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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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소위 부자 동네라고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자동차가 당시 막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하던 ‘렉서스 ES’였다. 토요타 캠리를 기반으로 한 차체를 갖고 있었지만, 그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실내를 장식했던 우드와 가죽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 지금 와서 떠올려 봐도 편안함을 극대화했던 승차감과 다루기 쉬운 주행 성격은 당시 주 고객이었던 주부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 뒤로 수입차들이 다양화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의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한 번 구매하면 잘 고장 나지 않는다’는 렉서스의 신뢰도와 함께 여전히 일정 이상의 판매량은 유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상위 모델인 LS도 있고 후륜구동으로 스포티함을 조금 더 강조했던 GS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그저 편안하고 안락하게, 이동이라는 목적에만 충실하다면 역시 선택은 ES 이었다.
이 인기에 조금 더 불을 붙인 것이 바로 전 세대 모델부터 등장했던 ‘하이브리드’였다. 조용함과 연비에서 큰 강점을 갖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시 후 상당히 인기를 끌게 되었고, ES 구매 고객의 90% 이상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있어서 오랜 기간 대량양산과 실전판매를 통해 노하우를 갖고 있는 렉서스인만큼 어쩌면 그것은 예견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작할 때 ES 300h를 참고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번에 등장한 신형 ES는 기존의 ES 들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중간 가교 역할을 맡던 GS가 라인업에서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ES는 그 동안 조금이나마 더 주행 성능을 중시했던 GS의 고객들까지도 같이 품어야 한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했다. 플랫폼을 바꾸고 파워트레인에도 대대적인 개선이 가해졌다. 기존 모델의 강점이었던 정숙성과 승차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행 감각을 ‘즐거움’으로 선회시켜야 한다는 난제도 더해졌다.
신형 ES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먼저 공개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ES가 잘 판매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화려한 공개식을 올린 후 며칠이 지난 뒤, 비가 상당히 내리는 어느 날 아침에 다시 ES와 마주쳤다. 신형 ES는 자신의 달라진 위치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 것인지, 기존 강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장점을 더한다는 모순된 양립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전체적으로 ‘도발적인 우아함’을 표방하고 있는 ES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면의 모습이다. Z자 형상의 헤드램프와 대형 스핀들 그릴은 상위 모델인 LS에서도 충분히 체험했던 것이지만, 그 그래픽을 달리하면서 ‘디자인의 궤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는 인상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스핀들 그릴 내부의 그래픽은 ‘연속되는 파도’와 같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고 있으면 나란히 선 대나무와 죽순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모델이 ES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보닛의 라인이 상당히 낮아져 있다. 여기에 매끈한 형태의 루프라인과 각도가 상당히 낮은 A 필러, C 필러가 어우러져 제법 날렵한 자세를 만들어낸다.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는 라인도 그렇지만 차체 크기에 비해 측면 윈도우의 면적이 적다는 것도 공격적인 이미지를 더해주고 있다. 프론트 휠하우스 끝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뻗는 숄더라인이 루프라인과 대조를 이룬다. 멀티 스포크를 적용한 18인치 휠이 인상적이다.
