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재규어, XF 20d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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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중요한 것은 어퍼미들(Upper Middle)급 세단이다. 컴팩트 세단은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기함급 대형 세단이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 반면 미드사이즈 세단은 패밀리카 또는 비즈니스 세단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품는다.
당연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이 시장 공략을 위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국내에서의 재기를 노리고 있는 아우디 A6도 해외에서 인기 있는 프리미엄 세단 중 하나다. 이외에 캐딜락 CTS, 볼보 S90, 렉서스 GS, 인피니티 Q70도 이 시장에서 싸운다. 국산 브랜드로는 제네시스의 G80이 있다. 정말 많은 차들이 싸우는 이 시장, 당연히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아우디가 빠진 상황에서 벤츠, BMW 다음으로 인기를 끄는 모델이 재규어의 XF다. 물론 1,2위의 판매량과 격차가 크지만 타사 모델 대비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고 볼 수 있다. 사실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존재감이 크기에 XF가 이렇다 할 정도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규어는 새로운 XF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이제부터 그 매력을 확인해보자.
이번 XF는 2세대다. 8년 만의 풀모델 체인지(Full Model Change)이며, 차체부터 파워트레인까지 모든 것이 바꿨다. 우리 팀이 마지막으로 XF를 시승한 것도 3년 전이었다.
그런데 차량과 첫 만남에서 잠시 멈칫했다. 예전 XF가 잘못 왔나? 아니면 XE로 스케줄이 변경됐나?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맴돈다. 신차라지만 변화는 크지 않았다.
변화를 체감하려면 곳곳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모든 디자인이 변한 것은 사실이였다. 우선 헤드램프부터 살펴보자. 눈매가 조금 더 가늘고 날카로워졌고 그릴은 대담해졌다. 범퍼도 한층 세련된 모습이다. 헤드램프도 모두 LED로 구성됐다. 주간 주행등은 J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측면부의 세련미도 좋다. 기존 모델은 쿠페 스타일을 갖췄지만 다소 둔하고 무거워 보였다. 벨트라인(Belt Line)을 높이고 윈도 면적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은 쿠페 같은 실루엣을 그대로 살리며 조금 더 늘씬해졌다. 화려한 캐릭터 라인보다 직선적인 효과를 통해 중후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전륜 펜더의 가니시(Garnish)는 1세대 모델에서 물려받은 구성이다.
후면부 디자인은 과거 모델과 비교해 가장 많이 변경됐다. 하지만 익숙하다. 이미 F-타입, XE, F-페이스 등을 통해 재규어 특유의 리어램프 디자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디자인이 변경됐지만 변화의 폭이 적어 보이는 것은 재규어의 공통적인 디자인 특징들을 그대로 반영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팩트 세단 XE와 너무 닮아 두 모델 간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가 커졌다. 먼저 공기역학 성능이 한층 향상됐다. XF의 공기저항 계수는 0.26Cd다. 재규어 모델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160km/h의 속도에서 50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낸다.
차량의 뼈대는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Aluminium-intensive Monocoque)를 바탕으로 차체의 75%가량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알루미늄은 철과 달리 용접이 어렵기 때문에 리벳과 본딩 접합 방식을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켜 적용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를 5세대 리벳 본딩 기술이라 말한다.
덕분에 무게가 기존 대비 190kg 가량 가벼워졌다. 반면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됐다.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해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재생 알루미늄을 활용하고 있다. 차체 무게 배분은 전후 50:50에 가깝게 맞췄다.
실내 디자인은 제법 변했다. 동시에 익숙한 모습이다. 과거 XF와 비교해 많은 부분의 변화가 있었지만 XE와 F-페이스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수평적인 대시보드와 수직의 센터페시아에 다양한 기능을 숨겼다. 이 차에 어떤 기능들이 있나 할 정도로 간결한 모습이다. 대시보드와 윈드실드가 만나는 안쪽은 요트의 콕핏을 연상시키 듯 감싸는 형태로 만들었다. 보는 이에 따라 포근하다고, 반대로 실내가 좁아 보인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계기판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4가지 테마를 선택할 수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붉은색 바탕에 타코미터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테마가 적용된다. 계기판 자체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있다. 아우디와 볼보가 자랑하던 계기판 내비게이션 기능을 재규어도 채용한 것이다.
