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올 라운드 플레이어 - 기아 니로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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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첫번째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를 시승했다. 전세계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소형 SUV 장르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 장점이 더해져 경쟁력을 높인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빠르게 최적의 주행조건으로 변환되며, 소형 SUV에 기대할만한 주행성능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넓은 실내 공간 또한 장점이다.
지금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연기관을 대신할 수 있는 궁극적인 파워트레인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강화되어가는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HEV와 PHEV, FCEV를 동원하고 있다. 토요타는 HEV, 폭스바겐과 GM은 PHEV, 르노닛산은 BEV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나라별로 다른 규제 때문에 HEV와 BEV, PHEV 등을 모두 라인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현대기아차는 전용의 전동화 플랫폼을 통해 개발된 아이오닉과 니로를 올해 선보였다. 세단형의 아이오닉은 지난 제네바모터쇼에서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공개되어 현대차의 새로운 친환경차 라인업의 중심에 서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에는 차별화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기아 니로가 소형 SUV, 엄밀히 얘기하자면 세단과 SUV의 중간 형태인 크로스오버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넓은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 장비를 통해 아이오닉과의 차별화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모델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유럽과 미국시장의 2015년 친환경차량 판매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유럽시장에서 친환경차는 전년대비 22% 증가한 약 64만대(EU 28개 회원국에서 약 58만대)가 판매되었다. 유럽시장의 경우 당분간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도 있지만 유럽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향후 전동화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인해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던 유럽에서 조차 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유럽과는 반대의 상황. 미국 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감소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요타 프리우스의 세대교체가 임박했다는 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유가 하락이다. 하이브리드 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판매 감소 또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기아차는 니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SUV 모델들은 크기를 막론하고 현재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장르이다. 인피니티 Q30, 기아 스포티지, 렉서스 RX, 벤츠 GLC, 티볼리 디젤, 재규어 F페이스, BMW X1,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토요타 RAV-4, 미쯔비시 아웃랜더, 혼다 HR-V, 마쯔다 CX-3 등 셀 수 없는 모델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 중 니로가 속한 컴팩트 SUV 부문은 큰 SUV에 대해서는 부담이 있고 세단보다는 시트 포지션이 높은 차를 타고 싶은 유저들을 겨냥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의 판매 전망이 밝아 보이는 것은 최근의 시장 흐름이 니로에게 상당히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경쟁 차종들보다 넓은 실내공간, 다양한 편의장비, 가격대비 성능은 분명 앞서 있다.
니로의 디자인은 아이오닉 보다는 오히려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오닉이 새로운 전동화 모델임을 강조했다면 니로는 기존 기아차의 SUV 라인업들이 보여준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다. 새로움이라는 감각은 떨어지지만 기아차의 디자인이 그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나은 선택이다.
전면부 디자인에서는 기아차의 전통적인 타이거 그릴이 적용되어 있지만 좌우의 헤드램프가 그릴 상단라인의 위쪽에서 시작해 좌우로 날카롭게 솟아있다. 헤드램프는 친숙한 디자인의 스포티지와 유사하다. 포그램프 주변에는 L자 형태의 크롬 장식이 덧대어져 안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헤드램프 옆의 공기 흡입구는 공력성능 향상을 위한 부분이다.
측면디자인은 니로의 특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세단보다는 높지만 SUV보다는 낮은 포지션으로 크로스오버모델들의 전형적인 형태을 보여주고 있다. 2700mm의 휠베이스는 국내 주요 경쟁모델들인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보다 100mm 정도 더 길다. 긴 휠베이스는 곧 더 넓은 실내 공간으로 이어진다. 차량의 뒤로 갈수록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웻지 형태의 측면 라인은 끝에서 살짝 떨어지며 마무리 된다. 리어 스포일러와 일체형의 리어 윈도우는 리어 램프와 바로 맞닿아 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 덕분에 후방 카메라도 도드라지지 않게 더해져 있다. 전면부의 포그램프 주위의 L형태의 크롬이 차량 후면에도 적용되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잘 정리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아이오닉과는 다르게 운전자를 중심으로 감싸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4.5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계기판. 화이트와 블루 색상을 기조로 한 계기판의 구성은 시인성 또한 좋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실감케 한다. 엔트리 트림인 럭셔리의 경우 단색의 3.5인치 모니터가 들어간 계기판이 적용된다.
시승한 차량은 니로 노블레스 모델로 모든 편의장비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위치해 있으며 센터페시아의 하단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과 함께 기어노브 하단에는 냉난방시트, 스티어링 히팅 버튼 들이 위치해 있다. 에어밴트 주위에 파란색상의 몰딩이 더해진 것은 아이오닉과 유사한 모습.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2열 공간은 니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니로를 접하고 2열 시트에 앉았을 때의 경험이 다시금 떠올랐다. 국내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메이커들의 동급 소형 SUV도 이정도의 공간을 보여주진 못했다. 머리위로는 주먹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무릎 공간 또한 넉넉하다. 2열 에어밴트 하단에는 220V 콘센트가 눈에 띈다. IT 컨비니언스 옵션을 선택한 경우 220V 콘센트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센터콘솔의 추가 USB포트가 더해진다. 220V 콘센트의 경우 여가를 즐기기 위한 용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6:4 분할 폴딩되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1425리터로 늘어난다. 트렁크룸 좌우로 솟아오른 부분이 있어 시트를 편 상태에서는 온전히 공간 모두를 활용할 순 없지만 일반적인 SUV 모델들보다 전고가 낮아 물건을 적재하기도 편하다.
