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유럽에서 온 그대: 닛산 캐시카이 vs 포드 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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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캐시카이와 포드 쿠가를 불러냈다. 각각 일본 브랜드와 미국 브랜드에 속해 있지만, 유럽에서 태어나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을 과연 진정한 유럽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유럽 디젤 콤팩트 SUV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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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젤 콤팩트 SUV.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차종 중 하나다. 이 시장의 강자는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지난해 단일 트림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빈틈이 보인다. 사실 티구안의 최근 실적은 비정상적인 프로모션에 기댄 결과다. 디젤 게이트로 인해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으니 프로모션이 끝나면 판매도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럽에서 세대교체를 거친 신형 티구안이 이미 데뷔했다. 변화의 폭도 굉장히 크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제값 주고 구형이 될 차를 살 소비자는 많지 않다.

사실 대중차 브랜드의 디젤 콤팩트 SUV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흔치 않은 존재다.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이 시장을 노린다. 오늘 우리는 그 중에서 티구안의 자리를 가장 노골적으로 탐내는 두 모델을 불러냈다. 바로 닛산 캐시카이와 포드 쿠가다. 이 둘은 각각 일본 브랜드와 미국 브랜드의 모델이다. 그러나 모두 ‘유럽산’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캐시카이는 영국, 쿠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돼 유럽에서 현지 모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 중에는 물론 티구안도 포함되어 있다. 유럽 브랜드의 적자(嫡子)는 아니지만 유럽적인 색채를 지닌 두 대의 디젤 콤팩트 SUV. 캐시카이와 쿠가는 과연 유럽 브랜드의 디젤 콤팩트 SUV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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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캐시카이는 2세대다. 지난 2014년 유럽에서부터 판매되기 시작됐다. 2세대 캐시카이 데뷔 이후 닛산 SUV 라인업에는 변화가 생겼다. 캐시카이는 이제 5인승 전용 모델로, 사실상 구형 로그의 뒤를 잇는다. 이전 세대 캐시카이+2(7인승 모델)의 역할은 로그와 X-트레일이 대신한다. 로그와 X-트레일은 이름과 파워트레인 구성만 달리한 같은 차다. 다만 로그는 북미 시장을, X-트레일은 그 이외 시장을 공략한다.

캐시카이는 유럽과 연관이 깊다.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생산되고, 르노-닛산 그룹의 모듈형 플랫폼인 CMF(Common Module Family)을 베이스로 한다. 개발 과정에는 프랑스의 입김이 녹아든 셈이다. 얼마 전 르노삼성 SM6로 국내 땅을 밟은 르노 탈리스만도 이 CMF 플랫폼을 사용한다. 참고로 앞으로 르노-닛산 그룹의 플랫폼은 소형차(CMF-A), 준중형차(CMF-B), 중형 및 대형차(CMF-C/D) 등 세 개로 정리될 예정이다. 르노-닛산 그룹은 2020년까지 70% 차종에 CMF 플랫폼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캐시카이의 컨셉트는 명확하다. 바로 도심형 SUV다. 닛산의 의도는 차체 크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티구안보다 길이 54mm가 짧지만 휠베이스는 40mm나 길다. 차체가 짧을수록 운전이 쉽고, 휠베이스가 길수록 실내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도심형 SUV의 핵심 가치인 기동성과 넉넉한 실내공간에 집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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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도 마찬가지다. 험로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V자를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모서리를 뾰족하게 다듬은 헤드램프로 존재감을 살리는 한편, C필러를 완만하게 기울이고 옆 창문 라인 아랫변을 뒤쪽에서 치켜올려 날렵한 분위기를 냈다. 특히 스포츠 해치백 못지않은 과감한 비율이 인상적이다. 지붕은 경쟁자 중 가장 낮지만 휠하우스는 19인치 휠이 빈약해 보일 정도로 크다. 쿠가와 함께 세워두고 보니 SUV가 아닌, 크로스오버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반면 실내는 다소 편안한 분위기다. 좌우대칭 대시보드에 간결하게 정리한 센터페시아를 붙여 편의성을 강조했다. 최근 닛산은 일반 승용 모델에 스포티한 외모와 차분한 실내의 조합을 즐겨 쓴다. 스포츠카가 아닌 이상 긴장감을 주는 실내는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기자 역시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나 직물을 섞어 만든 시트커버는 지나치게 싸 보인다. 주차할 때 모니터에 사방 상황을 띄우는 어라운드 뷰와 같은 고급 옵션까지 갖췄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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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휠베이스 덕분에 공간은 넉넉하다. 성인 네 명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그러나 차체 뒤쪽에서 떨어지는 루프 라인 때문에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이 다소 빠듯하다. 리어 시트가 등받이도 꼼작 않는 고정식이고, 뒷좌석 송풍구가 없는 것도 적잖이 아쉬운 부분이다.

