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스몰 오픈 다이나믹, 메르세데스 AMG SLC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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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이 가고 어느덧 지붕을 열기 좋은 날이 왔다. 지붕을 열 수 있는 자동차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작은 차체에 2인승 좌석을 갖춘 로드스터가 이 좋은 날씨를 즐기기에 적합할 것이다. 그 로드스터들 중에서도 삼각별을 단 독특한 모델, 메르세데스 AMG SLC 43에 올랐다. 1996년 데뷔 당시 하드톱 루프를 적용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SLK가 어느덧 3세대로 진화한 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이름을 SLC로 바꾸고 다시 태어난 것이다.
SLC는 독특하다. 로드스터이지만 루프를 닫고 있을 때는 크기가 작고 날렵한 2인승 쿠페의 이미지가 느껴지고, 루프를 여는 순간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상쾌하게 주행할 수 있는 로드스터로 바뀌는 양면성을 지녔다. 메르세데스의 특징인 여유 있는 운전과 AMG의 경쾌함이 어우러져 SLC만의 느낌을 만들어내는데다가 주행 중 들어오는 바람과 개방감이 로드스터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만들어 준다.
2인승 소형 로드스터라는 SLC의 독특한 포지션을 생각해 봐도 SLC는 길이가 4,145 mm로 작은 편이다. 폭은 1,820 mm, 휠베이스는 2,430 mm 이니 바퀴의 위치와 폭만 고려해서 보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게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전체적인 외형은 기존 3세대 SLK에 비해 많은 부분이 바뀌지는 않았고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의 모서리를 좀 더 둥글게 다듬은 점이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이다. 헤드램프 내부의 그래픽을 바꾸고 상단에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측면의 모습은 SL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해서 적용했던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크게 변화가 없다. 곡선을 갖춘 루프, 트렁크 라인과 짧은 트렁크 길이로 인해 상위 모델인 SL에서 보여줬던 약간의 어색함이 없어져 비율이 더욱 좋아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붕을 열어도 트렁크가 크게 길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벨트, 사이드라인이 부리는 마술이다. 후면에서는 테일램프의 그래픽이 변한 것 외의 차이는 없다.
시승차는 AMG 모델이기 때문에 일반 모델보다 좀 더 과격한 형태의 에어로파츠를 두르고 있다. 프론트 범퍼를 장식하는 좌우 대칭 형태의 대형 에어 인테이크는 AMG GT에서 볼수 있는 다소 공격적인 형태인데 SLC에 맞게 비율이 조정되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리어 범퍼는 양 끝단에 세로로 긴 형태의 에어벤트를 조합하고 머플러 역시 범퍼 하단에 깔끔하게 내장되는 형태로 다듬어졌다. 사이드스커트와 18인치 휠, 붉은색의 브레이크 캘리퍼도 역동적인 형상을 만들어낸다.
원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실내는 기존 SLK와 동일하다. 변한 부분이 있다면 D 컷 스티어링 휠과 버튼의 형상 정도인데, 기본적으로는 심플함을 내세우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형상과 모니터의 크기 역시 그대로이지만,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되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약간 개선이 이루어졌다. SL 라인업에서 유지되는 센터터널의 기어노브는 ‘달리기에 집중한다’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IWC 시계는 AMG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SLC를 좀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다.
나파 가죽으로 구성된 투톤 버킷 시트는 SLC의 주행 성능을 운전자가 극한까지 느낄 수 있게 하는 든든한 아군으로 지지력이 좋은 것은 물론 에어스카프와 열선도 갖춰 편안함도 챙기고 있다. 도어 포켓을 비롯해 2중으로 나뉘어진 글로브박스, 넉넉한 용량의 컵홀더, 시트 뒤에 마련된 그물 등 소지품 수납공간도 충실하게 마련되어 있어 불편함이 없으며, 루프 유지 시에는 트렁크 용량도 제법 확보된다.