계기판의 완성도는 좋다. 설정할 수 있는 언어도 무려 27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한국어는 없다. 처음 보는 난해한 언어도 지원하지만 한국어는 빠진 것. 애초에 다국어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아쉬움이 짙다. 재규어에게 한국 시장은 중요치 않은 모양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를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칼로 도려낸 듯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 것 같은 명칭이지만 시인성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무엇보다 선명도가 부족하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뭔가 초점이 맞지 않은 느낌이다. 카메라를 통해 확인해 보니 그런 증상이 더 크게 부각됐다. 처음으로 현대차, 푸조가 사용하는 컨바이너 타입(계기판 위에서 반사판이 돌출되는 저가형 HUD)이 낫다는 생각을 해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속도, 기어 단수를 표시해준다. 하지만 이외에 기능은 기대하기 힘들다. 내비게이션 정보는 물론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Active Safety) 기능과 연동 되며 선명도와 밝기, 다양한 색상까지 지원되는 국산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만족도가 월등하다.
센터페시아에는 가로로 긴 10.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갖춰진다. 와이드한 비율 덕분에 화면을 분할해서 정보를 표시해주는 등 활용성이 좋다.
내비게이션은 과거 지니 맵에서 자체 개발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맵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대부분 수입사가 겪고 있는 문제다. 국내 제조사들과 합작해 완성도를 높여보는 것도 좋겠다.
팝업이 되는 로터리 변속 레버와 회전이 되는 송풍구는 기존 XF에서 가져왔다.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구성이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주행모드 설정 버튼이 마련된다. 각 모드별 아이콘을 통해 어떤 모드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메리디안(Meridian)의 오디오 시스템은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 테스트카는 17개의 스피커의 최상급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사운드 설정도 취향에 맞춰 4가지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앞좌석 시트도 무난한 구성을 갖는데, 아쉽게 통풍 기능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아쉬운 것은 윈도 버튼의 위치다. 운전석에서 손을 뻗었을 때 편하게 손이 닿는 위치에는 윈도 버튼이 아닌 메모리 시트 버튼이 자리한다. 윈도우 버튼은 그보다 앞쪽에 있어 손을 쭉 뻗어야 한다. 랜드로버 모델에서는 벨트라인 근처에 윈도 버튼을 위치시키고, XE 때는 불필요하게 2단계로 나눠 버튼을 달더니 이번에는 앞쪽으로 밀어 넣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세상에 사는 듯하다.
2세대 XF는 뒷좌석 공간도 넓어졌다. 엔트리 모델 XE는 뒷좌석이 너무 좁았다. 좁기도 좁을뿐더러 센터터널까지 높아 더 좁아 보였다. 하지만 XF는 비즈니스 세단에 걸맞은 여유로운 공간을 갖게 됐다. 과거 대비 레그룸(다리 공간)은 15mm, 무릎 공간 24mm, 헤드룸(머리 공간)도 27mm 가량 높아졌다. 문제는 센터터널이 너무 높다는 것. 성인 남성 손바닥 높이보다 높게 솟았다. 이는 실내를 좁아 보이게 한다.
트렁크 공간은 505리터. 안쪽은 각진 형태를 가지며 바깥 부분이 양옆으로 확장되는 형태다. 이 급 모델에서는 보편적인 수준의 공간으로 보면 된다. 뒷좌석 폴딩도 된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들처럼 트렁크 쪽에서 레버를 당겨 시트를 폴딩 시켜야 하는 구조가 아쉽다. 터널 입구도 그리 넓지 않다. 그보다 트렁크 천장 부분 금속 패널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이외에 4존 온도 조절 시스템과 전동식 리어 선블라인드(Sunblind)도 탑재됐다. 랜드로버에서 가져온 험로 주행 시스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 All Surface Progress Control)도 특징이다. ASPC는 일종의 저속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 설정되며, 험로나 미끄러운 도로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맹신은 금물이다. 노면 상황에 맞는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겨울철에는 윈터 타이어가 더 안전하다는 것.
늘씬하게 잘 빠진 XF와 달려볼 준비를 한다. 붉은색 시동 버튼의 두근거림 표현도 좋다. 버튼을 누르면 디젤이 ‘겔겔’거리며 움직인다. 테스트카는 XF 중에서도 2.0리터 디젤엔진과 AWD 시스템, 그리고 최상급 사양의 구성이 탑재된 XF 20d AWD 포트폴리오 모델이다.
