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2008, 소형차 장인이 만든 C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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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그들의 장대한 몸집에 맞는 대형차 만들기에 열중한 반면, 프랑스는 애초 큰 차엔 별 관심이 없었다. 소형차 만들기에 집중해 이를 특기로 만든 과정을 살펴보면 마치 '절대 왕정'을 무너뜨리고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쟁취한 프랑스인들의 혁명 정신이 자동차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만 같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푸조는 특정 계층이 아닌 모두를 위한 자동차 만들기를 표방한다. 작지만 알차고, 경제적이지만 여러모로 손색없는 차를 내놓는게 그들의 목표다.
푸조는 2008을 통해 '어떤 차'를 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크기와 가치는 결코 비례관계가 아니라는 듯 작은 차에도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다.
◆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
2008 크기의 소형 크로스오버가 대세는 대세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꽤 낯설다. 국내 제조사가 발벗고 나선 세그먼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서는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차 QM3가 판매되면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쌍용차도 내년 X100으로 이 세그먼트에 도전한다.
소형 해치백과 혼동을 줄 만한 크기지만 지상고가 높고 트렁크 공간도 더 크다. 또 화물 적재를 위한 여러 실용적인 장치도 마련됐다. 작고 날렵한 해치백의 특징과 SUV의 실용성이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2008은 208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208에 비해 몸집이 부풀어 올랐다. 르노삼성차 QM3나 미니 컨트리맨에 비해 조금 더 크다. 도토리 키재기라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작은 친구들이 1cm에도 민감한 법이다.
작은 차체를 결코 작지 않게 만드는 것이 소형차를 위한 기술이고, 프랑스는 전세계에서 소형차를 가장 잘 만드는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조는 오죽할까. 한정된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적화된 엔진을 실었고,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간단한 구조의 서스펜션 등을 적용했다. 문짝은 단단함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얇게 제작했고, 앞좌석의 등받이 두께도 줄였다. 또 동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넓은 유리 면적, 높은 천장 등은 개방감을 극대화시킨다.
이러다보니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의 수치는 무의미해진다. 국산 소형차보다 휠베이스가 짧지만 실내 공간이나 그 쾌적함은 비교하기 힘들다.
◆ 자리 잡은 푸조의 디자인
2008의 디자인은 2010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차세대 푸조의 디자인을 알린 콘셉트카 'HR1'에 기반했다. 2012년 공개된 2008 콘셉트 및 어반 크로스오버 콘셉트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푸조의 최신 패밀리룩 위에 크로스오버의 힘과 역동성까지 부여됐다.
우선 날카로운 눈매와 LED 주간주행등은 존재감을 높인다.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테일램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루프 디자인은 뒷좌석 부근에서 살짝 솟아오르고 측면 유리 윗부분에는 묘한 디자인을 더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뛰어난 시야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는 해가 귀한 나라라선지 유리 면적을 최대한 넓게 하는 경향이 있다. 스티어링휠과 계기반의 위치는 특이하다. 대개 스티어링휠 사이에 계기반이 있지만, 요즘 푸조는 스티어링휠 너머에 계기반이 위치해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야를 멀리 한채로도 계기반을 볼 수 있어 익숙해지면 오히려 편리하다.
푸조와 시트로엥은 매우 빠른 차를 만들진 않지만, 스티어링휠은 누구보다 스포티하게 만든다. 크기도 작고 그립감도 뛰어나다. 패들시프트도 달렸다. 조금 달려보면 알겠지만 이차에서 패들시프트는 필수적인 요소다.
계기반은 테두리를 LED로 감쌌다.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의 가장자리도 이와 동일한 LED 무드등이 적용됐다.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외부 버튼 수를 크게 줄였다. 기존 시스템 위에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별로도 탑재됐다. 이를 오가는 과정이 버튼 하나로 손쉽게 진행된다.
직물과 인조가죽이 섞인 시트는 예상보다 편안하지만, 고급스러진 않다. 여러 부분의 마감은 상당히 수준 높지만, 그 소재는 2008이 저렴한 차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 느리지만 착한 아이...MCP 변속기의 두얼굴
얼마만에 겪어보는 MCP 변속긴가. 수동변속기와 거진 구조가 동일한 MCP는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저속에서의 울컥거림은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 푸조는 MCP가 아닌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탑재를 확대하고 있는데, 2008에는 MCP와 수동변속기만 적용됐다.
MCP는 과연 비난받아 마땅한 변속기인가. 오랜만에 만난 MCP는 의외로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 운전 방식은 클러치만 없을 뿐 수동변속기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변속 시점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면 울컥임이 없다. ‘살짝’이란 시점에 도전정신이 발동한다. 오른발과 패들시프트의 조작이 번개처럼 이뤄지면 막힘없이 속도가 오른다. 일단 기어가 체결되면 수동변속기 못지 않은 직결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건 익숙해진 운전자의 사례고, 무심코 달린다면 기어 변속 시 마다 누군가 뒤에서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거다. 천천히 달리든 빠르게 달리든, 3단을 넘어설 때까지 헤드뱅잉을 하게 되는데, 르노삼성 QM3의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부럽기만 하다.
그나마 MCP의 직결감 덕에 달리는 느낌은 살아있지만, 92마력의 최고출력에서는 많은 것을 기대하는건 무리다. 차체를 툭툭 밀어주는 정도의 토크감까지는 못된다.
2008은 느리지만 그래도 착한 아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손맛에 있어서 푸조의 고집은 세다. 작은 스티어링휠은 스포츠카 못지 않게 묵직하고, 미세한 조작에도 반응한다. 생김새와 다르게 코너를 만나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과감하게 빠른 속도로 들어서도 밀려나거나 비틀대지 않는다. 코너의 감각은 SUV가 아닌 해치백에 더 가깝다.
효율에 있어 푸조가 쌓아온 신뢰는 높다. 어지간히 험하게 운전해도 정부가 발표한 복합연비를 우습게 넘길 수 있다. 유럽 기준으로는 연비는 26.2km/l에 달한다. 푸조가 사용하는 스톱&스타트는 반응도 빠른 편이며 효율을 단번에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속도를 희생한 대신 도로에서 허비하는 비용을 줄인 셈이다.
◆ 그동안의 경험을 집대성했다
푸조는 2008의 다재다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해치백의 날렵한 움직임과 크로스오버의 쾌적함과 실용성, 소형차의 효율성 등 푸조의 장기가 한데 모여 완성된 차라고 설명했다. 푸조 제품 담당 이사 로랑블랑쉐(Laurent Blanchet)는 “새로운 감각의 개념을 통합한 차”라고 말했다.
이것저것의 좋은 점을 한데 모은다고 꼭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푸조는 그들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각각의 특징이 살아있는 2008을 만들었다.
2008이 포탈사이트 인기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푸조가 이곳에 오르는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자동차다. 실로 독특한 장르의 2008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장점
1. 탄탄한 기본기. 프랑스의 소형차는 무시 못한다.
2. 작지만 알찬 실내 구성.
3. 가격 경쟁력과 연료효율성.
* 단점
1. MCP 변속기에 대한 낯설음.
2. 실내에 앉으면 이차의 낮은 가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3. 한단계 큰 골프, 포커스 등에 비해 나은 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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