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3008 G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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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와 시트로엥은 프랑스의 대중 브랜드다. 프랑스에서는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적인 수요를 목표로 한다. 그들만의 색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그런 푸조와 시트로엥이 변화하고 있다. 유럽 시장이 아닌 전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자신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 듯하다. 그 첫 번째가 자동변속기의 도입이다. 그리고 독일 오펠을 인수했다. 이러한 변화 등을 바탕으로 북미시장 재진입까지 노리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푸조의 현재를 알아볼 수 있는 모델이 바로 2세대 3008이다. 푸조에게 꽤 큰 의미를 갖고 있는 3008이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테스트 팀이 나섰다.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다. 유럽에서 공개된 이후 유럽 올해의 차와 최고의 인테리어에 선정되는 등 각종 상을 독식하기도 했다.
첫인상만으로도 1세대 모델과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기존 모델이 MPV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SUV의 형태를 따랐다. 외계인이 탈듯한 형이상학적 4차원의 모습에서 푸조의 색이 가미된 SUV로 변한 것.
전면부에는 날카롭게 다듬어진 LED 헤드램프와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새로운 그릴이 적용된다. 헤드램프 디자인에서 푸조의 특징도 느껴진다. 그릴의 경우 안쪽으로 오목한 형태에 점선 모양으로 크롬 처리가 이뤄져 있다.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푸조답다.
측면부는 SUV 형상을 따른다. 확실히 1세대 모델보다 안정적인 느낌을 전한다. A-필러부터 시작해 루프까지 이어지는 금속 라인도 인상적이다.
후면부에는 3D 형상의 리어 램프가 적용된다.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습을 형상화한 것에서 한번 더 업그레이드된 것. 앞으로 나올 푸조의 다양한 모델에 동일한 테마가 적용될 듯하다. 범퍼에는 듀얼 머플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저 액세서리다. 실제 머플러는 1개이며, 범퍼 안쪽으로 숨겨져 있다.
전체적인 크기도 커졌다. 구체적으로 85mm 길어지고 5mm 넓어졌지만 높이는 15mm 낮아졌다. 휠베이스도 60mm가 확장돼 공간적에 대한 만족감도 키웠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한 정도. 하지만 비율이 좋아서인지 그보다 큰 느낌을 전한다.
우리 팀 다수가 디자인에 대해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정말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인테리어였다. 한눈에 ‘예쁘다’라는 말이 나온다. 푸조는 인테리어의 중심이 2세대 i-콕핏에 있다고 강조한다. i-콕핏은 8각형을 연상시키는 스티어링 휠, 12.3인치 계기판, 8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운전석을 둘러싼 형태로 구성된다.
각각의 디자인은 독립적이며 개성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 곳에 뭉치니 상당히 완성도를 갖게 됐다.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사진발(?)’이 잘 받는다. 사람도 그렇지만 사진이 잘 받는 자동차들도 있다는 것. 3008의 실내가 그랬다.
계기판은 4가지 디스플레이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피아노 건반을 연상시키도록 만들어졌는데 조작성이 향상됐다. 전자식 기어 레버를 사용해 디자인도 독창적으로 변경했다. 대신 수동모드 버튼이 변속기 중 너무 밑부분에 위치해 조작이 불편하다.
동급에서 보기 힘든 퍼퓸 디퓨저 기능도 지원한다. 각각 Harmony wood, Aerodrive, Cosmic cuir까지 3종류의 향을 선택할 수 있다. 쉽게 순서대로 사우나 나무향, 남성 스킨 향, 여성 화장품향을 연상시킨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데 모두 꽤나 고급스러운 향을 전달한다. 동급에서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3008 뿐이다.
이제 푸조도 한글화를 지원한다. 하지만 아직 부분적으로 어색한 표현들도 눈에 들어온다. 마세라티도 동일한 아쉬움을 보인 경우가 있었는데 한글화 부분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후방카메라는 한 개의 카메라로 어라운드 뷰 기능을 만들어 낸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오버랩시켜 차량 주위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국내 중소기업에서도 동일한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었는데 어라운드 뷰만큼은 아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편이다. 다만 카메라 자체의 화질이 떨어진다. 차량 값도 저렴한 편이 아닌데 화질이 국산 경차보다도 못하다.
