트라고 했겠지만, BMW 3 시리즈(F30)와 비교를 해 보면 기자에게는 BMW의 시트가 미세하게 우위에 있다.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2열 시트는 상체가 상대적으로 긴 기자에게는 약간 불편한 장소로, 스팅어보다 헤드룸이 낮다는 느낌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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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의 엔진은 2.0L, 3.3L 가솔린 엔진과 2.2L 디젤 엔진이 준비됐다. 시승차는 3.3L 버전으로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발휘한다. 아마도 이 엔진은 한동안 현대기아차의 고성능이 필요한 라인업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며 네 바퀴를 구동한다.

 

스팅어를 시승할 때도 그랬지만, G70은 그 동안 현대차 아니 제네시스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역동성을 담고 있다. 트윈터보 엔진은 마치 터보래그라는 단어를 지워버린 것처럼,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감각으로 지체 없이 가속한다. 가속 페달을 1/4 범위 내에서 조절하면 그다지 엔진음을 높이지 않고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지만, 마음에 발동을 걸고 그 이상 밟으면 즉시 회전을 높이며 뛰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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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할 때의 엔진음은 V8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운전자에게 가속 페달을 더 밟을 것을 요구한다. 엔진 자체에서 발생하는 음색과 가상의 사운드가 섞여 있지만, 주행 중에는 이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터보차저를 적용한 만큼 자연흡기의 그 음색을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상의 사운드로 충분히 대체가 되기에 아쉬움은 적다. 적어도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고 있는 경우에는 그렇다.

 

변속도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 스팅어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엔진 회전을 최대한 높게 끌어내다가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변속이 진행되는 느낌이 상당히 좋다. 엔진 회전이 레드존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스스로 변속해 버리는 자동차들만을 만나다가 이런 차를 만나면, 가속의 쾌감도 그만큼 배가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여전히 다운시프트에서 엔진 회전과 기어의 반응이 인색하다는 것인데, G70이 진정한 역동성을 노린다면 이 부분만큼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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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로는 매력적이다. 가로등의 불빛들이 나란히 늘어서서 도로를 비추고, 달리는 자동차는 적다. 그런 시점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 바늘 대신 붉은색의 터널 같은 그래픽이 계기반을 가득 채운다. 그 시점에서 가속하니 좌우의 숫자들이 급격하게 바뀌고, 마치 터널 저 너머에 있는 도심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두어 번 눈을 깜박이니 금새 일반도로의 속도한계에 도달해 버린다. 아쉽지만 이 시점에서 가속 페달에서 힘을 풀어야 한다.

 

그 아쉬움은 낮에 잠시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면서 달랬다. 스팅어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고속 영역을 지나 초고속 영역을 돌파하고 있음에도 차체에서 그리고 스티어링과 시트를 통해 안정적인 감각만이 전달된다. 국산차 중에서 초고속 영역을 5분 정도 지속적으로 주행하면서도 불안감 하나 없이 주행할 수 있었던 차가 있었나 싶다. 그만큼 제네시스의 기술력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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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고려하면서도 도로의 정보는 정확하게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초고속 영역에서 의연하게 버티는 것도 대단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도 일품이다. 그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독일차에 가까우면서도 유연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시점에서 새삼스레 알버트 비어만이 독일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약간의 유연함은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낸 것이리라.

 

4륜구동 버전이기에 코너링 시에는 약간 언더스티어가 난다는 감각이 있다. 그런데 사실 스티어링을 회전시키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라인과 실제로 주행하는 라인이 거의 차이가 없다. 코너링이 좋다는 BMW와 직접 서킷에서 겨루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이 시점에서 G70 2.0L 버전의 코너링 실력이 궁금해진다. 앞부분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큼 여기에 4륜이 아니라 후륜구동이 결합한다면 좀 더 기민한 코너링이 이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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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의 도움도 있지만, 와인딩에서 다소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비명은 들려오지 않는다. 끈질기게 노면을 물고 있으며, 서스펜션도 의연하게 버티며 동시에 안정적이라는 정보를 전달해온다. 차체가 작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인지 코너를 돌아나가는 일련의 동작들에 재미가 더 붙는다. 아마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안심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휠 안을 가득 채우는 브렘보 브레이크는 이 차체를 언제든 정지 상태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새 ADAS 기능을 이용해 보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고속도로의 끝 부분에서 잠시 사용해보긴 했다. 그럼에도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이 차가 편안한, 자동화된 주행에 의지하기 보다는 달리는 재미를 좀 더 강조하는 세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ACC와 차선 유지 장치 등은 그저 운전자가 지쳤을 때 잠시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전방을 기민하게 감지해 주행 속도를 줄이고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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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은 분명히 좋은 자동차다. 디자인도 고급스러움도 그리고 주행 능력도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굳이 흠을 잡자면 연비를 대야겠지만, 3.3L라는 배기량과 출력을 생각해보면 우수한 연비를 기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지만, 운전을 하면 할수록 제네시스 그리고 G70이 품고 있다는 ‘서울’에 대해서도 조금씩은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 서울에 대한 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이 차가 등장한 시기와 브랜드의 정체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때를 생각하면 이해는 된다.

 

그래서 이제는 G70이 서울을 더 강렬하게 품었으면 좋겠다. 3D 클러스터에 등장하는 남산 타워를 형상화한 그래픽도 좋지만, 좀 더 미려하게 더 직접적인 형태로 품었으면 한다. 광화문과 남산타워 그리고 123층의 첨단 마천루를 동시에 품고 있는 서울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며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좀 더 확실히 품고 더 빠르게 가속했으면 좋겠다. 조용필이 ‘아름다운 이 거리’ 그리고 ‘그리움이 남는 곳’이라고 외쳤던 그 서울이 되도록 말이다.

 


주요제원 제네시스 G70 3.3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85×1,850×1,400mm
휠베이스 : 2,835mm
트레드 앞/뒤 : 1,596/1,604mm (19인치 타이어)
공차중량 : 1,705kg
 
엔진
배기량 : 3,342cc
최고출력 : 370ps/6,000rpm
최대토크 : 52.0kgm/1,300rpm
 
변속기
형식 : 8단 A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듀얼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5-Link)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솔리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25/40ZR19/ 255/35ZR19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가속 : 4.7초
연비 : 9.0 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 188g/km
 
시판가격
스포츠 엘리트 : 4,510만원
스포츠 프레스티지 : 5,22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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