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CT6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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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은 럭셔리한 대형세단을 만들어왔던 회사다. SUV나 오픈카 하나를 만들더라도 크고 화려한구성을 통해 고급 대형차의 중심을 지켜왔다. 물론 과거 화려했던 캐딜락의 이야기다. 반면 현재는 ATS와 CTS를 중심으로 내세워 컴팩트~미드사이즈급 시장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그런 캐딜락이 오랜만에 후륜구동 고급 대형세단을 내놨다. CT6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말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대형세단을 만들어서인지 ‘감’이 떨어진 것 같다.
우선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외적인 모습에서 크고 웅장한 감각을 잘 표출하고 있다. 크기 면에서는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숏바디 모델보다 크고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작은 수준을 보여준다. 우리팀이 측정한 CT6의 무게는 1,923kg 수준이었다. S-클래스나 7시리즈가 2톤이 넘는 무게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경량화 부분에서 우위에 서고 있다. 캐딜락은 이와 같은 가벼운 무게를 만들어내기 위해 21가지 특허 기술이 사용했다고 말한다.
웅장한 대형세단의 모습이 강조되지만 달리는 감각 자체는 꽤나 스포티하다. 먼저 스포티한 배기 사운드가 와 닿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이기도 하다. CT6에 탑재된 엔진은 V6 3.6리터 자연흡기 사양. 사실 이 급의 차량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엔진이다. 하지만 최근 다운사이징 터보, 디젤 엔진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이정도 배기량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엔진은 제원상 340마력과 39.4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자연흡기 엔진 덕분에 터보차저 엔진에서 느낄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이 인상적이다.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토크가 풍부하게 발생되기에 운전도 편하다. 분명 고급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아 약 4,000rpm 부근을 넘기면 상당히 스포티한 배기음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마치 가변배기 시스템이라도 작동한듯한 음색이다. 더불어 고회전 영역에서 발휘되는 마력과 토크로 인해 꽤나 강력한 펀치력도 경험할 수 있다. 스포티하게 잘 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테스트한 결과 7.28초를 기록했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약 7.4초 내외로 쳐지기도 했지만 충분한 성능이다. 참고로 크라이슬러 300C 3.6 AWD 모델 역시 비슷한 가속성능을 보였으니 체급에 맞는 무난한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스포티한 배기음 때문에 시끄럽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비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된다. 일상 주행에서 활용하는 3,000rpm 전후까지 매우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이들 상태의 소음 측정결과는 약 37dBA.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도 약 56dBA에 불과할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정숙성이 뛰어난 제네시스 EQ900이 각각 36dBA과 57dBA을 나타냈으니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도 CT6의 정숙성에는 만족할 것이다.
조용해야 할 때는 조용하지만 달릴 때는 적당히 스포티한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 CT6다. 특히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반응 등은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만큼 스포티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8단 변속기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있어 GM의 변속기는 그리 좋은평을 얻지 못했다. 이는 쉐보레의 GEN I 변속기 때문으로 현재는 과거의 아쉬움이 만회되었음에도 아직 변속기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반면 GM이라도 캐딜락에 탑재되는 변속기는 성능이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번 CT6의 것은 더욱이 성능이 좋다. 동력 전달 능력을 비롯해 반응속도까지 상당한 완성도를 보인다. 특히 반응 속도는 BMW 스포츠 8단 변속기와 비교할 수준이다. 물론 BMW의 것이 조금 더 빠르지만 적어도 비교할 수준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동시에 변속 쇼크까지 느끼기 어렵다.
4륜 시스템의 완성도 역시 높다. 후륜차 특유의 감각을 전달하면서 안정적으로 구동을 배분해 안정화를 취하려 한다는 것이 좋다. 탄력적으로 구동배분이 이뤄지다 보니 운전자가 느끼는 위화감도 적다. 4륜 시스템 역시 나무랄 부분은 없다.