한가지 더 아쉬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것. 어차피 많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과 아예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내 곳곳에 직물 소재를 활용했는데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 등에 적용된 이 직물 소재는 매우 얇게 처리돼 있다. 실제 촉감도 플라스틱에 가깝다. 그보다 실내에 직물 소재가 있으니 시각적으로 따뜻해 보이도록 해준다. 너무 삭막하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과거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뒷좌석 공간도 충분하다.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이 부족하지 않아 인이 탑승해도 불편하지 않다.
트렁크 공간은 590리터부터 시작해 1670리터까지 확장된다. 모난 곳 없이 넓고 평평한 공간이 매력이다. 트렁크 바닥 높이는 2단 설정도 지원한다. 2열 시트 폴딩은 트렁크에 위치한 레버를 당겨 간편하게 접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현재 3008은 기본형 모델인 알뤼르(Allure), 상급 모델인 GT 라인, 성능을 높인 GT 3가지 트림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은 사양이 강화된 GT 라인이다. 기본형 모델 대비 스마트폰 무선 충전, 전동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핸즈프리 테일 게이트 등의 구성이 추가됐다.
GT 라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성능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지만 사실은 효율성에 집중한 성격을 갖는다. 참고로 이보다 성능이 좋은 GT 모델도 출시됐다.
3008 GT 라인에 탑재되는 엔진은 1.6리터 디젤이며, 6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엔진은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갖는다. 무난하고 무난한, 프랑스 차 특유의 높은 효율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한 성격이다.
시동을 걸면 저배기량 디젤 모델로는 조용한 성격이 나타난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는 약 41dBA. 우리 팀에서 조용하다고 높이 평가한 쏘나타 1.7 디젤과 동일한 수준이다. 기계식이 아니라 전자식으로 바뀐 변속 레버 덕분에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출력이 인상적이지 않지만 넉넉한 토크 덕분에 시내 주행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특히 부드러운 변속기 덕분에 더 이상 울컥거리는 승차감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따금 답답한 감각이 느껴진다. 첫째로 터보랙이다. 저배기량 디젤엔진 특성상 빠른 반응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3008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대부분의 차량들 모두가 비슷하다.
여기에 변속기의 보수적인 설정도 한몫한다. 힘이 부족해지는 시점에서 재빠르게 기어를 내려주면 보다 시원스러운 가속이 가능해지지만 한번 락업이 이뤄지면 쉽게 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이다. 토크가 있으니 그대로 밀고 갈 수 있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3008이 사용하는 변속기는 AWTF-8시리즈 변속기다. 아이신과 보그워너의 합작회사가 만든 변속기로, 8시리즈라는 이름과 달리 6단 구성이다.
이 변속기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변속기임에도 부피가 6단 수동 변속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아이신 변속기답게 저회전 영역부터 락업이 빨리 이뤄지는 성격을 갖는다. 여러모로 MCP 보다 좋다.
2005년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많은 개량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를 얻은 사양이기도 하다. 무난하고 무난한 성격을 갖는 것이다. 참고로 푸조는 향후 내놓을 308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8단 자동변속기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등장하는 푸조의 다양한 모델 역시 8단 자동변속기 적용이 예정됐다.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 푸조도 다단화 추세에 따라가려는 욕심을 내고 있다.
120마력의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의 조합을 통해 휠에서 만들어지는 구동 출력을 측정해봤다. 결과는 110마력과 27.3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8.3%와 10.7%의 구동 손실이다. 이 정도면 듀얼 클러치 부럽지 않다. 기본 제원 수치는 낮지만 최대한 근사치의 성능이 휠에서 구현된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가속력은 평범하다. 체감적으로도, 실제 수치적으로도 그렇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11.38초다. 쏘나타 디젤이 10.99초, 올란도 1.6 디젤이 11.02초, 닛산 캐시카이 1.6 모델이 11.43초를 기록했으니 1.6리터 디젤 모델로는 평범한 수준.
그대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시속 160km까지 무난하게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 이 시점부터 가속은 크게 둔화된다. 제원상 최고속도인 185km/h까지는 매우 긴 거리를 달려야 한다. 사실상 의미 없는 속도다. 딱 일상에서 사용하기 편안한 파워트레인이다. 만약 이 성능이 부족하다면 180마력의 3008 GT를 선택할 수 있다.
