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메르세데스-벤츠 E220 d 아방가르드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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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증 문제로 다소 늦게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의 디젤모델, E220d 아방가르드를 시승했다. 지난 6월 출시된 10세대 E클래스는 강화된 인증 검증 절차로 인해 E300, E300 4매틱 가솔린 모델만이 먼저 출시되었다. 하지만, 첨단 안전장비는 그대로 선택가능하면서 가솔린 모델보다 저렴한 E220d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신형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E220d 아방가르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모델의 정교하고 세련된 주행감각은 경쟁모델들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수입차 판매실적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E 300(1,202대), 메르세데스-벤츠 E 220 d(979대), 메르세데스-벤츠 C 220 d(573대) 3개 모델을 판매순위 1,2,3위에 올리는 실적을 보였다. 인증 지연과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아니었다면 E220d가 분명 7,8월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했을 것은 분명하다. 프리미엄 수입 중형 세단이 수입차 판매 상위에 위치한다는 것이 다소 독특한 국내 수입차 시장의 구조를 말해주고 있지만, 어쨌든 새로운 E클래스는 가장 ‘핫한’ 수입차임은 분명하다.
차세대 디젤 엔진이 적용된 E 220 d지만 역시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신의 주행 안전 보조 시스템이자 자율 주행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종전의 디스트로닉 플러스와 차선 유지 시스템에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기능과 후방 충돌시 경고와 함께 브레이크 압을 높여 차량이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것을 줄이는 프리세이프 플러스, 측면 충돌시 운전자를 차량 안쪽으로 밀착시키는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시스템 등이 적용되어 있다.
한가지 이번 시승을 통해 전하고 싶은 내용 중 하나는 이러한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들이 분명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는 도구들이지만, 맹신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사용하던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지만 여전히 운전자의 주의를 요하는 점은 기존의 자동차 운전과 변함이 없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E클래스 차선 유지 시스템의 경우 차량 전방의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인식하고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향상된 차선 유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앞차의 주행 궤적을 인식하고 도로 위의 차선 표시가 없는 상황에서도 주행 라인을 유지하는 ‘스티어링 파일럿’을 추가해 차선 유지 기능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이 기능들이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쭉 뻗은 한산한 고속도로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주변 차량들의 움직임이 많고 차선이 불분명한 도로라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시승중에도 차선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앞차를 추종하는 기능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차선을 이탈하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카메라가 차선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면 계기판에는 작은 ‘스티어링 마크’가 녹색에서 흰색으로 표시된다. 그동안에 드라이버는 자신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표시등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드라이버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면서 운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 작동되는 동안 자동차가 도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표시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은 이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현재의 주행 보조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운전을 ‘보조’해 주는 역할인 만큼, 표시등이 작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시스템일 뿐 스스로 운전해야 합니다!’라는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은 혼잡과 정체 상황에서 피로를 줄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행 차량이 있을 것이고 이 선행차량을 추종해 주행한다면 표시가 작은 것은 오히려 의도된 부분일 수도 있겠다.
또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경우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상당히 ‘세련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최근 국내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지만 앞차의 속도에 맞춰 미리 감속을 시작하는 감각이 상당히 부드럽다. 거리가 먼 상황에서 먼저 강한 브레이킹으로 속도를 줄이고 다시 브레이크압을 낮춰 부드럽게 거리를 줄인 후 다시 멈추는 일련의 과정이 대단히 부드럽게 이뤄진다. 종종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던 중 앞 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져 당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시승에서 그런 경우는 없었다. 물론 내 차선으로 변경하는 다른 차량이 있는 경우 상황에 따라 먼저 브레이킹을 해야 하는 경우는 많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첨단의 주행 보조 시스템이 장비된 E클래스 또한 변함 없다.
오래전이지만 항공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을 만나 항공기의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요즘은 이착륙까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되었다. 물론 기능은 사용할 수 있지만 “100%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사용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항시에는 오토파일럿을 통해 비행하지만 이착륙만큼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는 말이었다. 운전자들에게 완전한 자율주행은 꿈이지만, E클래스에 탑재된 ‘드라이브 파일럿’을 비롯한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들은 여전히 자율주행을 위한 과정에 있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반드시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는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괜찮을 듯“이라고 답하고 싶다.
이 기능이 ‘꼭 갖고 싶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고속도로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이 실현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어시스트 기능은 어디까지나 어시스트. 필수는 아니다. 서둘러 조급해 할 필요 없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성큼 성큼 전진해 나가고 있다.
E220d의 외형을 둘러보면 외관상으로는 ‘S 클래스’와 특히 ‘C 클래스'와의 연속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라인업과 차별되는 포인트라면 바로 LED 헤드램프의 형태. 한쪽에 84개의 LED가 장착되어 마주 오는 차량이나 보행자 뿐만 아니라 도로 표지판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빛을 비추는 멀티빔 LED 헤드 라이트가 적용되었다. 또한 측면 충돌시 회피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시트 측면에 내장된 에어 챔버를 순간적으로 팽창시켜 운전자를 충돌 부위에서 밀어내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기능은 독보적이다. 여기에 충돌 직전에 충격음에 의한 귀 손상을 억제하는 프리세이프 사운드까지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안전장치가 대거 적용되었다. 스마트 폰을 통해 제어하는 원격 주차와 디지털 키 등 해외에서는 적용되지만, 전파법의 차이로 국내 사양에 포함되지 않는다.
E220d에 탑제된 새로운 OM654 형 디젤 엔진은 헤드와 크랭크 케이스는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보어의 길이는 줄이는 등의 노력이 더해져 소형화와 경량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DPF, SCR 및 배기 가스 정화 장치의 위치를 정리해 공간활용을 늘리고 엔진의 효율성 또한 높이고 있다. 기존 2143cc에서 1950cc로 배기량은 줄었지만 최고출력 194마력으로 성능은 향상되었다. 9G 트로닉과의 조합을 통해 0-100km/h 가속시간은 7.3초. 동력성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복합 연비는 15.1km/l, CO2 배출량은 124g/km로 E클래스 라인업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다.
E220d는 새로운 디젤 엔진의 진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낮은 압축비로 인한 부드러운 엔진 회전, 여기에 진동과 소음도 잘 억제되어 있다. 5000rpm 이상에서 호쾌한 성능을 다소 희석되고 있지만, 3000rpm 이하의 일상적인 사용 영역에서 나오는 넉넉한 힘은 아쉬울 것이 없다. 또한 오히려 S클래스를 떠오르게 하는 느긋한 승차감과 함께 개선된 연비는 앞으로 E클래스 라인업 가운데 주력이 될 것을 확신하게 된다. 고속 주행시에도 차량은 온화하게 응답하고 여유로운 주행감각을 보인다. 다른 경쟁모델들보다 한박자 여유를 갖게 만드는 주행성이 운전스타일 마저 차분하게 만든다. 잠시 잊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던 주행감각으로의 회귀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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