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BMW, 730Ld x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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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3시리즈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벤츠 C-클래스와 아우디 A4의 점유율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3시리즈의 아성은 굳건하다.

하지만 초점을 대형세단으로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시장은 벤츠 S-클래스의 주요무대이기 때문이다. 아직 7시리즈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그런 7시리즈가 6세대로 모델체인지 됐다. 다양한 첨단 장비를 앞세우고 말이다. 이번에야말로 7시리즈가 S-클래스를 넘어설 수 있을까?

풀-모델체인지를 거쳤다지만 디자인은 매우 익숙한 느낌이다. 이 정도면 페이스리프트라 해도 믿을 정도다. 전면부의 특징은 그릴과 연결된 헤드램프에 있다. 3시리즈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새로운 범퍼를 적용했다. 그나마 후면부의 달라진 인상이 신모델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느낌이다.

실내의 첫인상도 그리 새롭지 않다. 기존 틀에서 크게 변경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모델과 비교해 세부적인 디자인이나 트림의 완성도를 높인 정도?

최근 BMW는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카본 양산 설비를 갖췄으며, 새로운 조명기술, 자율주행, 하이브리드 기술력 강화, 3D 프린터 사용, 자연에너지 활용한 생산설비, 내연기관 효율성 향상 등 기술 개발에 대한 종류도 다양하다. 모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이는 중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디자인 부분에도 역량을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소극적인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매번 같은 패턴의 반복이 지겹기도 하다. 오죽하면 다양한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최근 BMW가 나태해졌다는 이야기 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제조사의 차량 준비과정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판단은 완성된 제품으로 할 뿐이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부분의 변화는 제한적이지만 6세대 7시리즈는 새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먼저 레이저라이트가 처음으로 장착됐다. 최대 600m 앞까지 비춰줄 수 있으면서 더 작고 전력 소모도 낮아 차세대 조명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한국의 도로 환경상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가로등도 없고 상대방 차도 없으면서 매우 곧은 직선도로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빛은 매우 차가운 느낌과 함께 밝고 멀리까지 비춰준다는 점이 좋았다.

손동작으로 원하는 기능을 조작하는 제스처 컨트롤도 갖췄다. 이번 7시리즈의 대표적인 신기술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센터페시아를 가리키며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오디오 볼륨이 높아진다. 반대로 돌리면 낮아지기도 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아이언맨과 같은 기능을 바라는 것은 아직 무리다. 기계가 알아들어야 하는 손짓을 운전자가 배워야 하고 이따금 인식이 안되기도 한다. 인식을 해도 반박자 늦게 반응하기 때문에 답답하다. 그저 차량 구입 후 처음에 신기해서 사용해보는 것 정도의 가치는 없어 보인다. 허공에 손을 돌리느니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더 빠르니까.

센터페시아 모니터 터치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래도 BMW는 iDrive를 유지하는 고집을 보인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의 맵을 국내 업체의 것으로 바꾸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너무 멀리 돌아온 느낌이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높이사고 싶다.

360도 카메라도 장착됐다. 기함급 모델인만큼 화질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마치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차량 주변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능도 갖추고 있다.

공조장치는 버튼을 삭제하고 터치패널과 모니터로 대체했다. 터치 인식률은 매우 좋은 수준이다. 링컨이나 캐딜락의 터치식 센터페시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한다. 다만 포드 링컨의 경우 터치식 센터페시아가 기능적 측면서 부실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다시금 물리버튼 방식으로 되돌린 전례가 있었다. 7시리즈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뒷좌석은 당연히 호화롭다. 앞좌석 시트백에 커다란 모니터도 달렸고 센터 암레스트에는 태블릿도 갖춰진다. 디스플레이가 3개나 되는 만큼 첨단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암레스트 태블릿은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공조장치, 조명 등 차량의 전반적인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도 즐길 수 있다.