제동성능도 측정했다. 초기 제동거리는 37.76m로 SUV로는 좋은 성능을 보였다. 브레이크의 답력도 적당하고 초반에 적절한 수준으로 큰 힘이 발휘되는 만큼 여성 운전자가 다루기에도 쉬운 성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동성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회 제동 테스트가 진행된 이후 제동거리가 1m 이상씩 증가했다. 결국 테스트가 지속되자 마지막에는 6m 이상 제동거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속성에서 아쉬움을 보였는데,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만족감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나 고속주행을 많이 하는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시스템들은 평균 수치에서 1m 이상 벗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3008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살펴본다. 먼저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을 갖췄다. 선행 차량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까워지면 계기판에 커다랗고 붉은 경고 메시지와 경고음을 만들어낸다. 사각 경보 시스템도 갖췄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도 적용됐는데, 단순히 경고만 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이 개입을 해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사실 푸조는 액티브 세이프티 부분과는 다소 동떨어진 구성을 보여왔다. 아쉬움을 만들어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3008부터는 이러한 추세도 잘 따라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스티어링 휠이 개입해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기능 정도는 보편화가 이뤄졌지만 그래도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는 3008이 유일하게 이 기능을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면 반자율 주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이 개념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선유지 시스템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발전했다. 첫 번째는 단순히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거나 경고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에 진동을 전달해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두 번째 단계로 발전하면 차선을 밟을 때 스스로 차선을 유지시키도록 개입한다. 초기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는 차선 반대편 뒷바퀴만 제동력을 살짝 가해 차선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여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보통이다. 3008의 차선 유지 시스템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 단계로 발전해야 비로소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차선 유지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차선을 밟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차선 중앙을 유지시키도록 끊임없이 스티어링 휠이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 벤츠, BMW, 아우디, 볼보, 제네시스 일부 모델들만 지원하는 고급 기능이다. 이 와중에 쌍용차가 티볼리에 이 기능을 넣었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카메라 하나로 만든 저렴한 보급형이지만 인식률은 무난했다.
다시 3008로 돌아오자. 차선을 밟을 때 스티어링 시스템이 개입하는 정도는 의외로 강한 편이다. 안전이 확보된 주행 환경에서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바꿔보려 했는데 의외로 강하게 스티어링이 버텨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푸조 차량의 즐거움은 차량이 스스로 운전해줄 때가 아닌 직접 운전할 때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다루는 재미가 높은 것이 푸조 모델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즐거움은 3008과 같은 SUV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푸조와 시트로엥 모델이 그렇듯 ESP는 해제를 시킬 수 없다. 꺼도 속도가 높아지면 다시 켜진다. 하지만 제어 여부와 다르게 무딘 반응 없이 꽉 조여진 감각의 핸들링이 운전을 즐겁게 해준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차량이 즉각적으로 움직여준다. 그렇다고 너무 민감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편하면서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이러한 운전 재미와 달리 코너링 성능은 SUV로는 보편적이다. 우선 ESP를 끌 수 없을뿐더러 225mm 너비의 컨티넨탈 컨티 크로스 컨택 LX2 타이어는 성능보다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성격을 갖는다. 트레드웨어만 무려 680이다. 각 타이어 제조사마다 트레드웨어 기준이 다르다고 해도 일단 이 정도 수치는 극히 드물다.
서스펜션은 SUV라는 성격에 맞춰 부드러움이 중심이다. 하지만 출렁거리는 움직임은 억제됐다. 특히 코너에서 바디롤을 잘 억제시켜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속도를 급하게 줄이는 환경에서는 차량의 앞 부분이 내려앉는 노즈 다이브 현상이 크게 발생했다. 옆으로 흔들리는 것은 잘 잡아주지만 앞뒤로 잘 흔들린다는 성격이 독특하다. 세단이라면 이러한 부분이 문제시되겠지만 SUV 성격상 지적 수위를 높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주 한다면 탑승객들이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
SUV답게 주행 노면 조건에 맞춰 구동력을 제어해주는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Advanced Gripcontrol) 기능을 지원한다. 눈길이나 험로 등 도로를 지날 때 주행 안전장치와 엔진, 변속기 등이 조합해 마치 4륜 구동 장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물론 극적인 성능을 만들어내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외에 내리막길에서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오도록 돕는 HDC(Hill Decent Control)도 갖췄다.
