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V8 터보의 매력 - 페라리 GTC4 루쏘 T 시승기 |
컨텐츠 정보
- 685 조회
- 목록
본문
2016년 3월 취재를 위해 제네바 모터쇼를 방문했을 때, 다른 해와 같이 페라리 전시장은 수많은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016년 공개된 신차는 바로 페라리의 새로운 4인승 모델인 GTC4 루쏘 (GTC4 Lusso)였다. 과거의 4인승 모델이었던 FF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GTC4 루쏘는 V12 엔진과 4WD 구동방식을 그대로 계승했다. 하지만, 내외장 디자인을 크게 개선하고 FF보다 30마력 증가된 최고출력 690마력의 강력한 자연흡기 V12 엔진은 모든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페라리는 자사의 대표적인 12기통 모델인 GTC4루쏘와 812 슈퍼패스트, 한정판 모델 ‘라페라리 아페르타’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5.1% 상승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8기통 모델인 488 GTB와 488 스파이더 등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했다. 페라리는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4.8% 상승한 총 8,398대의 차량을 출고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페라리의 전통적인 V12 엔진과 4WD를 무기로 한 GTC4 루소는 4명이 탑승 가능한 그란투리스모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GTC4 루쏘에 추가된 새로운 모델이 바로 GTC 루쏘 T이다. 페라리가 하나의 차종에 엔진의 선택권을 준 것은 GTC4 루쏘 T가 처음이다. 차명으로 끝나는 문자 T는 캘리포니아 T와 마찬가지로, 이 모델이 터보 엔진 탑재 차량임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또한, 4WD 모델이었던 GTC4 루쏘와 달리 후륜구동 모델인 GTC4 루쏘 T는 GTC4 루쏘보다 실린더의 수가 4개 줄어들었고, 구동력이 전달되는 바퀴도 2개 줄었다. 그 만큼 가격도 GTC 루쏘보다 낮다. 그 차이는 대략 5천만원 정도지만, 두 모델은 단순히 ‘저렴한 모델’ 과 ‘그렇지 않은 모델’로 구분할 수 없는 성능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GTC4 루쏘와 GTC4 루쏘 T와 같이 페라리가 동일한 모델을 기통 수가 다른 엔진으로 변화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308GTB와 208GTB가 배기량의 차이와 터보의 유무로 구분되었던 정도였다. 이 점에서도 루쏘와 루쏘 T는 주목할 만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잇다.
GTC4 루쏘 T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그 기반이 되었던 GTC4 루쏘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페라리의 4WD 모델이라는 의미의 FF (Ferrai Four)를 차명으로 한, GTC4 루소의 전신인 FF는 그 이름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GTC4 루쏘에 계승된 개성있는 4WD 시스템이 특징이다.
페라리의 FR 모델들은 전통적으로 차량의 중량 배분을 위해 무거운 엔진을 엔진 룸의 최대한 뒤쪽에 배치하는 프론트 미드쉽을 채택해 왔다. 그리고 엔진 다음으로 무거운 변속기는 리어 액슬에 배치하고 있다. 이른바 트랜스액슬이다. 이를 위해 프론트 하중을 48% 안팎으로 유지해 일반적인 FR 차량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이 트랜스액슬 파워트레인 (변속기를 후방에 배치하기 위한)은 프론트 타이어를 좌우로 연결하는 라인에 공간을 가지고 있다. 페라리의 엔지니어들은 이 공간을 활용해 4WD 시스템의 단점을 해결했다. 페라리는 1980년대 후반 408 4RM이라는 프로토타입을 두 대 만들어 네바퀴굴림을 시험했었지만 양산하지는 않았다. 네바퀴굴림은 필연적으로 무게의 증가를 불러온다. 뒷바퀴굴림 기반 4WD의 경우 엔진에서 나온 출력을 변속기로 보내고 여기에 센터 디퍼렌셜(혹은 트랜스퍼)과 프로펠러 샤프트, 앞 디퍼렌셜, 앞차축을 더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서킷에서 태어나 평생 뒷바퀴굴림만 만들어온 페라리로서는 4WD 시스템의 이런 태생적 단점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덩치 큰 V12 엔진과 프론트 미드십의 레이아웃, 변속기를 뒤에 단 트랜트액슬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앞바퀴를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개발했다. 닛산 GT-R도 프론트 엔진, 트랜스액슬 방식이지만 그들은 엔진출력을 일단 뒤차축의 변속기로 보낸 후, 기다란 프로펠러 샤프트를 통해 다시 앞바퀴로 동력을 배분하는 복잡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V12 엔진과 4WD 시스템이 결합된 독특한 레이아웃으로 4WD가 탄생 한 것이다.
이런 독특한 4WD 메커니즘을 가진 GTC4 루소의 스티어링을 처음 잡은 것은 GTC4 루쏘 T를 만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GTC4 루쏘 T의 매력은 강력한 토크에서 나오는 가속력
GTC4 루쏘는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를 표방하고 있다. 가볍게 짐을 꾸리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적재공간과 넉넉한 승차공간이 특징. 페라리라는 브랜드의 차량으로서는 만나기 쉽지 않는 차량 패키징이다. 그리고, 역대 페라리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치이기도 하다. 페라리의 유일한 4WD 모델인 GTC4 루쏘는 자연흡기 V12 엔진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AWD 시스템을 가진 슈퍼 4WD로 매혹시켰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V8 터보엔진의 GTC4 루쏘 T를 만났다. GT카로 이상적인 4WD 구동방식에서 후륜구동으로 바뀐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좀 더 스포티한 캐릭터를 추구하고 있다.
