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볼보 XC60, 자극 없이 부드러운 양념을 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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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신형 XC60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을 때를 기억한다. 그 때 한국인인 이정현 디자이너가 외형을 디자인했다는 점을 상당히 강조했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심플하지만 고급스럽고 덜어냈을 때 부각되는 아름다움이 있는 북유럽의 디자인과 한국의 여백의 미가 어울린다고 본다.’는 말도 같이 했었다. 이후에는 여백의 미를 느낄 기회가 별로 없어 그 말을 잠시 잊고 살았지만, 이곳에서 다시 한 번 XC60을 보고 있으니 그 때의 말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이곳은 강원도 정선. 험준한 산과 계곡이 있는 곳이지만, 이제는 도로가 곳곳에 개설되어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계절 또한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어 산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단풍이 일품이다. 그 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스웨덴하고는 다른 풍경이지만, 이런 풍경에서 어울릴 수 있는 차라면 스웨덴에 가서도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그림은 어느 풍경에서나 어울릴 법 하다.
그런 절경을 중심으로 볼보 SUV 라인업이 서 있다. XC라는 코드를 받고 있는 볼보의 SUV들은 본래 왜건을 바탕으로 최저지상고를 높이고 범퍼와 휠하우스에 가드를 덧대 임도 주행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든 XC70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XC들은 완벽한 SUV라기 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SUV와 크로스오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SUV 라인업으로 편입되긴 했지만, 그래도 크로스오버의 이미지가 강하다.
볼보는 자신이 태어난 북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그 스타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심플하면서도 자연의 맛을 살리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스칸디나비아는 그 스타일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고, 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같이 이해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집에 이케아 가구 두 세 점 놓는 것만으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이해했다고 하면 ‘토르’가 ‘묠니르’를 들고 쫓아올지도 모른다.
북유럽 사람들은 여유를 즐긴다고 한다.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한정된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퇴근 후 라이프를 즐기면서 여유를 누리는 것이다. 그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면 집 안의 가구가 기교를 부리고 어지러운 디자인을 갖추기보다는 평소에 보기도 편안하고 자주 만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들을 알아간다면,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누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여유’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볼보의 SUV들을 탑승하기 위해 강원도 정선까지 오게 된 것도 이해가 간다. 이곳은 아마도 북유럽에 가장 가까운 곳, 시간의 흐름이 달라져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다른 자동차들도 준비되어 있지만 이번에 온전하게 느껴 볼 모델은 볼보 XC60. 음악은 아바(Abba)의 음악으로. 아니, 이 음악은 너무 오래되었으니 옆 나라지만 같은 스칸디나비아인 ‘노르웨이’의 음악으로 해야겠다. 앨런 워커(Alan Walker)가 좋을 것 같다.
이번에 긴 시간을 관찰해보고서야 느낀 것이지만, XC60의 외형은 상위 모델인 XC90하고도, 그 아래 모델인 XC40하고도 확연히 다르다. 볼보 특유의 LED DRL인 ‘토르의 망치’나 전면을 장식하는 ‘아이언맨’ 그릴, 엠블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차량의 전체적인 비율이 다르다는 이야기로, XC90과 40이 전형적인 SUV의 비율을 가진 것에 비해 XC60은 SUV보다는 크로스오버에 더 가깝다.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최근에 새로 등장한 V60 크로스컨트리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SUV로써 필요한 최저지상고를 마련한 것에 비해 지붕의 높이가 낮아 보이고 폭이 조금 더 넓어 보인다. 실제로도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높이가 50mm 낮아졌다고. 측면에서는 하단을 가로로 살짝 파내면서 도어 하단을 장식하는 음각 라인으로 인해 눈치채기 힘들 수도 있지만, 후면에서는 필러 상단에서 흘러내리다가 차체 중앙을 가로로 점령한 테일램프로 인해 이 형상을 확인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어느 새 테일게이트 가로를 전체적으로 점령하게 된 볼보의 레터링이 눈에 띈다.
차체 하단에 라인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측면 하단의 라인도 그렇지만 앞 뒤 휠하우스를 강조하고 있는 굵은 라인도 있고 테일게이트 하단에 있는 라인도 있다. 이를 통해 크로스오버가 가질 수 있는 높이로 인한 불안감이 많이 상쇄되고 있다. 상단의 표면은 상당히 매끄럽기 때문에 마치 흐르는 액체금속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한 번만 보고 지나간다면 알 수 없지만, 그곳에 반사되는 빛과 풍경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상위 모델인 XC90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먼저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대시보드의 하단을 감싸고 있는 드리프트 우드와 끝단의 금속 라인이 인상적인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가구에서도 볼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다. 그 라인의 오른쪽에는 스웨덴 국기가 새겨져 있어 출신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바우어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가 적용되어 있어 센터페시아 상단의 원형 트위터가 제일 눈에 띈다.
볼보 모델의 스티어링 휠을 잡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좌우의 버튼이 눈에 띄게 배치된 것도아니면서 크기가 커서 누르기 쉽고, 각 기능이 직관적이어서 다루기가 어렵지 않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형태가 마음에 든다. 센터페시아를 장식하는 기어 노브는 가죽 부츠로 감싸여 있는 평범한 형태. 상위 모델에는 크리스털 기어노브도 마련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이것을 잡아본 적이 없다. 그 아래에는 돌리는 방식의 독특한 시동 버튼과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이 있다.