푸조와 시트로엥의 차량이 그러했듯 상당히 인상적인 연비를 갖는다. 시속 100~110km 속도 구간에서 23.8km/L를, 80km/h 정속 주행 시에는 26.3km/L의 연비를 보일 정도로 높은 효율을 보였다. 평균속도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에서도 15.0km/L라는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연비를 나타냈다. 우리 팀이 진행한 가감속이 반복되는 구간에서의 복합 연비에서도 3008은 16~17km/L의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공인 복합연비는 13.1km/L. 향후 적용될 RDE 방식 연비 측정에 대비라도 한 것일까? 한불모터스 쪽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연비로 신고한 듯하다.
현시점에서 3008은 푸조 라인업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는다. 디자인은 이제 누가 봐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푸조만의 독창성도 잃지 않았다. 소재의 고급화도 눈에 띈다. 주행성능 역시 이질감 없으며, 디젤만의 강점인 연비 측면에서도 앞섰다. 푸조 모델로는 액티브 세이프티 쪽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내비게이션 부재와 어색한 한글화, 개선이 필요한 제동 시스템 등 몇몇 아쉬움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 차의 가치를 무너뜨릴 정도로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 무난하게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차라는 뜻이다.
그럼 경쟁 모델을 살펴보자. 현재 3008이 경쟁해야 할 모델은 토요타 RAV4와 혼다 CR-V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2세대로 모델 체인지가 이뤄져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RAV4와 CR-V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이 높다. 기본형인 알뤼르가 3,890만 원, 우리 팀이 시승한 GT 라인은 4,250만 원이나 한다. 여기에 2.0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된 GT 모델은 4,990만 원의 가격을 갖는다. 브랜드 대비 상당한 가격이다.
참고로 RAV4는 3,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푸조가 일본 브랜드처럼 소비자들이 잔고장에 대한 걱정 없이 다가갈 브랜드는 아직 아니다. 여기에 부족한 서비스 센터 현실, 국내 브랜드 인지도 등을 생각하면 조금 더 가격대가 낮아져야 더욱 매력이 커질 듯하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7월에는 228대나 팔았다. 2008에 이어 푸조가 SUV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푸조에게는 경쟁자가 많지 않은 현시점이 절호의 기회다. 푸조는 달라졌고 소비자들도 그 변화를 반기는 듯하다.
그런 푸조와 시트로엥이 변화하고 있다. 유럽 시장이 아닌 전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자신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 듯하다. 그 첫 번째가 자동변속기의 도입이다. 그리고 독일 오펠을 인수했다. 이러한 변화 등을 바탕으로 북미시장 재진입까지 노리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푸조의 현재를 알아볼 수 있는 모델이 바로 2세대 3008이다. 푸조에게 꽤 큰 의미를 갖고 있는 3008이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테스트 팀이 나섰다.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다. 유럽에서 공개된 이후 유럽 올해의 차와 최고의 인테리어에 선정되는 등 각종 상을 독식하기도 했다.
첫인상만으로도 1세대 모델과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기존 모델이 MPV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SUV의 형태를 따랐다. 외계인이 탈듯한 형이상학적 4차원의 모습에서 푸조의 색이 가미된 SUV로 변한 것.
전면부에는 날카롭게 다듬어진 LED 헤드램프와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새로운 그릴이 적용된다. 헤드램프 디자인에서 푸조의 특징도 느껴진다. 그릴의 경우 안쪽으로 오목한 형태에 점선 모양으로 크롬 처리가 이뤄져 있다.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푸조답다.
측면부는 SUV 형상을 따른다. 확실히 1세대 모델보다 안정적인 느낌을 전한다. A-필러부터 시작해 루프까지 이어지는 금속 라인도 인상적이다.
후면부에는 3D 형상의 리어 램프가 적용된다.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습을 형상화한 것에서 한번 더 업그레이드된 것. 앞으로 나올 푸조의 다양한 모델에 동일한 테마가 적용될 듯하다. 범퍼에는 듀얼 머플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저 액세서리다. 실제 머플러는 1개이며, 범퍼 안쪽으로 숨겨져 있다.
전체적인 크기도 커졌다. 구체적으로 85mm 길어지고 5mm 넓어졌지만 높이는 15mm 낮아졌다. 휠베이스도 60mm가 확장돼 공간적에 대한 만족감도 키웠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한 정도. 하지만 비율이 좋아서인지 그보다 큰 느낌을 전한다.