리어에서는 깔끔하면서도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는 트렁크와 그 끝을 장식하는 스포일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형태의 3D L자를 강조하는 테일램프는 측면에서도, 후면에서도 눈에 띄며 상단에는 크롬 라인이 둘러졌다. 테일램프 아래에는 리어 범퍼 두 부분에서 모이는 라인이 있는데, 공기가 떠나는 부분을 상징하는 것 같다. 리어 범퍼에는 머플러 팁 대신 검은색의 머플러와 비슷한 형태를 갖춘 라인과 반사판이 위치하는데, 마치 하나의 장식과도 같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운전석과 그 외 탑승객을 위한 넓고 편안한 객석이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분리된 것 같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운전석을 중심으로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센터콘솔이 구성되어 있어 교묘하게 분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C로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7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그 주변을 장식하는 모드 조작 버튼이 인상적이다. 한 번의 조작만으로 원하는 주행 모드를 바로 선택할 수 있어 편리하다. LS에서 갖고 온 스티어링 역시 쥐는 형태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되도록이면 시선을 이동시키지 않는 범위에 디스플레이가 존재한다. 계기반 위의 컬러 HUD는 럭셔리 클래스에서 가장 큰 가시 영역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속도와 ADAS 작동 상태 등 필요한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앞 도로 상황에서 눈을 뗄 일이 거의 없다. 만약 네비게이션을 확인해야 한다면 눈을 약간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센터콘솔 상단에 있는 12.3인치 EMV(Electro Multi Vision) 디스플레이에 도달한다. 조작은 화면 터치가 아닌 별도의 원격 터치 인터페이스(RTI)로 하는데 상체 이동 등으로 인해 시선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시트는 5인승이지만 실질적으로는 4인승이다. 1열 시트는 기존 모델보다 착좌감이 조금 단단해졌는데, 딱딱하다기 보다는 기존 모델의 푹신함이 약간 사라졌다는 정도이다. 아마도 주행 중에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인데, 그만큼 주행 감각을 강조하는 모델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낮은 루프로 인해 살짝 걱정이 되었던 2열 시트는 헤드룸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앉은키가 상당히 큰 기자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었다. 배터리가 2열 하단으로 이동하면서 트렁크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되었는데, 골프백 4개는 수납할 수 있다고 한다.
신형 ES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확보하고 있지만, 현재 수입되는 파워트레인은 ES300h 하나이다. 신형 4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으며, 새로 제작한 알루미늄 합금 집약형 2.5L 4기통 가솔린 엔진(A25A-FXS)과 전기 모터를 조합해 합산 출력 218마력을 발휘한다. 고속 연소를 위해 기존 엔진보다 보어를 줄이고 스트로크를 늘렸으며 레이저 가공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되어 효율적인 점화와 연소가 가능하다고 한다.
먼저 알려두고 싶은 것은 신형 ES가 ‘감성적인 드라이빙’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속 또는 감속 영역에서의 짜릿함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합산 출력만을 봐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가속 시 시트에 몸이 묻히는 것 같은 감각이나 엔진 회전을 높이며 질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그렇게 주행하고 싶다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V6 엔진을 탑재한 ES F 스포츠를 기대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ES에서 추구되는 감성적인 드라이빙은 ‘완전한 제어 감각(a sense of complete control)’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인마일체’라고 할 수 있는데, 렉서스의 드라이빙 타쿠미 ‘이토 요시아키’에 따르면 깔끔한 드라이빙으로 인해 승차감을 넘어서는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신형 ES는 그것을 제공한다. 거대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한 손에 담고 이리저리 굴릴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다.
그래서 가속 감각부터가 일정하다. 렉서스의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초반에 전기 모터가 가속을 주도할 때 그리고 엔진이 모터와 함께 가속에 개입할 때 마지막으로 엔진만이 개입할 때, 그 각각의 구간에 있어 가속 페달에 전달되는 감각이 일정하다. 하이브리드 초기에는 모터에서 엔진으로 전환하는 구간에서 부조화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개입하고 빠지는 순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변속기 역시 다듬어져 있다. e-CVT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전과 같지만, CVT 특유의 늘어지는 느낌이 기존 모델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엔진 회전을 차량의 주행 속도와 맞추어 재정렬시켰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가속의 맛이 약간 부여되어 있다. 만약 엔진 회전을 조금이라도 더 쓰고 싶다면 기어를 수동 모드로 맞추고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가상의 6단 기어가 부여되어 있어 엔진을 돌리는 맛을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더블 위시본 방식.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것을 돕는 것이 쇼크 업쇼버에 추가된 ‘스윙 밸브’로 이를 통해 작은 충격과 큰 충격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깔끔한 드라이빙도 이것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깔끔한 드라이빙은 코너에서 차체의 회전에 갭이 없는 것. 좀 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코너에서 앞바퀴와 뒷바퀴가 대응하는 시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코너를 앞바퀴만으로 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뒷바퀴가 제대로 도로에 밀착해야 깔끔한 코너링이 만들어진다. 스윙 밸브의 진정한 의의는 차체가 회전할 때 회전하는 안쪽 방향의 뒷바퀴가 반동으로 인해 지면과 이탈하려는 현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바깥쪽 뒷바퀴뿐만 아니라 안쪽 뒷바퀴도 도로에 확실히 붙여 운전자에게도 확실히 전해지는 코너링 감각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기존 모델에 비해 앞바퀴가 스티어링과의 조종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감각이 더 강해졌다. 그만큼 더 자신 있게 코너에 대응할 수 있다.