제동력 역시 좋은 수준을 보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38.17m. 테스트가 반복 되도 38m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타이어가 스키드음을 크게 부각시켰고 강한 제동력 활성화를 버거워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더욱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타이어만 교체해도 제동거리를 앞당길 수 있을 것 이다. 또한 휠 사이로 보이는 브렘보 로고도 운전자에게 자부심을 전해주는 요소다. 페달 답력은 대형세단으로 무거운 편에 속한다. 더불어 초반보다 후반에 강하게 잡아주는 성격이다.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며 측정된 연비는 시속 80km 정속 주행일 때 15.7km/L, 시속 100~110km 속도에서는 13.4km/L의 연비를 나타냈다. 평속 15km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는 5.5km/L. 종합적인 환경서 주행한 결과 약 9~10km/L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대배기량 대형세단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변실린더 기술과 아이들 스톱 기능을 갖췄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참고로 가변 실린더 기술은 내리막길에서는 어느 정도 작동했지만 평지를 비롯해 살짝 오르막이 되는 순간 다시금 6기통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를 통한 연비 절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듯 하다.
주행 감각 부분서 스포티한 맛은 표현했지만 이 차는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세단이다. 때문에 실내에 원목과 천연가죽,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등의 고급 소재들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각종 장비들도 화려하다.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대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렉서스 모델에서 봤던 터치식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등을 갖다. 34개의 스피커를 갖춘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도 장점이 될 것이다. 무선충전도 활용할 수 있고 230V 소켓을 비롯해 USB 충전 포트도 넉넉하게 준비됐다.
시트는 20방향으로 조작된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방향조절을 할 수 있고 히팅과 쿨링,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여기에 앞좌석 등받이에 장착된 10인치 모니터로 영화나 음악감상을 즐길 수 있다. 공간이 경쟁사 모델의 롱휠베이스 모델보다는 좁다지만 대형세단으로 갖춰야 할 넉넉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리어 카메라 미러는 거울 대신 카메라를 통한 영상을 활용해 보다 넓은 후방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자동주차 기능,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장비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갖췄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화려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지만 CT6는 조금 더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아쉽게도 이번 CT6는 우리팀이 최근 테스트한 모델 중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먼저 바로 전 언급한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들을 살펴보자. CT6에는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을 넘지 않게 돕는 스티어링 어시스트를 갖추고 있다. 우선 S-클래스도, 7시리즈도, EQ900도 이정도의 액티브 세이프티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반자율주행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참고로 캐딜락도 ‘슈퍼 크루즈’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데 양산 시점이 조금 더 당겨질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에 대한 불만이 많다. 우선 전면 인식범위가 너무 좁다. 예를 들어 전방 차량이 조금 왼쪽에 붙어서 이동 중이고 본인 차량은 조금 오른쪽에 붙어있었다면 전방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속해 버린다. 끼어드는 차량을 감지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또한 가감속이 너무 급격하게 이뤄진다. 시속 100km로 속도를 설정한 상황에서 현재 90km/h로 달리고 있는 정도의 차이라면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준다. 하지만 시속 30km 정도 차이가 벌어지면 거의 최대가속을 진행해 버린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놀랄 수도 있다.
자동주차 기능도 활용할 수 없었다. 과거 CTS의 경우 인식률이 상당했다. 반면 CT6는 기대했지만 ‘활성화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자주 띄웠다. 시승차량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고급 대형 세단이기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더욱이 품질에 예민해지는 것이 대형세단들이다.
넓은 면적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시원스런 아이콘 구성으로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변속기를 R에 위치시키면 생각지도 못한 후방 카메라가 전하는 저렴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햇볕이 강하면 더더욱 화질이 낮아진다. 야간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저 후방에 장애물 유무만 판단하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센터페시아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비상등 스위치가 위치한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다. 운전석에앉아 시트 등받이에 몸을 붙인 상태서는 스위치에 손이 닿지 않는다. 몸을 일으켜 세워야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버튼이 터치식이라 직관적이지도 않다. 잘못 누르면 하단의 글로브 박스가 열리기도 한다. 비상등은 긴급 상황 및 의사 표현을 위해 의외로 자주 사용되는 요소다. 적어도 인터페이스에 대한 상식으로만 접근해도 이와 같은 위치에 버튼을 넣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브 박스가 열리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테스트카의 품질 문제로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것인지 애초 전구를 탑재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불분명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인도된 차량들은 조명이 들어온다는 제보를 받았다.
