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파사트, 만족스러운 패밀리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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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 파사트 2.0 TDI를 시승했다. 파사트는 넓은 실내공간과 국산 준대형차와 비교되는 가격, 그리고 디젤엔진을 통한 높은 연비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모델로 국산 중대형차에 디젤엔진이 적용되도록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파사트는 국내에서 올해 상반기 3356대가 판매됐다. 존재감이 약한 가솔린엔진을 제외하면 사실상 단일 차종으로 올린 성과다. 판매 양극화가 일고 있는 국산 준대형세단과 비교해도 높은 판매량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파사트 2.0 TDI 모델이 854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다.
■ 파사트의 인기 요인
파사트의 인기 요인을 분석해 보면, 먼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을 들 수 있다. 인기가 높은2.0 TDI는 397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중상급 옵션의 국산 준대형차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옵션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국산차가 풍부하다. 하지만, 파사트는 썬루프와 내비게이션, 펜더 오디오 시스템, 전동 시트 등 기본 옵션의 아쉬움이 적고, 옵션으로 인한 추가비용이 없다.
국내에 판매 중인 파사트는 미국형 모델로 유럽형 모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큰 차체를 갖는다. 현대차 그랜저 대비 전장과 전폭, 휠베이스에서 3~5cm 작은 차체를 갖지만 직선으로 구성된 디자인으로 인해 차가 길고 커보인다. 또한 아주 넉넉한 실내공간과 트렁크를 갖고 있어 패밀리카로서 부족함이 없다.
또한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과 외제차가 주는 상대적인 희소성, 그리고 디젤엔진을 통한 낮은 유류비 부담을 들 수 있다. 특히 3리터 6기통 가솔린엔진과 비교할 때, 리터당 기름값과 연비를 감안한 실제 유류비는 가솔린 준대형차 대비 50% 수준에 불과하다. 주행거리가 많은 운전자의 경우 유류비 부담에 대한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 파사트의 구성
파사트의 외관 디자인은 직선을 기반으로 단단하고 심플한 이미지를 풍긴다. 직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폭스바겐의 디자인은 경지에 오른 듯 하다. 하지만,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다. 할로겐 전구의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 그리고 리어램프는 최근 소형차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실내는 수평을 기반으로 한 대시보드 디자인으로 넓은 공간감을 전한다. 골프와 많은 부품을 공유하는 탓에 지난 세대 골프의 분위기가 여러 부분에서 묻어난다. 다기능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크루즈 컨트롤, 듀얼 존 공조장치, 내비게이션, 시동 버튼, 썬루프, 앞좌석 전동조절 시트, 열선 시트 등 없으면 아쉬운 옵션은 교묘하게 채워 넣었다.
■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
파사트 2.0 TDI는 2리터 4기통 TDI 디젤엔진과 6단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은 4200rpm에서 140마력, 최대토크는 1750-2500rpm에서 32.6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9.1초, 최고속도는 190km/h에서 제한된다. 복합연비는 14.6km/ℓ(도심 12.6, 고속 17.9)다.
실제 주행에서 파사트 2.0 TDI는 부족함 없는 동력성능을 보인다. 저회전부터 높은 토크가 발생되는 터보 디젤엔진의 특성상 발진 가속부터 중고속에서의 추월가속까지 일상주행에서의 가속력에 대한 답답함은 느끼기 어렵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1500-2000rpm 구간에서 3300cc 가솔린엔진의 최대토크와 유사한 견인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파사트의 디젤엔진은 가속 시 두 가지 특성을 갖는다. 현재의 기어를 물고 토크를 통해 꾸준히 속도를 올려가는 모습과 레드존에 가까운 최고회전까지 엔진을 돌려가며 가속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디젤엔진이 갖는 특성으로 특별한 부분이 없으나, 후자의 모습을 나타내는 모델은 많지 않다. 파사트의 파워트레인은 후자의 모습을 보인다.
풀 가속 시 4500rpm을 넘기며 엔진회전을 폭 넓게 사용하는데, 고회전에서 눈에 띄게 가속력이 떨어지는 일부 디젤엔진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회전에서의 출력 저하가 적기 때문에 중고속에서의 가속감이 실제 속도 상승보다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비슷한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1.6리터나 1.7리터 디젤엔진 대비 초고속 부근에서의 출력 저하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 정체구간에서의 피로감은 단점
불만이라면 발진 가속시의 부밍음이 거슬린다는 점이다. 파사트의 디젤엔진은 저속구간에서 1000rpm을 갓 넘기는 낮은 엔진회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때 발생되는 부밍음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이런 소음은 1500rpm 부근까지 상승하면 대부분 상쇄된다. 또한 아이들링 스탑이 적용되지 않아 장시간 정체구간에서 머물면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으로 피로감이 느껴진다.
그 밖에 가속페달을 애매하게 괴롭히는 상황에서 변속기에서 발생되는 소음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대부분의 듀얼클러치 변속기에서 발견되는 단점인데, 폭스바겐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덜그럭거리는 소음이 유독 선명하게 들린다. 하지만, 가혹한 상황에서도 변속기의 허둥댐이 적은 모습은 가장 오랫동안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해 온 브랜드 노하우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 부드러운 승차감과 주행성능
파사트의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다.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기 때문인데, 최근 출시되는 국산 중형차보다 물렁한 승차감을 보인다. 특히 상하 바운싱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다. 연속되는 범프 구간에서 차체는 한 동안 바운싱을 허용하는데, 독일 브랜드라고 생각되지 않는 세팅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연속되는 범프를 지나는 불안정한 상황이나 코너링 도중의 강한 브레이킹 등 차체 거동이 불안정해지기 쉬운 환경에서 자세제어장치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입한다. 지나치게 빠르고 성급하게 개입하거나 차량의 주행성능을 과신해 지나치게 늦게 개입하지 않는다. 타이어 그립은 부족하게 느껴지는데, 타이어 교체 만으로도 만족감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초고속주행에서의 직진 안정성과 고속에서의 안정감 등 고속주행에서의 주행성능은 우수한 편이다. 전륜에 무게가 집중된 구조로 인해 무게 밸런스는 좋지 않으나, 고속에서의 빠른 차선변경이나 가속과 제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차량의 움직임은 믿음직스럽다. S 모드로 주행 시 평소보다 차가 작게 느껴지는 등 주행감각 면에서는 유럽차 특유의 감각을 담고 있다.
시승기간 동안의 누적 평균연비는 14km/ℓ로 주행환경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60-80km/h의 도로 흐름에 따른 주행에서는 손 쉽게 16-18km/ℓ의 연비를 기록하며, 90km/h 평지 정속주행에서는 평균 20km/ℓ를 훌쩍 넘는 연비를 유지한다. 정속주행 시에도 가속페달의 답력에 따라 희박연소와 퓨얼컷이 자주 개입하며 만족스러운 연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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