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맛이 있다! 캐딜락 ATS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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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바꾸고 연식변경 신형 모델이라고 하지”
연식변경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어느새 머릿속에 자리 잡힌 연식변경의 고정관념을 깰만한 차가 있다. 바로 캐딜락 ATS가 그 주인공이다. 이 차도 겉으로 봐서는 이전 모델과 현재 모델의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바뀐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차라고 설명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거다. 이 차의 바뀐 점은 운전석에 올라 직접 차를 몰아봐야만 알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완전히 새로운 차로 탈바꿈 시켰다.
확 밀려오는 운전의 즐거움
‘캐딜락’이라는 브랜드는 고만고만한 어른들의 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언컨대 이제 ‘어른들의 차’라는 말은 옛말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성능은 완전히 새로운 인식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칭찬만 늘어놨다’, ‘광고스럽다’라는 의견을 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히 ‘재미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ATS 보닛 아래에는 2.0리터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5,500), 최대토크 40.7kg.m(@3,000~4,500)의 성능을 발휘한다. 엔진의 힘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오른발에 힘을 실어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시원스럽게 치고 나갔다. 쭉 뻗은 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속도계 바늘은 규정속도를 넘어 있었지만 차 안에서는 빠른 속도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과 안전성이 느껴졌다.
ATS의 가장 큰 변화는 변속기다. 기존 모델에는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었지만, 시승차인 신형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변속기의 느낌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만큼은 아니지만 꽤 빠른 변속 속도를 보였다. 여유롭게 운전을 할 때는 2,000 rpm 내에서 순식간에 변속을 했다. ‘8’이라는 숫자 때문에 왠지 여유가 느껴지고 기름을 아끼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다고 여유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기어 단수를 과격하게 내리고 엔진회전수를 높여 최대한 빨리 달리려고 하는 노력을 보였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패들 시프트를 통해 변속을 하니 마치 스포츠 쿠페 같은 차에 올라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연신 차를 과격하게 몰아붙이니 간헐적으로 큰 변속 충격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승차만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변속기의 문제라면 하루빨리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괜한 질타를 피하려면 말이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차를 타고 그냥 사무실로 복귀하기는 싫었다. 오롯이 이 차를 느껴보기 위해 통행량이 적은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뒤따라 오던 촬영차와는 얘기되지 않은 채 말이다. 무전기 너머로 “어디 가세요?”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대꾸하지 않고 무전기 전원을 꺼버렸다. 이제는 진짜 혼자다. 촬영도 마쳤고, 따라오는 차도 없고, 신나게 달리는 일만 남았다.
달리고 달려 찾은 곳은 문산의 한적한 도로. 차를 세우고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계기반에는 ‘체커기’ 불빛이 켜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라는 얘기다. 기어 레버는 매뉴얼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있는 대로 밟았다. 뒷바퀴에 최대치의 출력이 실리면서 약간의 슬립과 함께 튀어나갔다. 연속된 코너에서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빛을 바랐다. 이는 노면을 1초에 1,000화까지 감지해 댐핑력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 덕택에 코너링 성능과 차를 제어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참고로 이 차는 앞뒤 각각 더블 피벗,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다. 차를 다그치며 계속 코너를 돌았지만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직관적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움직이려는 반응이 대견스러웠다.
재미있게 차를 시승하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단점이 있었다. 완벽한 차는 없기 때문이다. 콤팩트 세단으로 재미있는 운동성능을 가진 것은 장점이지만 낮은 연료 효율성은 약점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약 시속 80km로 정속 주행 시에는 리터당 약 9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또 시내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리터당 약 7km 내외의 수치가 나왔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타트 앤 스톱’ 기능도 있었지만 썩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었다. 다시금 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약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디테일의 승리
캐딜락의 디자인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모던하면서 뛰어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ATS의 디자인은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직선을 많이 사용하고 캐딜락 특유의 ‘V’자 형태 라인들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앞모습은 세로로 자리 잡은 주간 주행등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또 중앙에 크게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캐딜락 앰블럼은 고급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뒷모습 역시 라인들을 통해 차를 꾸몄다. 헤드램프와 같이 세로로 배치한 테일램프, 트렁크 리드에 길게 있는 보조 제동등, 듀얼 배기구 등은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실내는 기존 캐딜락 모델들과 같은 구성이다. 구석구석 섬세한 부분의 완성도를 높인 노력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을 가죽으로 덧대서 꾸몄다. 완성도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계기반은 생각보다 시인성이 좋지 않았다. 속도는 디지털로 표기가 가능했지만 엔진 회전수와 연료게이지가 정확히 잘 보이지 않았다. 또 오디오, 공조장치 등을 터치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터치가 잘 인식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주행 중에 작동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느껴졌다. 다양한 편의장비는 불만이 없었다. 앞차의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알림음이 울렸고 또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았다.
시선을 즐길 수 있는 차
콤팩트 세단으로 시선을 즐긴다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3일간의 시승을 통해 직접 체험한 것이다. 도로에 돌아다니는 다른 차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달리는 재미에 톡톡 튀는 디자인까지. 특색 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선택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단점들이 보완된다면 독일 3사 경쟁 모델들과의 싸움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어 보인다. 때로는 여유롭고 조용하게, 때로는 경쾌하고 시원스러운 성능에 몸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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