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푸조 308 1.6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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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는 효율성, 저렴한 유지보수, 뛰어난 동력전달 능력 등 장점이 많은 변속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조사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비싼돈 주고 차를 구입한 운전자에게는 그저 울컥거리는 승차감을 감수하게 만드는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변속기는 1.6리터 디젤과 매칭됐다. 2.0리터 디젤은 토크 대응 한계로 6단 자동변속기만 사용한다. 이 때문에 국내 판매되는 푸조 대부분 모델은 2.0 디젤엔진을 갖고 있었다. 그런 푸조가 MCP 대신 새로운 자동 6단 변속기를 장착한 308 1.6 BlueHDi를 내놨다. 이제 지긋지긋한 과거를 벗어 던지고 다시금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을 차례다.

디자인에서 큰 변화는 없다. 엔트리급 모델의 특성상 엔진의 감량에 따라(?) 일부 사양도 함께 축소됐다. LED 라이트는 할로겐으로 변경됐다. 2.0에서 17인치가 적용됐던 휠은 16인치로 작아졌다. 시트도 일반 직물시트다. 옵션이 많은 모델은 아니기 때문에 운전석 주위만 제외하면 단촐한 모습이다. 그래도 2.0 하위트림에 없는 내비게이션은 갖추고 있다. 스마트키와 시프트 패들도 주요 사양 중 하나다.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건다. 소음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차급의 한계 때문에 N.V.H. 부분에서 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아이들 소음은 약 45 dBA을 기록했다. 참고로 테스트를 끝낸 골프 1.6의 경우 46 dBA 수준의 아이들 소음을 보인 바 있다. 그래도 경쟁모델보다 낮은 소음이니 위안을 삼자.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낮아진 출력과 배기량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최대토크가 30.6kg.m 수준이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서도 아쉬움이 없다. 오히려 이 정도가 무난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보이기도 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의 출력을 끌어내도 특별히 차가 잘나간다는 느낌은 없다. 120마력이라는 출력의 한계는 분명하다. 또한 배기량의 한계로 인해 최대토크도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하고 금방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속력을 즐기기 위해 이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최고출력을 끌어내는 것보다 중저속 영역서의 만족감이 높다. 또한 이 차의 컨셉과도 맞다. 시속 60~100km 속도에서 재가속을 해도 부담 없이 잘 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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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 6라는 이름의 새로운 자동변속기 느낌도 나쁘지 않다. 자동변속기 특유의 부드러운 감각을 보여주면서 동력도 잘하는 느낌이다. 속도 면에서도 특별히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자동변속기로써 적정 수준으로 보면 된다.

다만 가끔씩 저속 영역서 울컥거림이 발생하기도 한다. 속도는 약 20km/h 전후, 3단에서 2단으로 변속되거나 1단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다. 매번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물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변속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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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6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는 어느 정도의 동력 전달 효율을 보여줄까?
휠에서 발생하는 구동출력을 측정한 결과 110.7마력과 25.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력서는 7.7% 수준의 감소로 좋은 효율을 보였지만 토크가 17.6% 가량이 떨어졌다. 보통 디젤모델의 경우 토크 대신 출력 손실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푸조 308 HDi는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10.5초. 차량 급을 생각하면 충분한 기록이다. 반대로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8.3m를 기록했다. 초반 응답성이 빠르고 페달 답력도 무겁지 않기 때문에 여성 운전자도 손쉽게 좋은 제동성능을 끌어낼 수 있을 듯 하다.

1.6 모델에만 있는 흥미로운 기능도 있다. 바로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다. 기어레버 옆에 있는 이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출력, 토크, 부스트 압력이 함께 표기된다. 여기에 인위적으로 배기사운드를 증폭시킨 음색도 들을 수 있다. 흡기 사운드를 증폭시킨 것도, 가변배기 시스템이 작동한 것도 아니다. 스피커에서 인위적인 사운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밖에서 들리는 엔진 및 배스 사운드는 평상시와 같다. 도로 위의 무법자처럼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참신하다. 이왕 사운드를 바꾸는거 좀 더 멋지고 스포티한 음색으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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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로드에서 주행 완성도를 점검한다. 직진 가속성능은 2.0 모델과 비교해 부족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움직임이 한층 경쾌하다. 무게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우리팀이 측정한 308 2.0의 무게는 약 1,413 kg. 이번 1.6 모델은 1,346 kg으로 측정됐다. 67kg의 무게가 감량된 것이다.

푸조 모델이 그러하듯 핸들링이 좋다. 스티어링휠이 장난감처럼 작지만 조작에 따른 차량의 민첩한 반응만큼은 상당하다. 스티어링 답력도 적당하다. 패들을 통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 재미라는 측면서도 만족도가 높다. 이 급의 차량에서는 찾기 힘든 구성이다.

경쾌한 움직임과 핸들링을 갖추고 있지만 차량의 한계는 분명하다. 타이어는 205mm 크기의 굿이어 이피션트 그립(EfficientGrip) 제품을 사용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성능보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다. 여기에 ESP도 끌 수 없기 때문에 성능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지만 스포티한 주행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만 인지한다면 308 1.6은 충분히 재미있는 차다. ESP는 끌 수 없지만 개입시기 자체가 빠른 편은 아니다. 서스펜션도 승차감과 성능 사이에서 잘 조율된 모습을 보인다. 스포츠 모드를 작동시키면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재미난 사운드와 함께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며 스티어링휠 답력도 무겁게 변경시킨다. 이 역시 운전 재미라는 높여주는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주행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변속기에 대한 생각이 잊혀졌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 것이다. 거슬리는 부분이 없으니 308의 매력이 한층 부각된다.

연비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 약 26.3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저배기량 디젤엔진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속도를 시속 80km로 늦추자 약 18km/L라는 다소 아쉬운 연비를 나타냈다. 먼저 80km/h의 속도에서 6단 기어비가 너무 길다. 엔진회전수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효율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우리팀은 연비 테스트를 고저차가 존재하는 구간에서 진행한다. 이 조건이 연비를 더 낮췄을 것이다. 그렇게 낮게 측정된 연비도 무려 18km/L나 됐다.

또 있다. 평속 15km/h의 속도로 정체구간을 통과하는 상황에서는 14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보통 이 테스트 환경에서 가솔린 모델의 경우 6~8km/L를, 디젤 모델은 9~11km/L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308 1.6은 확연히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도심 연비는 하이브리드 못지 않다.

푸조 308 1.6은 유럽의 가장 표준적인 해치백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여기에 핸들링과 연비까지 갖췄다. 종합적인 짜임새가 좋기 때문에 개성을 중시하며 운전재미와 연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이제 변속기에 대한 걱정도 덜어냈다.

푸조 2008의 뛰어난 연비에 매료됐지만 변속기가 걸렸다면 동일한 엔진에 보다 높은 완성도를 갖춘 308 1.6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도 비슷하고 실내는 보다 넓으며 구성도 보다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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