센터페시아를 차지하고 있는 세로로 긴 형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서스는 아마도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볼보는 여기에서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는데, 만약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많이 조작해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라면 센서스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만 겨우 다룰 수 있는 세대라면 이를 상당히 불편해 할 것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의외로 IT부문에서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시트 제작에 신경을 많이 쓰는 볼보답게 1열과 2열 시트 모두 착좌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지지성이 좋다. 2열에서도 불편함이 없고,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면 등받이에 기대서 이동하는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옵션이 약간 있는 모델이라서 그런지 센터터널에 송풍구와 터치 방식의 에어컨 조절 패널이 마련되었다. 505L의 트렁크는 평균 4인 가족의 캠핑 장비를 적재해도 될 정도로 넓고 긴 짐을 적재할 때는 센터 암레스트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XC60의 파워트레인은 2.0L 4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가솔린과 디젤. 여기에 출력을 달리하여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승차는 D5로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을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처음에는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출발과 가속을 하는 느낌이 언제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스펙 상으로는 분명히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지점이 있는데, 가속하다 보면 이것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처음에는 1,750~2,250rpm이라는 낮은 회전에서 토크가 나와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의도적으로 회전을 그 이상 올려봐도 가속은 일정하다.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지점이 4,000rpm이니 토크 밴드를 벗어난 후 바로 출력이 끌어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굳이 밟지 않아도 되지만, 밟아도 다룰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역동적인 운전을 즐기더라도, 가족을 생각하는 조용한 운전을 즐기더라도 모두 감쌀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밋밋한 맛이고 개성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볼보만의 맛은 있다. 굳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자면 혼다가 이와 비슷한 감성을 내는데, 혼다는 엔트리 모델도 스포츠 감성이 조금씩 배어 있는 데 비해 볼보는 편안함에 더 집중한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재미가 느껴진다.
처음부터 자극적인 맛을 내지는 않는다. 그 맛을 내기 위해 자신만의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는 제조사가 있는가 하면,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제조사도 있다. 볼보는 그 맛을 추구하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소금과 후추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 맛은 처음에는 깊게 느낄 수 없지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의식되지 않으면서 여기에 빠질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집에서 매일 사용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가구처럼, 볼보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런 맛을 알고 나면, 마치 XC60을 수족처럼 다루고 싶은 욕구가 솟아난다. 그리고 자동차가 그런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그러다 보니, 그런 자연스러운 점이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아무리 운전자가 엔진을 돌리고 있어도 2열에서 느껴지는 것은 편안함뿐이다. 물론 과속방지턱을 세게 넘거나 거친 도로에서의 충격은 조금씩 올라오지만, 동승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운전한다면 사실 운전자 실격에 가깝다. 거칠게 맛보고 즐기는 것은 운전자 혼자 있을 때 해도 충분하다.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인테그럴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롱 스트로크로 보인다. 느낌이 그럴 뿐이라 실제로 재 보지는 못했지만, 크로스오버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서스펜션을 짧게 설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응은 약간 단단해서 1열에서는 낮게 느껴지는 충격이 2열에서 조금 더 높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편안한 승차감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크로스오버임에도 불구하고 높이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 코너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록투록 3회전을 갖춘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각은 타이트는 아니지만, 머릿속에 그린 라인에서 아주 약간 부푸는 정도로 따라갈 수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인지 코너에서 차체가 크게 기울지는 않고, 만약 크게 기울 것 같으면 안전벨트가 저절로 작동하면서 상체를 시트에 강제로 밀착시킨다. 이 점에 있어서는 ‘안전의 볼보’라는 점이 크게 다가온다. 브레이크 반응은 평범한데, 신뢰성은 있기 때문에 필요 시 강하게 밟는다면 차체를 원하는 지점에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ADAS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앞 차와의 거리만을 따지는 ACC 기능과 스티어링도 같이 제어하는 드라이브파일럿 기능이 구분이 되는데, 스티어링의 버튼만으로 두 모드를 번갈아 선택할 수 있다. 스티어링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시간은 약 25초에 불과하지만, 차선에 따른 노면 추종성은 수준급이다. 그 외에도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과 긴급제동 시스템도 있지만, 1차선이 주가 되는 시승 코스에서는 시험할 기회가 없었다.
XC60은 볼보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모델이다. 신형이 등장하기 전의 XC60이 7년 간 볼보의 베스트셀러를 책임지고 심지어는 신형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형이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인지 XC60의 인기가 여전히 높고, 예약자가 밀려 물량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국내 배정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갖고 오고 있지만, 여전히 맞추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보면 스칸디나비아의 물결이 의외로 한국과도 잘 맞는 것 같기에 많은 한국 고객들이 XC60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라이프도 같이 맞출 수 있다면, 그 진수를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강원도 정선에서 만난 XC60은 그렇게 스칸디나비아 라이프의 끝자락을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게, XC60을 조금은 더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주요제원 볼보 XC60 D5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90×1,900×1,660mm
휠베이스 : 2,865mm
공차 중량 : 1,970kg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디젤
배기량 : 1,969cc
최고출력 : 235ps/4,000rpm
최대토크 : 48.9kgm/1,750~2,250rpm
연료탱크 용량 :
변속기
형식 : 8단 자동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위시본 / 인테그럴 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구동방식 : AWD
타이어 : 255/45R 20
성능
0->100km/h 가속시간 : 7.2 초
최고속도 : ---km/h
복합연비 : 12.9 km/l(도심 11.7 / 고속도로 14.8)
이산화탄소 배출량 : 148 g/km
시판가격
모멘텀 : 6,260 만원
인스크립션 : 6,870 만원
(작성일자 2018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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