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압도된다,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 1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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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GT S는 메르세데스 스포츠카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차량이다. 4 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알루미늄 골격을 가진 AMG GT S의 진면목은 가벼움이다. 메르세데스-AMG GT S는 그야말로 발걸음도 경쾌한 경량 스포츠카의 완성형이다.
메르세데스는 현재 명칭 변경에 따른 라인업 편성과 이를 통한 개별 모델들의 상품성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에서 자사의 자동차들을 블록 쌓듯 쌓아올린 무대를 보이며 ‘다양성’이야말로 벤츠가 추구하는 목표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라인업 편성에서 축이 되는 것은 ‘A’와 ‘C’, ‘E’의 3가지 코드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그들의 주력 모델들의 모델명으로 불리워지는 이 코드를 통해 제품의 성격과 세그먼트 모두 명확히 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전륜구동 방식의 'A 클래스'계열 차대에서는 이미 'CLA'와 'GLA'등의 파생 차종이 출시되어 있고 'C 클래스'계열의 차종와 ‘E 클래스’계열의 차종에도 기존의 'GLK 클래스' 잇는 'GLC‘, ’ML 클래스'는 'GLE‘라는 형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S 클래스'에 설정된 '마이바흐' 또한 이러한 전략에 의해 새롭게 설정되었고 전략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립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던 마이바흐라는 이름이 S클래스에 이어진 것은 마이바흐 전용의 엔지니어링과 트림이 추가된 특별한 럭셔리 모델이 앞으로 일정 수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즉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의 트림 라인이 아니라 서브 브랜드로 분류가 된다.
비슷한 입지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 바로 AMG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C63 AMG‘로 불리던 차명이 이제는 ’메르세데스-AMG C63‘으로 불리는 것이다. 즉, 메르세데스 벤츠는 굵은 몸통의 양쪽으로 마이바흐와 AMG가 각각 하이픈으로 연결된다. 단순한 네이밍 변경이 아닌 서브 브랜드의 입지를 분명히 하고 차별화해 각각의 브랜드를 더 강화하는 것이 이러한 변화의 목적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네이밍 변화와 메르세데스의 서브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AMG GT S에 관해 시승느낌을 전하기 전에 드는 의문 때문이다. 아우디의 일반 세단과 고성능 모델인 RS,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S모델이 있는 것처럼 메르세데스-벤츠도 일반 모델들과 AMG,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할 다른 네이밍이 추가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다. 이번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디터 제체 CEO가 말한 ‘다양성’ ‘더 다양한 모델들’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 2020년까지 40개의 AMG 모델이 추가된다고 하고 스포츠라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메르세데스와 AMG 사이에 들어갈 새로운 네이밍이 추가될 수도 있겠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GT S는 이전에 출시된 'SLS AMG'의 실질적인 후계자에 해당한다. SLS AMG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방식의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공유되고 있는 만큼 닮아 있는 모델이다. 서스펜션 형식은 SLS가 4륜 더블 위시 본인 반면 GT S는 리어가 멀티 링크 방식이다. 제원상의 차량크기로 보면 GT S는 길이가 약 90mm, 휠베이스는 50mm 정도 SLS보다 짧고 폭과 트레드는 거의 동일하다.
탑재되는 엔진은 코드명 ‘M178’의 4리터 V형 8기통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이다. 90도의 뱅크 각으로 배치된 실린더에 2개의 터빈이 병렬로 늘어선 레이아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의 일반 차종들과는 관계없는 AMG의 오리지널 모델이다.
AMG GT S의 최고 출력은 510마력. 6.2리터 자연 흡기 방식의 SLS에 비해 다소 출력이 떨어지지만, 4리터 터보엔진에서 이정도 출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대단하다. 트랜스미션은 SLS 모델에도 적용되었던 7단 DCT가 엔진과 조합되고 있으며, 전후의 무게 배분은 47:53로 구동 바퀴 쪽에 확실히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덧붙여서 GT, GT S 모두에 전자제어 후륜 LSD가 표준 장착되지만, 전자가 기계식인데 반해 후자는 전자 제어식. 가변 댐퍼와 연동되는 드라이브 셀렉트 시스템은 C모드(컴포트)와 S모드, S+모드, 레이스 모드, 그리고 개인설정이 가능한 인디비쥬얼 모드 총 5가지의 설정으로 변경가능하다. 레이스 모드에 다가갈수록 자동차의 운동 신경은 높아지지만 승차감 같은 운전자의 편의성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 급의 고성능 스포츠카에 오르는 만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서둘러 채찍질을 하게 된다. 한계치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서킷에서 먼저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추석을 한 주 앞둔 일반도로인 만큼 서서히 달래며 천천히 살펴보았다. 시내를 조용히 지날 때마다 꼿히는 주변의 시선도 오랜만이다.