센터페시아 좌측에는 원형의 시동버튼이 자리한다. 익숙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팔려온 알페온에서 봤던 버튼이다. 그룹 내 부품 호환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는 캐딜락의 기함급 세단이다. 하지만 글로브 박스에 조명도 없고 시동 버튼조차 단종을 앞둔 알페온 것을 활용하고 있다.
센터콘솔 쪽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터치패드도 조작감 면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햅틱 반응을 통해 조작시 직관적인 감각을 전달해준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손가락의 움직임과 시스템의 인식 범위가 제 각각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메뉴도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래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또한 손가락의 이동 거리보다 메뉴 상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더 짧다. 메뉴 조작을 하다 보면 손가락이 패드 밖으로 종종 나갔다.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카메라 미러는 사각지대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신선하다. 하지만 때때로 시인성이 아쉬워 진다. 일반적인 리어뷰 미러와 카메라 미러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거울 안쪽에 모니터를 설치한 구조다. 따라서 낮에는 반사 때문에 영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밤에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야간에는 빛이 부족해져 화질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때문에 새로운 시도 차원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밤 시간대에 사용하기 힘든 또 하나의 장비는 나이트비전이다.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어둠 속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까지 인식해 알려주는 기능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종종 먹통이 된다는 것. 야간에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이트 비전은 3번이나 먹통이 됐다. 정말 가끔씩 먹통이 된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짧은 시간에 3번이나 시스템이 정지했다는 점은 문제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최신 트랜드에 맞춰 무선충전 패드도 갖췄다. 하지만 최신 스마트 폰은 지원하지 않는다. 삼성 갤럭시 노트 7, 팬택 IM-100과 같은 스마트폰들은 CT6의 패드와 어울리기 싫은가 보다.
참고로 캐딜락에 무선충전 패드를 납품하는 파워매트(Powermat)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호환기종을 확인했다. 갤럭시 S5, S6처럼 출시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제품들만 호환 목록에 등록돼 있었다.
도어를 가볍게 닫아도 스스로 도어를 당겨주는 소프트 클로즈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문이 다 닫히지 않으면 다시 열었다가 조금 더 힘을 줘 닫아야 한다. 물론 없어도 된다. 하지만 이 등급의 차량들 대부분의 갖고 있는 기능이다. BMW의 경우 5시리즈 고급 트림에도 이 기능을 기본으로 넣고 있다.
이제는 주행 부분서의 아쉬움이다.
우선 진동 문제가 크다. 아이들 상태의 소음은 조용하지만 진동이 크게 부각된다. 여기에 에어컨까지 작동시키면 더 심해진다. 바닥, 스티어링, 시트 등에 고스란히 이 진동이 전달된다. 심지어 이 진동을 뒷좌석에서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뒷좌석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VIP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
고속도로서 주행을 하면 차량의 움직임이 불안해 진다. 서스펜션이 노면의 굴곡을 그대로 차체에 전달해 지속적으로 튀는 현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CT6의 상급 트림에는 MRC(Magnetic Ride Control)가 기본이다. 속도 증가에 따라 이 댐핑 시스템이 댐퍼를 단단하게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면 충격이 걸러지지 못한 채 승객에게 전달된다. 때문에 시속 100km부터 고속 안정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조금 더 속도가 높아지면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분명 필요 이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아쉬움은 저속에서도 나타난다.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것처럼 노면의 정보를 그대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저속이나 고속이나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물론 CT6의 서스펜션은 대형세단에 맞춰 긴 스트로크를 갖고 있다. 상하 움직임 폭이 넓다는 것이다. 하지만 댐퍼의 반발력이 너무 크다. ATS에서도, CTS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나 승차감, 고속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빠르게 보완할 부분이다.
서스펜션의 단단함은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앞서 언급된 스포티한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너링 성능이 좋지는 않다. 역시 서스펜션 문제로, 후륜 서스펜션이 차체를 잘 잡아주지 못한다. 제네시스 EQ900도 이 부분서 아쉬움을 보였는데 CT6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실히 현재의 서스펜션은 CT6와 맞지 않다. 여기에 내마모성과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의 성능 부족은 CT6의 경쟁력을 한번 더 낮춰주게 된다. 성능서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보다 많이 뒤쳐진다.