공간적인 매력도 상당하다. 롱휠베이스 버전인 만큼 센터 터널이 크게 올라왔음에도 시각적으로 넓어 보인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상당한 수준이다. 버튼만 누르면 다리를 편하게 뻗고 누워 쉴 수도 있다. 마사지 기능도 당연히 지원한다.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걸면 3.0리터 디젤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디젤이지만 6기통 형식이고 플래그십 차체에 얹어진 만큼 소음과 진동을 잘 억제시켰다. 하지만 우리팀이 과거 테스트한 S350 블루텍(現 S350 d)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S-클래스와 비교하면 진동도 소폭 크다. 물론 일반 가솔린 세단보다 진동은 적지만 이 급에서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들 소음은 약 42dBA로 측정됐다. S350 d가 40.5dBA로 측정된 것을 생각하면 소폭 아쉬운 수치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소음 부분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시속 80km의 주행환경에서 측정된 소음이 약 57.5dBA로, S350 d의 58dBA보다 낮았다.

대형세단인 만큼 주행감각은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뒷좌석에 탑승한 VIP에게 불쾌한 승차감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미끄러지듯 출발하고 정지했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멈춘다. 물론 디젤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디젤엔진의 존재감이 감지되는 구간이 있다. 정차 후 재출발하는 환경이다. 디젤엔진인 만큼 오토스탑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반응이 늦고 거칠다. S350 d의 경우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조용하게 작동했다. 특히 정지 후 재시동이 매우 빨랐다. 이와 비교해 7시리즈는 소폭 느리고 재시동 진동도 크게 발생했다. S클래스에 대한 도전을 위해서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승차감은 당연히 좋다. 에어서스펜션의 적용으로 푹신하면서 안정적인 거동이 인상적이다. 5시리즈에서 최근 BMW가 추구하는 컴포트한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7시리즈는 이를 극대화시킨 승차감을 보여준다. 다양한 노면 환경서 유연하게 대응해주는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만든다. 물론 뒷좌석을 위한 배려다. 또한 차량 컨셉에도 맞다. 하지만 뭔가 과거의 BMW 7시즈와는 다른 느낌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뭔가 조금 더 스포티한 맛의 대형세단이었기 때문이다.

주행 감각은 주행모드 설정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효율 위주의 에코 프로 모드를 선택하면 차량의 거동이 둔해진다. 정차 후 재출발시 생각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야 선행 차량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연비 효율성은 커진다.

