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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다이어트에 성공하다, 혼다 CR-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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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색상이 많이 옅어졌지만, 혼다 CR-V는 한 때 수입 SUV 시장을 사로잡았던 자동차다.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는 혼다의 준중형 승용차인 시빅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CR-V는 2004년 말, 2세대 모델로 한국땅을 밟으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많은 운전자들, 그 중에서도 아이를 두고 있는 주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학원 앞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 중 상당수가 CR-V였으니 말이다.

 

이후 3세대 모델까지 이어져오던 CR-V의 인기는 수입 SUV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앞세운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 제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들해졌다. 환율문제로 인해 가격정책에 혼선을 빚기도 했고, 3세대 모델을 판매하던 2010년 전후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을 돌파하는 등 다양한 사건들이 한국에서 판매되는 CR-V에게 시련을 안겼다. 준중형 SUV에 2.4L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었다는 것이 제일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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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세대를 거친 CR-V는 이번에 5세대로 진화했고, 올해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혼다의 자동차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터보차저를 적용해 엔진에 적극적인 다운사이징을 진행했다는 점, 새로운 디자인 기조인 ‘익사이팅 H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다듬었다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기존 CR-V가 품고 있던 편안함을 갖고 가면서 동시에 익사이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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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CR-V의 첫 인상은 ‘미래지향적이다’와 ‘날카롭다’가 동시에 다가온다. 생각해보면 이전 모델들도 SUV 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5세대에 들어서는 날렵함을 한층 더 끌어내기 위한 라인들이 보인다. 전면에는 자사의 소형 SUV인 HR-V와 비슷한 형태의 프론트 그릴을 적용했는데, 상단에는 혼다의 엠블럼을 날개 형태로 감싸는 크롬 라인을 적용했다. 가로로 긴 헤드램프는 그릴과 맞닿아 있고, 가로로 배치된 LED DRL과 방향지시등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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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의 윈도우 라인은 기존 모델의 경우 C 필러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형태로 역동성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루프 라인과 동일한 형태를 갖고 있다. 그 대신 하단의 벨트라인을 C필러부터 급격하게 올리고 측면에서 ‘L’자 형태로 깊게 파고드는 테일램프를 적용해 날카로움을 부각하고 있다. 테일램프는 측면에서도, 후면에서도 ‘L’자 형태를 유지하며 차체에서 돌출되어 있어 사이드미러로 브레이크램프의 작동 여부도 알 수 있다. 차체 하단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가드와 색상을 적용한 철판의 경계를 구분하는 날카로운 크롬 라인이 인상적이다.

 

후면은 테일램프의 형상과 리어 글래스의 경계를 구분하는 크롬 라인, 혼다의 엠블럼으로 인해 갑옷을 입은 전사의 얼굴과도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시승차 색상이 ‘패션 레드 펄’이기 때문에 후면의 모습이 마치 ‘아이언맨 MK5’를 바라보는 듯하다. 리어 범퍼 양 끝단에 머플러가 있고 바람개비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18인치 휠의 형상으로 인해 역동성이 한층 배가된다. 크롬을 과하게 적용한 것 같으면서도 적절하게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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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사이버 다이내믹의 이미지는 이어진다. 대시보드에 우드와 하이그로시, 스티치를 적용하고 도어에는 우드와 가죽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약간 부각하고 있지만 센터페시아에서 전방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는 LCD 모니터와 디지털 계기반으로 인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 디지털 계기반의 경우 RPM과 속도의 표현 방식이 스포츠카인 S2000과도 유사하며, 계기반 상단에는 패널이 돌출되는 방식의 HUD가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주변의 버튼은 기존 모델보다 크기가 작아졌지만 재질이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대응되는 버튼들이 확실히 돌출되어 있어 위치만 외우면 손가락 감각만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스와이프 조작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는 베젤의 크기에 비해 작은 7인치이지만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고 국산 아틀란 네비게이션도 적용되어 있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어 노브는 센터페시아에서 약간 돌출되어 있어 조작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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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으로 감싼 시트의 착좌감은 단단함과 편안함의 딱 중간이라는 느낌이다. 기존 모델의 경우 1열 시트에 바르게 앉았을 때 허리가 뜨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허리가 시트와 상당히 밀착하면서 이와 같은 감각은 많이 사라졌다. 2열 시트는 2단계로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바닥의 센터터널이 높지 않아 중앙에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센터터널에 있는 넓은 수납공간과 평상시 1,110L에 달하는 용량을 자랑하는 트렁크는 평상시에는 물론 레저 생활을 즐기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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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의 엔진은 두 가지, 2.4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5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1.5L 엔진만 탑재되며 5,600 rpm에서 최고출력 193마력, 2,000~5,000 rpm에서 최대토크 24.8 kg-m을 발휘한다. 2.4L 엔진의 토크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토크가 발휘되는 영역이 넓어져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일상 영역에서 충분한 가속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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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T를 적용해 기어비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지만,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7-80 km/h부터 인위적인 변속이 부여되어 rpm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터보차저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3,000 rpm을 넘어서면서부터 경쾌하게 상승하는 엔진음으로 인해 VTEC의 매력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CR-V를 평범한 SUV가 아닌 스포츠카와도 비슷한 감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한다.

 

HR-V가 무색무취의 드라이빙 감각이었던 것에 비해 CR-V는 SUV에 조금 더 재미를 부여했다고 느껴진다. 물론 기본은 3,000 rpm 이하에서 엔진 회전을 다루면서 편안한 주행을 즐기는 것이고,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가족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승차감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조이는 형태로 다듬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4륜구동은 가속과 코너링에서 도움을 주기보다는 차체의 안정을 중시하는 형태이며, 바퀴의 슬립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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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CR-V에서 역동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록투록 2.3회전이라는 타이트한 스티어링 회전과 앞바퀴의 예민한 응답성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000 rpm 이상을 사용하면서 VTEC이 개방되는 시점까지 엔진 회전을 올리고 예민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지나치게 다루지만 않는다면 스포츠카와도 비슷한 감각을 SUV에서 느낄 수 있고 전자식 브레이크 부스터와 4채널 ABS가 적용되어 정지 능력도 우수하다.

 

연비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100 km/h에서 1,700~1,800 rpm, 110 km/h에서 2,000 rpm 이하를 유지하기 때문에 고속 주행시 연비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공인 복합연비는 12.2 km/l이지만 가속페달 조작에 신경 쓴 결과 트립미터에 19 km/l까지 연비를 표시할 수 있었다. 다운사이징과 CVT의 위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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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안전 장비는 상대적으로 적다. 평상 시 차체의 자세를 제어하는 VSA, 코너링 시 자세를 제어하는 AHA, 힐 어시스트, 프론트와 리어 범퍼에 마련된 센서, 레인 와치 시스템(투어링 모델 전용), 멀티 앵글을 지원하는 후방 카메라가 갖춰져 있다.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이 없는 이유는 혼다만의 특징인 측후방 카메라가 있기 때문으로, 우측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사이드미러의 사각지대를 모니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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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로 진화한 CR-V는 여러모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커진 차체와 다운사이징된 엔진, 운전의 재미를 부여한 CVT와 스티어링, 승차감과 코너링을 향상시키는 차체와 서스펜션 등 모든 면에서 균형있게 발전한 것이다. 현재 혼다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그동안 CR-V를 비롯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는 한국 시장에서 여러 사정에 의해 천대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환경도 변하고 있고, CR-V의 품질도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다운사이징으로 연비와 출력의 균형을 이루고 역동성도 갖춘 시점에서, 배기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도 할 만 하다. 시대에 맞춰 변화한 CR-V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제 구매 고객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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