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볼보 XC90 T8 / D5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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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볼보 'XC90'을 ‘드디어’ 시승해 볼 수 있었다. 2014년 8월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거의 2년만에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신형 XC90 기념 모델 1,927대가 47시간만에 완판되었으며, 지난 해 3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었지만 연간 판매 대수를 5만대로 상향 조정하는 등 출시 전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디자인은 물론 섀시와 파워트레인 그리고 판매될 세그먼트까지 완전히 새롭게 변화된 플래그십 SUV의 이러한 인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XC90’이라는 차명은 지금까지 볼보의 최상위 SUV를 부르던 친숙한 이름이다. 1세대 모델이 처음 등장한 것이 2003년도 였으니 오랜 시간동안 볼보의 기함 역할을 해왔던 대표적인 모델이었다. 국내에서도 판매가 시작된 새로운 XC90은 차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바뀐 ‘모든 것’에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판매 가격대와 차량의 캐릭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 특히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었던 기존의 실적을 발판으로 지금까지 볼보가 다루고 않았던 진정한 프리미엄 럭셔리 모델에 도전하고자 하는 신차가 바로 XC90이다.
볼보의 새로운 XC90은 지금까지의 볼보가 선보인 다른 차량들과 현저히 다른 디자인을 통해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것 보단 실루엣만으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프로포션의 변화가 더 크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기존 XC90보다 길어진 반면, 프론트 오버행은 짧아졌다. 이런 변화에 따라 실내 공간을 구성할 여유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용량이 큰 엔진을 탑재해야 하는 부담도 덜게 되었다. 디자인이 먼저인지 파워트레인의 탑재가 먼저 결정된 것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변화를 이끌 시작이 된 것은 분명하다.
와이드한 측면 라인이 강조된 디자인은 차량 후면으로 이어지면서 볼보 특유의 수직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서 시선이 멈춘다. 기존 모델을 떠오르게 하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 토르가 손에 넣은 망치 묠니르를 모티브로 한 헤드램프의 이미지는 지금까지의 볼보 라인업에서 선보였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요소이다. 이러한 전면부 이미지는 향후 등장하는 볼보자동차에도 이어진다고 한다. 최근 공개된 신형 40시리즈 컨셉의 헤드램프에도 이러한 변화가 적용되어 있다.
외형의 변화도 눈에 띄지만 XC90의 진정한 ‘볼거리’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한 눈에도 알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소재와 첨단 기능들이 공존하는 인테리어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센처페시아 중앙에는 대형 디스플레이 터치 패널이 위치해 있으며 정교한 디자인의 엔진 스타트 버튼도 눈에 띈다. 9인치 크기의 LCD 터치스크린은 네비게이션, 오디오, 에어컨, 주행모드 변경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되어 있다. 덕분에 버튼들이 줄어들어 실내는 더욱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ensus (센서스)'라고 이름 붙여진 이 아이템이야말로 신형 XC90의 새로움을 상징하는 첨단장치이다.
덧붙여, 운전자의 아이폰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Apple CarPlay (애플 카플레이)‘도 적용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볼보 자동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변화이기도 하다.
3열 시트구조의 국내 판매 모델들의 경우 시트 배열에 따라 적재 공간이 298리터에서 최대 1950리터까지 늘어난다. 3열의 경우 2열보다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성인 7명이 타기에도 크게 무리가 되진 않는다.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진행된 시승행사에서 만난 모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T8’과 가솔린엔진이 탑재된 ‘T6’, 그리고 디젤엔진이 탑재된 'D5' 3가지 모델이었다.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은 모두 AWD 구동방식. 시승은 T8과 D5 두가지 모델을 진행했다.
XC90은 모든 모델에 동일하게 2리터 4기통의 모듈러 엔진이 탑재된다. 기본적으로 T6와 T8 엔진은 동일한 형태로 수퍼 차저와 터보 차저를 함께 장착한 트윈엔진이 탑재되며, D5의 경우 크기가 다른 2개의 터빈을 순차적으로 제어하는 트윈 터보 방식이다.