노멀 모드의 경우 적당한 균형감각을 보인다. 답답하지 않으면서 효율성까지 겸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저돌적으로 바뀐다. 이 차가 이렇게 잘나갔나?라고 느낄 정도다. 가속 페달과 변속, 스티어링 반응까지 상당히 타이트하고 직관적인 모습으로 변경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어댑티브 모드다. 자동차가 주행상황을 체크해 이상적인 설정을 스스로 조율해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와인딩 로드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각 파츠들이 스포츠모드에 해당하는 설정 값으로 변경된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내비게이션에서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곡선도로, 교차로 등 도로 상황에 맞게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서스펜션을 컨트롤한다. 하지만 체감적으로 노멀 모드와 큰 차이를 나는 수준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차간거리를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외에 스티어링 어시스트 기능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 두가지 조합으로 자율주행에 버금가는 기능을 맛볼 수 있다. 스티어링휠 제어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고속도로로써 많이 굽은 길도 스스로 돌아나갈 수 있다. 부드러운 정지는 물론 재출발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시 상당히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사항도 분명 존재한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놓고 약 15초간만 작동한다. 손을 잡지 않으면 기능은 해제된다. 모든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주행으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차선을 유지하는 기준도 사람과 다르다. 기계에 의해 차선을 유지하는 한계는 정확히 차선이 그려진 곳까지다. 분명 차량은 차선을 넘지 않고 있지만 함께 주행하는 차량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넘어야 할 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을 수 있겠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묵직한 토크와 함께 가속이 진행된다. 속도 상승이 빠르다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200km/h 이상까지 지치지 않고 가속된다. 특히 이때 느껴지는 속도감이 상당한 수준이다. 적어도 50km/h 가량 낮은 속도감으로 전해질 정도다. 벤츠 S-클래스가 완전히 외부 세계와 차단된듯한 느낌의 주행 안정감이었다면 7시리즈는 일체감을 느끼면서도 매우 좋은 안정감을 전달해 준다고 평할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참고로 730Ld에 탑재된 3.0리터 디젤은 265마력과 63.3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최고기록은 6.11초로 나타났다. 경쟁모델인 S350 d(7.2초)보다 1초 이상 빠른 기록이다.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게다. 우리팀이 측정한 S350 d의 중량이 2,158kg에 이르렀던 반면 730Ld는 2,050kg에 불과했다. 카본 코어(Carbon Core)라고 부르는 경량화 차체 및 설계 기술 덕분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게 배분이다. 무게측정 결과 전 후 좌 우 모두 50:50에 근접한 무게 배분율을 보였다. 이 부분은 BMW만의 고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까지 이동한 거리도 측정했다. 결과는 35.27m다. BMW의 다른 모든 모델이 그랬듯 7시리즈 역시 상당히 좋은 브레이크를 갖추고 있다. 테스트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도 제동거리는 36m 이상을 넘지 않았다. 페달 조작감도 좋고 내구성에서도 이점을 보이기 때문에 단연 돋보이는 구성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와인딩 로드서 차체의 움직임은 한번 더 놀라게 된다. 큰 차체임에도 민첩한 거동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3시리즈 5시리즈와 비교해도 차체 사이즈만 커졌을 뿐 실제로는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크지 않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서스펜션은 컴포트적인 성격에 치중한 느낌이다. 조금은 밋밋한 느낌 있는 것도 사실이다. BMW측은 “전자기계식 안티 롤 바는 역동적인 코너링 시에 차체의 롤링을 감소시킨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BMW 형제들과 비교하면 분명 바디롤의 양이 많다.

스티어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여기에 전륜과 후륜 한쪽으로 100% 구동력 전달이 가능한 4륜 시스템과 전륜 245mm, 후륜 275mm급의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 타이어를 갖추고 있다. 의도적인 오버스피드의 코너링이 아니라면 후륜이 밀려나는 것을 느낄 수 없다.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은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에 속하기 때문에 성능과 승차감 모두를 만족시킨다. 그립의 한계를 알아차리기 쉽고 차량의 안정감까지 이끌기 때문에 코너에서 속도를 높여도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이 크지 않다. 차량 성격과 잘 맞는 타이어다.

변속기의 완성도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빠른 변속 속도는 물론 충격도 없다. 동력 전달 능력은 물론 모든 영역서 적절하게 튜닝된 기어비까지 아쉬움이 생기지 않는다. 이제는 운전자가 원하는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빠르게 변속시켜주는 똑똑함까지 갖췄다. 물론 내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세대 초기 모델의 경우 잔고장이 많은 편이었다. 그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내려간 경우도 있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만큼 연비는 수준급이다.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서 보여준 연비는 약 17.5km/L. 2톤이 넘는 대형세단으로써 최고수준의 효율이다. 속도를 약 80km/h 낮추자 연비가 약 19.5km/L까지 향상됐다. 우리팀의 연비 테스트 장소가 고저차가 있는 지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평지 기준으로 20km/L대의 연비도 가능할 것이다.

답답한 도심에서 평속 15km/h로 주행해도 연비는 10.5km/L대를 나타냈다. 중형 디젤세단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수준의 효율이다. 미미한 수준의 소음과 진동만 양보하면 매우 좋은 연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730Ld의 매력일 것이다.

우리팀의 6세대 7시리즈의 시승 전과 시승 후의 평가는 꽤나 달랐다. 시승 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오랜 시간 테스트를 해보니 BMW가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뒷좌석에서 느끼는 고급스러움에서는 아직 S-클래스가 한 수 위다. 하지만 7시리즈는 조금이나마 좋은 성능을 무기로 내세운다. 뭔가 새로운 신기술도 많다. 이러한 특징이 7시리즈 소비자층의 나이를 젊게 유도하고 있다. 보다 젊은 세대를 위한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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