어떠한 고급 세단이라도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하면 소음과 진동에서 타협이 필요하다. XF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소음이 조금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45dBA. 시트로엥 C4 칵투스, 푸조 308 GT, 포드 몬데오 디젤과 동일하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 차량들 수준의 정숙성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는 인피니티 Q50 디젤과 동일한 수치다. 하지만 Q50 디젤 모델은 정숙성에서 아쉬움을 보이는 모델로 정평이 나 있다. 한마디로 XF 정숙성은 아쉬웠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곧바로 조용해진다. 시속 80km의 속도에서 주행할 때 59.5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주행 소음에서 불만이 나타나지 않는 수준이다.
주행을 하며 느낀 첫인상은 페달류의 묵직함이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으려면 꽤나 많은 힘이 들어간다. 처음에는 일반적이지만 깊숙하게 밟을수록 힘이 필요한 성격이다. 가속 페달을 무겁게 만들어 더 밟지 못하게, 이를 통해 연비를 높이려 했던 것일까?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적당히 가볍다. 조작하는 감각도 부드럽고 고급스러웠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성격 덕분에 일상 주행의 승차감도 좋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두툼한 토크감과 함께 속도를 올려나간다. 체감되는 가속감은 보편적인 수준이다. 좋게 표현하면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느낌이며, 나쁘게 표현하면 다소 둔한 가속감이다.
테스트 차량에 탑재되는 엔진은 2.0리터의 배기량을 바탕으로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최근 동급 엔진이 190마력과 40.8kg.m 전후의 성능을 발휘하니 마력 면에서 소폭 부족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토크는 넉넉한 편이다. 여기에 4륜 시스템이 탑재돼 후륜구동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안심 시켜주고자 했다.
계측장비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확인한 결과 9.09초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9.11초를 기록했으니 조금 더 빨라져도 좋겠다. 제원상 가속성능이 8.4초였는데 실제 성능보다 조금 아쉬운 성능이 나왔다. 참고로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더 작은 차체를 가진 XE 20d AWD 모델이 9.27초를 기록한 바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제원상 수치로 볼 때 후륜 모델의 가속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것. 후륜 모델의 제원상 가속시간은 8.1초지만 4륜 모델은 8.4초다. 일반적으로 4륜 시스템이 초기 발진 부분에서 이점을 보여 더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과 반대되는 결과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7.64m였다. 테스트를 반복한 결과 제동거리는 38m 대를 유지했다. 당시 기온이 영하 15도에 이를 정도로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기에 제동 시스템의 냉각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제동 내구성 부분은 추후 확인이 필요할 수 있겠다.
제동 감각은 무난하다. 초반에 민감하지 않고 밟을수록 제동력을 키워나가는 성격이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묵직하기에 제동 시스템을 미세하게 컨트롤하기에도 좋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주행을 시작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 최근 동급 모델들과 달리 기본형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고 있다. 주행 차선을 넘어봤지만 차량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차선이탈 경고나 유지 기능은 없다. 이 때문에 테스트카가 최하위의 엔트리 트림인 줄 알았다.
물론 재규어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준비했다. 문제는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것. 이미 최상급 트림인 포트폴리오 모델이지만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장착하려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정말 오랜만이다. 아무런 안전장비 없는 7천만 원대 중형 세단. 고속도로조차 어색하다. 그래도 고속주행 안정감은 수준급이었다. 동급 경쟁 모델을 능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편에 속한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체감 속도가 무디다고 느낀다. 재규어는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를 매우 길게 설정했다. 시속 120km의 속도로 달려야 1,500rpm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거의 10단 변속기에 준하는 수준이다. 고속 크루징 연비를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각 단 사이의 기어비는 무난한 편에 속했다.
코너가 즐비한 와인딩 로드에서 XF의 달리기 성능을 끌어내본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변속기도 D에서 S로 변경한다. 기존까지는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자동으로 기어를 올려줬다. 하지만 변속기를 S로 변경하자 변속기의 통제권이 완전히 운전자에게 넘어온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느낌이 경쾌하다. 차체의 움직임도 민감하다. E-클래스나 5시리즈만 해도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무딘 편이었다. 반면 XF는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모습이 좋았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후륜축이 따라오는 감각은 보편적이다. 완벽한 일체감 보다 살짝 늦게 따라오는 편이지만 휠베이스가 3m에 이르는 세단이니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4륜 시스템이다. 평상시에는 후륜에 대부분의 동력을 전달하고 상황에 따라 전륜에 동력을 배분시켜준다는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하지만 변화가 매우 극적이다.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상황은 초기 발진과 미끄러운 노면 정도에서뿐이다. 대부분은 후륜구동 자동차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동력 배분이 이뤄지지만 속도 영역이 높아지면 구동 배분을 멈춘다.