CT6는 애매한 차다. 기함급 세단으로 보기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달리기 성능에 집중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쇼퍼드리븐카도 아니다. 스포티한 감각만 전달할 뿐 오히려 주행 안정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발견되는 사소한 문제들은 다시금 캐딜락의 브랜드 밸류를 깎아 먹게 한다. 역시나 잔고장 많은 미국차라는 인식을 다시금 불러낼 셈인가?
ATS와 CTS의 경쟁력은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CT6는 이해하기 어려운 차다.
국내 시장에 먼저 데뷔한 CT6의 3.6리터 엔진도 조금은 애매한 구석을 갖는다. 애초에 2.0리터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거나 3.0리터 터보엔진으로 동급 모델에서 볼 수 없는 강력한 성능을 내세우는 것은 어땠을까? 물론 3.6 엔진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시장 상황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캐딜락은 국내 판매 가격을 미국시장 가격과 동등한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계산대로라면 2.0 터보모델은 5만달러, 즉 5천만원대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대형세단으로 충분히 파격적인 가격인 것이다. 3.0 터보 모델은 400마력 이상의 출력과 55.3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능을 앞세운 캐딜락의 아이덴티티와도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현재의 CT6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에서 시장서의 브랜드 밸류. 안타깝지만 대중 브랜드가큰 차이가 없다. 부족한 서비스 네트워크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그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ATS, CTS를 택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분명했다. 가격대비 성능. 뒷좌석이 조금 좁다해도 이 부분 만큼은 경쟁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반면 CT6는 완성도 조차 낮다.
CT6의 가격이 발표되었을 때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차를 경험하니 매우비싼차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우리팀 대부분은 1천만원을 더주고 제네시스 3.3T 모델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제네시스 EQ900이 뛰어나서? 아니다. 그만큼 CT6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CT6를 구매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점이 아니다. 캐딜락은 매년 연말과 연초에 큰 폭의 할인을 실시한다. ATS의 가격도 1천만원 가량 낮아진다. 연말연시 바겐세일 정도로 보면 된다. 상당수의 캐딜락 재고들이 이때 소진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금 이 영향으로 차량의 잔존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CT6를 구입하고 싶더라도 꾹 참고 연말로 구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
CT6는 캐딜락은 너무 급히 시장에 나왔다. 큰 차체가 필요치 않다면 CTS는 어떤가? 완성도, 성능 여러가지 면에서 더 낫다. 적어도 한가지는 분명하다. 우리팀이 CT6를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
그런 캐딜락이 오랜만에 후륜구동 고급 대형세단을 내놨다. CT6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말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대형세단을 만들어서인지 ‘감’이 떨어진 것 같다.
우선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외적인 모습에서 크고 웅장한 감각을 잘 표출하고 있다. 크기 면에서는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숏바디 모델보다 크고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작은 수준을 보여준다. 우리팀이 측정한 CT6의 무게는 1,923kg 수준이었다. S-클래스나 7시리즈가 2톤이 넘는 무게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경량화 부분에서 우위에 서고 있다. 캐딜락은 이와 같은 가벼운 무게를 만들어내기 위해 21가지 특허 기술이 사용했다고 말한다.
웅장한 대형세단의 모습이 강조되지만 달리는 감각 자체는 꽤나 스포티하다. 먼저 스포티한 배기 사운드가 와 닿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이기도 하다. CT6에 탑재된 엔진은 V6 3.6리터 자연흡기 사양. 사실 이 급의 차량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엔진이다. 하지만 최근 다운사이징 터보, 디젤 엔진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이정도 배기량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엔진은 제원상 340마력과 39.4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자연흡기 엔진 덕분에 터보차저 엔진에서 느낄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이 인상적이다.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토크가 풍부하게 발생되기에 운전도 편하다. 분명 고급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아 약 4,000rpm 부근을 넘기면 상당히 스포티한 배기음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마치 가변배기 시스템이라도 작동한듯한 음색이다. 더불어 고회전 영역에서 발휘되는 마력과 토크로 인해 꽤나 강력한 펀치력도 경험할 수 있다. 스포티하게 잘 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테스트한 결과 7.28초를 기록했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약 7.4초 내외로 쳐지기도 했지만 충분한 성능이다. 참고로 크라이슬러 300C 3.6 AWD 모델 역시 비슷한 가속성능을 보였으니 체급에 맞는 무난한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스포티한 배기음 때문에 시끄럽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비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된다. 일상 주행에서 활용하는 3,000rpm 전후까지 매우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이들 상태의 소음 측정결과는 약 37dBA.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도 약 56dBA에 불과할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정숙성이 뛰어난 제네시스 EQ900이 각각 36dBA과 57dBA을 나타냈으니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도 CT6의 정숙성에는 만족할 것이다.