니로는 새롭게 설계된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었다. 최고 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5.0kgf•m의 신형 카파 1.6 GDI 엔진과 최고 출력 43.5마력, 최대 토크 17.3kgfm의 32kW급 모터 시스템을 적용해, 19.5km/ℓ(16인치 휠 적용 모델)의 연비를 보여준다. 여기에 6단 DCT가 조합된다.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CVT를 적용해 연비 향상을 노리는 것과 달리 아이오닉과 니로는 6단 DCT를 적용하고 있다. 기아차는 연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CVT보다는 동력성능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7단보다도 6단 DCT와 엔진/전기모터의 조합이 효율성이나 성능에서 더 나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무게를 더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응답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일반적인 내연기관 모델과 다를 바 없는 주행을 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 종종 주춤하는 응답성 또한 신경쓰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이다.
워커힐호텔에서 양평까지 100km를 조금 넘는 거리의 그리 길지 않은 시승코스였지만 고속주행코스와 일반 도심 주행코스가 혼재되어 있어 니로의 주행성을 파악하기에는 적합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시승이 오랜만인지라 그 차이가 더 확연하게 다가온다. 니로는 시속 120km까지 EV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EV모드로 주행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EV모드로 전환되느냐 일 것이다.
별도의 EV모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차량은 스스로 판단해 EV모드로 전환된다. 배터리와 엔진과의 전환은 어떤 소음이나 진동도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풀스로틀로 가속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엔진은 아주 작은 소리를 내며 존재를 숨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창에는 쉴틈없이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충전과 동력전달이 이어진다.
오히려 억제된 엔진음 때문에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 물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막기 위해 차음제를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 차음제를 더할 정도로 크게 들리는 수준도 아니다. 시승차는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이었는데 이러한 노면음은 기본 사양인 16인지 타이어를 장착한다면 더 감소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연비도 더 좋아진다. 사이드미러나 전면부 윈도우실드에서 들리는 풍절음 또한 고속 주행시에도 잘 억제되어 있다.
니로는 에코모드와 스포츠모드 2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고속영역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발진시에는 전기모터가 더 적극 개입하면서 그 차이가 확연히 다가온다. 에코모드가 한템포 숨을 죽이며 가속한다면 스포츠모드에서는 발끝의 작은 움직임에도 툭툭 앞으로 차량을 밀어붙인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날카로운 정도는 아니지만, 와인딩코스에서도 라인을 잘 그려 나간다. 니로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의 성능이 적당해 보인다. 소비자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에 더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이번 시승에서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을 가정해 주행했다. 연비 위주의 주행은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의 효율을 나타낼 수 없다. 어느 정도 추월도 하고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냉방장치도 가동하고 고속주행이 필요한 경우 속도도 충분히 높이며 일상적인 주행상황과 최대한 유사하게 시승을 해보았다.
시승을 마치고 계기판의 주행정보에 나오는 운전모드의 비중은 경제운전:보통운전:비경제운전이 3:4:3 정도였다. 최종연비는 18.2km/L.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의 복합연비인 17.1 km/L 를 소폭 넘는 수치였다. 시승 시작부터 에어컨도 켠 상태였고 추월과 가속을 빈번하게 진행한 시승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치이다. 참고로, 이번 니로 시승행사에서 연비위주의 주행을 한 일부 차량의 경우 25~30km/L의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니로의 가격은 대략 2400만원에서 2800만원. 세제혜택과 하이브리드 보조금이 더해져 실제 구매 가격은 약 100만원 정도 줄어든다. 물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긴급제동 등이 포함된 드라이빙 세이프티 패키지, 8인치 UVO 네비게이션이 포함된 고급 옵션들을 모두 추가하면 400만원 정도 가격이 상승하긴 하지만 큰 영향을 주는 옵션이 아닌 만큼 구매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간 트림인 프레스티지 차량의 가격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 더해진 경우 약 245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감안한다면 국내 다른 경쟁모델과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 하고 있다. 기아차는 홈페이지에 경쟁모델들과의 실구매가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부분에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기아 니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먼저,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기아차의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며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지고 있지 않은 공간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 또한 높이고 있다.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 유럽과 미국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상품성 또한 구비하고 있다. 한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성능을 보여주진 않지만 고른 분야에서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다.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일 예정인 니로의 향후 행보가 최근 만난 국내 어떤 차량보다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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