처음 시승한 차량은 40km를 전기차 모드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전해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T8'. 82마력의 넉넉한 출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출발에 사용되는 만큼 시동을 걸면 어떤 엔진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또한, '퓨어 모드'를 선택하면 최대한 전기모터로 주행하게되는데 이때 도달 가능한 최고속도는 125km/h에 이른다. 반대로, ’AWD 모드‘와 ’파워 모드‘를 선택하면 처음부터 엔진을 통해 출발하는 상태가 된다.
시스템 전체의 출력이 40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엔진 40.8/,2200~5,400(kgm/rpm), 전기모터 24.5/0~3,000(kgm/rpm)가 더해져 총 65.3kgm에 이르는 만큼 가속 페달에 가볍게 힘을 실어도 강력한 힘이 꿈틀거린다.
엔진이 내는 소음이 특별히 크지는 않지만, 엔진의 부하가 증가하고 회전수가 높아지면 어쩔 수 없이 4기통 엔진이라는 사실을 소리를 통해 실감하게 된다. 어쩔수 없는 숙명과도 같겠지만, 8기통 엔진까지 탑재했던 과거의 XC90보다 부족하다는 의견은 절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기계적으로 수퍼 차저를 장착했다고 해도 모터 출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주행 시작 순간 만큼은 T8의 '무게'가 다소 느껴진다. T8의 0~-100km/h 가속시간은 6초대로 일단 출발하기 시작하면 전 영역에서 충분한 속도를 발휘할 수 있다.
한편, T6 엔진의 데이터를 웃도는 48.9/1,750~2,250(kgm/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디젤 엔진이 탑재된 D5는 사실 액셀워크에 따라 가장 솔직한 가속감을 맛보게 해주는 모델이었다. 디젤모델임을 감안하면 소음과 약간의 진동이 전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시승행사에서 만난 T8, T6, D5의 3종 가운데 발진시의 힘은 가장 강하게 와 닿는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XC90이라는 모델의 성격에 가장 적합한 엔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고 있지만 최신 디젤엔진은 걱정할 부분이 없다.
시승한 T8과 D5 모두 기존 스프링과 쇽업쇼버로 구성된 서스펜션 대신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부드러운 승차감과 노면을 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핸들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차체는 가벼움을 추구하면서도 높은 강성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주행성 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것은 최신의 안전 장비와 운전 지원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어뎁티드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작동시켰다. ACC 기능 작동을 위해 기존의 모델에서처럼 방향 지시등 아래 쪽을 둘러봤지만 작동 버튼을 찾을 수가 없었다. ACC의 설정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의 왼쪽에 위치해 있었다. 사용편의성에서는 이쪽이 더 유리하다. 일부 차량의 경우 ACC 기능이 레버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XC90의 방식이 분명 자연스럽다.
볼보의 운전 지원 기능은 생각보다 적극적인 설정이다. ACC의 자동 가속은 다른 메이커들의 ACC 보다 다소 날카롭게 가속을 시작하며, 차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브레이크의 작동은 간격이 제법 좁혀진 상황에서 까지 브레이킹을 자제한다. 일반적인 운전 감각과는 다르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지만, 가속과 감속의 과정은 유연하다.
차선 유지 기능 또한 지금까지 경험한 다른 차종들이 그것보다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 차선에 도달하면 스티어링 휠이 경로를 수정한다. 생각보다 민감하다고 느낀 것은 차량 주위의 장애물을 감지하는 기능이다. 주차 시에 부딪치지 않도록 경고하는데 상당한 거리에서도 경고음이 작동한다. 주행 중에도 좁은 도로에서 가드레일에 접근하면 경고음이 일찌감치 울린다. 안전 중시의 볼보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자율 주행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각에 얼마나 가깝고, 안심하게 되는 설정을 찾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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