조용해야 할 때는 조용하지만 달릴 때는 적당히 스포티한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 CT6다. 특히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반응 등은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만큼 스포티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8단 변속기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있어 GM의 변속기는 그리 좋은평을 얻지 못했다. 이는 쉐보레의 GEN I 변속기 때문으로 현재는 과거의 아쉬움이 만회되었음에도 아직 변속기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반면 GM이라도 캐딜락에 탑재되는 변속기는 성능이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번 CT6의 것은 더욱이 성능이 좋다. 동력 전달 능력을 비롯해 반응속도까지 상당한 완성도를 보인다. 특히 반응 속도는 BMW 스포츠 8단 변속기와 비교할 수준이다. 물론 BMW의 것이 조금 더 빠르지만 적어도 비교할 수준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동시에 변속 쇼크까지 느끼기 어렵다.
4륜 시스템의 완성도 역시 높다. 후륜차 특유의 감각을 전달하면서 안정적으로 구동을 배분해 안정화를 취하려 한다는 것이 좋다. 탄력적으로 구동배분이 이뤄지다 보니 운전자가 느끼는 위화감도 적다. 4륜 시스템 역시 나무랄 부분은 없다.
제동력 역시 좋은 수준을 보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38.17m. 테스트가 반복 되도 38m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타이어가 스키드음을 크게 부각시켰고 강한 제동력 활성화를 버거워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더욱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타이어만 교체해도 제동거리를 앞당길 수 있을 것 이다. 또한 휠 사이로 보이는 브렘보 로고도 운전자에게 자부심을 전해주는 요소다. 페달 답력은 대형세단으로 무거운 편에 속한다. 더불어 초반보다 후반에 강하게 잡아주는 성격이다.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며 측정된 연비는 시속 80km 정속 주행일 때 15.7km/L, 시속 100~110km 속도에서는 13.4km/L의 연비를 나타냈다. 평속 15km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는 5.5km/L. 종합적인 환경서 주행한 결과 약 9~10km/L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대배기량 대형세단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변실린더 기술과 아이들 스톱 기능을 갖췄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참고로 가변 실린더 기술은 내리막길에서는 어느 정도 작동했지만 평지를 비롯해 살짝 오르막이 되는 순간 다시금 6기통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를 통한 연비 절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듯 하다.
주행 감각 부분서 스포티한 맛은 표현했지만 이 차는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세단이다. 때문에 실내에 원목과 천연가죽,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등의 고급 소재들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각종 장비들도 화려하다.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대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렉서스 모델에서 봤던 터치식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등을 갖다. 34개의 스피커를 갖춘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도 장점이 될 것이다. 무선충전도 활용할 수 있고 230V 소켓을 비롯해 USB 충전 포트도 넉넉하게 준비됐다.
시트는 20방향으로 조작된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방향조절을 할 수 있고 히팅과 쿨링,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여기에 앞좌석 등받이에 장착된 10인치 모니터로 영화나 음악감상을 즐길 수 있다. 공간이 경쟁사 모델의 롱휠베이스 모델보다는 좁다지만 대형세단으로 갖춰야 할 넉넉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리어 카메라 미러는 거울 대신 카메라를 통한 영상을 활용해 보다 넓은 후방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자동주차 기능,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장비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갖췄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화려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지만 CT6는 조금 더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아쉽게도 이번 CT6는 우리팀이 최근 테스트한 모델 중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먼저 바로 전 언급한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들을 살펴보자. CT6에는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을 넘지 않게 돕는 스티어링 어시스트를 갖추고 있다. 우선 S-클래스도, 7시리즈도, EQ900도 이정도의 액티브 세이프티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반자율주행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참고로 캐딜락도 ‘슈퍼 크루즈’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데 양산 시점이 조금 더 당겨질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에 대한 불만이 많다. 우선 전면 인식범위가 너무 좁다. 예를 들어 전방 차량이 조금 왼쪽에 붙어서 이동 중이고 본인 차량은 조금 오른쪽에 붙어있었다면 전방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속해 버린다. 끼어드는 차량을 감지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또한 가감속이 너무 급격하게 이뤄진다. 시속 100km로 속도를 설정한 상황에서 현재 90km/h로 달리고 있는 정도의 차이라면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준다. 하지만 시속 30km 정도 차이가 벌어지면 거의 최대가속을 진행해 버린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놀랄 수도 있다.