짐공간 크기도 평범한 수준이다. 시트를 접지 않았을 때 430L다. 그러나 바닥에 트렁크 선반까지 삼킬 만큼의 널찍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또한 공간을 안쪽과 바깥쪽 두 개의 덮개로 나눠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덮개는 보기와는 달리 아이도 한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덮개 뒷면을 플라스틱으로 처리해 바닥을 오염시킬 만한 물건을 실을 땐 덮개를 뒤집어 쓸 수 있게 하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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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카이는 국내에 131마력, 32.6kg·m의 1.6L 디젤 터보 엔진을 얹은 앞바퀴굴림 모델만 수입된다. 경쟁자에 비해 배기량은 낮지만 연비는 13.8km/L(복합)로 가장 높다. 세금도 저렴할 테니 경제성은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출력과 가속 성능도 큰 불만 없는 수준이다. 쿠가에는 못 미치지만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티구안에 비해 19마력, 2.1kg·m 적을 뿐이고 공차중량(1,575kg)도 티구안보다 194kg, 쿠가보다 285kg이나 가볍기 때문이다.

실제 가속 감각은 이런 수치보다 더 활기차다. 체질 개선을 거친 변속기가 제 몫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시카이의 변속기는 변속비를 17% 확대하고 마찰 저항을 40% 줄인 차세대 CVT. 일반적인 가속에서는 이전처럼 효율적인 회전대에서 매끈한 가속을 이어가지만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즉각 최대토크를 내는 1,500~2,000rpm으로 회전수를 올린 뒤 최고출력을 내는 4,000rpm 부근까지(스포츠 또는 매뉴얼 모드에서는 4,500rpm) 엔진을 채찍질한다.

핸들링은 닛산답게 경쾌하다. 스티어링은 빠릿빠릿하고, 서스펜션은 탄력이 넘친다. 특히 급제동시의 자세 처리가 감동적이다. 앞뒤 서스펜션을 차분하게 누르면서 혹시 모를 후속 조작에 완벽하게 대비한다. 경쟁자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높은 완성도의 몸놀림은 캐시카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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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포드는 미국 시장용과 유럽 시장용 모델을 따로 개발했다. 두 시장의 취향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두 시장은 선호하는 차종과 디자인, 그리고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세팅 등이 극명하게 달랐다. 가령 미국에서는 푸근한 인상과 감각의 가솔린 대형 SUV가, 유럽에서는 단단한 이미지와 성격의 콤팩트 디젤 해치백이 팔려나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포드는 이제 한 차종으로 성격만 달리하는, ‘원-포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각 시장마다 선호하는 차종과 디자인이 점점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 재정 안정을 위해 구조를 바꿀 필요도 있었다. 따라서 현재 포드의 미국형 모델과 유럽형 모델은 같은 디자인에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세팅만을 달리한다. 그 중 일부는 이름과 생산지가 다른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퓨전/몬데오, 이스케이프/쿠가가 대표적이다. 퓨전과 이스케이프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 미국에서, 몬데오와 쿠가는 디젤 엔진을 얹고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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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장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일까? 쿠가의 외모에서는 포드의 고심이 느껴진다. 스포티한 느낌을 내려 보닛과 어깨에 선을 진하게 그었지만, 높은 코끝과 곧추선 D필러 때문에 상당히 보수적인 인상이다. 높이와 최저지상고가 높은 탓에 몸집도 굉장히 커 보인다. 실제로 쿠가는 경쟁자에 비해 반 체급 정도 크다. 길이(4,525mm)는 티구안보다 95mm, 캐시카이보다 145mm 길고, 휠베이스(2,690mm)는 티구안보다 85mm, 캐시카이보다 45mm 크다.

