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투싼과 붙겠다는..중국산 SUV ‘켄보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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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가 밀려온다. 중국의 5대 자동차 업체에 속하는 북경자동차 그룹의 수출용 차량을 전담하는 북기은상기차유한공사가 한국시장에 SUV 모델인 ‘켄보(KENBO) 600’을 내놨다.
또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한 BYD도 국내에서 인증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차의 한국시장 진출은 사실상 물꼬가 트인 셈이다.
디자인이나 주행성능 등 기술적 측면에서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에 비해 한 수 아래로만 생각해왔던 중국차가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 건 자동차 산업적 측면이나 역사적으로도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한국시장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때문이다. 일본차 미츠비시를 비롯해 스바루, 포르쉐 루프, 벤츠 브라부스 등의 유명 브랜드들도 한국시장에서 쓴 맛을 보고 철수한 케이스다.
북기은상 측은 ‘켄보 600’의 주력 경쟁 모델로 현대차 투싼과 쌍용차 티볼리를 꼽고 있다. 여기에 판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를 비롯 기아차 K3까지도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켄보 600’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중한자동차는 “중국차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전체적인 품질이나 판매 가격 등에서 시장 경쟁력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중한차는 ‘켄보 600’은 올해안에 2000대, 많게는 3500대까지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중국차에 대한 편견이 중국차 판매의 최대 걸림돌로 생각하는 눈치다.
직선이 강조된 라인..당당한 스타일
‘켄보 600’의 첫 인상은 SUV 모델로서 당당한 이미지가 부각됐다. 전면에서부터 후면에 이르기까지 직선이 강조됐는데, 유려한 라인이 돋보이는 디자인 트렌드와는 달리 다소 무뚝뚝한 표정이다.
사이즈는 전장 4695mm, 전폭 1840mm, 전고 1685mm로 투싼(4475mm)이나 티볼리(4195mm)보다 길다. 언뜻봐서는 싼타페(4700mm)를 연상시키는 정도다. 휠베이스는 싼타페와 같은 2700mm로 길게 세팅돼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후드 상단에는 4개의 캐릭터 라인으로 살짝 입체감을 줬다. X 프레임 구조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을 적용해 산뜻하면서도 강인한 맛이다. 3개의 가로바는 분산된 시선을 모아준다.
제논 헤드램프는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다. 범퍼 하단에는 직사각형의 안개등을 적용했다. 알루미늄 재질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오프로드 주행시 엔진 하부를 보호하는데, 디자인 면에서도 세련스럽다.
측면에서는 루프를 비롯해 캐릭터 라인이 직선 중심이다. 윈도우 라인은 뒷쪽으로 좁아지는 형상인데 크롬을 적용해 깔끔하다. 사이드 가니쉬에도 크롬으로 덧씌웠다. 17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한 타이어는 225mm의 사이즈다. 편평비는 65R로 세팅됐다. 다이내믹한 주행보다는 승차감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후면에서는 트렁크 리드에 스톱램프 일체형의 리어 스포일러를 적용했다.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을 더 높여준다. LED 리어램프는 시인성이 높으며, 이미지도 모던한 감각이다. 가로로 길게 뻗은 리플렉터나 디퓨저의 디자인도 깔끔하다.
실내는 공간이 여유롭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T자형 구조다. 계기판은 색상이나 질감에서 마무리가 섬세하진 않다. 센터페시아는 지금은 단종된 인피니티 G37을 연상시키는데, 스마트폰 미러링이 가능한 8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시트는 인조 가죽인데, 버킷 스타일이 아니어서 고속 주행중 몸을 조여주진 못한다. 버튼류나 시트 촉감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맛은 아니다. 실내는 플라스틱 재질이 주로 사용됐는데, 재질감은 만족스럽진 않다. SUV로서 공간활용성은 훌륭하다. 트렁크는 1063ℓ 용량이지만, 2열을 폴딩하면 2738ℓ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실용적
‘켄보 600’은 배기량 1498cc의 F15D 가솔린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47마력(5500rpm)이며, 최대토크는 21.5kg.m(2000~4000rpm)의 엔진 파워를 지닌다.