자동주차 기능도 활용할 수 없었다. 과거 CTS의 경우 인식률이 상당했다. 반면 CT6는 기대했지만 ‘활성화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자주 띄웠다. 시승차량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고급 대형 세단이기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더욱이 품질에 예민해지는 것이 대형세단들이다.
넓은 면적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시원스런 아이콘 구성으로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변속기를 R에 위치시키면 생각지도 못한 후방 카메라가 전하는 저렴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햇볕이 강하면 더더욱 화질이 낮아진다. 야간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저 후방에 장애물 유무만 판단하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센터페시아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비상등 스위치가 위치한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다. 운전석에앉아 시트 등받이에 몸을 붙인 상태서는 스위치에 손이 닿지 않는다. 몸을 일으켜 세워야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버튼이 터치식이라 직관적이지도 않다. 잘못 누르면 하단의 글로브 박스가 열리기도 한다. 비상등은 긴급 상황 및 의사 표현을 위해 의외로 자주 사용되는 요소다. 적어도 인터페이스에 대한 상식으로만 접근해도 이와 같은 위치에 버튼을 넣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브 박스가 열리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테스트카의 품질 문제로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것인지 애초 전구를 탑재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불분명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인도된 차량들은 조명이 들어온다는 제보를 받았다.
센터페시아 좌측에는 원형의 시동버튼이 자리한다. 익숙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팔려온 알페온에서 봤던 버튼이다. 그룹 내 부품 호환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는 캐딜락의 기함급 세단이다. 하지만 글로브 박스에 조명도 없고 시동 버튼조차 단종을 앞둔 알페온 것을 활용하고 있다.
센터콘솔 쪽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터치패드도 조작감 면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햅틱 반응을 통해 조작시 직관적인 감각을 전달해준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손가락의 움직임과 시스템의 인식 범위가 제 각각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메뉴도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래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또한 손가락의 이동 거리보다 메뉴 상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더 짧다. 메뉴 조작을 하다 보면 손가락이 패드 밖으로 종종 나갔다.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카메라 미러는 사각지대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신선하다. 하지만 때때로 시인성이 아쉬워 진다. 일반적인 리어뷰 미러와 카메라 미러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거울 안쪽에 모니터를 설치한 구조다. 따라서 낮에는 반사 때문에 영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밤에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야간에는 빛이 부족해져 화질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때문에 새로운 시도 차원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밤 시간대에 사용하기 힘든 또 하나의 장비는 나이트비전이다.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어둠 속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까지 인식해 알려주는 기능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종종 먹통이 된다는 것. 야간에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이트 비전은 3번이나 먹통이 됐다. 정말 가끔씩 먹통이 된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짧은 시간에 3번이나 시스템이 정지했다는 점은 문제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최신 트랜드에 맞춰 무선충전 패드도 갖췄다. 하지만 최신 스마트 폰은 지원하지 않는다. 삼성 갤럭시 노트 7, 팬택 IM-100과 같은 스마트폰들은 CT6의 패드와 어울리기 싫은가 보다.
참고로 캐딜락에 무선충전 패드를 납품하는 파워매트(Powermat)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호환기종을 확인했다. 갤럭시 S5, S6처럼 출시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제품들만 호환 목록에 등록돼 있었다.
도어를 가볍게 닫아도 스스로 도어를 당겨주는 소프트 클로즈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문이 다 닫히지 않으면 다시 열었다가 조금 더 힘을 줘 닫아야 한다. 물론 없어도 된다. 하지만 이 등급의 차량들 대부분의 갖고 있는 기능이다. BMW의 경우 5시리즈 고급 트림에도 이 기능을 기본으로 넣고 있다.
이제는 주행 부분서의 아쉬움이다.
