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1.6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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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지루한 MPV도 시트로엥이 만들면 이렇게 즐거워질 수 있다. 국내 출시된, 아니 어쩌면 전 세계 출시된 MPV 가운데 가장 탁트인 앞좌석 시야를 갖춘 그랜드 C4 피카소는 예술혼 가득한 프랑스식 감성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번 시승은 ‘시승’이 아니라 짧은 여행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국내 판매되고 있는 피카소는 5인승과 7인승 두가지. ‘C4 피카소’와 ‘그랜드 C4 피카소’로 각가 판매되고 있다. 시트로엥의 피카소는 대대로 7인승의 차량이었지만 이번 세대 모델부터 5인승과 7인승 2가지 버전으로 판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 9월부터 120마력의 1.6리터 블루HDi 엔진이 추가되었다. 덕분에 사양에 따라 4,244만원~4,740만원에 판매되던 그랜드 C4 피카소를 3,990만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2.0 디젤 모델에 30마력 정도 출력은 덜 하지만 연비와 경제성 면에서는 더욱 경쟁력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시트로엥 피카소는 쉽게 만나기 힘든 차량이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델이다. 처음 피카소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2006년 모델 체인지로 차량이 이름이 C4로 변하면서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자필 사인이 새겨진 엠블럼을 인수하게 되고 이 엠블럼을 사용하게 된다. 사실 화가의 이름을 차명으로 한 차는 C4 피카소가 유일하다. 차명으로 본다면 프랑스라는 나라는 확실히 일상 생활과 예술과의 거리가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유족과의 계약 관계 때문인 듯 ‘피카소’라는 이름 단독으로는 사용될 수 없고 ‘시트로엥 피카소’라는 이름으로만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시트로엥의 디자인은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한다. 전통적인 미니밴과는 거리가 있는 화려함이 가득하다. 유선형의 라인과 독특한 디자인 요소들이 이 장르의 자동차들이 흔히 갖게되는 지루함을 날려 버리고 있다. 최대 7인까지 탑승이 가능한 차량이지만 중형세단보다 전장이 짧다. 물론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려 거주성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생각보다 컴팩트해 보인다.
미니밴이 집처럼 안락한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그랜드 C4 피카소는 ‘탁트인 전망의’ 집처럼 안락한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경쟁모델과 비교를 거부하는 압도적인 개방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바로 위쪽, 일반적으로 선바이저가 위치한 부분이 한번도 뒤로 이동하면서 앞유리의 개방감을 높인다.
가끔 신호등이 운전석 머리 위에 위치하는 교차로를 만나더라도 C4 피카소라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다만, 늦여름의 무더위 끝자락에 있던 요즘같은 시기에도 운전석으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운전석 위의 선바이저를 움직여 조절할 수 있다. 앞뒤로 16cm가 이동가능한 선바이저는 모두 펼치면 총 36cm의 차양을 낼 수 있다. 여기에 A필러 사이의 넓은 창과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더해져, 2열 시트에 앉아 있으면 시선을 옮기지 않아도 한눈에 탁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앞뒤 15cm의 슬라이드 기능도 있어 가장 뒤로 당기면 다른 미니밴에서는 볼 수 없는 2열 시야를 제공하지만, 역시 운전석의 시야에 비할 바는 아니다. 2열 앞쪽에는 조그만 테이블도 장착되어 있다. 지지할 수 있는 하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그랜드’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만큼 7인승 모델이다. 2인승의 3열 시트가 추가되어 있다. 3열시트는 평소에는 플랫하게 수납되어 있다가 필요한 경우 트렁크 쪽에서 일으켜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2열 시트를 슬라이딩시켜 좀 더 공간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170cm 정도의 어른에게도 꽉 맞는 자리이다. 3열 시트는 종종 탑승인원이 많은 경우나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유용하다. 어떻게 해서는 앞자리에 앉고 싶게 하는 MPV이다.
1열과 2열 시트는 가죽이지만 3열시트는 패브릭 재질. 한 손으로로 접을 수 있는 3열시트를 트렁크 밑으로 수납하면 최대 704리터의 적재공간이 생긴다. 2열까지 모두 접는 경우 최대 1843리터의 적재공간이 더해진다. MPV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실내 곳곳에 더해진 재치 있는 디테일도 프랑스산 자동차라는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연결할 수 있는 USB 단자를 대시보드중앙 콘솔에 위치시켜 편의성을 높였다. 1열 의자 아랫부분과 2열바닥 밑에도 적재공간을 설치해 자칫 버려질 수 있는 공간을 재치 있게 살리고 활용도를 높였다. 스티어링 휠의 복잡한 스위치들은 혼란스럽다.
밖에서 보면 독특한 차량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실내에서도 이어지는 독특한 감성은 역시 프랑스산 자동차임을 다시금 상기 시킨다. 실용성을 중시하면서도 멋과 맛을 중시하는 자세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다만, 특유의 고집스러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펼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 2.0 디젤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의 변화는 없고 차이라면 타이어 사이즈가 좀 더 작아졌다는 내용 뿐이지만 이번에 출시된 그랜드 C4 피카소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의 변화이다. 120마력의 1.6리터 BLUE HDi엔진이 탑재되어 효율성을 높였다. 최대 토크는 30.6kg.m로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엔진 회전 구간(1,750rpm)에서 발생하는 넉넉한 토크로 배기량은 줄어들었지만 시내 주행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연비는 복합 연비 15.1km/ℓ(도심 14.0km/ℓ, 고속 16.7km/ℓ)로 20 디젤 모델 (복합연비 14.0km/ℓ) 에 비해 효율성이 높아졌다. 20km정도의 시내주행과 50km정도의 고속주행 코스의 길지 않은 주행을 마치고 표시된 평균연비는 15.3km/ℓ.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시의 연비가 높아 제원상의 연비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특등석이 운전석이라고 서술하는 이유는 단지 개방감 때문이다 아니다. MPV지만 운전에서 오는 즐거움이 그만큼 큰 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C4 피카소보다 휠베이스에서 17cm 긴 그랜드 C4 피카소의 매력은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DS5에서도 그랬지만 댐핑 스트로크는 짧은 편이지만 스트로크는 분명 느껴진다. 노면의 요철을 읽는 것은 분명한데 승차감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스트로크감있는 서스펜션에 의한 차분한 승차감과 강한 접지력으로 인해 직진안정성은 아주 좋다. 저중심 설계와 EMP2 플랫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와인딩로드에서 공격적인 주행을 하면, 사람이 바뀐 것처럼 라인을 잘 그리며 코스를 공략한다. MPV지만 흡사 푸조, 시트로엥의 소형 해치백 모델들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작아진 타이어 사이즈로 2.0 모델에 비해 좀 더 일찍 타이어 마찰음이 들려온다. 차체의 크기가 MPV로서 크지 않은 것도 주행성에 반영되고 있다. 4600mm의 길이와 1635mm의 전고는 7인승 미니 밴으로는 겸손한 수준이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만날 때마다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해 시승을 통해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승에서도 ‘새롭다’는 감흥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가지고 있는 감성은 탁월하다. 독특한 디자인과 탁월한 개방감은 이러한 감흥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소. 여기에 1.6 디젤 엔진 모델이 추가되면서 문턱은 낮추고 효율성까지 높이면서 한껏 매력을 높이고 있다. 단, 이 차의 시야에 익숙해지면 다음에 만나게 될 어떤 자동차도 비좁은 느낌을 버릴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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