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유일한 | 르노삼성의 강력한 후속타자, QM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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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변치 않는 모습으로 오랫동안 생산하는 자동차를 최고로 쳐 주던 시절이 있었다. 한 대의 자동차를 오랜 기간 동안 제작한다는 것을 그만큼 기술을 품고 있던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고,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은 1달도 안되어 변하기 일쑤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도 마찬가지여서, 오랫동안 장수하는 모델이라는 개념은 이제 찾기 힘들어졌다. 자동차 제조사가 살기 위해서는 뉴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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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르노삼성이 어려웠던 이유는 변화를 단행하지 못하고 오래된 모델을 계속 생산했던 것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체는 르노삼성이 절차부심 끝에 올해 초 SM6를 새로 출시하면서 깨졌고, 그동안 잔잔했던 중형차 시장에 큰 돌풍을 몰고 왔다. 그리고 르노삼성은 SM6의 성공에 힘입어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속타자, 즉 뉴모델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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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르노삼성이 꺼내든 카드는 SUV의 전면개혁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생산하던 QM5를 과감히 버리고 QM6를 새로 등판시켰다. 이름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플랫폼부터 시작해 디자인 등 모든 부분을 개혁한 것이다. 기존 QM5가 차체 크기로 인해 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받아들여 QM6는 경쟁 모델과 비슷한 수준으로 차체도 키웠다. SM6를 통해 호평받았던 디자인 코드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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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QM6는 이제야 경쟁자들과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한국의 SUV 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르노삼성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QM6를 선택했고, QM6는 9월말 2,536대, 10월 4,141대, 11월 3,859대를 국내에 판매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판매량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이번 시승 모델은 QM6로 정했다. 이제 QM6의 매력을 파해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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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의 외형은 몇 달 먼저 국내 시장에 데뷔한 SM6와 일견 유사해 보인다. 두 모델이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중세 기사의 투구에서 영감을 얻은 프론트 그릴과 ‘ㄷ’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 가로로 긴 형태의 LED 헤드램프와 가로로 긴 노 형태의 LED 테일램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SM6를 그대로 세로로 잡아 늘였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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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세히 보면 각 부품이 부여하는 비율이 다르다.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가 직각을 강조하는 다부진 형태로 크게 제작되었기 때문에 QM6의 SUV다운 인상을 유지하도록 한다. 프론트 범퍼 역시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보다는 하단의 회색 범퍼 가드가 강조되고 있으며, 각 범퍼 하단과 사이드 스커트, 휠하우스 주변을 감싸는 무광검정 플라스틱이 QM6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루프와 벨트, 캐릭터 라인에는 미묘한 곡선만을 적용했고, 따로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프론트 펜더와 도어 하단을 장식하는 크롬 라인이 엑센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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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디자인 언어를 갖고 있음에도 SM6가 날렵함을 강조하는 데 비해, QM6는 육중함을 강조하는 것 같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표현의 발로이리라.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19인치 휠은 일반도로 주행은 물론 임도 주행도 거뜬히 소화해낸다. 리어 범퍼 하단에 있는 크롬 머플러 모양은 장식이고, 진짜 머플러는 안쪽에 숨겨져 있다. 덕분에 시동을 건 상태에서도 화물 적재 시 신체에 배기가스가 직접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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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는 실내 역시 SM6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수평으로 이루어진 대시보드도, 가죽으로 감싼 역동적인 스타일의 3포크 스티어링 휠과 7인치 LCD 계기반,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세로로 긴 형태의 8.7인치 S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동일하다. 그러나 대시보드 상단의 마감과 센터터널의 디자인은 전혀 다르고, 여기서 QM6만의 고유 영역이 드러난다.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이 이어지는 부분에는 손잡이가 적용되어 있어 QM6가 SUV라는 것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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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어 노브의 위치가 다르다. SM6는 좌측으로 치우친 부분에 노브가 위치했지만, QM6는 정 중앙에 위치한다. 그 뒤로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크루즈 컨트롤, 스피드 리미트 버튼이 위치한다. SM6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멀티센스 다이얼이 계승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 뒤로는 두 개의 컵홀더가 엇갈린 형태로 배치되어 있고, 용량이 제법 큰 센터콘솔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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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SM6에서 충분히 겪어봤지만, QM6에서의 느낌은 또 다르다. 무엇보다 SM6를 시승하는 동안 익숙해졌던 조작이 그대로 통용된다는 점과, 처음 접했을 때와는 달리 단축키를 외우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스와이프 동작을 줄이고 터치를 주로 사용해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조작이 훨씬 편해졌다. 