어떻게 보면 매우 똑똑하게 실리를 챙긴 4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매 순간 4바퀴에 동력을 보내면 효율만 떨어질 뿐이다. 언더스티어가 심해지기도 한다. XF와 같은 4륜 시스템이라면 후륜구동의 핸들링 성능과 4륜 시스템의 안정성 모두를 챙길 수 있다. 설령 험로에 들어서도 걱정 없다. 또한 랜드로버에서 가져온 ASPC가 있지 않은가?
덕분에 차량의 운동 특성은 뉴트럴하다. 언더스티어가 심하지 않아 코너를 예리하게 파고들기 유리하며, 그렇다고 재가속 때 후륜이 미끄러져 운전자에게 불안함을 주지도 않는다. 핸들링 감각과 스티어 특성만 보면 현 세대 5시리즈와 비교해도 우위에 설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바디롤에 지지하는 능력은 좋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도 댐퍼가 잘 받아낸다. 동시에 스프링이 쭉쭉 늘어나는 모습인데, 스트로크가 꽤나 긴 편이다. 이러한 조합은 재규어만의 특징적인 주행감각을 만들어낸다. 재미있으면서도 편하다. 컴팩트한 사이즈의 XE 쪽이 보다 감각적인 운동성능을 갖췄지만 XF라고 해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컨티스포츠컨텍5가 쓰인다. 245mm 너비의 타이어는 180마력의 4륜 세단에 딱 적절한 성능을 제공했다. 특별히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오버 스펙도 아니기에 궁합이 좋았다.
단, 무게감에서 불리한 모습이 엿보였다. 늘씬한 몸매를 갖는 XF. 디자인처럼 실제 몸무게도 조금 더 가벼워지면 좋겠다. 테스트 모델인 XF 20d AWD 모델의 공차중량은 1,870kg 수준이었다. 4기통 2.0리터 디젤엔진과 4륜 시스템을 갖춘 동급 경쟁 모델의 공차중량을 기준으로 보자. 벤츠 E220d 4MATIC 1,825kg, BMW 520d xDrive 1,770kg의 무게를 보여줬다. XF는 이보다 45~100kg까지 무거운 모습이었다.
변속기도 만족스럽다. ZF의 자동 8단 변속기는 재규어 차량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했다. 부드러웠고 직결감도 좋았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 역시 빠른 편에 속한다. 최근 9단, 10단 변속기까지 나왔지만 8단도 충분하다. XF의 경우 기어비를 적절하게 배열해 성능은 물론 효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연비는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 소수점 아래 숫자만 다를 만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확인된 XF의 연비는 시속 100~110km 주행에서 15.2km/L 수준이었다. 80km/h 주행할 때는 17.6km/L로 향상됐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에서는 11.7km/L로 꽤나 좋은 연비를 나타냈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마친 이후 확인할 수 있었던 종합 연비는 약 12.5km/L 수준. 공인 복합 연비인 13.2km/L와 비교해 소폭 낮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가솔린 모델보다는 좋은 연비였다.
재규어가 8년 만에 내놓은 XF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게 갈리는 모델이었다. 호불호도 분명하게 나뉠 것이다. 그것이 디자인이 됐건 성능이 됐건 말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지적 만큼은 꼭 필요하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XF 20d AWD 포트폴리오 모델의 가격은 7,290만 원이다. E220d 4MATIC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7,430만 원,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은 7,450만 원이다. 표면적인 가격은 100만 원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구성을 놓고 보자. 재규어는 다른 모델과 달리 많은 것들을 갖지 못했다. 유사 가격대에 있는 E-클래스, 5시리즈에 비하면 엔트리급 깡통 모델로 보일 정도다. 반자율 주행? 기본적인 차선보정도 해주지 않는 최초의 중형급 세단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다양한 안전장비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 아직 재규어는 벤츠, BMW 등을 따르지 못한다.
재규어 XF.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만 추천받을 차량이 된다. ‘강남 쏘나타’라고 불릴 정도로 흔해진 E-클래스와 5시리즈와 달리 희소가치까지 갖췄다. 분명 잘 팔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 XF다. 그렇기에 가격과 구성 조율 면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물론 정가에 XF를 구입할 소비자도 없을 것이며 그 가격을 내세울 딜러도 없다. 그저 비싸게 부르고 인심 쓰듯 할인해주는 우리네 시장 수준이 아쉬울 뿐이다.