시트 뒤에는 전복 사고에 대비한 롤오버 바가 있고 여기에 투명한 에어가이드가 결합되어 있는데, 손으로 잡고 간단하게 돌리면 뒤에서 유입되는 바람을 차단할 수 있다. 매직 스카이 컨트롤을 적용한 루프는 버튼을 눌러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하늘을 볼 수 있다. 루프는 정지 상태에서 작동시킬 수 있고, 일단 작동되면 40 km/h의 속도까지는 작동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신호를 받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메르세데스 AMG SLC 43에 탑재되는 엔진은 3.0L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5,500~6,000 rpm에서 최고출력 367마력, 2,000~4,200 rpm에서 최대토크 53 kg-m을 발휘한다. AMG라는 이름이 붙기는 하지만 V8 또는 직렬 4기통 엔진처럼 AMG 전용 공장에서 한 명의 엔지니어가 전담하여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메르세데스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만큼 AMG의 대중화와 시대의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봐야겠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뒷바퀴를 구동한다.
SLK 시절 AMG를 기억하는 운전자라면 자연흡기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한탄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V8 엔진의 무게로 인해 프론트의 거동이 약간 불편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엔진이 V6 트윈터보로 바뀌면서 출력은 약간 하락했지만 동시에 프론트의 무게도 감소하면서 거동이 조금 더 좋아졌다. 게다가 출력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발진 감각은 짜릿하다. 뒷바퀴가 시트 바로 뒤에 위치하는 로드스터 특유의 구조 때문이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시도하면 허리와 엉덩이를 붙잡고 밀어주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0-100 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4.7초이고 실제로는 낮은 시트포지션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루프를 열면 더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로드스터의 특성. 터보차저 엔진의 제작 기술이 크게 발전하기는 했지만, 마치 자연흡기 엔진처럼 지체 없이 매끄럽게 상승하는 엔진 회전과 억제된 진동은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준다.
비록 엔진음은 강렬함을 주지 못하지만, 주행 모드를 Sport 또는 Sport+ 모드로 선택했을 때 거칠어지는 배기음이 이를 달래준다. 특히 Sport+ 모드에서 가속 페달의 힘을 풀었을 때 나오는 부조화음이 일품으로,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해 옛 WRC에서 자주 사용되던 안티 래그 시스템(‘미스파이어링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티 래그 시스템이 맞다)을 생각나게 하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늘어난 출력에 맞게 브레이크 역시 밟는 힘만큼 반응하며, 힘차게 밟으면 그만큼 제동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AMG 전용으로 다듬어진 서스펜션은 프론트 3링크, 리어 멀티링크 타입으로 일반 모델보다 최저지상고도 낮다. 여기에 로드스터의 특징인 짧은 휠베이스와 넓은 차폭이 더해지니 급격한 헤어핀 코너를 고속으로 공략하지 않는 이상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다. 흔히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플랫 라이드가 실현되는데, 코너 진입이 약간 잘못되어도 금새 자세를 수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운전자의 상체 거동도 줄어드는 만큼 적극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과거의 스파르탄 드라이빙 대신 편안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드라이빙이 자리잡는 것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메르세데스의 최신 자동차들처럼 안전 전자장비로 완전히 무장하지는 못했지만 긴급 정지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대부분의 기능들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 SLC를 즐기는 곳이 서킷이라면 더 좋겠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일반도로를 더 많이 주행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들과 주행의 조화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필수일 것이고, 전자장비로 무장하는 추세도 시대의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전자장비가 로드스터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은 메르세데스가 이 차의 특성을 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메르세데스 AMG SLC 43은 다운사이징, 고효율 시대를 살아가는 고성능 로드스터의 자세를 보여준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면서도 거동의 개선에 집중하고 박력 있는 배기음으로 짜릿함과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효율과 다이나믹의 양립이 숨쉬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택에 있어 이성을 마비시킬 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로드스터는 다이나믹한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들의 로망이고, AMG를 품은 SLC는 그 로망을 삼각별과 함께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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