주행 중 기능 조작 시 시선이 전방에서 이탈한다는 점은 터치 방식을 사용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가급적이면 정지 시 기능을 조작해 두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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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시트는 신체가 파묻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지지성이 우수하다. 면적이 제법 큰 1열 헤드레스트는 사고 시에도 머리와 목을 제대로 지지해 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은 불가능하지만 앉았을 때 자세 유지가 쉽고 중앙의 암레스트를 내리면 신체를 제법 편안하게 둘 수 있다. 센터콘솔 후면에 송풍구는 물론 2개의 USB 포트와 12V 아웃렛이 마련되어 뒷좌석에서의 스마트 기기 충전도 문제없고 AUX 연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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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에 탑재되는 엔진은 르노의 2.0 dCi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으로 3,750 rpm에서 최고출력 177마력, 2,000-3,000 rpm에서 최대토크 38.7 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일본 자트코에서 공급받은 XTronic CVT를 적용하는데, 일반적으로 CVT에 적용되는 고무벨트 대신 금속 체인을 사용해 저회전 토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CVT는 본래 기어 단수의 개념이 없지만 인위적인 벨트 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7단의 가상 단수를 적용했고, 이로 인해 출력이 필요할 때 엔진의 힘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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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이 기본이며 올 모드 4륜구동 시스템을 옵션으로 제공한다(기본 등급 SE 제외). 시승차는 4륜구동 옵션이 적용된 모델로, 평상시에는 전륜에 구동이 집중되고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구동을 적절히 배분한다. 버튼을 통해 뒷바퀴에 강제로 50%의 구동을 보낼 수도 있어 험로 탈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4륜구동 옵션의 가격이 170만원으로 경쟁 모델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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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진행하면 경쾌함보다는 무난함이 먼저 느껴진다. 출발 시 경쾌한 가속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약간의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QM6의 본질이 SUV임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 적어도 가속 시 다른 자동차들에게 뒤처지지는 않는다. CVT의 특성 상 변속 충격이 없어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가족을 위한 SUV로써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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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의 소음은 실내에서는 억제되어 있는데, 차음재를 적용한 가솔린 엔진 수준의 정숙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음이 약간 있는 가솔린 엔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탑승객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음악 감상 또는 탑승객간의 대화를 방해하지는 않는 수준이다. BOSE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하면 추가 장착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이 엔진음을 줄여주고 있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소리가 억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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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가 높은 SUV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코너링에서 위력을 발휘하는데, 강성이 개선된 르노 닛산 CMF(CMF-CD) 플랫폼과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코너링을 가능하게 만든다. 오히려 타이어의 한계가 빨리 다가올 정도이니 말이다. 스티어링은 예민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반발력으로 운전자에게 조작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핸들링 성능을 중시하는 프랑스 자동차다운 반응이다. 브레이크는 땅에 꽂히는 듯한 감각은 없지만, 밀리지도 않는 평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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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한 전자장비 역시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 전방의 상황을 감시하고 긴급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비지오 시스템(Visio System)은 물론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운전 피로 경고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고속화도로에서 인식률이 우수한 편이지만, 왕복 2차로 등 좁은 도로에서는 인식률이 약간 감소한다. 아직 100% 차선을 인식하는 전자장비는 개발되지 않은 만큼 안전운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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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온전히 증명하고 있다. 르노-닛산의 플랫폼과 르노의 디젤 엔진, 닛산(정확히는 닛산에 납품하는 자트코)의 변속기가 조화를 이루어 가족을 위한 편안한 중형 SUV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선택했고, 고객의 만족은 판매량으로 증명됐다. 르노삼성의 후속타자는 성공적으로 등판했고, 선배 타자와 함께 팀의 우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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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르노삼성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 또 다른 후속 타자다. 이미 작은 크기의 후속 타자가 등판을 준비 중이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타자를 잇달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미 등반한 타자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르노와 닛산이라는 베이스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르노삼성이 지금의 QM6에 만족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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