당연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이 시장 공략을 위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국내에서의 재기를 노리고 있는 아우디 A6도 해외에서 인기 있는 프리미엄 세단 중 하나다. 이외에 캐딜락 CTS, 볼보 S90, 렉서스 GS, 인피니티 Q70도 이 시장에서 싸운다. 국산 브랜드로는 제네시스의 G80이 있다. 정말 많은 차들이 싸우는 이 시장, 당연히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아우디가 빠진 상황에서 벤츠, BMW 다음으로 인기를 끄는 모델이 재규어의 XF다. 물론 1,2위의 판매량과 격차가 크지만 타사 모델 대비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고 볼 수 있다. 사실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존재감이 크기에 XF가 이렇다 할 정도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규어는 새로운 XF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이제부터 그 매력을 확인해보자.
이번 XF는 2세대다. 8년 만의 풀모델 체인지(Full Model Change)이며, 차체부터 파워트레인까지 모든 것이 바꿨다. 우리 팀이 마지막으로 XF를 시승한 것도 3년 전이었다.
그런데 차량과 첫 만남에서 잠시 멈칫했다. 예전 XF가 잘못 왔나? 아니면 XE로 스케줄이 변경됐나?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맴돈다. 신차라지만 변화는 크지 않았다.
변화를 체감하려면 곳곳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모든 디자인이 변한 것은 사실이였다. 우선 헤드램프부터 살펴보자. 눈매가 조금 더 가늘고 날카로워졌고 그릴은 대담해졌다. 범퍼도 한층 세련된 모습이다. 헤드램프도 모두 LED로 구성됐다. 주간 주행등은 J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측면부의 세련미도 좋다. 기존 모델은 쿠페 스타일을 갖췄지만 다소 둔하고 무거워 보였다. 벨트라인(Belt Line)을 높이고 윈도 면적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은 쿠페 같은 실루엣을 그대로 살리며 조금 더 늘씬해졌다. 화려한 캐릭터 라인보다 직선적인 효과를 통해 중후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전륜 펜더의 가니시(Garnish)는 1세대 모델에서 물려받은 구성이다.
후면부 디자인은 과거 모델과 비교해 가장 많이 변경됐다. 하지만 익숙하다. 이미 F-타입, XE, F-페이스 등을 통해 재규어 특유의 리어램프 디자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디자인이 변경됐지만 변화의 폭이 적어 보이는 것은 재규어의 공통적인 디자인 특징들을 그대로 반영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팩트 세단 XE와 너무 닮아 두 모델 간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가 커졌다. 먼저 공기역학 성능이 한층 향상됐다. XF의 공기저항 계수는 0.26Cd다. 재규어 모델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160km/h의 속도에서 50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낸다.
차량의 뼈대는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Aluminium-intensive Monocoque)를 바탕으로 차체의 75%가량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알루미늄은 철과 달리 용접이 어렵기 때문에 리벳과 본딩 접합 방식을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켜 적용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를 5세대 리벳 본딩 기술이라 말한다.
덕분에 무게가 기존 대비 190kg 가량 가벼워졌다. 반면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됐다.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해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재생 알루미늄을 활용하고 있다. 차체 무게 배분은 전후 50:50에 가깝게 맞췄다.
실내 디자인은 제법 변했다. 동시에 익숙한 모습이다. 과거 XF와 비교해 많은 부분의 변화가 있었지만 XE와 F-페이스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수평적인 대시보드와 수직의 센터페시아에 다양한 기능을 숨겼다. 이 차에 어떤 기능들이 있나 할 정도로 간결한 모습이다. 대시보드와 윈드실드가 만나는 안쪽은 요트의 콕핏을 연상시키 듯 감싸는 형태로 만들었다. 보는 이에 따라 포근하다고, 반대로 실내가 좁아 보인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계기판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4가지 테마를 선택할 수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붉은색 바탕에 타코미터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테마가 적용된다. 계기판 자체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있다. 아우디와 볼보가 자랑하던 계기판 내비게이션 기능을 재규어도 채용한 것이다.
