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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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캡티바 장점에 대해 얘기해보자. 한국에, 자칭 타칭 SUV라고 불리는 모델은 눈에 밟힐 만큼 많은데, 이들 중 캡티바를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할 이유를 찾아보자는 말이다.
튼튼한 이미지? 요즘 MPV, 크로스오버, 컴팩트 SUV 등 참 이름도 잘들 짓는다. 그럼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결국은 SUV라는 걸. 세련미를 강조하지만 왠지 유약해 보이고, 귀티 흐르지만 SUV는 아니다. 승용과 SUV의 장점을 최상의 조합으로 버무렸다고 연일 떠들어대지만 국적불명이다. 그런데 캡티바만은 고집스럽게, 근 10년을 큰 변화 없이 묵묵히 갈 길을 간다. 성벽 같은 단단한 SUV 이미지 그대로다. 튀기보다는 중후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이전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우고 엠블럼 위치를 조정했으며 커다란 19인치 알로이 휠과 사이드스텝 등을 더했다. 선 굵은 디자인 덕에, 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근육질 남성미를 자랑한다. 자동차는, SUV는 원래 이래야 한다며 고집스럽게 밀어붙인다. 캡티바가 글로벌 상품이기에 탄탄한 기본기는 이미 증명된 셈이라면, 캡티바에 대한 쉐보레의 확고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문제는 쉐보레와 소비자, 그리고 경쟁 메이커 사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거다. 캡티바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경쟁모델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 누군가는 그런다. LTE급 시대에 비둘기 발목에 쪽지 묶어 소식 전하는 격이라고. 경쟁모델들은, 엊그제 1세대로 데뷔한 것 같은데, 눈 깜짝하는 사이에 2, 3세대 끝나고 4세대 준비용 페이스리프트가 됐다느니, 성형수술에 실패했다느니, 유럽시장을 위한 수술이기에 괜찮다느니…,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뉴스로 전국을 도배한다. 소비자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 눈에 보고 귀에 익은 차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 힘겹게 위시리스트 순위 3위까지 올랐지만, 이 차에 치이고 저 차에 치이고, 너무 우람해서 뒤로 밀리고, 너무 보수적인 이미지에 또 두 단계 떨어지고. 이 악물고 손톱까지 시커멓게 피멍 들며 바위산을 오르고 있는데, 다른 메이커들은, 경쟁모델들은 정상에서 도시락 먹고 하산 중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는 2.0리터 디젤유닛. 아이신제 6단 자동기어와 짝을 맞춘다. 엔진은 유로6를 만족시키며 독일 오펠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온다. 연비는 리터당 11.8킬로미터. 출발도 무난하고 톱니를 빠르게 바꿔 물며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아쉬움 없이 밀고 나간다. 토크감도 나쁘지 않다. 딱 여기까지.
1등도 아니고 꼴찌도 아니다. 큰 변속충격 없이 전체적인 달리기실력도 그렇고, 풍절음 및 노면소음 등 외부소음 차단도 마찬가지며, 덩치 있는 SUV의 숙명인 롤링 수준도 중간이다. 맨 뒷줄에 서게 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거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변명이라도 늘어놓는데 이건 그것도 아니고. 경쟁모델도 이 정도는 한다. 수치로 모든 걸 말할 수는 없지만 출력도 그렇고, 토크, 연비까지 조금씩 떨어진다. 가격은 또 조금 높다.
한국시장이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는 말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너무 상투적이고, 글로벌 판매전략에 집중한다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간이 정답은 아닐 텐데….
LOVE : SUV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건한 디자인
HATE : LTE 시대에 너무 변화가 없다
VERDICT : 1등도 아니고 꼴찌도 아니고, 딱 중간만 가려는…. 군대가 아니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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