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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V 1.5 Tur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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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토요타 RAV4를 소개하며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갖는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가 컴팩트 SUV 시장에서 절대적인 판매량을 기록한다. 때문에 국내 시장만 고려해 토요타 RAV4가 무시당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그런 RAV4보다 더 잘 팔리는 컴팩트 SUV가 존재한다. 바로 혼다 CR-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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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혼다 CR-V와 토요타 RAV4의 연간 판매량을 정리한 것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 CR-V는 2002년부터 작년까지 RAV4의 판매량을 늘 앞서왔다. SUV 판매 1위를 정말 긴 시간 동안 지켜온 것이다.

그런 CR-V가 5세대로 변경됐다. 실내외를 비롯해 파워트레인부터 차체까지 변경된 범위도 상당히 광범위하다. 자연스럽게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팀의 평가는 어땠을까?

5세대 CR-V. 사실 외적인 디자인에 대해 호평을 하는 패널은 없었다. CR-V는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나름 공통된 디자인 특징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5세대부터 얼굴이 확 달라졌다. 과거보다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데, 보기에 따라서 멧돼지같이 보이기도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헤드램프는 어코드의 구성과 동일하게 LED로 만들어져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물론 최상위 트림인 투어링 기준이다.

기존 CR-V와 다른 디자인의 그릴에는 두꺼운 크롬 장식이 적용된다. 그 안쪽으로는 공기저항 개선 및 열관리에 도움을 주는 액티브 셔터 그릴이 추가돼 있다. 물론 그릴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측면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직선적인 선 처리가 돋보이게 디자인했으며 새로운 디자인의 휠로 멋을 냈다.

후면부는 C-필러를 따라 ‘L’자 형태의 리어램프 디자인으로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리어램프 사이에는 두꺼운 대형 크롬 가로바도 추가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특징적인 부분이 윗부분에 집중돼있어 무게중심이 위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밖에 두꺼운 크롬 장식이 곳곳에 추가돼 있다. 전면부는 물론 측면과 후면까지 두꺼운 형태로 적용시켰다. CR-V는 북미시장 이외에 중국에서도 매우 큰 판매량을 기록하기 때문에 이들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역시 미국과 중국의 힘!

차체 크기는 기존 모델 대비 길이와 너비에서 각각 35mm 커지고 5mm 높아졌다. 휠베이스가 40mm 증가하며 실내공간도 넓어졌다.

생김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공기역학적으로는 동급에서 최고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물론 스케일 모델을 대상으로 윈드 터널 테스트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차 윈드 터널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혼다 최초로 기록될 만큼의 풀-스케일 윈드 터널 테스트는 흔하지 않다. 그렇게 해서 4세대 CR-V 대비 2% 공기 저항을 감소시켰으며, 동급 컴팩트 SUV 중 가장 효율적인 공기 역학 성능을 갖는다고 한다. 2%란 수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해 투입된 기술력은 상당하다.

차체도 새로워졌다. 인장강도 650~800MPa 수준의 고장력 강판을 차체의 57%까지 사용했다. 국내에서 기가 스틸이라고 불리는 1,700MPa 수준의 초고장력 강판도 13.8%나 사용됐다. 그만큼 충돌 안전 성능을 높이면서 무게도 낮췄다. 기존에 40~45mm 간격으로 용접했던 부분을 20mm로 좁혀 더욱 촘촘하게 작업하기도 했다.

이외에 주행성능의 향상을 위해 A-필러와 B-필러의 연결 부위도 향상시켰다. 차량 하부를 살펴보면 전륜축 주위와 후륜축 주위에 보강작업도 이뤄져 있다. 이 역시 핸들링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인테리어는 혼다만의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세련된 느낌을 갖도록 꾸몄다. 그동안 혼다는 애니메이션의 로봇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인테리어 테마를 유지했다. 혼다만의 기술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좋지만 쓸데없이 복잡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CR-V는 한층 단정한 모습으로,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인테리어의 고급화도 이뤄졌다. 각종 소재나 버튼 조작감도 개선됐다. 방향지시등 레버나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부드럽게 작동하며, 원형 다이얼 역시 저렴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 부족한 점도 눈에 띈다. 컵홀더를 비롯해 일부 오돌토돌한 플라스틱 소재의 감각이 아쉽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 쪽에 스티칭 효과 장식이 적용됐는데, 한눈에 봐도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외에 큰 불만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 품질이 개선됐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발생한 녹 문제다. 눈에 보이는 품질은 향상됐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실내 안쪽으로 녹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독자님들에 의해 오토뷰로 제보됐다.