물론 미국차 특유의 둔탁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뾰족하게 오려낸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살짝 부풀린 앞뒤 펜더 등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머플러도 좌우 두 개의 트윈 타입이다. 빠듯한 비율 덕분에 긴장감도 높다. 빈틈 투성이었던 이전 미국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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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외모와 달리 실내는 굉장히 화려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대시보드를 입체적으로 다듬었다. 또한 간접조명의 색과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등 젊은 분위기를 냈다. 하지만 앉았을 때의 자세는 캐시카이가 더 스포티하다. 쿠가는 전통적인 SUV처럼 시트와 시야가 껑충한 편이다.

공간은 경쟁자 중 가장 넉넉하다. 전후좌우는 물론 머리 위 공간도 널찍하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도 가장 충실한 편. 앞좌석 등받이에는 간이 테이블을, 뒷좌석에는 리클라이닝 기능을 달았다. 글라스 루프의 캐시카이와 달리 활짝 열수 있는 파노라마 루프도 갖춘다. 짐공간 크기는 캐시카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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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멀티 펑션, 공조장치 등 각종 스위치의 조작감이 뛰어나다는 것도 특징이다. 어떤 동급 모델보다도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전달하는 차선유지경고장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제동도 하는 전방추돌경고장치, ‘발차기 오픈’을 지원하는 전동식 테일게이트 등 편의 및 안전장비도 프리미엄 모델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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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가장 큰 만큼 출력과 토크도 가장 강력하다. 2.0L 디젤 엔진은 최고 180마력, 40.8kg·m의 힘을 낸다. 하지만 가속 감각은 부드럽다. 무게가 만만치 않은 까닭일까,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응어리진 힘을 서두르지 않고 매끈하게 네바퀴로 전달한다. 몸놀림 역시 외모처럼 높직한 SUV 스타일. 거동이 크고 스티어링 반응도 차분한 편이다.

물론 서스펜션의 완성도는 유럽산답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특히 리바운드가 확실하고 고속안정성도 상당히 뛰어나다. 인상적인 건 소음과 진동 처리. 여느 동급 프리미엄 SUV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정숙하다. 이런 차분함과 뛰어난 만듦새, 그리고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 등 쿠가에는 한때 고급차 브랜드들을 여럿 거느렸던 포드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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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색채 짙은 콤팩트 디젤 SUV

유럽산. 한국닛산과 포드코리아는 이 두 모델을 선보이며 이 사실을 유독 강조했다. 물론 그런다고 브랜드 국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사실 그건 ‘유럽식’ 제품 구성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자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실제로 캐시카이와 쿠가는 유럽 취향에 충실하다. 유럽산이라는 단어를 자신 있게 붙여도 좋을 만큼, 유럽 브랜드의 동급 모델과 자신 있게 맞붙여도 좋을 만큼 매력이 넘친다. 유럽 취향의 콤팩트 SUV를 찾고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경험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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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시장, 장르, 체급 등 캐시카이와 쿠가의 공통점은 많다. 하지만 성격만큼은 조금 다르다. 캐시카이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뛰어난 기동성과 경쾌한 몸놀림, 그리고 실용적인 실내와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반면 쿠가는 눈부시게 고급스럽다. 듬직한 이미지와 주행 감각, 높은 완성도,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 등 프리미엄급 상품성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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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티구안과 비교하자면 캐시카이는 그보다 발랄하고, 쿠가는 그보다 세련됐다. 이런 사실은 한국닛산과 포드코리아도 잘 알고 있다. 딱 그 선에 맞춘 가격이 그 단서다. 캐시카이는 3,040만~3,800만원, 쿠가는 3,990만~4,470만원, 티구안은 3,860만~4,8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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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 기자
사진
민성필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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