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를 위협하는 첨병, SM3 네오 & 말리부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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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SM3 네오와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목표는 같다. 현대차에게 쏠린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 국산차만 놓고 따졌을 때, 현대차의 점유율은 50%, 기아차의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그리고 한국GM이 10%, 르노삼성차와 쌍용차가 나머지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이나 르노삼성차는 더이상 물러날 곳도, 잃을 것도 없다.
이런 시기에 그들이 준비한 카운터 펀치는 매우 적절하다.
디자인 변화가 미미한 현대 아반떼를 겨냥해 르노삼성차는 SM3의 얼굴을 연거푸 바꿨다. SM3 네오는 SM3의 세번째 모델로 이제야 완전히 무르익었다. 르노삼성차의 낮은 점유율은 개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얼핏보면 수입차 같다.
한국GM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워트레인을 교체하며 말리부의 이미지 쇄신을 노렸다. 공인연비보다 높은 실연비로 '뻥연비'라는 말도 나온다. 아직 쏘나타엔 디젤 엔진이 없으니 틈새를 노릴만도 하다.
현대차의 맷집이 얼마나 좋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이들의 원투 펀치는 묵직하고 날카롭다. 시승을 통해 두 차가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지 살펴봤다.
◆ SM3 네오, 성공한 성형 수술
SM3를 향한 르노삼성차의 노력은 대단하다. 2년에 한번씩 얼굴을 바꿔 내놓고 있다. 될때까지 해보겠다는 근성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 디자인은 꽤 자연스럽다. 마치 원래부터 이 얼굴이었던 것처럼 꼭 들어맞는다. 르노의 패밀리룩이 국내 실정에 맞게 잘 다듬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 하나로 이렇게 느낌이 달라진다는게 놀랍다.
다른 부분의 변화 폭은 크지 않다. LED 면발광 테일램프가 적용된 것 외에는 이전과 다를게 없다. SM3가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엉덩이가 너무 추켜올라가 있어 불안정해 보였는데 지금은 꽤 안정감 있게 변경됐다.
SM3는 철저하게 외관 디자인과 일부 안전사양이 추가된 모델이라, 실내 디자인의 변화 폭은 적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큰 장점이다. 휠베이스는 동급에서 가장 길다. 뒷좌석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은 이미 급을 넘어선 정도다. 그러나 뒷좌석에 앉아보면 시트의 엉덩이 받침이 다소 짧고, 포지션이 앞좌석보다 높아 특이하게 느껴진다. 머리 공간의 부족함은 없다. 사실 최근엔 쿠페형 세단이 유행하면서 소형차의 머리 공간이 중형차보다 넉넉한 경우도 많다. 뒷좌석에는 에어컨 송풍구도 마련됐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국내 준중형차 중에선 SM3에 가장 먼저 적용되기 시작했다.
승차감에 있어서 SM3 네오는 국내 준중형차 중에서 가장 눈에 띈다. 엔진이나 변속기, 서스펜션 등의 성격은 가장 부드럽다. 여성적인 느낌이 든다고 할 수도 있다. 국내 준중형차 중에서 유일하게 CVT를 사용하는 만큼 조용하고 연비도 우수하다. 단, 순간적인 가속이나 빠른 속도를 유지할땐 오히려 더 시끄러운 경향도 느껴진다.
속도를 높이는 과정은 매끄럽지만 빠르진 않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스포티함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크겠다. 사실 이번 세대 SM3가 처음 나왔을땐, 성능이 강조된 2.0리터 모델도 있었는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르노삼성차가 연료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며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나간 것도 스포티함이 사라진 한 요인이다. 단 경쟁 모델에 비해 연비는 뛰어나다. 무단변속기에 일가견 있는 닛산이 만들고 르노삼성차가 잘 다듬은 무단변속기 덕이다. 연비는 르노삼성차를 대변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손맛은 다소 밋밋하다. 유격도 좀 있고, 반발력도 신통치 못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차체를 지탱하는 서스펜션은 동급서 가장 세련됐다. 일단 코너에 들어서면 꽤 빠른 속도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세련된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주행감각으로도 연결된다. 요철이나 방지턱을 넘는 순간이 매우 유연하다. 고속안정성도 체급에 비해 제법 우수하다. 디자인만 유럽식으로 바뀐게 아니라 기본적인 성격까지 유럽의 느낌이 짙게 배어있다.
SM3는 아반떼와 크루즈와는 다른 이미지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M3 네오는 디자인부터 차별화된 방향을 잡았다. 성능이나 승차감도 기존 SM3가 추구한 것을 잘 이어가고 있다.