시동은 간편하게 버튼만을 누르면 되는데, 엔진회전수가 800rpm의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 소음은 57dB을 가리킨다.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SUV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내 소음은 약간 높은 편이다. 참고로 현대차 투싼 디젤 모델은 아이들링 상태에서 59dB을 약간 넘기는 수치다.
정지상태에서 액셀러레이팅에서는 페달 응답성이 괜찮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빠른 몸놀림이다. 토크가 두텁게 세팅돼 저속에서부터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다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담력은 너무 낮다. 살짝 밟아도 푹 꺼지는 감각이다.
주행중 풀 가속에서는 잠깐 부밍 노이즈가 귀를 거슬리게 한다. 순간적으로 출력이 받쳐주질 못해 주춤거리는 터보랙도 감지된다. 주행중 승차감이나 정숙감은 비교적 괜찮은 수준이다. 주행 감각은 가솔린 엔진이어서 디젤차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핸들링 감각은 무난한 수준이지만, 지그재그 방식으로 주행하는 경우에는 시트가 버킷 스타일이 아니어서 몸이 좌우로 쏠린다. 급제동에서는 비교적 여유롭고 안전한 감각이다.
트랜스미션은 수동모드가 적용된 CVT 무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출력에 따라 전자적으로 제어되기 때문에 주행중에도 변속 충격이 없다는 건 장점이다. 수동모드에서는 좀 더 탄력적이고 스포티한 주행감을 제공하는데, 4단까지 오르내린다.
‘켄보 600’는 다이내믹한 펀 투 드라이빙을 즐기기 보다는 정숙감과 승차감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그런만큼 초보자나 여성들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실용성이 강조된 주행감각이다.
편의사양으로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를 비롯해 ESC 주행안전시스템, 힐어시스트(HAC), 후방경보시스템, 타이어공기압측정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공인 연비는 도심 9.2km/ℓ, 고속도로 10.6km/ℓ 등 복합연비는 9.7km/ℓ이다.
초고장력 강판 60% 적용..안전성 강화
‘켄보 600’은 초고장력 강판이 60%가 적용됐다는 점은 놀랍다. 중국차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적잖은데,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켄보 600’은 작년 하반기 중국에서 실시한 안전도(C-NCAP. China New Car Assessment Program) 평가에서 54.8점을 기록해 최고등급인 별 다섯개를 받았다. 현대차 투싼(55.4점)과 비슷한 수치다. 오히려 기아차 K3(54.1점)나 쌍용차 액티언(40.3점)보다는 충돌 안전성이 더 높게 평가됐다.
‘켄보 600’의 시장 경쟁력은...
북기은상에서 만든 중국차 ‘켄보 600’은 트림별로 모던(Modern)과 럭셔리(Luxury)로 구성됐다. 국내 판매 가격은 모던이 1990만원, 럭셔리는 2099만원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켄보 600’만큼 가성비가 높은 차를 찾기 힘들다.
‘켄보 600’을 시작으로 중국차가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건 역사적이든 산업적인 측면이든 의미가 적잖다. 중국시장 규모는 작년 한해에만 무려 28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신차 판매 규모가 약 9000만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3대당 1대는 중국에서 판매된 셈이다.
중국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가 무려 280여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와는 규모면에서 경쟁 자체가 안된다. 완성차 규모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차의 품질력은 빠르게 개선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중국차가 국산차에 비해 디자인이나 주행성능 등 품질면에서 떨어진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차의 시장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북기은상이 선보인 ‘켄보 600’는 국산차에 비해 디자인 스타일을 비롯해 재질감이나 다이내믹한 주행감각 측면에서는 개선이 요구된다. 다만, 승차감이나 주행중 정숙감, 실용성 등에서는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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