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308 SW, 제주도에서 만나 더 매력적인 왜건
컨텐츠 정보
- 732 조회
- 목록
본문
늦은 감이 있지만 이달 초 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갔다. 한불모터스의 도움으로 푸조 308 SW를 빌렸다. 렌터카로 수입차를 빌려본건 이번이 난생 처음이었고, 그것이 디젤인 것 그리고 왜건인 것도 처음이었다.
한불모터스는 현재 제주도에서 푸조·시트로엥 렌터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됐는데, 하루 평균 300건 이상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몇몇 렌터카 업체가 수입차를 빌려주고 있는데, 수입차만을 빌려주는건 한불모터스가 처음이다.
제주도는 특성상 자동차 렌트비용이 저렴하다. 푸조·시트로엥 렌터카도 수입차지만 부담이 크지 않다. 또 현재는 여러 호텔과의 제휴를 통해 ‘렌터카+호텔 패키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푸조·시트로엥이 궁금했거나, 수입 해치백, 왜건 혹은 미니밴을 경험하고 싶다면 제주도에서 겸사겸사 푸조·시트로엥 렌터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청정 제주에서 디젤차를 탄다고?
308은 푸조의 대들보다. 308을 중심으로 푸조의 변화가 시작됐다. 새로운 플랫폼과 디자인을 적용했고, 무척 깐깐한 배출가스 기준도 만족시키는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요즘 같이 디젤 엔진이 흉흉한 시대에 청정 제주에서 디젤 엔진이 왠말이냐 할 수 있겠지만, 푸조의 디젤 엔진은 폭스바겐그룹과 다른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처리한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문제된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엔진은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희박 질소 촉매(LNT)’ 방식을 활용했다. 현대차도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푸조·시트로엥은 요소수를 이용하는 ‘선택적 환원 촉매(SCR)’ 방식을 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SCR 방식을 사용한다. SCR 방식은 가격이 비싸고,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의 90%을 줄일 수 있다.
SCR 방식은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질소산화물 저감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푸조·시트로엥은 SCR과 관련해 1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308 SW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0g/km며 국내 복합연비는 16.2km/l다. 가장 거대한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바겐 골프 1.6 TDI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1g/km, 복합연비는 16.1km/l다.
참고로, 308 SW로 3박 4일 동안 제주도 이곳 저곳을 쏘다니면서 주유는 딱 한 번 했다. 그것도 고작 4만원에 불과했다.
제주도를 달리다
308 SW는 매력적인 배기음을 낸다. 마치 V8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진짜 소리는 아니지만, 진짜 소리처럼 들린다. 꽤 많은 브랜드가 이처럼 인공적인 사운드를 실내로 유입시키는데, 308 SW의 소리는 기대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그래서 중독성도 강했다.
그 소리가 왜건과 잘 안 어울려서 문제지, 일단 소리에 집중하며 운전하면 마치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기분이 조금은 들었다. 소리의 변화는 스로틀 상태와 거의 일치됐다. 그래서 소리의 질감을 떠나 반응 면에서 이질감이 덜했다. 또 노면이나 엔진의 소음을 덮는 효과도 있다.
이 사운드 제네레이터는 스포츠 모드에서만 작동한다. 또 스포츠 모드는 엔진회전수를 소폭 높여주고, 계기반에 붉은 조명이 들어온다. 그리고 최고출력, 최대토크, 터보의 압력 등이 표시된다. 막상 주행 감각에 있어선 스포츠 모드의 역할은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308 SW는 기본기가 탄탄하다. 골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스티어링휠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남다르다. 유독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휠은 조작하기도 쉽고, 차체도 잘 따라 움직인다. 푸조의 핸들링 감각은 탁월하다. 다만 해치백에 비해 차체가 길고, 서스펜션도 조금 부드러운 감이 있어서 코너에서 마냥 속도를 높이긴 부담스럽다.
제주도는 굽이진 산길 도로가 많다. 제한속도가 조금 야박한게 흠이지만, 마치 랠리 코스를 연상시키는 도로가 많다. 강원도가 WRC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데, 차라리 제주도가 더 나은것 같다. 그러다보니 출력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듀얼클러치만큼 변속기 빠르다던 EAT6 변속기도 엔진의 힘을 쥐어 짜는 맛은 없다. 변속 속도도 폭스바겐 DSG 변속기와 비교될 수준은 아니다.
MCP 변속기는 장단점이 뚜렷했다. 차라리 와인딩에서는 MCP 변속기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주도의 해안도로처럼 여유로운 분위기에서는 새로운 EAT6 변속기가 한결 낫다. 도심에서도 마찬가지다. 푸조에 따르면 아이신이 제작한 EAT6 변속기는 편안한 승차감과 뛰어난 효율, 내구성 등이 주요 특징이다.
승차감은 월등히 나아졌다. 이젠 굳이 MCP 변속기 운전법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차를 타면서 별도의 운전법을 습득해야 한다는게 아이러니다. EAT6 변속기는 무척 부드럽게 변속되고, 연료효율이 극대화된 MCP 변속기와 비교해도 연비 차이가 크지 않다.
허리가 길어 좋은 차
308 SW는 허리가 길어 보인다.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길 차는 아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이나 여행에서 차를 사용하는데 있어선 충분히 부러움을 살만 하다.
긴 몸통엔 짐이 끝도 없이 들어간다. SUV를 선택하면 물론 더 많은 짐을 넣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SUV의 부담스러운 크기나, 세단과 큰 이질감을 꺼려하는 이들도 많다. 왜건은 차체가 낮아 승하차가 쉽고, 무거운 짐을 트렁크에 넣는게 어렵지도 않다. 주행 감각이나 승차감도 SUV와 크게 비교된다.
최근 소형 SUV가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이들이 왜건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같은 크기의 SUV가 왜건에 비해 낫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험로주파 능력 정도인데,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소형 SUV는 대부분은 그 능력을 상실했다.
11월 임에도 제주도는 비교적 따뜻했다. 특히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스노쿨 장비를 챙겨 함께 어울렸다. 그들의 눈엔 허리가 긴 308 SW를 향한 호기심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 장점
1. 변속기 교체는 좋은 판단이다.
2. 왜건이 주는 공간활용성과 실용성.
3. 정말 뛰어난 효율.
* 단점
1. 엔진 소리는 여전히 거칠다. 그래서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더 돋보인다.
2. 시트는 편안할 뿐, 조작도 불편하고 몸을 지지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3. 대부분의 기능 버튼이 사라지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해야 한다. 직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동작이 늘었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