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티구안으로 33.5km/l의 연비 기록한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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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운전을 증오한다.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차는 일단 목적지까지 빨리 이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름값에 벌벌 떨바엔 대중교통을 타는게 옳다.
몇몇 자동차 브랜드는 연비 대회를 겸한 시승행사를 열기도 하지만, 매번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또 딱히 연비 운전에 재능이 없기도 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 때는 페라리보다 못한 연비를 기록 했던 적이 있고, 이를 계기로 ‘개발’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엔 독한 마음 품고 폭스바겐코리아가 준비한 ‘씽크 블루 챌린지 2014’에 참가했다. 연비 대회에 참가할 차량으로는 티구안을 선택했다. 티구안은 올해 국내서 가장 높은 판매대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아 번번이 시승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겸사겸사 티구안도 살펴보고 연비왕에도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부산으로 떠났다.
◆ TDI와 DSG의 찰떡궁합
다행스럽게도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했다. 장거리 운전에는 음악이 필수다. 그동안 폭스바겐을 시승하면서 가장 불만이었던게 USB를 지원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SD 메모리를 구입한 적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하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티구안은 처음이지만 폭스바겐의 2.0리터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는 꽤나 익숙하다. 나름 고회전을 사용하며 매끄럽게 회전하는 TDI 엔진은 현시점에서 가장 세련된 디젤 엔진이라 불릴만 하다. 동일한 엔진 블록을 사용하는 모델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전세계적으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엔진 힘을 모조리 짜내면서 효율도 우수한 DSG 변속기까지 달렸으니, 금상첨화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도심 주행에서는 낮은 속도에서도 기어 변속이 잦은데, 가속페달의 밟는 양이 늘자 최대한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 기어가 변속되면 회전수가 순식간에 떨어짐에도 힘 전달이 주춤대지 않는다. 물 흐르듯 차근차근 변속되면서 속도도 부드럽게 높아진다. DSG 변속기는 효율도 좋지만, 언제든지 달릴 준비가 돼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넘친다.
단, 최고출력이 달린 탓인지 고속에서는 D모드나 S모드나 큰 차이가 없다. 또 제한 최고속도까지 도달하는게 다소 힘겹기도 하다. 최고속도도 비교적 낮게 제한됐다. 티구안에 사용된 2.0 TDI 엔진 블록이나 7단 DSG 변속기가 신형 골프 2.0의 파워트레인과 비교했을때 구형인 점은 아쉽다.
◆ 뛰어난 기본기는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장거리 주행은 아무래도 큰차가 이롭다. 작은 진동이나 소음이 쌓이면 피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티구안은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엔 손색이 없다. 7단, 1200rpm에서의 정속주행은 가솔린 엔진 못지 않게 조용하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여도 시끄럽다기 보단 음색이 매력적으로 들린다. 시속 150km를 넘어서면 그제서야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실내를 채운다.
견고한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이 주는 안정감도 상당하다. 요철이나 불규칙한 노면의 불쾌함을 재빨리 상쇄시키고, 코너에서는 차체를 단단히 붙든다.
수많은 스포츠카를 타봤지만, 여전히 골프를 타면 날렵하고 안정적인 코너링에 놀란다. 티구안도 덩치만 조금 클 뿐이지 코너링은 골프 못지 않다. 더욱이 R라인에 적용되는 던롭 ‘SP SPORT MAXX GT’는 핸들링에 특화된 고성능 타이어다. 차의 속도보다 타이어의 한계가 높다보니 안정감이 높고, 신뢰가 샘솟는다. 여기에 유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스티어링과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해져 탄탄한 주행성능을 완성한다.
티구안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실내 공간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뒷좌석은 충분히 넉넉하고, 간이 테이블까지 마련됐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또 파노라믹 선루프가 쾌적함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실내 공간 확보에 집중하다 보니, 트렁크 공간이 다소 희생됐다. 짐을 넣고 빼기 수월하단 것을 빼면 일반적인 세단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공간이다. 시트를 접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뒷좌석도 완벽한 ‘풀플랫’이 되진 않는다.
◆ ‘연비왕 김티구’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28일, ’씽크 블루’ 캠페인의 일환으로 부산 광안리 해변에 특설 무대를 설치하고 환경 사랑 나누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씽크 블루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할 한국 대표 최종 선발전을 진행했다. 한국 대표로 선정된 김윤준씨는 골프 1.6 TDI 블루모션을 이용해 약 35km의 구간에서 23.9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기자단을 위한 ‘씽크 블루 미디어 챌린지’에는 총 세팀이 참가했다. 각각 제타, 파사트, 티구안을 이용했다. 티구안이 제일 불리하다. 공인연비도 가장 뒤쳐지고, 200kg 가량 무거우며 스포츠 타이어까지 끼워져있다. ‘4Motion’은 비교적 연료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지만 그래도 약간의 손해는 있다.
일반 참가자들과 동일한 OBD 계측장비를 차에 부착했다. 일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의 비중이 높았다. 부산의 교통 체증은 분명 서울 못지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부산의 태양은 쨍쨍했지만 에어컨은 켜지 않았고, 정차 시 창문을 열어 열기를 식혔다. 등에는 점차 땀이 찼다. 폭스바겐의 오토스타트스톱은 꽤 매끄럽다. 시동이 꺼지고 걸리는 시점이 신속하다. 디젤 엔진은 특성상 오토 스타트스톱만으로도 꽤 많은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내리막에서는 최대한 타력 주행을 활용했다. 티구안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 상태로 최대한 먼거리를 가는 ‘코스팅 모드(Coasting Mode)’를 제공한다. 관성을 이용해 달리다 감속해야 할 상황이 되면 재빨리 수동모드로 바꾸고, 7단 기어를 유지했다. 퓨얼컷을 노리는거다. 또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억제하는게 좋은 효율성을 위한 첫번째 방법이었다.
제타나 파사트에 비해 티구안이 유리한 점이 있었다면 시야다. 비교적 지상고가 높아 더 멀리 볼 수 있다. 교통 상황을 보고 남보다 먼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수 있으니 연비에 도움이 된다.
결과, 티구안은 약 50분 동안 33.7km를 달렸고 이때의 연비는 33.53km/l로 기록됐다. 단 1리터의 연료만을 쓴 셈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92km, 평균속도는 시속 39km였다. 최고 엔진회전수는 2425rpm, 평균 회전수는 917rpm이었다. 제타는 27.47km/l, 파사트는 28.65km/l를 기록했다.
◆ 티구안의 인기는 예고돼 있던 것
최근 몇년간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는 BMW 520d의 차지였다. 도무지 520d는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지만, 대뜸 티구안이 치고 올라왔다.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올해의 베스트셀링카는 티구안이 될 확률이 높다.
이유없이 잘 팔리진 않는다. 탄탄한 기본기와 편의성과 실용성, 여기에 적절한 가격까지 더해지면 지갑은 반드시 열린다. 티구안의 고공행진은 이미 예고돼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 장점
1. 효율과 성능의 균형.
2. 작지만 기본적인 SUV의 장점이 빠짐없이 담겼다.
3. R라인 특유의 디자인 요소.
* 단점
1. 엔진 라인업 부족. 2.0 TDI도 종류가 많다.
2. 다소 좁은 실내 공간. 길이나 휠베이스가 넉넉하지 못하다.
3.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파킹 어시스트’. 이거 빼고 가격 낮추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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