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독일 스포츠 세단을 정조준하다 - 제네시스 G70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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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2008년. 코드명 BH로 처음 공개된 1세대 제네시스, 그리고 HTRAC라 불리는 AWD를 선택할 수 있었던 2세대 제네시스 (2013년 11월). 그리고 2015년 말에는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인 ‘제네시스’로 분리되어 국내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었다. 차명인 제네시스가 사라지고 브랜드로서 ‘제네시스’라는 이름은 이어지게 된다. ‘창세기’라는 의미처럼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현대차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의 2009년 그룹 전체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464만 1,968대로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4년 800만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후 2015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던 현대차그룹은 2016년 788만대를 판매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토요타와 폭스바겐, GM이 1,000만대 시대에 진입했고 르노닛산그룹은 이제 미쓰비시도 인수해 최근에는 연간판매 1400만대를 목표로 하는 6개년 중기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현대차 그룹은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삼고자 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 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은 수익성을 높여야 하고 이미지 리더로서 그룹 전체의 판매를 끌어 올려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된 G90과 G80을 통해 나타났다면 이번에 출시된 G70은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와 판매고를 높이는 키플레이어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모델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과 제품력을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G70의 가장 큰 임무이자 숙제이다.
국내 판매가 시작된 제네시스 G70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제네시스 라인업의 3번째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은 EQ900, G80 ,G70에 이어 쿠페 스타일의 스포츠카도 출시예정이며 2개 차종의 SUV 모델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다듬고 알리는 과정이었다면 G70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볼륨키우기에 나서게 되며, 향후 출시될 SUV 모델들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주된 수익원이 될 차량들이다. 물론, 지금까지 출시된 차량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면 말이다. 첨언을 하자면 G70까지 이어져온 제네시스의 라인업은 나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번에 출시된 제네시스 G70의 가장 큰 도전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가 주도하고 있는 럭셔리 스포츠 C세그먼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다. 지금 나열한 경쟁차종들은 각 제조사들의 C세그먼트 대표모델들이자 주행성, 성능, 디자인과 고급감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들이다. 그만큼 쟁쟁한 경쟁자들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신형 렉서스 IS와 인피니티 Q50도 출시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프리미엄 C 세그먼트 시장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C 세그먼트 차량인 G70이 이런 경쟁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쉽지 않다. 그만큼 경쟁자들의 면모가 출중하다. 하지만, 이번에 G70을 시승한 후 받은 인상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것도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G70은 기아 스팅어와 함께 개발되어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같은 프리미엄 후륜 구동 플랫폼을 적용하고 스포티한 동력성능을 앞세우고 있다. 제네시스에는 2.2 디젤엔진이 추가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2.0 터보 엔진과 3.3 터보 엔진,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까지 모두 동일한 파워트레인과 변속기가 적용되었다. 뼈대와 심장은 같지만 제네시스 G70과 기아 스팅어는 스타일과 성능에서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스팅어과 스포츠 쿠페로서 좀 더 직설적인 주행성을 보였다면 G70은 주행성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아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제네시스의 외관 디자인은 복잡한 디테일을 살리기 보단 깔끔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 G80와 EQ900 등에서 선보였던 크레스트 그릴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한편, 얇은 두 줄의 LED DRL인 ‘쿼드 DRL’은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의 램프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부분.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앞으로 출시될 SUV 모델들에서는 더욱 과감한 형태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 크기의 G80이나 풀 사이즈의 EQ900과 같이 G70의 인테리어는 퀼트 패턴으로 스티치 된 나파 가죽을 통해 완성되고 있다. 실내에 적용된 금속 재질의 대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다. 실내 소재의 대부분에 알루미늄을 이 정도로 적극 사용한 국산 차량은 본 적이 없다. 소재 자체도 비싸지만, 알루미늄 소재는 고급스러운 광택과 촉감으로 프리미엄 세단들의 실내 소재에 사용되고 있다. 가죽소재와 알루미늄, 고급 플라스틱 소재가 더해진 G70의 실내는 경쟁 모델보다 앞서는, G70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각종 버튼들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다른 모델들 보다 더 친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운전자 중심의 센터페시아 구성과 함께 특히 시트의 착좌감은 단연 돋보였다. 공격적으로 와인딩로드를 달리는 중에도 크게 운전 자세가 흐트러 지는 일은 없었다. G70에는 최초로 운전자세를 제안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체형에 맞은 시트 포지션을 제안하고 시트의 위치와 각도를 직접 변경하는 기능이다. 물론 모든 운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트 위치를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 역시 수정된 시트 포지션이 다소 불편해 취향에 맞게 다시 설정했다. 어디까지나 바른 자세를 위한 참고용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운전석과 동승석 공간은 시트 조절에 따라 충분한 여유공간을 가질 수 있지만, 2열의 경우 다소 좁은 인상을 받게 된다. 스팅어와 같은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지만 휠베이스는 70mm 더 짧다. 하지만, 주 경쟁모델인 2시리즈와 비교하면 전장은 50mm, 휠베이스는 25mm가 더 길다. 아마 직접 차를 둘러본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불만은 생각보다 좁은 뒷좌석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C세그먼트의 다른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좁지 않은 공간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 급의 차종이 그렇게 넣은 실내 공간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 비교해야 할 부분이다.