계기판의 완성도는 좋다. 설정할 수 있는 언어도 무려 27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한국어는 없다. 처음 보는 난해한 언어도 지원하지만 한국어는 빠진 것. 애초에 다국어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아쉬움이 짙다. 재규어에게 한국 시장은 중요치 않은 모양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를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칼로 도려낸 듯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 것 같은 명칭이지만 시인성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무엇보다 선명도가 부족하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뭔가 초점이 맞지 않은 느낌이다. 카메라를 통해 확인해 보니 그런 증상이 더 크게 부각됐다. 처음으로 현대차, 푸조가 사용하는 컨바이너 타입(계기판 위에서 반사판이 돌출되는 저가형 HUD)이 낫다는 생각을 해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속도, 기어 단수를 표시해준다. 하지만 이외에 기능은 기대하기 힘들다. 내비게이션 정보는 물론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Active Safety) 기능과 연동 되며 선명도와 밝기, 다양한 색상까지 지원되는 국산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만족도가 월등하다.
센터페시아에는 가로로 긴 10.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갖춰진다. 와이드한 비율 덕분에 화면을 분할해서 정보를 표시해주는 등 활용성이 좋다.
내비게이션은 과거 지니 맵에서 자체 개발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맵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대부분 수입사가 겪고 있는 문제다. 국내 제조사들과 합작해 완성도를 높여보는 것도 좋겠다.
팝업이 되는 로터리 변속 레버와 회전이 되는 송풍구는 기존 XF에서 가져왔다.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구성이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주행모드 설정 버튼이 마련된다. 각 모드별 아이콘을 통해 어떤 모드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메리디안(Meridian)의 오디오 시스템은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 테스트카는 17개의 스피커의 최상급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사운드 설정도 취향에 맞춰 4가지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앞좌석 시트도 무난한 구성을 갖는데, 아쉽게 통풍 기능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아쉬운 것은 윈도 버튼의 위치다. 운전석에서 손을 뻗었을 때 편하게 손이 닿는 위치에는 윈도 버튼이 아닌 메모리 시트 버튼이 자리한다. 윈도우 버튼은 그보다 앞쪽에 있어 손을 쭉 뻗어야 한다. 랜드로버 모델에서는 벨트라인 근처에 윈도 버튼을 위치시키고, XE 때는 불필요하게 2단계로 나눠 버튼을 달더니 이번에는 앞쪽으로 밀어 넣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세상에 사는 듯하다.
2세대 XF는 뒷좌석 공간도 넓어졌다. 엔트리 모델 XE는 뒷좌석이 너무 좁았다. 좁기도 좁을뿐더러 센터터널까지 높아 더 좁아 보였다. 하지만 XF는 비즈니스 세단에 걸맞은 여유로운 공간을 갖게 됐다. 과거 대비 레그룸(다리 공간)은 15mm, 무릎 공간 24mm, 헤드룸(머리 공간)도 27mm 가량 높아졌다. 문제는 센터터널이 너무 높다는 것. 성인 남성 손바닥 높이보다 높게 솟았다. 이는 실내를 좁아 보이게 한다.
트렁크 공간은 505리터. 안쪽은 각진 형태를 가지며 바깥 부분이 양옆으로 확장되는 형태다. 이 급 모델에서는 보편적인 수준의 공간으로 보면 된다. 뒷좌석 폴딩도 된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들처럼 트렁크 쪽에서 레버를 당겨 시트를 폴딩 시켜야 하는 구조가 아쉽다. 터널 입구도 그리 넓지 않다. 그보다 트렁크 천장 부분 금속 패널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이외에 4존 온도 조절 시스템과 전동식 리어 선블라인드(Sunblind)도 탑재됐다. 랜드로버에서 가져온 험로 주행 시스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 All Surface Progress Control)도 특징이다. ASPC는 일종의 저속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 설정되며, 험로나 미끄러운 도로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맹신은 금물이다. 노면 상황에 맞는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겨울철에는 윈터 타이어가 더 안전하다는 것.
늘씬하게 잘 빠진 XF와 달려볼 준비를 한다. 붉은색 시동 버튼의 두근거림 표현도 좋다. 버튼을 누르면 디젤이 ‘겔겔’거리며 움직인다. 테스트카는 XF 중에서도 2.0리터 디젤엔진과 AWD 시스템, 그리고 최상급 사양의 구성이 탑재된 XF 20d AWD 포트폴리오 모델이다.