우리 팀 다수가 디자인에 대해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정말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인테리어였다. 한눈에 ‘예쁘다’라는 말이 나온다. 푸조는 인테리어의 중심이 2세대 i-콕핏에 있다고 강조한다. i-콕핏은 8각형을 연상시키는 스티어링 휠, 12.3인치 계기판, 8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운전석을 둘러싼 형태로 구성된다.
각각의 디자인은 독립적이며 개성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 곳에 뭉치니 상당히 완성도를 갖게 됐다.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사진발(?)’이 잘 받는다. 사람도 그렇지만 사진이 잘 받는 자동차들도 있다는 것. 3008의 실내가 그랬다.
계기판은 4가지 디스플레이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피아노 건반을 연상시키도록 만들어졌는데 조작성이 향상됐다. 전자식 기어 레버를 사용해 디자인도 독창적으로 변경했다. 대신 수동모드 버튼이 변속기 중 너무 밑부분에 위치해 조작이 불편하다.
동급에서 보기 힘든 퍼퓸 디퓨저 기능도 지원한다. 각각 Harmony wood, Aerodrive, Cosmic cuir까지 3종류의 향을 선택할 수 있다. 쉽게 순서대로 사우나 나무향, 남성 스킨 향, 여성 화장품향을 연상시킨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데 모두 꽤나 고급스러운 향을 전달한다. 동급에서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3008 뿐이다.
이제 푸조도 한글화를 지원한다. 하지만 아직 부분적으로 어색한 표현들도 눈에 들어온다. 마세라티도 동일한 아쉬움을 보인 경우가 있었는데 한글화 부분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후방카메라는 한 개의 카메라로 어라운드 뷰 기능을 만들어 낸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오버랩시켜 차량 주위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국내 중소기업에서도 동일한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었는데 어라운드 뷰만큼은 아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편이다. 다만 카메라 자체의 화질이 떨어진다. 차량 값도 저렴한 편이 아닌데 화질이 국산 경차보다도 못하다.
한가지 더 아쉬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것. 어차피 많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과 아예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내 곳곳에 직물 소재를 활용했는데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 등에 적용된 이 직물 소재는 매우 얇게 처리돼 있다. 실제 촉감도 플라스틱에 가깝다. 그보다 실내에 직물 소재가 있으니 시각적으로 따뜻해 보이도록 해준다. 너무 삭막하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과거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뒷좌석 공간도 충분하다.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이 부족하지 않아 인이 탑승해도 불편하지 않다.
트렁크 공간은 590리터부터 시작해 1670리터까지 확장된다. 모난 곳 없이 넓고 평평한 공간이 매력이다. 트렁크 바닥 높이는 2단 설정도 지원한다. 2열 시트 폴딩은 트렁크에 위치한 레버를 당겨 간편하게 접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현재 3008은 기본형 모델인 알뤼르(Allure), 상급 모델인 GT 라인, 성능을 높인 GT 3가지 트림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은 사양이 강화된 GT 라인이다. 기본형 모델 대비 스마트폰 무선 충전, 전동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핸즈프리 테일 게이트 등의 구성이 추가됐다.
GT 라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성능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지만 사실은 효율성에 집중한 성격을 갖는다. 참고로 이보다 성능이 좋은 GT 모델도 출시됐다.
3008 GT 라인에 탑재되는 엔진은 1.6리터 디젤이며, 6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엔진은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갖는다. 무난하고 무난한, 프랑스 차 특유의 높은 효율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한 성격이다.
시동을 걸면 저배기량 디젤 모델로는 조용한 성격이 나타난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는 약 41dBA. 우리 팀에서 조용하다고 높이 평가한 쏘나타 1.7 디젤과 동일한 수준이다. 기계식이 아니라 전자식으로 바뀐 변속 레버 덕분에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출력이 인상적이지 않지만 넉넉한 토크 덕분에 시내 주행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특히 부드러운 변속기 덕분에 더 이상 울컥거리는 승차감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따금 답답한 감각이 느껴진다. 첫째로 터보랙이다. 저배기량 디젤엔진 특성상 빠른 반응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3008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대부분의 차량들 모두가 비슷하다.
