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매력의 시티카, 스마트 포투 &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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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신형 포투에 이어 신형 포포가 한국 땅을 밟았다. 스마트 코리아가 이제야 새 라인업을 제대로 구축하게 된 셈이다. 이번 포투와 포포는 서로 디자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때문에 한 차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컨셉트만큼은 확연히 다르다. 이름처럼 포투(ForTwo)는 2도어/2인승 숏 버전, 포포(ForFour)는 4도어/4인승 롱 버전이다.
스마트는 단순한 패션카가 아니다. 예쁘기는 하지만 정통 마이크로카 또는 시티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이디어는 시계회사 스와치의 모기업인 SMH 그룹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계회사가 자동차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 SMH는 제작 방법을 모색하다 결국 메르세데스 벤츠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1994년 MCC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었다. 지분은 SMH 49%,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51%로 나눴다. 스마트(SMART)라는 이름은 스와치의 ‘S’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M’에 ‘아트(ART)’를 붙여서 완성했다. 그러나 SMH는 스마트가 첫 모델을 출시하던 해에 MCC에서 손을 뗐다. 막대한 추가 비용 발생과 벤츠와의 의견 충돌 등이 원인이었다.
다임러는 MCC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했다. 그렇게 스마트는 벤츠의 식구로 거듭났다. 하지만 스마트에 대한 초기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벤츠의 높은 기준에 맞춘 까닭에 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스마트가 흑자 기업으로 돌아선 건 유가상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소형차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7년 즈음이다.
별개의 모델에서 형제 모델로
스마트의 대표 모델은 포투다.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고 가장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다. 포투는 1998년 시티 쿠페로 데뷔했다. 시티 쿠페는 2인승 초소형차. 판매는 적었지만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에는 충실했다. 특히 주차난이 심한 유럽의 대도시에서 주목을 받았다. 길이(2,500mm)가 중형 세단 절반 수준이었기에 주차 칸 하나에 두 대를 세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2007년에 나온 2세대는 높은 완성도를 기반으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마침 소형차 붐이 일어 판매도 늘었다. 데뷔 초기 스마트는 유럽 8개국에서만 팔렸으나 현재는 전세계 46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포포는 2004년 등장했다. 시티 쿠페가 포투(ForTwo)로 개명한 것도 포포가 데뷔하면서부터다. 포포(ForFour, 4명을 위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4인승을 지향했다. 포투와는 형태도 달랐다. 포포는 미쓰비시의 콜트를 밑바탕 삼은, 길이 3,752mm의 5도어 해치백이었다. 엔진과 레이아웃 역시 딴판이었다. 포투는 0.6~1.0L 엔진을 차체 뒤쪽에, 포포는 1.1~1.5L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었다.
이처럼 포투와 포포는 서로 연관성을 찾기 힘든 별개 모델이었다. 하지만 신형은 디자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엔진 역시 두 모델 모두 차체 뒤쪽에 얹는다. 때문에 이젠 한 차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포투는 2인승의 숏 버전, 포포는 4인승의 롱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번 시승에 나온 신형 스마트들은 포투는 3세대, 포포는 2세대에 해당된다.
참고로 신형 포투/포포의 플랫폼은 스마트와 르노가 함께 개발했다. 르노의 신형 트윙고가 포포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공동 개발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 실현. 2007년 단종됐던 포포가 부활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 덕분이었다. 다임러 그룹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최근 여러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피니티 Q50, Q30 등에서 벤츠의 부품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상용밴 벤츠 시탄과 르노 캉구의 실루엣이 비슷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형 포투와 포포의 가장 큰 특징은 형태다. 오버행을 더 빠듯하게 줄여 1박스에서 1.5박스로 거듭났다. 기존의 장난감 같은 이미지는 상당 부분 옅어졌지만 훨씬 더 안정적이다. 앞뒤 트레드를 100mm씩 넓힌 것도 이런 느낌에 한몫하고 있다. 또한 LED 주간주행등, 육각 무늬 그릴 등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하지만 크기에서 비롯된 고유의 깜찍한 분위기는 그대로다. 포투는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하다. 포투의 길이는 2,720mm. 현대 아반떼의 휠베이스와 비슷한 크기다. 물론 포포의 길이는 3,530mm로 포투보다 무려 810mm나 더 길다. 그러나 이 역시 국내 경차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실내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디자인, 소재, 조립품질 등 뭐 하나 흠 잡을 곳이 없다. 기차 우등석 수준의 품질이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항공기 일등석 수준이다. 포투와 포포가 플랫폼을 통일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모델의 빼어난 실내는 ‘잘 만들어 나눠쓰자’는 전략의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송풍구를 대시보드 위에 얹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또는 오디오)을 앞으로 잡아 빼 입체감을 살린 것이 매력적이다.
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단, 두 명만 탔을 때의 이야기다. 포포의 뒷좌석은 비상용에 가깝다. 그래도 도어 네 개 모두가 90도에 가깝게 열려 드나들기는 수월하다. 시티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포투와 포포는 아주 목적의식이 뚜렷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짐공간 크기는 포투(260L)가 포포(185L)보다 크다. 물론 포포는 뒤 시트를 모두 접으면 730L까지 늘어난다. 두 차 모두 2인분의 짐을 싣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바닥에는 엔진이 숨어 있다. 바닥 패널을 떼어내면 얼굴을 드러낸다. 참고로 앞 후드 안쪽에는 냉각수 보조 탱크, 워셔 탱크, 브레이크 오일 주입구, 배터리 등이 있다. 그런데 도어를 잠가도 후드를 열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1.0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딱 배기량만큼의 힘을 낸다. 최고출력 71마력에, 최대토크는 9.3kg·m다. 하지만 가속감각은 수치를 웃돈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힘을 빠짐없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 재미는 포투가 앞선다. 차체가 가벼워 더 경쾌한데다 스티어링 감각도 더 빠릿빠릿하다. 특히 도심에서 즐겁다. 짧은 휠베이스와 오버행을 무기 삼아 복잡한 골목길도 사정없이 헤집는다. 스티어링 휠을 일정 수준 이상 돌리면 바퀴를 안쪽으로 더 비틀기 때문에 두 개의 차로 안에서 유턴을 할 수도 있다. 조향을 담당하는 앞바퀴가 구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에 가능한 일. 스마트는 신형 포투를 공개하며 연석 기준 6.95m, 벽 기준 7.3m의 짧은 회전반경을 자랑스레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포투의 재미는 딱 시속 100km까지다. 그 이상에 이르면 조종안정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반면 포포는 상대적으로 긴 휠베이스 덕분에 안정적이다. 정숙성은 두 차 모두 굉장히 뛰어나다. 소음과 진동, 승차감 모두 만족스럽다. 국산 경차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 웬만한 고급 소형차보다도 더 안락하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완성도
포투와 포포는 신형으로 거듭나며 컨셉트를 바꿨다. 작은 차체와 RR 구조(뒤 엔진 뒷바퀴굴림)의 한계를 인정하고 화려한 실내와 고급스러운 승차감, 그리고 뛰어난 도심 기동성 등에 주력했다. 그 결과 고급 시티카라는 장르에서만큼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경차 기준의 너비(1,600mm)를 초과해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이건 별로 중요치 않다. 당신이 제대로 된 시티카의 매력에 빠졌다면 스마트를 대체할 수 있는 차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이들은 국내 경차보다 약 50% 이상 좋은 연비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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