어떠한 고급 세단이라도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하면 소음과 진동에서 타협이 필요하다. XF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소음이 조금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45dBA. 시트로엥 C4 칵투스, 푸조 308 GT, 포드 몬데오 디젤과 동일하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 차량들 수준의 정숙성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는 인피니티 Q50 디젤과 동일한 수치다. 하지만 Q50 디젤 모델은 정숙성에서 아쉬움을 보이는 모델로 정평이 나 있다. 한마디로 XF 정숙성은 아쉬웠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곧바로 조용해진다. 시속 80km의 속도에서 주행할 때 59.5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주행 소음에서 불만이 나타나지 않는 수준이다.
주행을 하며 느낀 첫인상은 페달류의 묵직함이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으려면 꽤나 많은 힘이 들어간다. 처음에는 일반적이지만 깊숙하게 밟을수록 힘이 필요한 성격이다. 가속 페달을 무겁게 만들어 더 밟지 못하게, 이를 통해 연비를 높이려 했던 것일까?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적당히 가볍다. 조작하는 감각도 부드럽고 고급스러웠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성격 덕분에 일상 주행의 승차감도 좋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두툼한 토크감과 함께 속도를 올려나간다. 체감되는 가속감은 보편적인 수준이다. 좋게 표현하면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느낌이며, 나쁘게 표현하면 다소 둔한 가속감이다.
테스트 차량에 탑재되는 엔진은 2.0리터의 배기량을 바탕으로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최근 동급 엔진이 190마력과 40.8kg.m 전후의 성능을 발휘하니 마력 면에서 소폭 부족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토크는 넉넉한 편이다. 여기에 4륜 시스템이 탑재돼 후륜구동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안심 시켜주고자 했다.
계측장비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확인한 결과 9.09초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9.11초를 기록했으니 조금 더 빨라져도 좋겠다. 제원상 가속성능이 8.4초였는데 실제 성능보다 조금 아쉬운 성능이 나왔다. 참고로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더 작은 차체를 가진 XE 20d AWD 모델이 9.27초를 기록한 바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제원상 수치로 볼 때 후륜 모델의 가속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것. 후륜 모델의 제원상 가속시간은 8.1초지만 4륜 모델은 8.4초다. 일반적으로 4륜 시스템이 초기 발진 부분에서 이점을 보여 더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과 반대되는 결과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7.64m였다. 테스트를 반복한 결과 제동거리는 38m 대를 유지했다. 당시 기온이 영하 15도에 이를 정도로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기에 제동 시스템의 냉각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제동 내구성 부분은 추후 확인이 필요할 수 있겠다.
제동 감각은 무난하다. 초반에 민감하지 않고 밟을수록 제동력을 키워나가는 성격이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묵직하기에 제동 시스템을 미세하게 컨트롤하기에도 좋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주행을 시작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 최근 동급 모델들과 달리 기본형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고 있다. 주행 차선을 넘어봤지만 차량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차선이탈 경고나 유지 기능은 없다. 이 때문에 테스트카가 최하위의 엔트리 트림인 줄 알았다.
물론 재규어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준비했다. 문제는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것. 이미 최상급 트림인 포트폴리오 모델이지만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장착하려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정말 오랜만이다. 아무런 안전장비 없는 7천만 원대 중형 세단. 고속도로조차 어색하다. 그래도 고속주행 안정감은 수준급이었다. 동급 경쟁 모델을 능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편에 속한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체감 속도가 무디다고 느낀다. 재규어는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를 매우 길게 설정했다. 시속 120km의 속도로 달려야 1,500rpm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거의 10단 변속기에 준하는 수준이다. 고속 크루징 연비를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각 단 사이의 기어비는 무난한 편에 속했다.
코너가 즐비한 와인딩 로드에서 XF의 달리기 성능을 끌어내본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변속기도 D에서 S로 변경한다. 기존까지는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자동으로 기어를 올려줬다. 하지만 변속기를 S로 변경하자 변속기의 통제권이 완전히 운전자에게 넘어온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느낌이 경쾌하다. 차체의 움직임도 민감하다. E-클래스나 5시리즈만 해도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무딘 편이었다. 반면 XF는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모습이 좋았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후륜축이 따라오는 감각은 보편적이다. 완벽한 일체감 보다 살짝 늦게 따라오는 편이지만 휠베이스가 3m에 이르는 세단이니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4륜 시스템이다. 평상시에는 후륜에 대부분의 동력을 전달하고 상황에 따라 전륜에 동력을 배분시켜준다는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하지만 변화가 매우 극적이다.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상황은 초기 발진과 미끄러운 노면 정도에서뿐이다. 대부분은 후륜구동 자동차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동력 배분이 이뤄지지만 속도 영역이 높아지면 구동 배분을 멈춘다.