여기에 변속기의 보수적인 설정도 한몫한다. 힘이 부족해지는 시점에서 재빠르게 기어를 내려주면 보다 시원스러운 가속이 가능해지지만 한번 락업이 이뤄지면 쉽게 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이다. 토크가 있으니 그대로 밀고 갈 수 있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3008이 사용하는 변속기는 AWTF-8시리즈 변속기다. 아이신과 보그워너의 합작회사가 만든 변속기로, 8시리즈라는 이름과 달리 6단 구성이다.
이 변속기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변속기임에도 부피가 6단 수동 변속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아이신 변속기답게 저회전 영역부터 락업이 빨리 이뤄지는 성격을 갖는다. 여러모로 MCP 보다 좋다.
2005년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많은 개량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를 얻은 사양이기도 하다. 무난하고 무난한 성격을 갖는 것이다. 참고로 푸조는 향후 내놓을 308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8단 자동변속기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등장하는 푸조의 다양한 모델 역시 8단 자동변속기 적용이 예정됐다.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 푸조도 다단화 추세에 따라가려는 욕심을 내고 있다.
120마력의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의 조합을 통해 휠에서 만들어지는 구동 출력을 측정해봤다. 결과는 110마력과 27.3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8.3%와 10.7%의 구동 손실이다. 이 정도면 듀얼 클러치 부럽지 않다. 기본 제원 수치는 낮지만 최대한 근사치의 성능이 휠에서 구현된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가속력은 평범하다. 체감적으로도, 실제 수치적으로도 그렇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11.38초다. 쏘나타 디젤이 10.99초, 올란도 1.6 디젤이 11.02초, 닛산 캐시카이 1.6 모델이 11.43초를 기록했으니 1.6리터 디젤 모델로는 평범한 수준.
그대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시속 160km까지 무난하게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 이 시점부터 가속은 크게 둔화된다. 제원상 최고속도인 185km/h까지는 매우 긴 거리를 달려야 한다. 사실상 의미 없는 속도다. 딱 일상에서 사용하기 편안한 파워트레인이다. 만약 이 성능이 부족하다면 180마력의 3008 GT를 선택할 수 있다.
제동성능도 측정했다. 초기 제동거리는 37.76m로 SUV로는 좋은 성능을 보였다. 브레이크의 답력도 적당하고 초반에 적절한 수준으로 큰 힘이 발휘되는 만큼 여성 운전자가 다루기에도 쉬운 성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동성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회 제동 테스트가 진행된 이후 제동거리가 1m 이상씩 증가했다. 결국 테스트가 지속되자 마지막에는 6m 이상 제동거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속성에서 아쉬움을 보였는데,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만족감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나 고속주행을 많이 하는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시스템들은 평균 수치에서 1m 이상 벗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3008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살펴본다. 먼저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을 갖췄다. 선행 차량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까워지면 계기판에 커다랗고 붉은 경고 메시지와 경고음을 만들어낸다. 사각 경보 시스템도 갖췄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도 적용됐는데, 단순히 경고만 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이 개입을 해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사실 푸조는 액티브 세이프티 부분과는 다소 동떨어진 구성을 보여왔다. 아쉬움을 만들어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3008부터는 이러한 추세도 잘 따라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스티어링 휠이 개입해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기능 정도는 보편화가 이뤄졌지만 그래도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는 3008이 유일하게 이 기능을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면 반자율 주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이 개념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선유지 시스템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발전했다. 첫 번째는 단순히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거나 경고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에 진동을 전달해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두 번째 단계로 발전하면 차선을 밟을 때 스스로 차선을 유지시키도록 개입한다. 초기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는 차선 반대편 뒷바퀴만 제동력을 살짝 가해 차선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여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보통이다. 3008의 차선 유지 시스템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 단계로 발전해야 비로소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차선 유지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차선을 밟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차선 중앙을 유지시키도록 끊임없이 스티어링 휠이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 벤츠, BMW, 아우디, 볼보, 제네시스 일부 모델들만 지원하는 고급 기능이다. 이 와중에 쌍용차가 티볼리에 이 기능을 넣었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카메라 하나로 만든 저렴한 보급형이지만 인식률은 무난했다.