게다가 출력은 GTC4 루쏘(690마력)보다 80마력이 낮은 610마력이지만, 최대토크는 77.5kg.m으로 6.4kg.m이 높다. GTC4 루쏘 T의 운전석에 앉으며,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4WD와 후륜구동, V12과 V8 터보 엔진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중요한 차이점인 서로 다른 구동방식은 타이어의 그립 한계 내라면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페라리의 4WD 시스템은 언더 스티어를 최대한 억제하고, 후륜구동 방식의 주행성을 실현한 구동 시스템인 만큼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그러나, 엔진의 캐릭터와 달리는 맛에서 만큼은 큰 차이를 보였다.
제원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V12엔진과 V8 터보 엔진 모두 3.5초, 100-0 Km/h 까지의 제동 거리 역시 33~34m로 거의 같다. 두 차량 모두 GT 스포츠카로, ‘타도 페라리’를 내세워 등장한 라이벌들과 비교해도 막상막하의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DCT (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된 것도 두 모델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토크이다. 시프트 업과 다운이 이뤄지는 4000~5000rpm 부근에서 발생하는 회전 토크는 자연 흡기 V12 엔진과 V8 터보 엔진이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6.3 리터 자연 흡기 V12의 최대 토크는 697N·m/5750rpm지만 상용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4000~5000rpm 에서는 400N·m 전후의 토크를 발휘한다. 한편 3000rpm 회전에서 760N·m의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V8 터보 엔진은 상용 영역인 4000~5000rpm에서 항상 76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즉, GTC4 루쏘 T의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여 기어 체인지를 즐기는 상용 회전 영역에서 2배 가까운 토크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V8 터보 엔진의 GTC4 루쏘 T의 가속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가속패달에 힘을 실으면 갑작스런 가속에 동승석의 운전자는 가벼운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이다. 강렬한 가속감이 몸을 덮친다. 쉽사리 가속을 멈추기도 어렵다. 아드레날린에 자극받은 신체가 이성을 잃어 간다. 운전자를 사로잡는 맹렬한 가속감이 바로 GTC4 루쏘 T의 매력이다. 2016년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한 V8 엔진의 진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라이벌인 911 터보 S와 DB11보다 강렬한 주행성능
GTC4 루쏘 T가 V12 엔진의 GTC4 루소와 다른 점은 가속 성능뿐만이 아니다. 섀시 또한 바로 서킷에 올라도 될 만큼의 ‘레이싱 머신’이었다. 물론 V8 터보 엔진의 강력한 토크를 후륜 타이어에만 의지해 달리진 않는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스티어링 홀에 배치된 ‘마네티노’라 불리는 주행 모드 스위치이다. 웨트 모드로 전환하면 접지력이 떨어지는 노면에서도 차량이 자동으로 출력과 트랙션을 컨트롤하게 된다. 눈이 내린 도로에서도 원활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V8 터보 엔진의 맹수는 얌전해지고, 컴포트 모드에서는 변속 충격이 보다 부드럽게 변한다.
하지만, 역시 스포츠 모드는 위험한 향기가 난다. 스포츠 모드의 오른쪽에는 여전히 ‘ESC OFF’모드가 남아 있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이미 뇌가 흔들릴 정도의 폭력적인 주행이 시작된다. 스포츠 모드와 ESC OFF 모드 사이는 불과 1cm 정도의 간격이지만, 실제 도로에서 만나는 그 간극의 차이는 상상할 수 없다.
GTC4 루쏘 T 역시 최상의 핸들링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잘 짜여진 ESC 프로그램은 리어 액슬을 즉시 진정시켜 준다. ESC가 작동하는 한 비록 V8 터보 엔진이 본 모습을 드러내도, 자동차가 스스로를 어느 정도 제어해 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안심하고 스티어링을 잡을 수 있다.
다소 신경쓰인 부분은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는 서스펜션이 꽤나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V12 모델보다 스포티하게 조율된 캐릭터라고 이해하게 된다. 페라리에 따르면, V8 터보를 탑재하는 GTC4 루쏘 T는 비교적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V8 터보의 가속력은 중년의 드라이버에겐 견디기 다소 힘들 수 있다.
확실히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V12 엔진의 GTC4 루쏘에 비해 저렴한(?) 모델인 만큼, 이 부분도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이다. GTC4 루쏘 T의 라이벌이라면 포르쉐 911 터보 S와 처음으로 터보 엔진을 탑재한 애스턴 마틴 DB11 같은 모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 둘과 비교해도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링에 강력한 주행까지 갖춘 GTC4 루쏘 T가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짧은 반나절의 시승을 마치고 두모델의 차이는 분명해 졌다. 자동차와 대화하면서 그랜드 투어링을 즐기고 싶다면 V12 엔진의 GTC4 루쏘가 좋다. 같은 스타일과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리얼 스포츠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V8 터보엔진의 GTC4 루쏘 T는 좀 더 강렬한 주행을 원하는 드라이버에게 더 적합하다.
V12과 V8 터보엔진은 확실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가격 차이도 아니고, 라이트사이징 터보 엔진의 차이도 아니다. GTC4 루쏘 T가 보여준 V8 터보 엔진과 후륜 구동 방식의 매력은 운전자를 아드레날린으로 가득 채우는 마력에 있다.
주요 제원 페라리 GTC4 루쏘 T
크기
전장×전폭×전고: 4,922×1,980×1,383mm
휠 베이스 : 2,900mm
트레드 전/후 : 1,674/1,668mm
엔진
형식 : 3855cc V8 터보
최고출력 : 610ps/7500rpm、
최대토크: 77.5kgm/3000rpm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스티어링 휠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 V.디스크
구동방식 : 후륜 구동 방식
성능
최고속도 : 320km/h
0-100km/h:3.5초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