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태, 냉철한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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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출시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보통 신차가 나온다고 하면 판매량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E클래스는 예외인가 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BMW 5시리즈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는데 이제는 E-클래스 세상이다. 물론, 4월 판매량 1위는 5시리즈(520d)다. 하지만 2016년 전체 판매량은 E-클래스(E 220 블루텍)가 독보적이다. 3천 234대와 2천45대. 엄청난 차이다. 곧 신형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SUV가 세계적인 인기라고 해도 중형차는 브랜드 입장에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 동안 그들만의 전통과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 중대형세단이다. 수퍼카 혹은 스포츠카의 기술과 전통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메이커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신형 XF는 1세대보다 190킬로그램 줄어든 무게로 나타났다. 무게가 줄면 경쾌한 움직임에 가속력이 향상되며 연료효율은 덤이다. 그래서 모든 브랜드들이 새로운 모델을 발표할 때마다, 이전 모델보다 몇 킬로그램 줄였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J블레이드 데이타임 라이트를 담은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멀리서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테일램프는, F-타입에서 얻은 영감을 XE 다음으로 받아들였다.
인테리어도 매우 깔끔하다. XJ에서 처음 선보였던 ‘인컨트롤 터치 프로’는 10.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반응속도와 멀티태스킹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또한, 픽셀수의 증가로 선명하고 또렷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는 계기반이다. 12.3인치의 풀 HD 가상 계기반은 누가 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하다. 네 가지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의 연계가 단연 돋보인다. 곧 등장할 F-페이스에도 올라간다. 물론 이 시스템은 아우디 버추얼 콕핏과 같은 기능이지만, 재규어에서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도 재규어 모델 중 가장 먼저 적용됐다.
중형세단은 2열 공간도 중요하다. 24밀리미터 넓어진 무릎공간이 편안한 자세를 취하게 도와준다. 이전 모델에 비해 머리공간은 15밀리미터, 다리공간은 27밀리미터 여유로워졌다.
2세대 XF의 주력모델은 독일 프리미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2.0리터 디젤엔진. 그렇다고 디젤엔진만 들여오진 않았다.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시승행사에서 2.0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과, 터보 디젤엔진을 만났었지만,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3.0리터 가솔린 수퍼차저 엔진을 얹은 ‘S AWD’는 전시만 된 채, 2.0리터 동생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된 수퍼차저 3.0리터 가솔린엔진. F-타입에서도 만났었던 이 엔진은 ‘R-스포츠’ 트림과 ‘S AWD’에 올라가며, 각각 340마력의 최고출력과 3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6기통 엔진은 참 조용하다. 가솔린엔진은 4기통도 충분하지만, 6기통은 조용한 것 이상의 느낌을 준다. 트랜스미션은 ZF에서 공급받은 자동 8단. 복잡한 시내도로에서의 승차감은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어떠한 형상의 아스팔트를 막론하고 유연하게 대처한다.
굳이 빨리 달려보지 않고도 느낌이 온다. 이러한 승차감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진행했을까? 그리고 부드러운 승차감 속에 느껴지는 단단함, 그리고 속도가 빨라지거나 급하게 핸들을 돌려도 당황하지 않고 차체와 휠 사이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엄청난 힘, 380마력짜리 출력으로 시내주행만 한다는 건 고문이다. 분명히 4기통 2.0리터 디젤엔진 혹은 가솔린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무기가 있으리라.
드라이브 모드는 총 네 가지로 스탠다드, 다이내믹, 에코, 아이스 모드. 에코 모드와 눈/비 모드는 건드려보지도 않았다.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디스플레이 모니터에 이미지가 등장한다. 단순히 서스펜션을 단단히 조이고, 스티어링 휠이 조금 무거워지는 게 끝이 아니다. 화면에는 드로틀 반응, 기어변속 시점, 스티어링 휠, 서스펜션까지 운전자가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는 순간 살짝 올라가는 rpm 바늘과 배기사운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보면 매끄럽고 빠르게 회전하는 엔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F-타입의 경우 배기음에 중독되곤 한다. 물론, 중형세단에 그런 소리가 나는 모델도 있지만, 나중에 나올 ‘R’ 모델을 위해 너무 양보한 게 아닐까? 조금 더 자극적인 배기사운드가 아쉽다. 그리고 신형 XF에서 아쉬운 점은 배기음에서 끝. 매끄럽게 회전하는 엔진과 믿음직한 트랜스미션은 지칠 줄 모르고 속도계를 올려버린다. 0→시속 100km 가속은 5.3초. 요즘 빠른 차들이 워낙 많다 보니 5초 대 가속성능에 큰 감동을 받지 못하겠지만, 중형세단, 그것도 3.0리터 엔진에서 이 정도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고속으로 달려도 드라이버는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불안감이 느껴져야 불안할 것 아닌가? 이는 코너를 만나도 마찬가지다. 연속된 코너를 내달려도 차체는 요동 한번 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민첩한 한 마리 재규어다. S모델에 적용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덕분이다. 가속, 코너링, 드로틀, 브레이크페달까지 최대 초당 500회까지 분석한다.
물론, 알루미늄을 많이 써 가벼워졌고, 강성은 28퍼센트 올라갔다. XE와 마찬가지로 50:50에 근접한 무게배분과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결합으로 민첩하고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확보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앞뒤 10:90으로 뒷바퀴에 많은 동력을 보내지만, 상황에 따라 앞바퀴에 90퍼센트를 보낼 수도 있다. 또한, 토크벡터링은 코너에서 안쪽 뒷바퀴에 제동을 걸면서 바깥쪽에 많은 동력을 보내 깔끔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네바퀴굴림과 토크벡터링은 드라이버가 알아챌 수 없다. 그냥 핸들을 돌리고, 가속페달 혹은 브레이크페달을 밟으면 그만이다.
디자인, 상품성, 성능까지 많이 바뀌었고, 흠 하나 찾을 수 없을 만큼 최상이다. 이제 전쟁터에 뛰어들 날만 기다리고 있다. 어서들 오시게!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LOVE : 세련된 디자인, 디스플레이 모니터와 계기반의 변화
HATE : 400마력 가까운 출력에 어울리지 않는 배기사운드
VERDICT : 안락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묻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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