다행히 혼다 코리아에서 10일 만에 해당 문제에 대한 무상수리를 결정했다. 상당히 빠른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출시 초기라는 점과 혼다 코리아에게 상당히 중요한 모델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하루빨리 원인도 규명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문제가 CR-V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혼다차의 소비자들은 어코드, 시빅 등 다양한 혼다 모델에서 이와 같은 녹문제가 발견되었다고 추가 제보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버튼 배치를 새롭게 했다. 기존의 산만했던 버튼 배치에서 간결한 형태로 변경된 것. 하지만 여전히 인터페이스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보 변경 버튼이 있는데, 위아래 버튼으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위쪽 버튼을 누르던 아래쪽 버튼을 누르던 엔진 회전수를 표시만 사라지게 하는 것이 전부다. 애초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보 변경 버튼의 크기를 줄이고 남는 면적에 다른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디스플레이로 대체된 계기판은 마치 전투기 콕핏을 연상시킨다. 7인치 크기를 갖는 모니터를 활용해 차량은 물론 오디오나 스마트폰 정보까지 표시해줄 수 있다. 4륜 시스템의 동력 배분 정도도 확인할 수 있다. 연료 게이지와 수온 게이지는 밝은 조명을 활용한 바늘을 사용해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보는 시야에 따라 눈금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은 유량이 5칸으로 보였지만 가까이 확인하니 6칸이 있었던 것.

계기판 상단부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추가됐다. 정보를 윈드 실드에 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패널을 통해 보여주는 컴바이너(Combiner)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우선 전투기 콕핏을 연상시키는 계기판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정보도 깔끔하게 잘 보인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그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야 정보가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위치가 위로 자리해야 밖을 바라보던 시선에서 크게 이동하지 않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현재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 중 계기판을 확인하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지 시선을 완전히 이동해야 한다는 점은 계기판과 동일하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했던 2개의 모니터는 1개로 통합됐다. 기존에는 2개의 모니터를 별도로 조작해야 하기에 인터페이스가 복잡했던 문제가 있었다. 모니터 사이즈는 한눈에도 10인치는 넘어 보일 정도로 커 보인다. 하지만 실제 화면이 나오는 면적은 7인치다. 나머지 면적은 터치 버튼과 볼륨 조절 다이얼이 자리한다. 그래도 최신 모델인데 트렌드에 맞춰 모니터 사이즈가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외에 공조장치 버튼 크기가 전 세대보다 작아졌다. 열선 스티어링 휠, 조수석 전동 시트, 2열 열선 시트 등 편의 장비들도 새롭게 적용됐다.

넉넉하고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진 시트는 럼버 서포트 기능은 물론 메모리까지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갖는다. 특히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시트가 저장된 위치로 변경되는 원터치 리콜 기능을 지원한다. 상당수의 모델들이 저장된 시트 위치로 바꾸기 위해서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북미시장을 위해 초점을 맞춘 만큼 큼지막한 수납공간을 갖췄다. 앞좌석과 뒷좌석 도어에 큼지막한 컵홀더가 자리하며, 센터 콘솔은 상당히 깊고 넓은 크기의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수납공간 안쪽에는 HDMI와 USB 단자도 마련됐다.

오버헤드 콘솔의 리어뷰 미러 뒤쪽으로 뒷좌석 탑승객들을 확인할 수 있는 컨버세이션 미러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위치가 너무 뒤에 있는 탓에 각도가 잘 맞지 않는다. 몸을 들어 올려 윗부분을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위치 선정이 그렇게 좋지 못한 모습이다. 운전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가 필요하다.

이외에 과거 버튼식 볼륨 조절 기능을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했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 또 우드 트림은 촌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운 감각을 잘 전달한다. 운전석 매트를 살펴보면 가속페달 부분은 매트가 없다. 가속페달이 매트에 걸려 급발진을 유도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것이 5세대 CR-V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넉넉하며, 중앙 돌출 공간도 없다는 점이 실내를 더욱 넓어 보이도록 해준다. USB 포트를 2개 준비해 최신 트렌드도 따랐다. 트렁크 공간은 기존 모델 대비 56L 넓어진 1,110L를 갖는다. 원터치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146L로 확대된다. 뒷좌석을 트렁크 쪽에서도 폴딩 시킬 수 있고, 평평하게 접힌다는 점 역시 만족스럽다. 4천만 원대 차량에 걸맞게 전동식 테일게이트도 갖췄다.

