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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타보면 별론데?할 사람 없다[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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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친구가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랜저로 답했다"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의 국내 위상을 보여주는 광고 문구다. 그랜저는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 세단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데도 꾸준히 국내 승용차 판매 1위 지위를 지켰다.

지난해 11월 그랜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출시 소식이 들리자 한국 완성차 업계가 들썩인 배경이다. 이미 일선 현대차 대리점에선 공식 사전계약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출시 반년전부터 사전 주문을 받았다. 대기고객은 출시 당시 10만명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그랜저 3.5터보 모델을 시승해봤다. 디자인, 승차감, 편의사양 모두 한국인 운전자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차량이었다.


'각 그랜저'로 회귀…韓 선호 기능 전부 넣었다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그랜저는 2017년부터 국내 판매 1위였지만, 이는 국내 한정이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영향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7년부터 그랜저는 꾸준히 내수 시장에선 연간 10만대 이상 팔린 국민차다. 하지만 그간 수출은 연 5000대도 넘기지 못했다. 2021년 총 수출판매 대수는 4394대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한국인만을 위한 국내 대표 세단이라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은 젊은 세대도 타고 다니기에 부담없을 디자인이었지만, 플래그십 세단 지위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4~50대가 탈만한 크기나 중후한 느낌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7세대는 각 그랜저로 회귀했다. 오히려 30대 초반인 기자를 포함해서 MZ세대 운전자는 구입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중후해졌다. 크기가 커진 건 물론, 웬만해선 직선으로만 차를 디자인해 청년이 운전할 경우 '부모님 차를 타고 다닌다'는 오해를 받기 좋을 정도다. 내부 핸들도 각 그랜저 시기 디자인을 따왔다. 동시에 현대차 로고를 없애는 혁신도 보여줬다.

신형 그랜저는 한국인 운전자라면 안 좋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내·외부는 물론 편의사양까지 모두 한국인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 시퀀셜 라이팅/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 시퀀셜 라이팅/사진=이강준 기자
외부에선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에 주로 쓰이는 시퀀셜 라이팅이 눈에 먼저 띈다. 기아 K8에서도 쓰인 옵션인데, 독일산 모델에서 주로 보이는 기능이다.

또 다른 특징은 프레임리스 도어다. 그랜저의 창문은 4개 모두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하면서도 창틀을 없앴다. 스포츠 성향이 강한 고급 유럽 세단에 주로 들어가던 옵션이다. 디자인적으로 우수하지만 풍절음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제 주행을 해보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 등이 적용돼 오히려 외부 소음은 더 작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랜저, 車 상품성으로는 지적할 부분이 없다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 공조 장치/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 공조 장치/사진=이강준 기자
내부 계기판, 센터페시아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일원화했다. 터치스크린으로 공조장치를 조작할 경우 물리 버튼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지 않아 이를 선호하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 그러나 그랜저는 햅틱(진동) 피드백을 적용해 공조장치를 누를 때마다 작은 진동이 울려 정확한 조작이 가능했다. 반응 속도도 빨랐다.

기어 노브는 중앙에서 아이오닉5 처럼 핸들 하단으로 옮겨졌다. 그만큼 중앙 콘솔박스의 적재공간이 넓어졌다. 컵홀더는 상황에 따라 접을 수 있게 고안해 이마저도 적재공간으로 쓸 수 있다. 전 좌석 통풍시트, 2열 리클라이닝 기능, 2열 햇빛가리개 모두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편의 사양이다.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사진=이강준 기자
각 진 디자인을 선택한만큼, 2열 '사장님 자리'도 공간이 넉넉했다. 키 187㎝인 기자가 허리를 펴고 앉아도 머리 공간이 충분했다. 트렁크 공간 역시 골프 가방이 4개까지 무난히 들어갈 정도로 컸다. 승차감은 국내 소비자가 세단에 기대하는 정숙성과 푹신푹신한 느낌을 구현했다. 차량 시동을 끄면 현대차 로고가 등장하는 특별 영상도 만족스러웠다.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의 시동을 끄면 등장하는 현대차 로고/사진=이강준 기자
현대차 그랜저 3.5터보 캘리그라피의 시동을 끄면 등장하는 현대차 로고/사진=이강준 기자
그랜저의 적은 그랜저다. 일부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주행 중 시동꺼짐 문제나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배터리 방전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극히 일부 차량에만 나오는 현상이지만 플래그십 세단 이미지엔 직격탄이다. 해당 문제에 대한 제조사의 적극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차량 자체에 대해선 도저히 비판할만한 구석이 없다.

기자가 시승했던 신형 그랜저는 3.5터보 캘리그라피 트림으로, 가격은 57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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