개선된 음성인식 기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음성인식 시스템은 기존의 음성인식 기능보다 인식율이 개선된 것이 특징. 자동차 안은 차량의 소음이나 음악소리,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여 그동안 낮은 인식율을 보여왔다. 주행 중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고 몇 가지 정해진 단어를 얘기하는 것은 기존의 음성인식 메뉴 선택과 동일하지만, 부적확한 발음 뿐만 아니라 긴 문장을 얘기하는 가운데 중간에 명령어를 말해도 구분해 인식한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물론 아직까지 문장 자체를 이해하지는 못하며 해당 명령어, 예를 들어 “목적지 서울역” “네비게이션” “라디오” 등의 정해진 명령어가 포함되어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통해 차량 내 음성인식 기술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G70의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바로 주행성이다. 엔진의 성능 뿐만 아니라 회전 질감이나, 서스펜션의 특성, 핸들링 성능, 주행시의 소음수준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G70은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고 있지만, 분명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이다. 단순히 퍼포먼스만 강조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조율한 솜씨는 기존에 현대차가 선보였던 차량에서는 보기 힘든 요소들이다.
시승차량은 3.3 T-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3.3T Sport Advanced’ 사양. 다른 2.0 가솔린 터보 모델이나 2.2 디젤 모델과는 달리 스포트(Sport)라는 명칭이 더해진 만큼 성능을 더욱 중시한 사양이다. 주행성 향상을 위해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R-MDPS)’과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으며,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시스템,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도 더해져 차체 제어 능력 뿐만 아니라 눈길이나 빗길에서의 주행성능도 더욱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주행 보조 장치들은 한계에 가까운 주행을 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서울에서 포천까지 진행된 시승코스는 고속주행 코스와 도심 주행이 혼재된 구성이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주행모드를 컴포트 모드로 선택한 상황에서도 발 끝에 힘을 싣는 대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주행모드는 모두 5가지로 스마트/에코/컴포트/스포츠/인디비쥬얼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에서의 주행이라면 스마트모드로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스포티한 주행에서 안락한 주행까지 노면의 상태를 파악하고 자동으로 댐퍼의 감쇠력과 엔진 반응을 조절하는 스마트 모드는 영리한 선택이다. 각 주행 모드 전환시 확연히 드러나는 특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 본격적인 고속주행을 시작했다. 머뭇거림 없는 가속감 이후에 전해지는 것은 발 끝을 자극하는 엔진 사운드. G70의 엔진 사운드는 디지털화되어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가상의 사운드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이질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차량 설정 가운데 엔진 사운드 메뉴를 선택해 엔진음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가상 엔진사운드를 완전히 제거한 상태와 ‘강함’으로 선택한 경우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만큼 사운드의 강도를 낮춰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매끄러운 엔진 회전수 상승과 크게 대비될 만큼 잘 다듬어진 음색에 시종일관 운전자를 들뜨게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상 사운드의 톤이 더욱 깊어진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소음도 거의 없다. 고속주행 중에도 일상적인 톤으로 옆 사람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전륜 40, 후륜 35 편평비의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노면 소음이 크게 전해지지 않는다. 실내가 조용한 탓에 오히려 풍절음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고, 전반적인 가속성능이나 제동성능 또한 경쟁 모델들에 뒤처지지 않지만 ‘스포트’와 ‘컴포트’라는 두가지 성격을 저울질 해보자면 다소 안락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G70의 동력성능 개발을 지휘한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은 G70을 소개하며 “주된 목표는 운전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이었지만 편안함 또한 매우 중요했다”고 전했다.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목적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단이라는 위치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국도에 접어들자 새로운 면을 만나게 되었다. 도로의 작은 요철이나 다소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충격을 흡수하고 주행하는 모습은 편안함을 추구한 결과물의 하나이다.
8단 변속기는 영리하게 변속을 이어가며, 부드러운 변속으로 만족감을 더했다. 손에 잘 감기는 패들 쉬프트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동하며 수동 변속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의 사용은 더 빠른 변속이 가능하게 하지만, 일반적인 변속에서는 예리함이 다소 무뎌진다. 좀 더 적극적인 변속이 아쉽긴 하지만, 이것은 주행성과 편안함의 공존을 추구하는 G70이 제시한 타협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종종 한 템포 빠르게 기어의 단수를 올리거나 저단 기어로 바꾸길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제네시스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엔트리 프리미엄 세단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볼륨을 키우기 위한 과제를 안고 탄생한 차량이다. 경쟁모델들이 수십년의 역사와 혈통을 가지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량으로 자리매김 했던 만큼 그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 G70의 인상은 만족스럽다. 매력적이고 호화로운 프리미엄 세단은 많지만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차량은 많지 않다. 성능과 안락함의 조화도 훌륭히 이뤄내고 있다. 현재 미국시장에 진출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9년 유럽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시장에 출시되는 만큼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춰야 하는 것은 필수이다. 제네시스 G70은 유럽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탄생한 ‘다재다능’한 프리미엄 세단임에 틀림없다.
주요제원 제네시스 G70 3.3 T-GDi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85×1,850×1,400mm
휠베이스 : 2,835mm
트레드 앞/뒤 : 1,596/1,604mm (19인치 타이어)
공차중량 : 1,775kg
엔진
배기량 : 3,342cc
최고출력 : 370ps
최대토크 : 52.0kgm
변속기
형식 : 8단 A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듀얼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5-Link)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솔리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25/40ZR19/ 255/35ZR19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가속 : 4.7초
연비 : 8.6~9.0 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 188~197g/km
시판가격
어드밴스드 4WD : 4,720만원
슈프림 4WD : 5,4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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