이제 5세대 CR-V와 함께 주행에 나선다. 국내 수입 사양은 1.5리터 터보 엔진이 장착된 모델이다. 과거 2.4리터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연비는 높아지고 세금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시동을 걸기 전 시동 버튼의 조명이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깜빡인다. 감성적인 부분이다. 이제 시동을 건다. 조용하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37dBA로 나타났다. 정숙성에 만족감을 표했던 기아 2세대 K7(3.3)과 쉐보레 임팔라(3.6)와 동등한 수치다. 4기통 저 배기량 엔진으로 6기통 준대형 세단급 정숙성을 표현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주행을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주행감각이 전달된다. 저 배기량 엔진의 부족한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차량의 거동에서, 파워트레인의 감각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들에 대한 무게감이 운전자에게 크게 전달되는 성격은 아니다.

저 배기량 엔진의 초반 반응을 CVT 변속기가 잘 보완해주고 있다. 정차 상태에서 출발을 하는 환경은 터보차저가 엔진으로 힘을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1.5리터라는 배기량의 한계로 인한 답답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반 자동변속기라면 이러한 감각이 크게 느껴졌을 테지만 CVT 변속기 특유의 탄력적인 기어비 변화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아쉬움을 최소화시켜주고 있다.

엔진은 193마력과 24.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2.4리터 엔진이 188마력과 25.0kg.m의 토크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토크는 유사 수준을 유지하면서 출력을 소폭 향상시킨 모습이다. 여기에 공인 복합연비까지 향상됐으니 다운사이징 엔진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터보 엔진은 북미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시빅 터보 모델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직분사 시스템을 갖추고도 일반 휘발유를 사용하도록 개발됐다는 점이 장점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터보차저의 블레이드가 시빅에서는 11개였지만 CR-V에서는 9개로 줄였다는 점이다. 블레이드 개수가 적으면 반응은 빨라지지만 부스트 압력은 낮아진다. 반대로 많아지면 반응은 늦어지지만 부스트 압력이 높아져 더 큰 힘을 만들 수 있다. CR-V가 시빅보다 무거운 차량인 만큼 엔진의 저 회전 영역에서 보다 빠른 반응을 만들어내기 위해 터보차저의 성격을 변화시킨 것이다. 대신 부스트 압력을 시빅의 1.1바에서 1.3바까지 높여 출력과 토크의 하락을 최소화시켰다.

수치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저 배기량 터보 엔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숫자가 같을지 몰라도 자연흡기 엔진에서 편하게 나오는 것과 터보차저를 통해 짜내는 형식으로 나오는 것은 감각적으로 다르게 다가온다. 또 터보랙이라고 불리는 반박자 느린 반응성 역시 아쉬움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CR-V의 가속성능을 확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33초 만에 도달하는 능력을 보였다. 얼마 전 우리 팀이 테스트한 토요타 RAV4 가솔린 모델이 9.5초를 기록했으니 이보다 0.17초라도 빠르게 만들어낸 것이다. 테스트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실제 제조사는 경쟁 모델보다 0.1초라도 빠르게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또 경쟁에서 만들어진 결과기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최대 가속을 진행하면 엔진 회전수가 한 곳에 멈추지 않고 마치 자동변속기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혼다에서는 G 시프트 로직(G Shift Logic)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자트코가 CVT 변속기에 도입한 D-스텝 로직과 동일한 개념이다. 마치 다단화된 변속기의 감각을 보여 운전자에게 이질감을 최소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CVT 변속기의 어색한 감각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

다만 자트코의 CVT 변속기와 비교하면 감각적으로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자트코의 D-스텝 기능 같은 경우는 기어비 변화가 매우 빠르다. 체감적으로 ZF 변속기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확확 바꿔주는 모습을 갖는다. 하지만 혼다의 G 시프트 로직은 보다 굼뜬 반응을 보인다. 변속은 하지만 질질 끄는 느낌이랄까?

또한 변속기 자체적으로 저 회전 영역을 유지시키려는 특성을 갖는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 회전수를 높였지만 페달을 조금만 떼도 회전수는 금방 낮아진다. 기어를 S로 설정하면 엔진 회전수는 D 모드보다 높아지지만 성향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L로 바꾸면 불필요하게 엔진 회전수가 높아져 오히려 주행에 방해가 된다. 참고로 S는 스포티한 주행과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위해, L 모드는 강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위한 기능이다.