우선 진동 문제가 크다. 아이들 상태의 소음은 조용하지만 진동이 크게 부각된다. 여기에 에어컨까지 작동시키면 더 심해진다. 바닥, 스티어링, 시트 등에 고스란히 이 진동이 전달된다. 심지어 이 진동을 뒷좌석에서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뒷좌석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VIP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
고속도로서 주행을 하면 차량의 움직임이 불안해 진다. 서스펜션이 노면의 굴곡을 그대로 차체에 전달해 지속적으로 튀는 현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CT6의 상급 트림에는 MRC(Magnetic Ride Control)가 기본이다. 속도 증가에 따라 이 댐핑 시스템이 댐퍼를 단단하게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면 충격이 걸러지지 못한 채 승객에게 전달된다. 때문에 시속 100km부터 고속 안정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조금 더 속도가 높아지면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분명 필요 이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아쉬움은 저속에서도 나타난다.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것처럼 노면의 정보를 그대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저속이나 고속이나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물론 CT6의 서스펜션은 대형세단에 맞춰 긴 스트로크를 갖고 있다. 상하 움직임 폭이 넓다는 것이다. 하지만 댐퍼의 반발력이 너무 크다. ATS에서도, CTS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나 승차감, 고속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빠르게 보완할 부분이다.
서스펜션의 단단함은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앞서 언급된 스포티한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너링 성능이 좋지는 않다. 역시 서스펜션 문제로, 후륜 서스펜션이 차체를 잘 잡아주지 못한다. 제네시스 EQ900도 이 부분서 아쉬움을 보였는데 CT6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실히 현재의 서스펜션은 CT6와 맞지 않다. 여기에 내마모성과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의 성능 부족은 CT6의 경쟁력을 한번 더 낮춰주게 된다. 성능서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보다 많이 뒤쳐진다.
CT6는 애매한 차다. 기함급 세단으로 보기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달리기 성능에 집중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쇼퍼드리븐카도 아니다. 스포티한 감각만 전달할 뿐 오히려 주행 안정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발견되는 사소한 문제들은 다시금 캐딜락의 브랜드 밸류를 깎아 먹게 한다. 역시나 잔고장 많은 미국차라는 인식을 다시금 불러낼 셈인가?
ATS와 CTS의 경쟁력은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CT6는 이해하기 어려운 차다.
국내 시장에 먼저 데뷔한 CT6의 3.6리터 엔진도 조금은 애매한 구석을 갖는다. 애초에 2.0리터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거나 3.0리터 터보엔진으로 동급 모델에서 볼 수 없는 강력한 성능을 내세우는 것은 어땠을까? 물론 3.6 엔진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시장 상황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캐딜락은 국내 판매 가격을 미국시장 가격과 동등한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계산대로라면 2.0 터보모델은 5만달러, 즉 5천만원대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대형세단으로 충분히 파격적인 가격인 것이다. 3.0 터보 모델은 400마력 이상의 출력과 55.3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능을 앞세운 캐딜락의 아이덴티티와도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현재의 CT6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에서 시장서의 브랜드 밸류. 안타깝지만 대중 브랜드가큰 차이가 없다. 부족한 서비스 네트워크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그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ATS, CTS를 택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분명했다. 가격대비 성능. 뒷좌석이 조금 좁다해도 이 부분 만큼은 경쟁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반면 CT6는 완성도 조차 낮다.
CT6의 가격이 발표되었을 때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차를 경험하니 매우비싼차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우리팀 대부분은 1천만원을 더주고 제네시스 3.3T 모델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제네시스 EQ900이 뛰어나서? 아니다. 그만큼 CT6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CT6를 구매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점이 아니다. 캐딜락은 매년 연말과 연초에 큰 폭의 할인을 실시한다. ATS의 가격도 1천만원 가량 낮아진다. 연말연시 바겐세일 정도로 보면 된다. 상당수의 캐딜락 재고들이 이때 소진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금 이 영향으로 차량의 잔존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CT6를 구입하고 싶더라도 꾹 참고 연말로 구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
CT6는 캐딜락은 너무 급히 시장에 나왔다. 큰 차체가 필요치 않다면 CTS는 어떤가? 완성도, 성능 여러가지 면에서 더 낫다. 적어도 한가지는 분명하다. 우리팀이 CT6를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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