다시 3008로 돌아오자. 차선을 밟을 때 스티어링 시스템이 개입하는 정도는 의외로 강한 편이다. 안전이 확보된 주행 환경에서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바꿔보려 했는데 의외로 강하게 스티어링이 버텨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푸조 차량의 즐거움은 차량이 스스로 운전해줄 때가 아닌 직접 운전할 때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다루는 재미가 높은 것이 푸조 모델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즐거움은 3008과 같은 SUV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푸조와 시트로엥 모델이 그렇듯 ESP는 해제를 시킬 수 없다. 꺼도 속도가 높아지면 다시 켜진다. 하지만 제어 여부와 다르게 무딘 반응 없이 꽉 조여진 감각의 핸들링이 운전을 즐겁게 해준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차량이 즉각적으로 움직여준다. 그렇다고 너무 민감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편하면서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이러한 운전 재미와 달리 코너링 성능은 SUV로는 보편적이다. 우선 ESP를 끌 수 없을뿐더러 225mm 너비의 컨티넨탈 컨티 크로스 컨택 LX2 타이어는 성능보다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성격을 갖는다. 트레드웨어만 무려 680이다. 각 타이어 제조사마다 트레드웨어 기준이 다르다고 해도 일단 이 정도 수치는 극히 드물다.
서스펜션은 SUV라는 성격에 맞춰 부드러움이 중심이다. 하지만 출렁거리는 움직임은 억제됐다. 특히 코너에서 바디롤을 잘 억제시켜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속도를 급하게 줄이는 환경에서는 차량의 앞 부분이 내려앉는 노즈 다이브 현상이 크게 발생했다. 옆으로 흔들리는 것은 잘 잡아주지만 앞뒤로 잘 흔들린다는 성격이 독특하다. 세단이라면 이러한 부분이 문제시되겠지만 SUV 성격상 지적 수위를 높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주 한다면 탑승객들이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
SUV답게 주행 노면 조건에 맞춰 구동력을 제어해주는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Advanced Gripcontrol) 기능을 지원한다. 눈길이나 험로 등 도로를 지날 때 주행 안전장치와 엔진, 변속기 등이 조합해 마치 4륜 구동 장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물론 극적인 성능을 만들어내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외에 내리막길에서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오도록 돕는 HDC(Hill Decent Control)도 갖췄다.
푸조와 시트로엥의 차량이 그러했듯 상당히 인상적인 연비를 갖는다. 시속 100~110km 속도 구간에서 23.8km/L를, 80km/h 정속 주행 시에는 26.3km/L의 연비를 보일 정도로 높은 효율을 보였다. 평균속도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에서도 15.0km/L라는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연비를 나타냈다. 우리 팀이 진행한 가감속이 반복되는 구간에서의 복합 연비에서도 3008은 16~17km/L의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공인 복합연비는 13.1km/L. 향후 적용될 RDE 방식 연비 측정에 대비라도 한 것일까? 한불모터스 쪽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연비로 신고한 듯하다.
현시점에서 3008은 푸조 라인업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는다. 디자인은 이제 누가 봐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푸조만의 독창성도 잃지 않았다. 소재의 고급화도 눈에 띈다. 주행성능 역시 이질감 없으며, 디젤만의 강점인 연비 측면에서도 앞섰다. 푸조 모델로는 액티브 세이프티 쪽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내비게이션 부재와 어색한 한글화, 개선이 필요한 제동 시스템 등 몇몇 아쉬움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 차의 가치를 무너뜨릴 정도로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 무난하게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차라는 뜻이다.
그럼 경쟁 모델을 살펴보자. 현재 3008이 경쟁해야 할 모델은 토요타 RAV4와 혼다 CR-V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2세대로 모델 체인지가 이뤄져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RAV4와 CR-V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이 높다. 기본형인 알뤼르가 3,890만 원, 우리 팀이 시승한 GT 라인은 4,250만 원이나 한다. 여기에 2.0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된 GT 모델은 4,990만 원의 가격을 갖는다. 브랜드 대비 상당한 가격이다.
참고로 RAV4는 3,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푸조가 일본 브랜드처럼 소비자들이 잔고장에 대한 걱정 없이 다가갈 브랜드는 아직 아니다. 여기에 부족한 서비스 센터 현실, 국내 브랜드 인지도 등을 생각하면 조금 더 가격대가 낮아져야 더욱 매력이 커질 듯하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7월에는 228대나 팔았다. 2008에 이어 푸조가 SUV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푸조에게는 경쟁자가 많지 않은 현시점이 절호의 기회다. 푸조는 달라졌고 소비자들도 그 변화를 반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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