승차감 면에 있어서는 기존 모델의 승차감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과속방지턱 역시 부드럽게 넘어가는데, 그 통과 속도가 30km/h가 되면 뒤에서 조금씩 소리가 발생한다. 모든 과속방지턱에서 그런 것은 아닌데, 턱이 급격하게 높은 곳에서 속도가 조금만 빠르면 그렇다. 다리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 만나는 요철에서도 가끔씩 단단하게 튕기는 듯 반응할 때가 있는데, 차체가 강화되면서 충격이 모두 흡수되지 못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이거 외에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데다가 뒷좌석에서의 승차감까지 좋기 때문에 더 이상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억지 불만에 가까운 사항이기도 하다.
신형 ES에 적용된 ADAS 시스템인 LSS+는 좀 더 진화했다. 차선을 감지하여 중앙 정렬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차선 감지가 불가능할 때는 앞에서 주행하는 차의 라인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태풍으로 인해 세찬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차선을 잘 감지하는데, 그 와중에 갑자기 터널에 진입해 어두워지거나 터널에서 갑자기 나와 비를 맞게 되면 순간적으로 차선을 감지 못하고 이탈하려 하기도 한다. 고속도로 주행 중 피로를 덜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운전을 보조하는 정도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연비에 있어서는 ‘과연 렉서스 ES’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본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공인 복합연비는 17.0km/l이지만 고속도로와 시내 주행이 반복되는 시승 코스에서 실질적으로 기록한 연비는 20.3km/l였다. 성인 4명이 탑승한데다가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무거운 장비를 트렁크에 적재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인 연비를 상회하고 있으니, 사실 상 실제 가혹 주행 연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새로 태어난 렉서스 ES는 상위 모델인 LS와 흡사하면서도 다른 모습과 다른 재미를 준다. 그리고 기존의 장점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장점을 끌어들이며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재미는 없지만 편안함과 연비만을 보면서 운전하는’ 모델이 아닌, ‘진정한 인마일체로 재미와 편안함을 주고 연비도 챙겨주는’ 모델이 되었다. 한 번 보면 그 이미지를 잊기 힘든 스핀들 그릴과 공격적인 형태의 디자인은 덤이다.
그 젊어진 디자인은 이제 기존의 주 고객이었던 노년층을 넘어 30대의 젊은 고객들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운전의 재미, 실용적인 연비까지 갖추고 있으니 ‘다재다능한 럭셔리 세단’이 되었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렉서스는 렉서스만의 방식으로 ES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새 렉서스 ES의 스토리에 새로운 장이 추가되고 있다.
주요제원 렉서스 ES 300h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75×1,865×1,445mm
휠 베이스 2,870mm
트레드 앞/뒤 : 1,590/1,600mm
공차중량 : 1,715kg
연료탱크 용량 : 49리터
트렁크 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2,487cc 직렬 4기통 가솔린
압축비 : 14.0 : 1
보어Ⅹ스트로크 : 3.44 in. x 4.07 in
최고출력 : 178hp/5,700rpm,
최대토크 : 22.5kgm/3,600-5,200rpm
합산출력 : 218ps
전기모터
최고출력 : 120ps
배터리 : 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
트랜스미션
형식 : e-CVT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3.389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 V.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45R 18
구동방식 : FWD
성능
0-98km/h : 8.1 초
최고속도 : 180 km/h(전자제한)
최소회전반경 : ---m
연비 : 17.0km/l(도심 17.1km/l, 고속도로 17.0km/l)
CO2 배출량 : 93g/km
시판 가격
슈프림 : 5,710 만원
럭셔리 : 6,050 만원
럭셔리 플러스 : 6,260 만원
익스큐티브 : 6,64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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