서두르지 않기로 한 만큼 먼저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주행에서 AMG GT S가 얼마나 유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벤츠의 기합급 고성능 스포츠카에게 편의성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의문에 ‘이정도면 만족스럽다’고 자답하게 된다. 이제는 익숙한 아이들링 스탑 기능도 AMG GT S에서 만나게 되니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처음 신호등 앞에 멈춰 서서 아이들링 스탑 기능이 작동되었을 때는 시동을 꺼트린 줄로만 알았다. C모드로 드라이빙 셀렉트를 옮겨 놓으면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부드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단단하게 하체가 셋팅된 벤츠의 세단, 딱 그 정도 이다.
경량화를 추구한 벤츠의 고성능 스포츠 쿠페지만 무게만큼 드라이빙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은 만족스럽다. 이러한 부분은 반기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일상에서도 불편함이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추구하는 현실이다. 조향이 가벼운 스티어링휠은 SLS AMG 시절부터 익숙한 부분이지만 AMG GT S는 더욱 쉽고 가볍다. 37cm의 소구경 스티어링휠의 조향은 레이스모드에서도 무겁지 않다. 2004년 출시되었던 SLR멕라렌이 완벽한 슈퍼카라는 이름이 어울렸다면 AMG GT S는 조금 더 가벼운 어감의 ‘스포츠카’라는 말이 어울린다.
어느 정도 도시에서의 주행에도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는 AMG GT S지만 역시나 드라이빙 최우선임이 도심을 벗어나자 전해 온다. 발 끝에 약간의 힘만 실어도 몸을 시트에 밀어 붙인다. 엔지니어링 측에서는 SLS보다 더욱 공격적인 설정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 될수도 있지만 AMG GT S에 탑재된 신형 V8엔진은 4리터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파워를 제외한다면 이 정도의 스포츠카에서 기대하게 되는 판타지가 없다. 공회전 시의 엔진음은 기대보다 조용하고 변속기를 매뉴얼 모드로 바꾸면 7200rpm까지 엔진회전수를 높일 수 있지만 실내로 밀려드는 가공할 엔진음은 기대할 수 없다. 엔진회전과 함께 높아지는 것은 오로지 뒤에서 밀려드는 배기음이다. 그 대신, 레이스 모드로 전환하면 마치 개틀링포 같은 격렬한 애프터 파이어 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시내에서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코너링 성능은 굉장 날카롭다. 일상적인 세단이나 SUV에 익숙해진 감각 때문인지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도 전에 차가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확실히 주행성에서 만큼은 SLS보다 위에 있다. SLS에서 느낀 미묘한 아쉬움 마저 GT는 날려버린다. 단순히 민첩하다고 표현하기 보단 운전자의 의지와 일체화되는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 ESP는 드라이브 모드가 스포츠쪽에 갈수록 미끄럼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설정되지만, 스핀 모드 직전에는 제대로 차체를 안정되게 잡아준다. 진정 스포츠카임이 분명하다.
메르세데스 AMG GT가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포르쉐 911이 위치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AMG GT S는 ‘GT3’급과 비교해야 합당해 보인다. 메르세데스-AMG가 이 영역까지 전의를 표출하는 것은 최근의 라인업 재편과 하위 브랜드의 움직임을 보면 이해가 된다. 기존 차량들의 스포츠성이 강화되고 여기에 AMG 스포츠 라인업까지 추가된다면 단순히 AMG는 그 이상의 압도적인 성능을 가져야 한다. 하물려 AMG GT S는 FIA-GT3 규정의 머신에 부합하기는커녕 그것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정도의 광기가 AMG GT S에서는 느껴진다. 디자인 좋고 편안하고 일반도로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SL63 AMG의 친척같은 스포츠카가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사족이지만 혹시라도 구입을 검토중인 부유층 분들이라면 ‘시승은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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