* 장점
1. 확 바뀐 디자인, 역대 SM3 중 가장 돋보인다.
2. 넓은 실내 공간과 정숙성. 준중형 최고의 거주성 확보.
3. 동급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연비, 탄탄한 기본기.
* 단점
1. 스포티함의 부재.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
2. 단일화된 파워트레인. 선택의 폭이 좁다.
3. 갈수록 저렴해지는 실내 소재 및 구식이 된 인터페이스 디자인.
◆ 말리부 디젤 , 독일산 엔진과 탄탄한 기본기
다소 늦은 감도 있다. GM은 분명 뛰어난 디젤 엔진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 국내 도입이 지지부진했다. 수입 브랜드를 통해 디젤 세단이 확산된 시점부터 미리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면, 지금보단 더 큰 수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늦게나마 중형 세단에 가장 먼저 디젤 엔진을 도입했고 이에 자극 받은 경쟁 브랜드도 속속 디젤 중형차를 준비 중이다.
말리부 디젤의 핵심은 역시 독일이다.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을 담당하고 GM 산하의 독일 오펠이 생산을 담당한 2.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2014 워즈오토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하기도 한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35.8kg.m.
발군의 성능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선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 회전질감도 부드러운 편이고, 소음과 진동은 비교적 준수하다. 폭스바겐 파사트나 BMW 320d와 비교해도 이 부분만은 큰 손색이 없다. 다만 디젤 엔진의 펀치력은 경쟁 모델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토크가 넉넉한 편이지만 경쾌함이 어느 정도 느껴질 뿐, 강력함은 느끼기 어렵다.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주행해도 여전히 부드럽다.
한때 말리부는 ‘보령 미션’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3년형부터 개선된 변속기가 탑재된데다, 이번 디젤 모델에는 허용토크가 높은 일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볼보, 캐딜락 등에 널리 사용된 검증받은 변속기라 할 수 있다. 볼보에서도 많이 느껴지지만, 변속이 신속하거나 눈에 띌 정도로 똑똑한건 아니고, 무난하고 신뢰감 높은 변속기다. 내구성에서는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말리부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더이상 차체만 무식하게 튼튼한 차가 아니다. 경쟁 모델보다 무게는 무겁지만 경쾌하고, 연료효율도 우수하다. 복합연비는 13.3km/l로 기대 이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아주 쉽게 그 벽을 넘는다. 특히 고속주행에서는 국내 연비 측정기관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중한 연비를 보인다.
탄탄한 차체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감각은 말리부 디젤의 큰 장점이다. 기본기가 튼튼하다보니 엔진 성능이 좀 야속하게 느껴진다. 패밀리 세단답지 않은 핸들링과 코너링은 국산 중형세단 중에서 독보적이다. 독일차 부럽지 않은 차체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이 국산 디젤 중형 세단의 포문을 열었고,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을 르노삼성차는 SM5 D를 내놓았다. 시작은 분명 말리부 디젤로 기억되겠지만 끝까지 누가 살아남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쉐보레는 이왕 업계를 이끌었으면 꾸준한 발전과 대처를 보여야 한다.
* 장점
1. 독일차 부럽지 않은 단단한 차체.
2. 파워트레인. 독일 엔진과 일본 변속기의 만남.
3. 복합연비를 우습게 넘기는 실연비.
* 단점
1. 소프트웨어 문제라고 주장하는 시동 꺼짐 현상.
2. 저렴한 실내 소재 및 성의 없는 디자인.
3. 예상보다 비싼 가격. 어지간한 그랜저 값을 넘는다니!
◆ 더 큰 발전을 위한 노력이 급선무
SM3 네오, 말리부 디젤 모두 현대차를 위협하기 충분한 장점을 가졌다. 단 몇몇 쉽게 노출되는 단점은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우선 두차 모두 현대차의 경쟁 모델에 비해 실내 소재가 저렴해 보인다. 원초적인 플라스틱의 질감이 드러나며 사용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내 디자인이나 세부적인 유저인터페이스의 디자인 또한 현대차처럼 현대적이지 못하다.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은 고사하고 발전의 의지 조차 부족해 보인다.
말리부 디젤은 최근 불거진 시동 꺼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논란이 커지는 사이 경쟁 모델이 생겨났고, 신차 효과도 줄었다. 출시 이후 품귀 현상을 겪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크게 수그러들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대처와 확실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법이다.
두 차 모두 충분히 주연이 될만한 잠재력은 지녔다. 당장은 점유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쉐보레와 르노삼성차에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두 모델의 선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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