어떻게 보면 매우 똑똑하게 실리를 챙긴 4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매 순간 4바퀴에 동력을 보내면 효율만 떨어질 뿐이다. 언더스티어가 심해지기도 한다. XF와 같은 4륜 시스템이라면 후륜구동의 핸들링 성능과 4륜 시스템의 안정성 모두를 챙길 수 있다. 설령 험로에 들어서도 걱정 없다. 또한 랜드로버에서 가져온 ASPC가 있지 않은가?
덕분에 차량의 운동 특성은 뉴트럴하다. 언더스티어가 심하지 않아 코너를 예리하게 파고들기 유리하며, 그렇다고 재가속 때 후륜이 미끄러져 운전자에게 불안함을 주지도 않는다. 핸들링 감각과 스티어 특성만 보면 현 세대 5시리즈와 비교해도 우위에 설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바디롤에 지지하는 능력은 좋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도 댐퍼가 잘 받아낸다. 동시에 스프링이 쭉쭉 늘어나는 모습인데, 스트로크가 꽤나 긴 편이다. 이러한 조합은 재규어만의 특징적인 주행감각을 만들어낸다. 재미있으면서도 편하다. 컴팩트한 사이즈의 XE 쪽이 보다 감각적인 운동성능을 갖췄지만 XF라고 해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컨티스포츠컨텍5가 쓰인다. 245mm 너비의 타이어는 180마력의 4륜 세단에 딱 적절한 성능을 제공했다. 특별히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오버 스펙도 아니기에 궁합이 좋았다.
단, 무게감에서 불리한 모습이 엿보였다. 늘씬한 몸매를 갖는 XF. 디자인처럼 실제 몸무게도 조금 더 가벼워지면 좋겠다. 테스트 모델인 XF 20d AWD 모델의 공차중량은 1,870kg 수준이었다. 4기통 2.0리터 디젤엔진과 4륜 시스템을 갖춘 동급 경쟁 모델의 공차중량을 기준으로 보자. 벤츠 E220d 4MATIC 1,825kg, BMW 520d xDrive 1,770kg의 무게를 보여줬다. XF는 이보다 45~100kg까지 무거운 모습이었다.
변속기도 만족스럽다. ZF의 자동 8단 변속기는 재규어 차량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했다. 부드러웠고 직결감도 좋았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 역시 빠른 편에 속한다. 최근 9단, 10단 변속기까지 나왔지만 8단도 충분하다. XF의 경우 기어비를 적절하게 배열해 성능은 물론 효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연비는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 소수점 아래 숫자만 다를 만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확인된 XF의 연비는 시속 100~110km 주행에서 15.2km/L 수준이었다. 80km/h 주행할 때는 17.6km/L로 향상됐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에서는 11.7km/L로 꽤나 좋은 연비를 나타냈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마친 이후 확인할 수 있었던 종합 연비는 약 12.5km/L 수준. 공인 복합 연비인 13.2km/L와 비교해 소폭 낮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가솔린 모델보다는 좋은 연비였다.
재규어가 8년 만에 내놓은 XF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게 갈리는 모델이었다. 호불호도 분명하게 나뉠 것이다. 그것이 디자인이 됐건 성능이 됐건 말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지적 만큼은 꼭 필요하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XF 20d AWD 포트폴리오 모델의 가격은 7,290만 원이다. E220d 4MATIC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7,430만 원,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은 7,450만 원이다. 표면적인 가격은 100만 원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구성을 놓고 보자. 재규어는 다른 모델과 달리 많은 것들을 갖지 못했다. 유사 가격대에 있는 E-클래스, 5시리즈에 비하면 엔트리급 깡통 모델로 보일 정도다. 반자율 주행? 기본적인 차선보정도 해주지 않는 최초의 중형급 세단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다양한 안전장비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 아직 재규어는 벤츠, BMW 등을 따르지 못한다.
재규어 XF.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만 추천받을 차량이 된다. ‘강남 쏘나타’라고 불릴 정도로 흔해진 E-클래스와 5시리즈와 달리 희소가치까지 갖췄다. 분명 잘 팔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 XF다. 그렇기에 가격과 구성 조율 면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물론 정가에 XF를 구입할 소비자도 없을 것이며 그 가격을 내세울 딜러도 없다. 그저 비싸게 부르고 인심 쓰듯 할인해주는 우리네 시장 수준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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