주행 완성도를 살펴보기 위해 빠른 주행을 시작해본다. 우선 스티어링 휠을 많이 돌리지 않아도 차량이 민첩하게 움직여준다. 이와 같은 감각은 어코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인데, SUV인 CR-V가 이런 느낌을 보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핸들링 성능은 최고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가볍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작하기 쉬웠으며, 차량의 주행 정보를 운전자에게 잘 전달해 줬다. 듀얼 피니언 방식의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가변 기어비로 구동된다. 이 급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스티어링 시스템의 칼럼 샤프트 두께를 8mm 확대시키면서 스티어링 시스템의 구조 강성까지 높였다. 미국 IIHS 스몰 오버랩 테스트 영상을 확인하면 차량 충돌이 발생해도 스티어링 휠이 밀리거나 꺾이지 않고 원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목격된다.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당연한 설정이다. 하지만 후륜에 적극적으로 구동력이 전달되는 만큼 재 가속 때 이점이 살아난다. CR-V의 새로운 4륜 시스템은 유압 제어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최대 40%의 구동력을 후륜으로 전달시킬 수 있게 됐다. 이것을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4륜 구동이라 안전하다는 심리적인 효과까지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R-V의 4륜 시스템은 온로드의 주행 안정성 향상과 완만한 오프로드나 눈길 등에서 도움을 주는 정도의 성격으로 본격적인 오프로드 4륜 시스템과 성격의 차이가 있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CR-V는 혼다만의 주행 색깔을 보여주면서 운동성능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 않게 해줬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제동이 이뤄지면 차량 앞부분이 쑥하고 가라앉는다. 노즈 다이브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인데, 롤 부분의 억제 능력은 좋았던 만큼 조금 더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재 가속 때도 아쉬움을 보인다. 코너 진입을 하기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회전수(RPM)이 크게 떨어진다. 다시금 재가속에 들어가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터보랙(반응 지연 현상)과 RPM을 높이기 위한 변속기의 반응이 뒤엉켜 답답한 모습을 만든다. RAV4 보다 0-100km/h 최대 가속시간은 짧았지만 운전의 편의성, 엔진의 반응성에서는 RAV4가 더 월등하다는 팀 내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점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페달 감각과 유사한데, 운전자가 차량을 믿고 제동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브레이크의 성격은 초반에 소폭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성 소비자들이 운전하게 좋은 성격이다. 여기에서 힘 있게 페달을 밟으면 그대로 쑥 하고 들어간다. 단번에 최대 제동력이 만들어지는 것인 것인데, 운전자가 미세한 제동 컨트롤을 하는데 좋은 성격은 아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다. 결과는 39.03m. 이번에는 토요타 RAV4 가솔린 모델(38.91m)보다 0.12m 긴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가속성능과 제동성능에서 엎치락 뒷치락 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다만 테스트가 반복되며 제동거리가 최대 41m까지 늘어났다. 최단거리와 2m 차이라면 보편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좋은 제동 시스템들은 수 회의 테스트에서도 최대 1m 이상의 제동거리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를 조합한 결과 CR-V는 가솔린 모델로는 좋은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시속 100~110km 주행 환경에서 19km/L의 연비를 보였으며, 80km/h 정속 주행 시 19.7km/L로 높은 연비를 나타냈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 결과는 10.4km/L로, 디젤엔진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효율을 만들어냈다. 가솔린 엔진 특성상 가감속이 잦으면 연비는 크게 떨어짐에도 우리 팀의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약 11~12km/L 대의 연비를 유지했다.

5세대 CR-V는 정말 많은 부분을 바꿨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컴팩트 SUV 중 하나고, 가장 치열한 경쟁자인 토요타 RAV4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혼다가 고심했다는 흔적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주행 감각적으로만 본다면 자연흡기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갖춘 RAV4가 앞서긴 하지만 CR-V를 타면서 불만족을 표시할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다방면으로 만족감이 높고, 그만큼 잘 만들었다.

다만 혼다 코리아의 고가 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테스트 모델인 CR-V 투어링의 가격은 4,300만 원. 기존 4세대 동일 트림 모델의 가격이 4,070만 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230만 원이나 올랐다. 참고로 토요타 RAV4 4WD 모델이 4,000만 원이다. 동급 모델보다 300만 원이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왔던 것일까? 최근 발표된 시빅의 가격도 황당한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나 자연흡기 엔진 버전을 들려와 3천만 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은 상품기획 담당자가 차를 모르거나 판매에 의지가 없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국내의 많은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혼다 센싱(Honda Sensing)의 도입은 ‘현지화’가 필요하기에 늦어질 수 있다. 보수적인 일본 업체들이니까. 하지만 혼다 센싱까지 추가되면 이 차량의 가격이 얼마나 더 높아 질지가 걱정이다.

녹 문제에 대해서는 다행히 혼다 코리아가 빠른 결정을 내렸다. 그 솔루션이 최적의 값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CR-V 이외의 차량에서도 녹 관련 문제가 제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최근 혼다의 분위기는 좋다. 지난 6월에는 벤츠와 BMW 다음으로 수입차 판매량 3위 자리까지 꿰찼다. 현재 일본 차의 인기를 주도하는 업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판매량도 3개월 연속(5~7월) 1천 대 이상을 유지해 나가는 중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혼다코리아에게 노는 소비자들이 칭찬할 수 있는 가격, 서비스, 소통 능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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