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원선웅 | 프리미엄 SUV의 새로운 바람 - 마세라티 르반떼 S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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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SUV의 인기에 마세라티가 동참했다.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가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마세라티가 오랫동안 만반의 준비를 통해 선보인 르반떼는 이탈리아의 감성 뿐만 아니라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에 비견될 만한 뛰어난 주행성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심지어, 관능적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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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는 2016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지난 해 취재를 다녀온 제네바 모터쇼 또한 SUV의 인기가 뜨거웠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SUV 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엔트리 모델에서 프리미엄 까지 전 라인업에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 SUV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SUV 붐을 견인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르쉐 등 독일 브랜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재규어와 벤틀리 등 영국 브랜드까지 SUV에 힘을 쏟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마세라티 또한 SUV인 르반떼를 개발해 지난 해 최초 공개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세라티가 세계적인 SUV 인기에 편승하고자 급하게 르반떼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의외로 마세라티의 SUV 개발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쿠벵(KUBANG) 컨셉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BMW X5'가 데뷔하고 이어 1세대 '포르쉐 카이엔'이 등장한 바로 다음 해의 이야기이다. 쿠뱅 컨셉은 이탈디자인의 주지아로에 의해 개발된 컨셉모델로 당시 포르쉐에 이어 마세라티도 SUV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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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년간의 침묵 후,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다시 쿠뱅 컨셉이 공개되었다. 주지아로에 의해 디자인 되었던 첫 번째 컨셉 모델과는 달리 마세라티에서 직접 디자인된 같은 이름의 두 번째 컨셉모델이었다. 당시 쿠뱅 컨셉에는 FCA 그룹(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지프 브랜드에 사용되는 4WD 시스템이 탑재되는 등 지금 우리가 만난 르반떼와는 기본 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FCA 그룹의 자원을 통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급조된 마세라티의 SUV'라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세라티는 무려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SUV 개발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진행해 왔다. 그 사실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르반떼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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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반테는 지중해에 부는 동풍의 이탈리어어이다. 마세라티 다섯 번 째 모델이자 브랜드 최초의 SUV 모델에도 마세라티의 전통에 맞게 바람의 이름이 주어졌다. 일반적으로 따뜻하고 온화하지만, 순식간에 강풍으로 바뀔 수 있는 ‘르반떼’는 스포츠카와 SUV의 융합이라는 르반떼의 개발 목표와도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보인다.

 

실제로 르반떼를 마주하면 마세라티의 100주년 기념 컨셉 카로서 등장했던 ‘알피에리’ 컨셉의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다. 그릴과 헤드라이트는 물론, 단단한 덩어리에서 깎아 낸 듯한 차체 형상에서도 알피에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드 벤트와 리어 콤비네이션 라이트도 현행 마세라티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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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 스타일의 차체로 인해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크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실제 마주한 르반떼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에 버금가는 큰 차체를 보여주고 있다. 재원을 비교하기 전까진 재규어 F-PACE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르반떼는 재규어 F-PACE나 포르쉐 마칸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전장×전폭×전고=5,000×1,985×1,680mm라는 거구의 차체는 레인지로버와 거의 같은 크기. 휠베이스는 오히려 레인지로버보다 긴 3,005mm이다. 낮은 전고와 쿠페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인해, 작게 느껴지지만 르반떼는 거의 풀 사이즈 SUV라고 소개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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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을 둘러보다 눈에 띈 점은 창틀이 없는 도어이다. 2.3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가진 SUV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 상당히 높은 비틀림 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창틀이 없는 도어 때문에 유리의 두께가 꽤나 두껍다. 일반 차량의 2배에 가까운 두께이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는 세련된 모습과 고급스러운 질감의 소재들이 가득하다. 르반떼는 포르쉐 카이엔를 의식하고 만든 SUV지만 실내의 분위기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카이엔이 맥주라면 르반떼는 능숙한 칵테일이다. 가죽을 듬뿍 사용한 대시 보드와 시트, 도어 트림은 독특한 르반떼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 패키지 옵션은 ‘럭셔리 패키지’와 ‘스포츠 패키지’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옵션은 럭셔리 패키지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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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 보드 중앙에는 8.4인치의 모니터가 탑재되어 있으며, 마세라티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세라티 터치 컨트롤 플러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애플 카플레이를 통한 연동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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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르반떼에 탑재되는 모델은 가솔린 2종과 디젤 1종 등 총 3종류. 350마력과 430마력을 발휘하는 3리터 V6 직분사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과 275마력의 디젤 엔진으로 구성되며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430마력의 르반떼 S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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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ZF제 8단 AT가 조합되며, 풀 타입 4WD는 마그나 슈타이어와 공동 개발한 습식 다판 클러치를 전자제어하는 방식이다. 일반도로에서는 구동력을 100% 후륜에 전달하지만, 도로 상황에 따라 최대 50%의 구동력을 전륜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르반떼는 기계식 LSD를 후륜축에 장착하고 있어, ESP를 활용한 브레이크 벡터링 기능과 함께 선회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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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패달에 힘을 실으면 무엇보다 강력하게 다가오는 것은 배기 사운드이다. 변속 레버 옆의 스위치 하나로 쉽게 전환이 가능한 배기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이탈리안 스포츠카에 필적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는 조용한 실내를 유지하고 있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엔진 성능을 100% 끌어올리는 동시에 포효와 같은 엔진음이 뒤에서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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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은 SUV임을 잊어 버릴 만큼 강렬하다. 스티어링 조작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차체는 마세라티 기블리에 가깝다. 하체는 더욱 단단해지지만 불쾌한 기분은 느껴지지 않는다.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 고급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맛이다. 전고는 기블리보다 높지만 기블리 플랫폼의 진화형임이 분명하다.

컴포트 모드에서 고속으로 정속 주행을 하면 플랫하고 편안한 주행감이 이어진다. 하지만, 마세라티라는 엠블럼을 달고 있는 만큼 날카로운 코너링의 날은 살아있다. 덕분에 운전을 하면서도 차체의 크기를 쉽게 느끼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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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방식은 마세라티가 인텔리전트 풀 타입 4WD라고 부르는 Q4 AWD 시스템이다. 전후의 토크 배분을 노면과 차량 속도 등에 의해 제어하는 ​​온 디맨드 방식으로 차체의 높이를 표준 상태에서 25mm, 40mm의 2단계로 높일 수 있다. 르반떼는 분명 도심형 프리미엄 SUV를 추구하고 있지만, 오프로드 성능 또한 뛰어나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4륜 구동 시스템의 알고리즘의 개발 및 설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눈이 쌓인 경사로를 여유롭게 등판하는 능력도 시승 중 확인할 수 있었다. 어뎁티드 크루즈 컨트롤과과 차선 유지 장치 등 최신 주행 지원 장치들도 빠짐없이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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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엔진의 사운드라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강력하고 관능적인 배기 사운드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포르쉐 카이엔 등 경쟁사에는 없는 마세라티 만의 매력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레인지로버에 필적하는 차체 크기지만 뒷좌석 공간에서는 그다지 여유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차체 크기에 비해 넉넉하지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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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우아, 섹시. 이탈리아 자동차를 표현하는데 의례 사용되던 단어들이 있었다. 하지만, 르반떼는 구지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자동차다. 카탈로그에 나열된 제원과 온오프로드 성능, 품질과 신뢰성이라는 자동차의 기본적인 평가 기준에서도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 자동차 특유의 차별화 까지 더해져 있다. 독일 브랜드 일변도의 프리미엄 SUV 시장에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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